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12. 푸켓 이틀째의 밤.
가이드북을 보니 제일 물 좋은 곳이 바나나 디스코텍이라고 했다.
아까 해변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위치를 파악해뒀다. ㅎㅎ
게다가 가장 물이 오르는 시간은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란다.
하지만 12시에 디스코텍 가려고 숙소에서 나와 혼자 걷는건,
좀 불안하다.
그래서 이따가 밤 10시쯤에 가기로 했따. ㅎㅎ
나이트이건 디스코텍이건 클럽이건 무도회장 안 가본지가 몇 년이냐..
오늘 발바닥에 때 좀 벗겨보자 ㅋㅋ
신발에서 고무 탄 내 나도록 함 비벼보자~~~~ 유후!!!!!
점점 해가 기울어지고, 나도 발걸음을 슬슬 옮긴다.
아까 봤던 백화점에 까르푸가 있던데 거기 구경이나 좀 해보자 싶다.
여행지를 파악하려면 시장을 보라 했다...
뭐 시장이나 까르푸나... 다른가? -_-;
까르푸는 굉장히 컸다.
게다가 엄청나게 쌌다.
프링글스가 얼마였더라? 우리나라돈으로 천 원도 안되는 가격이었따!
이 프링글스를 피피섬 투어 배에서는 오십바트인가 육십바트에 팔았다니..
-_-;;
과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두리안을 만져봤다. 의외로 가시가 날카롭다. 찔렸다...ㅠㅠ
피 나는 손가락을 쪽쪽 빨으면서
망고스틴을 한 봉다리 사고,
람부탄도 한 봉지 샀다.
옆에는 샐러드 바가 있는데. 여러 채소와 과일이 손질되어
이쁘게 담겨 있고 먹고 싶은만큼 한 봉다리에 담아서 내밀면
중량대로 계산해주는 거다.
오호~ 혼자 와서 다 못 먹을까 걱정스러워 살 생각을 안했던
과일들 먹기엔 딱이다 ㅋ
내일 아침밥으로 먹기에 좋겠다. 흐뭇~
못 먹으면 뭐... 내일 방콕 가서 먹는 거다 ㅋㅋㅋㅋ
놔두면 똥 된다. 먹는게 남는거다. 배가 든든해야 일도 잘 풀린다.
뱃심이 국력이다. 등등등... 우리집 가훈 ㅋ
슬슬 돌아다니다보니 도시락 코너도 있다.
슥 들다봐서 제일 그럴듯한 걸로 산다. 가격도 20바트 정도로 저렴하다 ㅋㅋ
반찬 코너처럼 튀긴 생선이니 젓갈이니 하는 것도 파는데
태국인 아줌마들이 제일 많이 몰려 있다. ㅎㅎ
구경하다가 슬슬 돌아 술 코너로 갔다.
비야 싱 하나 집어드는데 뒤에서 늙그수레한 서양아저씨가
지금 그거 못 산다고 말을 건넨다.
못 사? 왜 못사?
아저씨는 한 시간 전에 왔는데, 오후 5시가 되어야지 술을 판다고 해서
지금까지 어슬렁 어슬렁 다니고 있었단다.
시계를 본다. 5시 2분전. ㅎㅎㅎ
시간을 알려주니, 아저씨가 앗 하면서 열심히 맥주를 골라 장바구니에 넣는다.
5시 이전에는 술을 안 파는 구나. 법인가?
근데 술 살 때에는 뭐 나이 보자고 ID 보자고 그런 얘긴 안하던데...
맥주 한 캔을 장바구니에 담고 좀 더 럭셔리한 리쿼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물론 지금 사려는건 아니다.
출국할 때 공항 면세점에서 리쿼를 몇 병 사려는데
(외국나간다니까 술이나 좀 사와.. -_- 하며 돈 백불을 손에 쥐어주던
사람들이 있다. )
미리 가격대를 파악해놔야 돈을 얼마정도까지 놔두고 쓸지를
파악할 수 있으니깐.. ㅎㅎ
저렴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물가에 비해 술값이 그리 저렴한것 같진 않다.
한 바퀴를 돌아 인형 파는 코너에 들렸다.
사실 태국 들어오자마자 하려고 했던 일인데,
혼자 다니는게 심심해서 트래블 메이트로 작은 동물 인형 하나
데리고 다니려고 했다 ㅎㅎ
말도 걸고. 잘 때 베개 옆에 두고 자고. 밥 먹을 때 마주보고... -_-;
오덕후 냄새가 나는가?
깔깔깔...
나처럼 지나가는 나뭇잎에게도, 쥐새끼한테도, 볼펜한테도 -_-
말을 거는 사람에게는 뭐...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닌.. 쿨럭~
사실 셀카 찍는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남이 내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렇다고 풍경만 찍자니 너무 민숭해서
보통 손바닥에 쥐어질만큼 작은 동물 인형을 하나 사서
트래블 메이트로 데리고 다니면서,
배경 사진을 하나씩 찍는다... ㅎㅎ
나중에 사진 보면 내가 그곳에 갔지 하는 걸
내 방에 놓여 있는 트래블 메이트 인형을 보면서 상기시킬수도 있고.
뭐랄까.
앞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Wherethehellismatt.com의 Matt처럼 세계 곳곳에서 춤 추는 사진을
찍지는 못할지라도,
나만의 표시를 한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것?
영화 아멜리에에서 아멜리에가 산타 인형을 승무원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그 인형을 찍은 사진을
몰래 아버지에게 보내, 아버지가 다시 바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뭐 그런 장면이 있다...
그거랑 비슷하달까.
그래서 고심고심하다가 작은 원숭이 내지는 고릴라 인형을 골랐다.
촉감이 보송보송하고 매우 좋다. 집에 있는 동물의 왕국 패밀리와도
잘 어울릴것 같다.
실물에 최대한 가까운 동물 인형을 여행지에서 사다가
트래블 메이트로 삼는게 일종의 취미랄까?
뭐 이런거.... ㅋㅋㅋㅋ
쟤네들이 저래 보여도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애들이다~
절대 뭐 리본달린 곰인형, 그런것처럼 의인화시킨 동물들이 아니다.
저 황제펭귄의 볼에 달린 노란털, 저거 실물이랑 똑같다 ㅋㅋㅋ
자랑스러워~
천천히 둘러보고 계산대에 선다. 그 동안 쌓인 동전을 털어버리자는 생각에
열심히 동전을 세어서 10바트단위로 모아놓는다.
이따가 얼마다고 말을 하면 그 때 그 동전모아놓은 거랑 지폐랑 주는 거야.
내 차례가 왔고, 캐쉬어가 계산을 했는데,
의사소통의 문제가 생겼다.
아까 트래블 메이트로 산 고릴라인형의 가격이 알고 싶어서
얼마인지 물어봤는데,
얼마인지 영어로 물어보는 질문은 캐쉬어가 이해를 했는데,
대답을 영어로 못하는 거다.
됐다고, 괜찮다고 그냥 계산하고 나오려는데도
캐쉬어는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말해야 하나 -_-;; 고민하고 있다...
그 때 뒤에서 fifty five. 라는 유창한 영어가 들려온다.
55바트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행지의 로맨스를 꿈꾸는 그런 뭐 젊은 여행자 훈남 1인 뭐 그런거 아니라.
처음에 줄 설 때부터 내가 흘끔 봤던... 트랜스젠더 형.. 아니 누나.. 아니 언니 -_-;; 였다.
웃기지만, 트랜스젠더를 가까이서 본게 처음이었떤 나는
무례하게도 한번 봤다가 다시 돌아보는 실례까지 범하고서
미안해져 어떻게 해야 할까...고민하고 있던 찰라였다.
날 도와준 그녀.
뒤를 돌아보고 그녀에게 활짝 웃으면서 땡큐우우~ 고맙다고 그랬다.
언니도 웃으면서 답한다.
내가 아까 그렇게 쳐다본게 싫었을 수도 있을텐데, 얼굴은 환하다.
다행이다.
우리나라에 온 서양인 여행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지방에 가면 지나갈 때 중년 아저씨들이 빤히 쳐다보고 고개까지 돌려가며
지나가는걸 보고, 주위에 그대로 서 있기라도 하면
떠날때까지 쳐다본다고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난 그들에게 아마 이전에 서양인을 실제로 본적이 별로 없어서라고
말을 해줬지만, 내가 미안했었다.
근데 내가 그 아저씨들 꼴이다. 태국에선.
길거리에서도 13,4살 먹은 소년들이 여자처럼 눈썹 곱게 화장하고
곱게 다리 모아서 걷는 걸 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면서도.
트랜스젠더라고 다시 한번 쳐다보다니.
미안해 언니, 이따가 주소알려주면 가게 한번 찾아갈.. (응?)
-_-;;;
요놈이 까르푸에서 산 원숭이/침팬지/고릴라 인형.
근데.... 꼬리가 없다 -_-;;;;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다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맥주랑 간식을 먹는다.
넓은 스크린의 TV에서는 끊임없이 영화가 나온다. ㅎㅎ
대장금인가? 도 나왔는데, 더빙이 되어 못 알아듣겠더라.
젤 좋은 것은 KBS 위성방송이 나온다는 거...!
그래서 개콘(웃찾사인가?)을 봤다는 거...!
우화화화화화화~~~~~~
종업원들이 복도에서 식겁했겠다...저 여자 미쳤나봐 -_-;;
혼자 와서, 미친듯이 웃고 있으니... 뭐 이런거. ㅎㅎ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9시 반쯤.
단 한벌 남은 치마를 입고
-누굴 꼬시겠다는 건 아니고.. -_-;; 자기만족인 거지...
헐렁한 카고 반바지 입고 춤추면... 무슨 춤이 나오겠어? 막춤? -_-;;
머리도 곱게 빗고...
더워 죽겠는데 오늘밤을 위하여 일부러 긴 파마머리를 안 묶었다는 거!
앞태가 안되면 뒷태라도 어떻게..
씨익~ ^--^ (회심의 미소를~)
입장료라고 알려진 삼백바트에 비상금 백바트 +음료수 값 오십바트만
달랑 가지고 숙소를 나선다. ㅎㅎ
방라거리를 간다.
우와아아아....
완전히 별천지다아아아...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나.
방라 거리는 차가 안 다니게 막아져 있고,
대신 수많은 사람들이 차도로 그냥 걸어다니는데.
낮에는 그냥 상점으로 보이던 그 수많은 가게들이
거의 다 바로 돌변하여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술을 마시고 얘기를 하고...
이쁜 언니들이 저렇게 길거리에서 맥주도 주고..
바에는 드글드글한 여행자들 (대부분 서양남자들.. )
그리고 바에는 이쁜 태국인 언니들과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테이블 근처에 앉아서 맥주 마시고 있고,
트랜드 젠더들이 하나씩 테이블에 올라가서 춤을 춘다.
멀리서 보면 와 예쁘다 싶어서 와보면 그렇게 이쁘진 않다.
그냥 딱 여자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
가슴 주입하고 짧은 옷과 하이힐을 신고 진한 화장을 했을 뿐..
우리나라의 하 모씨처럼 고운 선과 터치가 나오진 않는다.
저렇게 춤을 추다가 좀 많이 열광하는 관객 있으면
가슴이 보이도록 상체를 숙여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 사람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아아....
(19금)
... 자신의 아래 가운데쪽을 슥 훑게 만드는 거다..
웃긴건 그 남자의 동행은 여자인데 여자는 그냥 웃고만 있다.
왜? 트랜스 젠더가 아무리 가슴이 커도 가슴만큼 목젖도 커서 그런가? -_-;
트랜스 젠더들은 아무리 옷을 야하게 입고 그래도
아담스 애플은 속일 수가 없다. 침한번 삼킬때마다 목의 울대가 그냥 -_-;;
난 그거 보면서 막 입 가리면서 아아악 그랬는데
내 주위에서 서서 구경하던 서양인 남자들은 그냥 허허 웃더라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걸 서서 보고 있던 사람중에 여자는 나 혼자 -_-;;
웃긴건 주위를 슥 돌아보니 그런 장면이 나올때마다
남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든다는 거.
그리고 그 표정.. 그 눈빛... 너무너무 적나라해들~ 원해? 그런거야? ㅋㅋㅋ
앉아 있는 관객들과..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쇼를 하는 언니.
그냥 볼만하겠다.. 싶다가도 저 언니가 갑자기....
(19금)
다리를 좍 벌리고 앉으면 민망 해서... 민망 민망... ㅠ
고개를 돌리고 흠흠 헛기침을 하고 주위를 돌아보면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있는 남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ㅋㅋ
그리고 다른 언니들은 길거리에 서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돈을 받는다.
대부분 서양인 아저씨들이 신기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언니들이 웃으면서 아저씨에게 와서 같이 저렇게 포즈를 잡고,
카메라는 언니들의 매니저격인 남자가 잡고 찍어주고,
아저씨 고맙다고 웃으면서 갈려고 하면 돈 달라고 손 내미는 -_-;
그렇지 않아도 와서 얼마냐고 묻고 같이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그럼 우리언니들은 다리를 딱 올려서 저렇게 감싸안는 야시런 포즈를 취해준다 ㅋㅋ
저 뒤에 갑빠 좋은 오빠가 지글지글 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_-;;
원해? 그런거야? ㅋㅋㅋ
물론 나도 사진 한장 같이 찍었다.
여기까지 와서 같이 안 찍으면 그건 정말... 바보인 거다.
짜잔~
나도 태국 푸켓 와서 트랜스 젠더언니들이랑 사진 같이 찍었다의 인증샷 ㅋㅋ
-_-;;
좀 추레하긴 하다.... 꼭 이래야 겠니? 이래야겠어?
응.. 100바트면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남을 로띠가 몇장인데?
-_-;;
그러다면야 뭐.... ㅋㅋㅋ
그렇게 구경하다가 몇 걸음 더 떼어보니 다른 업소 등장!
봉 댄스!
이건 생물학적인 여성으로 태어난 언니야들이 봉을 잡고 춤을 추는 건데...
이게 왜 섹시한건지 난 잘 모르겠다.
왜 섹시한걸까? 봉 잡고 춤 추는게...
암튼 이 봉댄스를 푸켓에서 보고 한국에 갔는데,
TV를 보니 여자연예인들이 봉댄스를 춘다고 난리더라.. 연예프로그램에서.
아니 그런 춤을 왜 춰?
별로 섹시해보이지도 않고, 저렇게까지 해서 섹시해보이면
그게 뭐가 좋은데? 니들이 푸켓 봉바 종업원들이야? -_-;
그러면서도 한참 서서 또 구경했다.
근데 여기 언니야들은 좀 시큰둥해서
한 두 사람이 봉 잡고 스르륵 타고 내려오는 시늉을 하고,
나머지는 그냥 서서 수다 떨고 그러더라.
그래.
보는사람도 안 섹시해 보이는데
하는 사람이라고 뭐가 그리 섹시해보이려 하겠니.. ㅎㅎ
푸켓 빠통비취의 방라 거리의 밤은
이렇게 트랜스젠더들이 춤추는 곳과, 봉댄스 바와, 술 먹는 바.
그리고 대부분의 서양인이 관광객으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거나
맥주를 마시고. 태국인 현지인들은 술을 팔고.
길거리에는 밤이 깊었는데에도 개구리 울음소리를 내는 장난감을
갖고 고산족 어린애들이 물건을 팔러 좌판을 메고 다니고.
간간히 나같은 동양인 여자애들이 입가리고 웃으면서
안보는 척하며 -_- 봉 댄스며 트랜스젠더 댄스며 다 보고 있고..
그렇다.
그렇게 구경을 하는데 꾸룩꾸룩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땅바닥이 젖었으나 그래도 아랑곳않는 관광객들...
그렇지만 빗방울이 좀 더 굵어지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하는 우산 장수들 -_-;;;
저 멀리 바의 모습이 보이는데. 대부분 서양여행자들이고.
젊은 여행자들도 있지만, 늙은이들도 많고.
웃긴건 늙은사람들도 청바지를 입고 앉아서 맥주병을 들이키며
뭔가 기다리고 있는 눈치라는 거...
지나가다가 무심코 가게 안을 슥 바라봤는데,
어떤 백발이 성성한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저씨가 눈인사를 건네면서
말 걸듯이 일어나길래 기분 나빠서 바로 길 건너 버렸따...-_-;
어쨌거나.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사람들이 다들 가게 밑의 처마밑으로 비를 피하러 피신한다.
비를 피하고 있자니, 자기 몸 반쪽만큼이나 큰 좌판을 메고 다니던
여자애들도 비를 피하려 내가 서 있는 가게의 처마밑으로 들어온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작은 체격을 가진 여자애들, 기껏해야 열살, 열한살
되었을 것 같다.
비 내리는 걸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검은 단발머리의 옆모습이 왠지 친근하다.
꼭 동네골목대장이었던 내 어릴적 모습같기도 하다.
다만 이 아이들은 이 시간에, 벌거벗은 여자들이 외국에서 온 손님들을
유혹하려 춤을 추는 거리에서 직접 만든 팔찌며 목거리를 팔려고
서성이고 있다는 것 외에. 좀 씁쓸했다.
태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혹시나 가난한 집 딸내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우리나라같았으면 청소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을 거리를
밤늦게 쏘다니며 장신구를 파는 것이나 봉바에서 봉 댄스를 추는것 밖에
없다면.... 정말.
슬픈 일인거다.
하긴.
얘네들이 취미로 이 시간에 이런데에서 장신구를 팔고 있을까? 그건 아니겠지.
뭐 이런 생각을 주절주절 혼자 하고 있는데,
저쪽을 바라보던 단발머리의 소녀가 갑자기 이쪽을 바라본다. -_-;;
눈이 마주쳤다.
움찔하다가.. 씩 웃는다.
난 너에게 적개심을 가지고있지 않다는 마인드를 상대에게 심어주는거,
다시한번 중요하다 -_-;;;
소녀가 좌판을 나한테 내민다..!
헉..
-_-;;
비 피하려 들어온 처마 밑에서도 장사를 하려하다니.. ㅡ,.ㅡ;;
당황하는 내게 소녀는 팔찌를 이것저것 꺼내서 보여주며
사라고 그런다.
-_-;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No 라고 말할 준비 말이다 -_-;; )
내가 망설이면서 팔찌를 만져보자,
그 소녀 옆에 있던 소녀들도 왠지 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 나한테 달려든다!!!
꽥!
순식간에 나는 좌판을 든 소녀 넷,다섯명에게 포위되고 -_-;
비는 오고 소녀들은 나를 압박하고 진퇴양난이다 -_-;;
팔찌를 이것저것 풀어주며 예쁘다고 만지작거리면서
내게 장화신은 고양이의 표정으로 하나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싫다고 저리가라고 말 할 수가 없다...
곧 한 친구의 생일이 돌아온다는 생각이 났다.
그 친구에게는 내가 해마다 은팔찌를 선물해 왔고,
올해도 내가 은팔찌 하나 선물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 태국에서 사온거라 하면 더 좋아하겠지.
하나 사자.
흥정시작.
얼마냐?
180바트.
100바트로 하자 -_-;;
그래. (1초도 망설임없이 yes 한다 -_-;; 이거.. 더 깎었어야 했나?)
은팔찌를 하나 백바트짜리 사니까,
처음 내게 다가섰던 소녀는 뒤로 빠지고
다른 소녀들이 좌판을 들이대며 하나씩 또 보여준다.
이건 어떠냐고 이것도 보라고 저것도 이쁘다고 아우성이다 -_-;;
그래 내 것도 하나 사자..
그래.. 엄마 것도 하나 사자...
그래... 아빠 것도 하나 사자.... (응?)
다 사고 나니까, 한명이 남았다.
날 너무너무 원망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ㅠㅠ 울고 싶다 ㅠㅠ
돈이 없다규!!!!!! 그렇게 쳐다보지마.. 제발... ㅠ
비는 점점 그쳐가고.
열살 남짓한 소녀와 나는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소녀는 지금 다른 애들건 다 사주고 제 것만 안 사줬다고 날 원망하고 있다.
-_-;;
그렇게 한 명씩 돌아가며 사주고 나자, 돈이 탈탈 털렸다.
남은 돈 여기저기 긁어모아서 오십바트 밖에 안된다.
나 가진 돈이 오십바트 밖에 없다... 고백을 한다 -_-;;
(뒤져서 나오면 일 바트에 한 대다, 뭐 그런거? ㅋㅋㅋㅋ)
소녀가 괜찮다면서 좀 싸보이는 팔찌를 건넨다.
나 팔찌를 받고 돈을 내준다.
분명히 십여분 전까지만 해도
난 이애들을 동정하고 있었는데...
상황역전이다.. -_-;;
누가 보면 가게 처마 아래 벽에 붙어
다섯명의 소녀들에게 삥 뜯기는 걸로 보였을 거야... 꺼이... 꺼이...
비가 그치고 소녀들은 발랄하게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얘기를 주고받으며
다시 거리로 나섰고.
난 돈 한푼없는 동양인 여자애가 되어 비에 젖어 그렇게
처마밑에 한동안 서 있었다 -_-;;;;
내가 지금 뭘하고 있지?
아, 나이트 가기로 했었지?
그러나 내 손에는 나이트 입장료대신에 팔찌가 다섯 개가 곱게 놓여 있다..
-_-;;;;
나이트는 개뿔.. ㅠ
곱게 말려 손질한 파마머리는 비에 젖어 엉켜 있고,
치마도 비 때문에 눅눅해지고.
무엇보다 난 지금 빈털털이다...
돈 가질러 숙소에 다시 갔다 올까?
그럼 예산 초과다 -_-;
팔찌 산 돈으로 나이트 간 셈치자... 흑.
방라거리를 가로질러 바나나 나이트쪽으로 간다.
못 들어가도 어디 얼마나 착한 언니오빠들이 들어가나
밖에서라도 구경이라도 해보자 -_-;
오오오....
쫙 빠진 언니랑 오빠가 깔깔 거리면서 나이트로 들어간다.
흑...
나도 같이 놀자... 응? ㅠㅠ
그러나 난... 바나나 나이트 앞에서 그렇게 서 있다가
옆집 레스토랑에서 가짜 엘비스 프레슬리 나와 노래부르는거
구경하다가 털래 털래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주아주 이상한걸 봤다는 거.
(19금)
길거리에 트랜스 젠더로 추정되는 어깨 떡벌어지고 목젖 툭 튀어나온 여자가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내 반대쪽에서 오던 서양인 남자 1인이 그 여자보고
' 거기 다 보인다~' 뭐 그런 말투로다가 농담을 건넸다.
안 그래도 여자가 쪼그려 앉았으나 아저씨들 앉듯 다리를 벌려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러자 여자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비웃음을 한번 띄우더니
다리를 더 활짝 벌리는 거다!!!!!!!!
-_-
나는 봤다...
태국 의학의 발전상을.. 성전환수술의 after 거시기 모습을....
소감은.. 놀랍다. -_-;;
음...정상 성인 여성과 마이 비슷했다.. -_-;;
(넘 적나라해서 이여행기 짤리는 거 아닌지... ㅋㅋㅋㅋ)
그걸 보니까 왠지 더 무서워져서 숙소까지 막 뛰어왔다...
숙소 도착하니까 11시 반이었던가?
두 손에 쥐고 있던 팔찌에 땀이 잔뜩 배어 있었다.. ㅎㅎ
그래.
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팔찌는 남았으니까.
만약에 안돼! 저리가! 꺼져! 무섭게 아이들을 쳐내고 안 사고 갔으면..
나이트에서 놀면서도 착한 오빠들 보는 내 맘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야.
마음을 달래며..
낮에 까르푸에서 사온 망고스틴을 까먹으며...
다시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푸켓을 떠난다.
좀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으니깐. ^^
그리고 비행기 국내선을 타니깐 왠지 기대된다~
그리고 모레 한국으로 떠난다.
*
푸켓- 방콕간 편도 뱅기값이 한국돈으로 8만원 정도 했던것 같아요~
기억이 잘 안나고, 일기장에도 안 써놨네요 -_-;; 죄송.
쏭크란 연휴 마지막 부분이라서 아마 비쌌던 걸로 기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