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13. 푸켓에서 방콕. 그리고 한국으로. (완결)
푸켓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샤워하고 CNN 그림을 보면서 아침밥을 먹는다.
아침밥은 어제 까르푸에서 사온 것들...ㅎㅎ
게다가 길거리에서 사온 옥수수 삶은 것이니 뭐니 하는 것들까지
보태져서 먹을게 엄청나게 많아졌다.
다 먹고 가야지 다~
좀 있으면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날 데리러 올 거다.
체크아웃하고, 나름 친근하게 굴었던 아저씨와 인사를 하고
날 데릴러 온 역시나 봉고 -_-;;에 오른다.
차에 오르자마자, 누군가 Hi! 하고 인사를 한다.
응?
젊은 서양남이다아아아아!!!!
특별히 서양남을 선호하는건 아니다만, 젊은 여행자가 말 걸어준게
넘넘 반갑다. 나도 반갑게 Hi! 를 때려줬는데,
예의상 인사를 했는지 그 놈은 이미 창밖을 바라다보고 있다 -_-;
흥.
나도 창밖을 바라다보며 엠피삼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배경음악은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다른 도시를 떠나는 것보다 지금 푸켓을 떠나는 마음이 더 아쉽다.
아마 여행이 끝나가기 때문일 거야.
푸켓의 바다를 내려다 보며 생각하고 다짐했던 것들.
그것이 옳다고 보여주기라도 하듯 세차게 뛰던 내 가슴....
잊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내년엔 운동 좀 해서 나도 쭉쭉빵빵이 되어
비키니를 입고 해변가를 거닐어 보는 거야! .. 흐흐흐흐...
푸켓 공항에 도착한다.
난 메고 있는 배낭이 전부이므로 맨 먼저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
오....
신기한게 푸켓 공항은 들어서는 입구에서 배낭과 소지품 X 레이 검색대가 있다.
흠. 그럼 이따가 체크인할 때는 이런거 안해도 되는건가?
좋구만~
근데 왜 체크인 할 때 하는 거지? 설마 공항 날려버릴까봐? -_-;;
체크인을 할 때 쬐금 불안했었다.
여행사에서 티켓이라고 준게 손으로 휘휘 쓴 종이 쪼가리 하나였기 때문에 -_-;;
그걸 받아들면서 혹시나 이게 사기라면 난 이딴 종이쪼가리하나에 8만원을
지불한 바보가 되는 거라고 불안해 했었다.
내 이름 석자와 무슨 넘버가 적힌 종이 쪼가리 하나를 내밀자,
항공사 직원이, 마찬가지로 무슨 종이 쪼가리 하나를 내민다. -_-;;
그게 바로 보딩 패스 였다!
바로 이것.
공항 구경하다가 늦장 피우면 뭘하리 싶어서 얼른 체크인 했다.
체크인 할 때도 X 레이 검색대 통과하더라. -_-;;
그럼 아까 공항 들어올때 한 건 뭐람? ㅎㅎ
출국장에 들어선 이후에 화장실을 간다.
비행기 화장실은 무서워서 못 쓰니깐 -_-;; 아유 촌년 ㅋㅋ
버릴 수 있는 물은 모두 버리고 가야 한다....
어디나 그렇지만 공항 화장실은 차암 조명이 예쁘다.
깔끔하기도 하고, 조명도 은은한 것이...
난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이 그렇게 잘 나오더라... ㅋㅋㅋ
사실 공개를 안해서 그렇지,
깐차나부리 백화점 화장실이며, 방콕 커피숍 화장실이며,
뭐 그런 화장실 컬렉션 사진이 꽤 된다.
사진 잘나왔지?
하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친구들은 왜 하필이면 화장실이냐 -_-;;
면박을 주지만,
화장실에서 제일 편안하고 예뻐보이는걸 어떻게 하란 말이냐 ㅠ 주룩 ㅠ
앞으론 남자를 만날 때도 화장실에서 만나야 한단 말이냐?
그래서 공개~
빨갱이꽃은 요러고 다녔습니다... ㅎㅎ
여행기 자체 윤리심의규정에 의거, 미성년자와 노약자, 임산부에 위해가 가는 부분은 알아서 가린 모습, 짜잔~~
감상 포인트.
1. 뒤의 변기 -_-;;
2. 가방에 매달린 고릴라 인형/ 트래블 메이트~
3. 작은 배낭과 작은 가방, 저거면 2주가 충분해~ 가방도 반이나 비었어!
우헤헤헤.... 이따 공항에서 저 가방을 다 술로 채울 거야 -_-;;
4. 벌겋게 익은 팔뚝.
5. 남자는 커녕 여자도 안 쳐다볼 재수생 패션 -_-; 저러니... 동행이 없는 거야. ㅠ
비행기를 타러 슬슬 나가본다.
마침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다.
두둥~ 저것이 내가 탈 뱅기다!
One to Go! 이던가? 그... 그렇다.
저것이 바로 얼마전 푸켓 공항에서 반동강 나서 승객 전원 사망 참사를 낸 그 뱅기다.
나는 몇 개월전에 똑같은 공항에서 똑같은 뱅기를 탔었따... -_-;;
무서... ㅠ
비행기는 슬슬 뜨고.
활주로를 따라 천천히 주행하는 비행기.
그 활주로와 같은 방향으로 나 있는 차도로에서 몇몇의 소년들이
날기 위해 주행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비행기를 따라보자! 이건가? ㅎㅎ
나도 어렸을 때, 동네에서 놀다가 멀리 비행기가 날아가면
막 괜히 손 흔들고 안 보일때까지 따라가고 그랬던 것 같애.
안녕, 푸켓!
담번엔 꼭 쭉쭉빵빵이 되어 푸켓의 수질향상에 한 몫 할께! 진심이야! ㅋㅋ
그리고 한 시간 하고 얼마 후. 방콕에 도착하다.
우와~ 비행기가 좋긴 좋다.
버스를 타고 왔으면 14시간은 걸렸을 텐데..
벌써 방콕이다!
아침먹고 푸켓에서 출발해서 점심은 방콕에서 먹을 수 있는 거야 ㅎㅎ
비행기의 내 옆자리에 앉은 모자가 한 시간 내내
버거킹 햄버거랑 칩스를 먹길래 먹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 -_-;;
그래서 내려서 버거킹이나 아무 햄버거 집을 찾는데 안 보이는 거다....
한참 헤매다가 포기.
걍 카오산 가서 먹어야겠다 -_-;;
그냥 일반 버스를 타고 카오산에 들어가야겠다 생각하고,
안내 데스크에서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헤맸다.
포기. 배가 고프니까 머리가 안 돌아간다. -_-;
빨리 카오산에 가서 뭔가를 먹어야해!!!!!
공항버스를 탈까, 어떻게 카오산에 들어가야 할까 생각을 하던 중.
내 눈앞에 포착된 것은.
아까 내게 Hi 한 마디 던지고 창밖을 하염없이 보던 서양총각의 뒷모습이다.
그 서양남은 택시를 타려는 줄에 서 있고, 혼자다. 클클클...
쟤가 어딜 가겠어? 카오산 밖에 더 가겠어? ㅋㅋㅋ
뚜벅뚜벅 그 아이 앞으로 가서 말을 건넨다.
너 카오산가냐? 카오산 가면 나랑 택시 같이 타자. 반땡하면 싸잖아.
눈을 껌벅껌벅하고 있던 그 아이,
이내 좋단다. 그러면서 내 머리에 지 손바닥을 얹으면서
웃으며 'Oh~smart!' 칭찬을 한다 -_-;;
이, 이것이? 누나 머리에 손을?
그러나 우선은 방긋방긋 웃으면서 그러나 바로 호주 조사 시작한다. -_-+
이 시퀴 나보다 어리기만 해봐, 콱!
어디서 왔냐?
스웨덴.
그래? 난 한국.
난 고등학교 졸업하고 인도랑 중국이랑 베트남이랑 지금 6개월째 여행하는 거야.
머시라?
고등학교밖에 졸업을 안한 어린애가 지금 대학 졸업한지 몇년이나 지난
누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똑똑하다고 칭찬을 한거야? -_-;;
이거이거.. 반땡 취소다!
맘속으로 앙심을 품었으나... -_-;;;
우선은 계속 친절을 잃지 않은채 대화를 이어갔다.
흠. 그래? 어디가 젤 좋았냐?
어디가 젤 좋았고, 어디는 음식이 어땠고 불라불라~
대화를 하다보니, 이건 완전히 어린애다. ㅋㅋㅋ
슬슬 마음이 풀리고, 그래, 동생을 누나가 용서해주지 누가~
하는 맘이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도대체 뭘 해서 돈을 벌었길래 긴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물어볼까 말까 하다가 얘를 내가 한번 보지 두 번 보냐 하는 생각에
물어봤다.
실례가 안되면 긴 여행 할 돈은 어떻게 벌었냐고 물어봐도 되냐.
활짝 웃으면서 공장에서 일했단다 -_-;;
아. 그렇구나. 노가다 했구나. ㅎㅎ
유럽애들이 부유해서 핀둥핀둥 놀기만 할 것 같은데 그런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ㅎㅎ
그렇게 어리버리 푸켓에서부터 같이 온 그 스웨덴 동생과 길동무를 하며
카오산까지 도착했다.
택시비는 반땡 했다. ㅎㅎ
이 친구는 카오산에서는 늘 D &D inn에 묵는단다.
나보고도 좋다고 묵으라고 추천해줬는데, 됐다 그랬다.
난 람부뜨리에 묵을 거다...!
사람들이 하도 추천을 해줘서, 그리고 한국사람에게만 못되게 군다고 해서
함 가서 한국사람 무서운 걸 보여줘야지 큰 맘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ㅋㅋ
난 미션이 있다, 잘 가라~ 그리고 헤어졌다.
카오산에 오니까 햄버거를 먹겠다는 마음이 바뀐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에서 고작 햄버거야?
안 돼.
그래서 먹은 곳은~
유명한 일본인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골목에 자리잡은
이스라엘 식당 Sarah. 새라.
이 중동지역의 음식에 대해 엄청난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구아구 마구마구 먹었다.
내가 들어가자, 종업원은 옆집 일본식당에 갈걸 잘못 온거 아니냐는 식의
눈빛을 보내며 자리도 안내 안해줬는데..ㅎㅎ
내가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으니까 나중엔 내 옆 테이블에 앉아서
날 쳐다보더라 -_-;
먹는거 첨봐? 엉?
중동 지역의 음식은... 캐나다에서 레바논 음식 전문점인 '바샤'라는 곳을
가게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게이게 양이 얼마나 많은지... 후후후..
나처럼 돈 없고 배때기 큰 사람들에게는 단연 쵝오였다는 거지.
맛도 좋고.
난 어디가서 음식 안 맞아서 고생할 일은 전~혀 없을 듯 하다 ㅋㅋ
아유 맛있어~
손가락 쪽쪽 빨며 끄윽~ 하며 배 두드리며 나온다.
해질 무렵의 카오산이다. 노을이 저 멀리 서쪽에 걸렸다.
몽환적인 느낌이 난다.
카오산에 와 있음에도 카오산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내일이면 떠나는 데에, 이 곳엔 축제가 계속 될 거라는 생각에
아쉬워진다...!
나도 이 곳의 일부가 되어 조금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제일 태국답지 않은 곳이 카오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물가와, 외국인에 맞추어진 가게와 레스토랑, 사람들.
없는게 없던 카오산에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했다.
이른바.... 똥이다 -_-;;
혹시 진짜 똥일까봐 만져 보지도 않았다 -_-;;
진짜 똥을 판다 해도 놀랍지도 않다 ㅋㅋㅋ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은 람부뜨리 하우스에서.
별다르게 불친절한것 같진 않다.
내가 볼 때는 전반적으로 불친절하더라. -_-;;
체크인 하러 기다리는데, 어떤 서양인 여자애가 키가 어쩌고
친구가 오는데 어쩌고 막 버벅거리는데 손님이 불안해하면
보통 종업원이 웃으면서 달래줘야는데,
얘네들은 팔짱 끼고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좀 네가지 없이 행동하긴 하던데.
그렇다고 나한테 한국인이라고 다르게 무시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체크인 할 때 잘 머무르라고 인사까지. 훗.
람부뜨리 하우스건 뭐건...
카오산 게스트 하우스는 전반적으로 너무 비싸다.. 고작 고 시설에.
깐차나부리나 끄라비에서 몇밤 더 자고 올걸. 잠깐 후회를 했따.
-_-;
체크인 하고 TV를 켜자, CNN방송이 나오는데...
버지니아 테크에서 누군가가 총을 쏴서 학생들이 많이 죽었단다..
저런 미췬~
하는데 범인이 밝혀졌다는 뉴스가 또 나온다.
초승위 란다. 이름도 이상하네, 중국앤가보다..
했는데 south korea란 말이...!
허거걱..다시 보니 정말 한국인 이민자였던 애가 그 참사를... -_-;;
밤새도록 조승희가 누구고 왜 그런일을 저질렀고 하는 뉴스를 보다가
잠들었따.
웃긴건, 인적없는 깐차나부리나 유흥의 도시인 푸켓보다
여행자거리인 카오산 한 복판에서 자는게 훨~씬 불안했다는 거.
어쨌거나 그 람부뜨리 하우스에서 하루를 더 묵고.
하루 세 끼와 두 번의 간식, 한번의 야식을 다 챙겨먹고
하루에 두번씩 마사지 받으면서
조리 찍찍 끌고 다니며 이런 저런 구경하고,
카오산 헌책방에 나와있는 로빈 쿡의 소설은 다 사모으고,
저런걸 누가 사! 했던 똥도 한 덩이 사고 -_-;
사서 친구에게 줄 티셔츠 안에 고이 넣어두었다..
티셔츠 입어볼때 기겁 함 해보라고 ㅋㅋㅋㅋ
그리고 태국을 떠난다.
ㅎㅎㅎ
마지막 에피소드 하나.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 안이 무척 더웠다. 에어컨이 고장났단다 -_-
승무원들은 이따가 비행기가 높게 뜨면 추워질거니깐
그 때까지 참으라는 말만 하고선 사라진다.
나는 뭐 더위를 그리 타지 않는 편이므로 (추위엔 쥐약 ㅠ)
참을만 했다.
오히려 에어컨 켜면 바람막이 잠바를 하나 입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편안했는데.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정장을 쫙 빼입고 앉아서 너무너무 더워라 하시는 것이었다.
게다가 피부색이 거무잡잡한 것이 아무래도 인도 내지는 방글라데시,파키스탄 이 쪽에서 오신 분 같았다.
얼마나 더울까?
아저씨는 내게 멋쩍은 웃음을 보내면서도 연신 부채질을 해댔는데...
피피섬에서 일광화상을 입은 내 팔뚝과 머릿속이 간지러워지는 거다.. -_-;;
긁었다.
뭔가 하얀 것이 날린다... 에구 쪽팔려 ㅠ
헉... 허물이 벗겨진다.
아니 왜 하필 이 때.. 간지럽기 시작하는 거야.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나는 팔뚝과 다리를 득득 긁고 앉아 있었고,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더워서 손으로 부채질을 하다가,
내 하얀 뭐시기가 자신의 정장에 날라와 붙은걸 떼어내다가,
다시 부채질을 하다가... 그러고 둘이 앉아 있었따. ㅋㅋㅋㅋ
그래도 아저씨가 예의가 바른 분이라서 별 말은 하지 않더라.
에구 미안해라.... ㅠㅠ 그래도 알지 않는가?
그게 엄청 간지럽고... 또 한번 벗기다 보면 나름 재미가 있다 ㅡ,.ㅡ;;;
나 완전 변태 같애 ㅋㅋㅋㅋ
아저씨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수첩에다가 뭔가 막 갈겨서 쓰던데
' 내 옆에 앉은 한국인 여자애는 피부껍질을 계속 벗겨내고 있다.
그게 내 옷에 자꾸 날라와서 묻는데, 전염되지는 않을까 무섭다. '
뭐 그런거 아니었나 몰라 ㅋㅋㅋㅋ
어쨌거나.... 그 빚을 갚을 기회가 나중에 찾아왔는데.
이 아저씨가 입국 카드를 쓰는데 나더러 도와달란다.
알고보니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저씨고, 사업상 왔단다.
나에게 중국에서 오는 길이라며 이런 저런 카달로그도 보여줬다.
난 순순히 믿음이 갔다. 믿어서 나한테 해로울게 뭐가 있는데?
입국 카드를 작성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 아저씨가 자기가 예약한 호텔이 있는데 어떻게 가야 하냐고
택시가 많이 비싸냐고 묻는다.
호텔이름을 봤더니.. -_-;;;
나참. 그 호텔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텐데 내가 그 아저씨 옆자리라니 정말 웃긴다 싶었다.
왜 그런 호텔 있잖은가. 모텔은 아니고, 시트를 갈아주는 호텔이긴 한데
이름난 호텔은 아닌... 일박에 7,8만원 정도 하는 그런 비지니스 호텔.
그 아저씨가 예약했다던 그 호텔은, 내가 한때 일했던 직장 옆에서
보이던 호텔이라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그 위치는... 청량리..!! -_-;;
이 아저씨가 얼마나 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저씨가 인천공항에서 청량리까지 택시를 타고 간단다.
헉!
아무리 못잡아도 6,7만원은 족히 나올텐데.
공항 버스를 타도 1시간 반이 걸리던데... -_-
그래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만약에 택시 너무 비싸다 라고 내가 말을 하면,
이 아저씨가 가난한나라에서 왔다고 내가 깔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러다가, 미국에서 온 사람이다 하더라도 택시값으로 60불, 70불은 너무 많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운을 뗐다.
그 호텔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든다고.
아저씨가 허더덕 놀라신다. 그래서 공항버스를 타고 가시라고 했다.
공항버스는 그것의 오분의 일 정도밖에 안 든다고...
그것도 그것이지만,
내가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 처음 간다는게 얼마나한 불안인가.
싶어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 아저씨, 괜히 택시 탔다가 심보 나쁜 택시 아저씨한테걸려서
십만원씩 바가지 쓰면 어쩌나 싶기도 했고,
그러면 이 아저씨 총 여행 비용이 하루치 방값+택시값으로 날라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내가 좀만 도와주면 더 싸고 안전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에.
암튼. 뱅기가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하는데
나는 금방 빠져나왔지만,
심사장 밖에서 아저씨가 나오길 기다리니 한참 걸리더라. -_-;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람들은 까다롭게 한다고 얘긴 들었지만.
정말로 까다롭더라.
이줄에서 저쪽줄로 다시 보내고. 몇번씩 물어보고..
줄이 바뀔 때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지 다시 쳐다보고
불안해 하는 그 아저씨를 보면서,
내가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를 생각했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처음 갔던 나라는 캐나다였는데.
공항버스를 탔는데, 틀어놓은 라디오와 승객들이 모두 영어를 써서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ㅎㅎ
그러다가 내가 내려야 할 곳을 놓쳐서 엉뚱한 곳에 내려서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지도를 보고 있는데.
한 사람씩 내게 다가와서
are you lost? 말을 걸면서 도와주는 거다.
ㅠㅠ
그 이후에도 참 많은 친절과 배려를 받았다.
잘 곳이 없어 공원에서 하루 노숙이나 할까 했던 캐나다 재스퍼에서
내게 먼저 말 걸고 잘 곳을 제공해줬던 일본인 워홀 여자애부터...
여행중에 만나 내게 캐나다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하며
라면, 간장부터 인형까지 소포로 보내주던 중년의 아줌마 하며...
뭐 거창해지지만 그런 사람들을 내가 다시 만나 그 친절을 되돌려 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받은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거다.
어쨌거나, 그 아저씨는 무사히 입국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왔다.
뱅기 안에서 첨 봤지만, 또 이상하게 피부껍질을 벗기고 앉아 있던
여자애였지만 ㅋㅋㅋ 그래도 한국인여자애가 자길 기다려주고 있다는 것에
감동하고 안심한 눈치였다.
환전하는 곳에서 환전 도와주고,
공항버스 표 끊어서, '어디어디에서 내려주세요' 란 한글메모도 써서
기사아저씨 보여주라고 시키고
바이바이 헤어졌다.
아저씨가 너무 너무 고맙다며 커피나 아침식사라도 같이하자고 붙잡았지만
너무너무 졸려서 -_-;;
게다가 친절은 친절로 끝나야지 바로 보답 받기가 싫어서 ㅎㅎ
그냥 헤어졌다.
아마 잘 갔겠지? 아님 말고오오오~~~ ㅋㅋㅋㅋㅋ
이렇게 길고 아무내용없던 여행기가 끝이 났다.
다시 쓰니깐 또 새롭다 ㅋㅋㅋ
한 것도 없는데 글은 또 왜 이렇게 긴지...
어디가서 뭘 했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것은 하나도 없는 여행기에
그래도 재밌다고 잘했다고 답글 달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끝까지 쓴게 아닌가 싶다.
'여자 혼자' 라는 제목에 낚여 들어온 분들에게 몇가지 팁을 주자.
팁이랄것도 없지만, 그냥 내가 느낀 것들이랄까?
내가 혼자 여행가서 잠자기 전에 한 가지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움직일 수 있는 가구들, 의자나 작은 탁자같은것들,을
문 앞에다가 밀어두고 자는 거다 -_-;
나같은 꼬질한 사람 누가 해꼬지 하진 않겠지만
워낙 의심이 많고 인간이 까칠한지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그렇게 막아두면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올려고 해도 의자랑 가구 밀리는 소리에
내가 깰 것이고,
들어오는 시간도 지연될 거란 생각에
- 아무래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봐 --;;-
빗장이 손가락만큼 두꺼운 문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둔다.
타지에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외에는 길이 없다.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 가해자가 잡히고 감옥을 가든 뭘 하든
또 내가 피해보상을 받든 뭘 하든,
안 일어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크인할 때, 왠지 종업원이 혼자 왔나봐 하면서 관심을 보이면
슬쩍 혼자 온거 아니고 좀 있다가 친구도 들어올 거라고 말을 띄운다.
어차피 둘이 쓰는 방이라서, 한 사람 더 있다고 돈 더 받을거 아니다.
딴 맘 못 품도록 미리 막아둔다. -_-;;
스타벅스나 레스토랑에서 화장실 갈 땐 가방을 가지고 간다.
하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 있겠다 싶으면 맡겨두고 가도된다.
그래도 그 때에도 잃어버리면 절대 안되는 것은 몸에 지니고 간다.
지나고 나니, 무사히 별 탈 없이 여행하고 돌아온것이 참 다행스럽다.
특히나 태사랑 게시판에서 일본여행자 목 잘려 뭐 그런 거 읽을 때 -_-;;
두 줄 요약 하겠다.
" 혼자 온것을 말하고 티 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는 분간하면 된다. "
ㅎㅎㅎ
그렇다면 다들 즐거운 여행 하시라!
Good Luck!
글: 빨갱이 꽃
사진: 빨갱이 꽃
여행기간: 4월 초순에서 약 보름간.
총 경비: 뱅기표 포함 백만원 정도? (공항에서 산 술값 제외 ㅋ)
먹는 것은 현지인 모드로~
자는 것은 안전하고 깔끔한 곳에서,
노는 것은 혼자 놀기 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