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12. 푸켓 이틀째의 낮.
푸켓의 첫째날이 지나고 둘째 날이 밝았다.
티 테라스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친절하고 좋지만,
왠지 혼자 자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게다가 어제 돌아다녀봤더니 가격대가 더 저렴한 것도 많아 뵈었다.
그래서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200바트만 절약해도 하루 세끼 밥 값은 나오겠다 싶었다..
(여행 후반기로 갈수록 거지근성이 나온다 -_-;)
그래서 옮긴 집이.... 옆 집이다. -_-;;;
체크아웃할 때 푸켓을 떠난다고 활짝 웃으면서 나와
옆집으로 체크인하다니...
조용하게 숙소만 있는 티 테라스와는 달리,
옆집은 바도 있고, 여행사도 겸한 집이라 아주 활기차다.
들어가자 마자 다정하게 말도 걸어주는 직원 아저씨가
끄라비의 겟하우스 아주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이 아저씨하고도 좀만 더 친해졌으면 좋았을걸.
혼자 온 여자인 죄로 괜히 몸 사려가며 냉냉히 대해서 아쉽다.
원래의 나라면, 개과의 성격대로 먹을것 주면 엄청 나게 좋아하고 친해지고
상대가 날 좋아하면 나도 상대를 좋아하며 친구가 되는 건데.
왠지 타국에서는 지나치게 상대에게 친절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러다가 오해라도 사면 어떡해?
난 친절했다고 혼자 생각하고 돌아와 자려는데,
방문을 똑똑 두들기며 찾아오면 ㄷㄷㄷㄷㄷ -_-;
그 다정과 엄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친절사이를 잘 분간해서 건네줄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수다떨고 친구하고 놀아도 된다~
사람이 느낌이란게 있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말을 하다보면 파악이 된다는 거다.
예전에 캐나다에서 대륙횡단 여행 하던 때에,
유스호스텔에서 프랑스에서 갓 이민온 젊은 오빠 두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 퀘백시티의 유스호스텔에선 밤에 비어 파티가 벌어졌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쉽게 이야기하고 친해지는 분위기였는데,
영어를 잘 못하던 나와 그 오빠들은 영어를 못한다는 공통점에 쉽게 엮여졌고,
잘 자라고 내 양볼에 뽀뽀 (비쥬라고 하던가? ㅋ)를 해주던
두 오빠들의 친절에 수줍은 여동생의 가심은 춘삼월에 얼음 녹듯 녹아버리고...
오빠들의 집으로 놀러오라는 초대를 의심없이 받아들여 놀러갔다.
내가 믿었던 그 프랑스 오빠들은....
-_-;;
정말 오빠들 같았따. ㅋㅋㅋㅋ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겨울추위에 남자내복(앞섶이 거시기한 ㅎㅎ)을
내주며 추워서 안된다고 당장 입으라고 챙겨주고,
밤새워서 꼭 언니처럼 내 고민 들어주고 조언해주고 수다떨고,
프랑스에 있는 엄마에게 메일 보낸다며
내 디카에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 찍어서 전송하고,
다음날 버스안에서 먹으라고 샌드위치까지 싸서 줄정도로...
그러면서 둘이 사는데 절대 게이 아니라고 서로 부인하며 ㅋㅋ
여동생 대하듯 대해주던 사람들.
프랑스에서 막 이민와서 친구가 없다고 사람이 그립다고 하던 사람들...
반면에 흑심이 있는 사람은 좀 다르다. -_-
우선 다가오기를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여자는 이쁘다' 라는 식으로 다가오면서
어설픈 한국말도 하나 툭 던진다.
나한테 호감을 사려고 하는 구나 하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그러면서 예쁘다는 말을 엄청나게 열심히 한다.
근데 가볍게 '너 예쁘다' 라고 하는게 아니라,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부담스럽게 잡아먹을 듯이
아름답다... 라고 말을 한다.
예쁘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흠 예의 바르군 하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오바하고 있구나 하며 소름이 쫙 끼치면 그건... 흑심이다. ㅋㅋ
물론 개인적인 판단 기준이다 ㅎㅎ
어쨌거나 돈 절약차원에서 옮긴 겟 하우스트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TV가 천장 가까이 달린게,
침대에 누워서 그냥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도 되겠더라 ㅎㅎ
오늘도 푸켓을 그냥 슬렁 슬렁 걸어다닐 거다.
대신에 저녁에 그 유명하다던 바나나 디스코텍에 가서 몸좀 풀까 한다.
태국오면서 치마 챙겨온게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니까 ㅋㅋ
카고 반바지, 청반바지틈에서 가끔은 나도... 럭셔리 휴양여행온것처럼
하고 싶을때가 있다는 거.
집을 나선다. 방라거리로 간다.
빠통비취의 중심거리, 방라 거리.
푸켓에도 쓰나미가 왔다 갔다.
쓰나미가 몰아칠 경우 어느쪽으로 대피해야하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여기저기에 있다.
어제 발견한 길거리 노점 쌀국수집이 있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보통 주문은 다른사람들이 주문하는 걸 만드는걸 옆에서 보고 있다가
괜찮겠다 싶은게 나오면 그거 가리키고 나 스스로를 한번 가리키면 된다.
특히나 푸켓같은 곳은 길거리 리어카 쌀국수가 몇개 없고,
여행자들은 별로 이용을 안하는 지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그냥 바디 랭귀지로 통한다.
정 답답하면, 나 먹고 싶어요~ 라고 한국말로 중얼거려도 알아듣는다. ㅎㅎ
아마 눈치로 알아듣는거겠지?
어제 한번 먹어서인지 아줌마는 날 기억하신다. ㅎㅎ
반가워하는 눈치인데, 아저씨는 나한테 태국말로 뭐라뭐라 말을 건다.
그러자 아줌마가 아저씨 등짝을 한대 때리더니 -_-;
뭐라뭐라 하시고, 아저씨가 바로 국수를 말기 시작한다.
아마 쟤 어제 온 애잖아, 어제 먹은거 그거로 한그릇 줘~
라고 하신게 아닐까?
어쨌거나 암 말도 안하고 리어카 옆에 가서 서 있었더니
어제 먹었던 거랑 똑같은 국수를 한그릇 말아서 내민다. ㅋㅋ
한번 본 손님 입맛도 기억하시고, 성공할 리어카야~
뜨거운 국수그릇을 들고, 방라거리 코너에서 물 한병 사고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털푸덕 앉아서 뜨거운 쌀국수를 먹는다.
아침에는 뭐니뭐니 해도 따뜻한 국물이 최고여~
밥이나 좀 말아먹음 좋겠네~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또 아껴먹으면서 (왜케 양이 적은거야 늘... ㅠ)
국물까지 다 마시고 천천히 해변을 걷는다.
아담과 이브 한쌍이 또 바다로 들어갔구나.. ㅡ,.ㅡ;;
모래사장 곳곳에 널려 있는 수건 두장과 신발 두켤례의 흔적들.
가볍게 와서 가볍게 놀고 가는 거다. ㅋㅋ
여전히 해양 스포츠는 오늘도 계속되고..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하고싶었던 패러세일링도 하고...
해변을 거닐며 좀 몸매가 착한 언니오빠들이 분포해있는 부근의 파라솔을 점찍고
들어가 앉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음악을 듣는다.
지루해지면 눈을 들어 내 앞에 펼쳐져있는 저 파랗고 드넓은 바다를
보기 보다는 -_-;
착한 몸매의 언니오빠들을 본다.
슥~ 침 닦고 다시 책을 읽는다. ㅋㅋ
점점 해가 올라와 뜨거워지기시작한다.
엊그제 화상입은 팔다리와 정수리가 아파온다 -_-
몸을 식혀야 한다.. 두리번 거리다가 찾아간 곳은 바로...!
스따알~벅스.
저 멀리 푸켓의 바다가 내려보이는 에어컨 빵빵한 스타벅스에 앉아서
아이스 모카를 쭉쭉 빨아먹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구나~
어화둥둥~ ~(ㅡ,.ㅡ)~ 둥실 둥실~
스타벅스에 딱 들어서면,
싸왓디 카~ 하고 인사를 한다.
주문을 하면, 파트너에게 콜링을 하는데 (주문 전달하는것)
푸라푸치노 카~
까페 라떼 카~
뭐 그런 식이다 ㅋㅋㅋ 뒤에다가 카~를 붙혀준다.
그리고 손님이 나가면 캅쿤 카~
카카카~
캬캬캬~~~ 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아이스 모카는 뭐라고 할까?
아이스 모 카~
아이스 모카 카~
정답은?
정답 : 기억안남 ㅡ,.ㅡ
하도 오래전일이라... ㅠ
주문하기 전에 카~ 붙히는게 신기해서 모카는 어떻게 할까?
잔뜩 궁금해 하고 직원이 말하는거 듣고 좋아했던건 기억나는데 -_-
뭐라고 했는지가 기억이 안난다...
내 머리안에 지우개 있다.... -_-;;
궁금하신분은 푸켓 스타벅스에 가서 모카 한번 시켜드심이... ㅎㅎ
저 푸른 푸켓 바다가 둥실 보이는 스타벅스에서
에어컨 빠방하게 더위 식히고 앉아 커피 마시며 음악 듣고 있자니
너무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살짝 렌즈 돌려서 남들 모르게 셀카를 몇 장 찍고
스타벅스 내부를 찍는데... -_-
언제나 그렇든 띠꺼운 표정의 카메라 바라보는 외인 1명 출현.
나 이쁜척 안했거든? 우리나라에도 스타벅스 있거든?
아저씨 썬글라스 넘후넘후 부담스럽다~ -_-;;
어떻게 좀 해봐봐...
에어컨이 빵빵한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다 먹었음에도 버티고 있자니
화장실 참기가 아주 힘들다.
혼자오면 짐 봐줄 사람이 없어서 화장실 가는게 불편한데.
뭐. 일행이 없으면 옆 손님에게 잠깐 부탁을.... ㅎㅎ
내 옆에서 나보다 더 오래전에 와서 아직까지 퍼질러 앉아
책 읽고 있는 서양녀 여행자 1인에게 가방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화장실을 갔다 온다.
시원하다. ㅎㅎ
이 시원함은 스타벅스에서 또 다른 2시간을 버틸 체력을 선사해주었지만,
화장실을 갔다왔으므로 배가 허전하다고 꼬륵꼬륵 신호를 보낸다 -_-;;
그래서 스타벅스를 나간다... ㅠ
지글지글 타는 저 태양~
뭔가 시원하고 배 채울게 없을까?
문득 발견한 것은, 무슨 화채 같이 생긴.... 채소 화채?
뭔지도 모르면서 얼른 주문한다.
내가 주문하니 내 뒤에 걷던 중년의 서양여행자 1인도 주문한다.
나보고 묻는다.
이거 맛있냐?
나도 첨이다.. 라고 대답해주니 대략 낭패란 표정을 짓는다 -_-
그럼 날 태국인으로 안거야?
짜잔~ 완성!
먹어보니 새콤한 것이 이건... 반찬이다라는 감이 왔다 -_-
이건 고기랑 같이 먹는 반찬인거야. 새콤하고 시원한 것이.
여름철에 입맛 없을 때 먹는 그 오이냉국과 비슷하구나야.
고기가 될 것이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저 멀리서 연기 발견!
저것은?
다다다다 달려가서 보니 닭꼬치 맞다 ㅋㅋㅋ
이제 연기만 보고서도 대략 뭔지 감이 오는 태국 길거리 음식 감별사 ~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다시 철퍼덕 앉아서
한손으로는 닭꼬치를 먹고 무릎에는 저 새콤한 반찬을 놓고
열심히 먹는다. ㅎㅎㅎ
거뜬한 한 끼 완성.
이제 디져트를 찾아 헤맨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킬리만자로의..
아니 푸켓의... 빨갱이꽃 표범 ㅋ
애들이 손에 스티로폼 그릇에 분홍색 파랑색 빙수가 담긴걸 퍼먹고 다닌다.
흠. 빙수구나.... 어디서 샀니? 묻는다.
(빙수를 가리키며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에 약간의 미소를 띄우면 된다 ㅋ)
저~기요.. 하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저~기를 가리킨다.
또 다다다다 열심히 달려가 본다.
그렇게 발견한 것은....!
두둥!!!!
빙수 만들기 외길인생 30년, 빙수 장인 등장!
얼음을 가는 손놀림과 심각한 표정 봐라....!
빙수는 아스크림이 아닙니다. 예술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저 커다란 얼음을 기계위에 올려넣고 수동으로 열심히 갈면 얼음가루가 나온다.
그 위에 대충 시럽 - 색소겠지.. -을 휘휘 뿌리고 연유 비스무리한 것을 뿌려서 주면 빙수 완성 ㅋㅋ
무슨 색깔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냥 분홍색을 알아서 뿌려버린다. 흑.
눈같은 빙수는 꽤나 예뻤는데 분홍색 옷을입으니.. 왠지 흉칙해보인다.
아까 나에게 채소화채 맛있냐고 묻던 아줌마가 멀리서 또 빙수아저씨 쪽으로 오는게 보인다 ㅋㅋ
뭐 이건 수라상궁도 아니고 내가 한번 맛을 봐야 먹으려고 하다니,
버럭! 어디 날... -_-;;
사실 한입 먹어보니까 너무 달고 저 강한 색깔에 불신이 들었으나
일부러 그 아줌마한테는 그런 말을 안해줫다.
일부러 방긋 방긋 웃으며 맛있다는 듯이 퍼먹었으니.... ㅋㅋㅋ
인간성 드러난다 ㅋ 같이 죽자는 심정? ㅋㅋㅋ
몇 입 퍼먹다가 너무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싶어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ㅠ
짠건 물 타서 먹고 탄건 대충 떼어 먹을 수 있는데,
단건 정말 못 먹겠따... ㅠㅠ
대신 입 가심 할 것을 찾았으니 그것이 바로... 커피! 또 커피다!
이것도 어딘지 몰랐다가 어느 태국인 아줌마가 들고 가는 걸 보고 물어봐서
찾아냈다!
호호호~
맛있는 커피 한 봉지가 달랑 15바트! 아까 스타벅스 커피와 거의 8배
가격 차이가 난다... @.@
우리나라도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다고 하지만, 태국에 비할바가 아니다.. 쿨럭~
봉다리 커피를 쭉쭉 빨아먹다가 눈에 띄는 표지판 하나 발견.
푸하하하하...
술 먹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운전 조심하란 뭐 그런 뜻인가?
그림속의 술먹은 사람이 기어가고 있는게 넘 웃긴다.
아마 술 먹고 널부러져 있다가 사고난게 한 두번이 아닌갑다 -_-;;
그리고 여행사에 가서 방콕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어제 가만히 머리를 굴려보니까,
어차피 방콕까지 가는 버스에다가 얼마간의 돈을 보태면
뱅기표는 살 수 있겠더라... 싶었다.
무엇보다 방콕까지 16시간 버스 다시 타고 싶지 않았다.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원..... ㅠ
게다가 쏭크란 연휴 마지막 날이라서 길도 막힌다고 하고..
좀 지치기도 했고...
국내선도 타보고 싶고... 이런 저런 핑계를 내어 뱅기 타고 돌아가기로 결정!
여행사에 들어가서 표를 사고.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 잠깐 쉰다.
너무 땀을 많이 흘려서 씻고 잡다....
게다가 밥도 든든히 먹었겠다, 오래 걸어서 다리도 아프겠다.
이따가 바나나 나이트 가서 놀려면 좀 쉬어야지 싶어서
작전상 후퇴 ㅋ
후후후...
오늘밤은 뜨겁게 함 보내는 고야....
(2부 계속~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답글로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
오늘것도 한번에 다 써야 하는데, 요즘 좀 바빠서.. 연말이라 ^^;
게다가 오늘은 두번이나 벌써 날려먹어서 더 이상 못 쓰겠어요~
벌써 새벽 3시.
별다른 내용도 없지만 그래서 여기서 중단하고 낼 계속 쓸래요~
용서해주세요 ㅠ 주룩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