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11. 푸켓.
푸켓.
이름자체가 너무 이쁘다. 무슨 꽃 이름 같기도 하고, 축제 이름 같기도 하다.
신혼여행을 푸켓으로 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비싼 리조트들이 있고
완전히 관광과 휴양지 이미지가 생각이 나서 처음엔 별로 가고픈 맘이 없었다.
지금까지 어설프지만 나름 태국현지인들이 먹는 음식들 위주로 찾아서 먹고
(피피섬에서도 섬 가운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작은 장이 있고,
거기에서 하루에 한끼는 꼬박꼬박 먹었기 때문에 ㅋ)
지나치게 관광객 모드로 다니면서 그들의 삶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태국이란 나라는 이미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가졌기 때문에 굳이 푸켓까지 가서 만들어놓은 관광타운을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때문에.
그리고 이게 참 어줍짢은 생각인데, 별로 편하지가 않았다.
난 현지인들의 삶속에 살짝 끼어드는 여행자의 모습이고 싶은데,
대부분의 관광지에서는 현지인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여행객은 서비스를 받는 사람 으로 너무 굳어져 있다.
그래서 발마사지 받고 전신마사지 받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다 여행자이고
(게다가 백인들.. ), 마사지사는 전부 태국인들이다.
또 좋아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손님들은 모두 여행객(백인이 주된)이고,
웨이터 웨이트리스등 직원은 모두 태국인들이다.
호텔도 마찬가지. 나이트클럽을 가도 마찬가지. 백화점을 가도 비슷....
그게 불편하고, 재미가 없었다.
나같은 변덕쟁이에 까칠한 인간들은 또 여행자 와서 즐기라고 이것저것 편의시설 만들어 놓고 관광지 조성해주며 멍석 깔아주면
그런거 싫어한다는 거 ㅡ,.ㅡ ;;
여행지가 좀 앙탈도 부리고 말야, 좀 팅길 줄도 알아야지....
게다가 중요한 이유로는... 그런데는 다 비싸다는 것.
그렇게 관광지화가 한번 되어버리면 물가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비싸진다는 것..
1년전 태국에 왔을 때랑 1년 후에 다시 왔을때 방콕 물가 다른거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푸켓이라는 세계적인 휴양지에 간다는 것이 내 여행과는 별로 맞지 않다고 여겼다.
근데 푸켓에 가기로 했다.
이유는... 끄라비에서 방콕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가 너무나 싫다는 것 -_-;;
방콕- 끄라비- 피피섬에서 다시 끄라비를 통해 방콕을 가기 보다는
차라리 푸켓을 통해 방콕을 가는게 더 여행자적인 측면에서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하다.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예쁘면 그렇게 이름이 났을까?
길거리에 깔려있을 신혼부부가 눈꼴시리면 어쩌지? 고민 하는 한편...
뭐 돌 한번 던져주고 말지 --+ 맘 착하게 먹고 푸켓을 가기로 했다.
(다행히 푸켓에는 눈에 띄는 Just married 커플은 별로 없었다 ㅎㅎ)
피피섬의 마지막 날이자 푸켓을 향해 출발하는 날.
여행기에는 쓰지 않았지만, 어제 저녁에 전망대를 올라갔다 오느라 -_-;;
아침에 일어나니 다리가 쑤시고 허리가 아프다.
전망대가 어찌나 가파른지, 그리고 거짓전망대가 어찌나 많던지..
이리가도 전망대 저리가도 전망대, 속아서 가다보면 음료수 파는 곳..
한참 올라가도 보이지 않고....
그래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날 사로잡은 피피섬의 )( 모양이 잘 보이더라.
쓰나미를 생각하면 산 가까이에 있는 숙소에 묵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잘록한 허리 부분에 유명한 리조트니, 호텔이 몰려 있긴 한데.
해일 한번 치면 저기부터 쓸겠더라고.. -_-;;
또 아침을 뽀대게 먹었다.
푸켓은 휴양지니까 밥값이 비쌀거라는 생각을 하고, 또 배도 타니깐,
끄라비때와는 달리 공수해가는 식량도 없으니깐..
최대한 뱃 속을 채워 가야 한다.
오늘은 천천히 먹는다. 하나씩 다 먹어봐야돼.. 하는 신념으로다가 ㅎㅎ
피피섬을 떠난다.
쬐금 아쉬우면서도 시원하기도 하다.
섬이란게 그런것같다. 사실 한 곳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육지랑 다를바가 없는데도 왠지 답답하다.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자꾸 자꾸 든다.
피피섬을 떠나 푸켓으로 가는 배에 탄다.
끄라비에서 올때 다짐한것처럼 나도 답답한 선실이 아닌 갑판위에 앉는다.
이미 거무튀튀하게 태운 서양남/녀 여행자들이 벗고 누워있다..
나도 그 사이에 끼어서, 배 밖으로 발을 내밀고 앉는다.
다만, 엊그제 스노쿨링 하면서 화상입는데가 너무너무너무 아파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서
최대한 나를 가렸다, 햇볕으로부터...
그래서 나온 복장이 이거 -_- 산에 다니는 아주머니들처럼 완전무장!
켈켈켈...
난 야쿠르트 아줌마처럼 하고 있지만,
우리 서양남/녀 여행자들은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태닝 완전작살나게 한다!
지글지글지글... 살 굽는 냄새 -_-;;
신기한게 바다는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같은 바다인데도, 배가 바닷물을 가르면서 내는 하얀 파도의 포말..
그리고 바다끝이 그려내는 수평선은,
왠지 저 끝엔 뭐가 있을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부추긴다.
그래서 내가 늘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그리워하는 걸까?
그곳엔... 왠지 하루에 8번 밥 먹는 나라가 있을 것 같애.... ㅠ
파라다이스? 뭐 그런거? ㅎㅎㅎ
저 멀리 드디어 육지가 보인다.
휴양지라매, 휴양지 같지는 않고 뭔 공장같은 안 이쁜 건물들이 있는 곳에
배가 푸더덕 엔진을 끄고 정박한다.
뭐야? 이게 푸켓이야?????
배낭을 들쳐매고 내리니 픽업나온 차와 사람들이 북적인다.
피피섬에서는 픽업을 리어카로 하더니 ㅋ
여기는 자동차랑, 미니버스, 오토바이 등등 다양하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여행자들이 손목에 찍은 뭐 스탬프같은걸 보여주고
표를 보여주고 하나씩 둘씩 다들 픽업나온 사람들을 따라 떠난다.
아.. 다들 미리 잘 곳을 예약을 했구나..
나는 어디로 가지? -_-
푸켓을 가자!!!!!!!! 고만 했지.... 푸켓 어디를 가서 묵을까?
는 생각을 안 했구나...ㅠ
나무그늘을 찾아서 짐을내려놓고 앉아 그제서야 헬로태국을 뒤적인다..뒤적뒤적..
푸켓타운이 있네?
음.. 비취가 여러개라고?
음... 빠통비취가 젤 크다고?
음.. 그럼 빠통비취를 가지 뭐~ ^o^~
단순하다 -_-;;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 보니 벌써 차랑 사람들이 거의 빠졌다.
어떻게 한담?
그 때 어떤 아저씨가 나한테 말을 건다. 어디가냐고 묻는다.
빠통 비취.
태워다 준단다. 단돈 80바트에...
흥정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그냥 오케이 한다.
일요일이었고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명절기간이었고
아저씨가 안경을 끼고 빨간 조끼를 입었는데 참 순박해 보였다.
명절인데 돈 조금이라도 벌어보자고 오토바이 끌고 나오신것 같아서.
흥정 포기.
내 배낭을 아저씨 오토바이 다리사이의 앞칸에 싣고
난 아저씨 뒤에 타고 출발! 따라따라따라라!!! 오빠 달려어어어어~~~~
푸다다다다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길가에 핀 꽃과 파란 하늘.
태국은 언제나 화창한 여름 날 같다. 어느 곳엘 가도..
비 오고 천둥번개 치던 깐차나부리 빼고 -_-;;
아저씨 등뒤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
에어컨 빵빵한 자동차 하나 부럽지 않다는 거 ㅋ
푸켓의 선착장에서 빠통비취까지는 가깝지 않다. 오토바이 타고 근 이삼십분 정도 달린것 같은데, 이게 정말 멋지다.
오오오..
내가 지나온 마을이 이제 눈아래로 저 아래로 보인다...
갑자기 삐뽀 삐뽀 소리가 요란하다 했더니..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앰뷸런스 한대 -_-
조심해야 한다... ㄷㄷㄷㄷ
우왕~ 내리막길이다~ 꺄아아악...
나처럼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강추하는 오토바이로 빠통비취가기!
저 멀리 바다 보이는가?
하늘과 맞닿은 바다.. 저 수평선.
가슴이 설레인다..
다시 오르막길.... ㅎㅎ
그리고 급커브에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가까워진다...
눈에 잡힐 듯이 보이는 바다와 예쁜 집들.
가슴이 터질것 같애~
우리 아저씨는 안전운전하시느라고 조심히 가시고
뒤에서 꺅 꺅 소리 한번 날때마다 속도 줄이시고 ㅋㅋ
완전 맘에 든다~
오토바이나 자전거의 장점은 내가 보는 풍경이 자동차 창밖으로 보는것보다 더 생생하고 살아 있다는 것인데,
점점 오르막길에 올라갈수록, 저 밑으로 보이는 바다와 또 마을들이 이루는 경치가 장관이고
그리고 빠통 비취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되서 막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거다.
드디어 푸켓의 꽃, 빠통 비취이다...!
태국의 휴양지가 늘 그렇듯, 내가 도착한 날에 축제가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다.
한참 털털 거리고 가다가 오토바이 아저씨가 어디에서 묵을 거냐고 물으신다. 예상 질문이다 ㅎㅎ
아까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열심히 준비한 답변을 댔다.
T-terrace. 티 테라스.
헬로태국에서 강추로 나왔던 곳이다.
지도까지 보여주면서 여길 가고 싶다고 했는데 아저씨가 어딘지 모르신단다 -_-
아무래도 평소엔 다른일 하시다가 오늘 하루 알바뛰시는게 분명.. ㅎㅎ
아저씨가 멋쩍어 하면서 잠깐 나더러 기다리라 하시곤,
길거리에 있는 으리한 호텔에 뛰어들어가신다.
프론트에 내 가이드북의 지도를 가리키며 어디냐고 물으시는 눈치.
그리곤 다시 후다닥 나오셔서 어딘지 아셨다면서 출발~
그리고 티 테라스 앞 골목에 날 내려주신다. ^^
약속했던 돈을 드리고 안전한 운행과 스릴만점 오토바이 여행에 감사드리고
바이바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십밧정도 더 드려도 상관없을것 같은데,
명절에다가 일욜에다가 등등등..
그 때는 이십밧이면 로띠가 한장이다 -_- 뭐 그런 써바이벌마인드로 살았던 지라 잔돈 이십밧 챙겨서 넣었다.
티 테라스는 정말 좋았다. 시원한 타일 바닥에, 깨끗한 시트며...
정말 대형싸이즈의 냉장고, 화장대에, 평면 TV까지.
TV를 켜니까, 뭐 위성 TV인지 KBS 익숙한 프로그램이 나온다 ㅋ
전국~ 노래자랑~!! 따라라라따따 따따~ 따라라따 따따 따따~ 딩동댕 동!
ㅋㅋㅋㅋ
일욜날 오후에 우리 송해 아저씨 얼굴을 태국 푸켓에서 보고 있자니
어찌나 반갑던지...
티 테라스는 좋은 숙소다. 프론트 엄청 친절하고, 세이프티 박스도 있고
나갔다 돌아오면 시트랑 타월이랑 다 갈아놓고 청소도 다 해두고.
근데 너무 커서 -_- 나처럼 혼자 온 여자 자기는 쪼끔... 부담스럽다.
피피호텔에서도 친구 생각은 별로 안 났는데, 티 테라스에서 잘 때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 몽땅 데려와서 여기서 엠티하면 좋겠다 생각들만큼
넓찍하고 썰렁하고... ㅎㅎ
약간 흔들린 티 테라스의 침대 컷이랄까? 옆에 옷걸이대도 있다.
짐을 풀고, 아까 오토바이 타고 오면서 봤던 스타벅스가 있던 쇼핑몰엘 가보았따.
신기한게 그 쇼핑몰에 크게 울려퍼지는 건... 휘성의 목소리 -_-
정말 한류하더니.. 내가 서울에 있는 건지, 태국에 있는 건지.
내내 한국가수들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풍겨서.. ㅋ
장식품으로 보물상자가 놓여져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 한번씩 만져보고 넘후 좋아한다~
울 애기 포동포동한 애기 엄청 좋아한다^^*
쇼핑 몰 안쪽에는 분수대도 크게있고, 까르푸같은 매장도 있고.
데어리 퀸 같은 아이스크림 가게랑 패스트 푸드점도 있고 그래서
간단히 한끼를 먹었다.
푸켓이지만 여행자만큼 현지인들도 많은 모습~
그리고 천천히 빠통비취의 지리 탐색에 나선다.
해변가의 저 여유로운 모습. 해양스포츠가 많다더니 정말이다.
여기저기 보트, 바나나보트에 패러글라이딩까지..
물은 보면 알겠지만 피피섬처럼 맑고 예쁘진 않다.
아..나도 저런 의자에 앉아서 하루종일 바다나 질리게 바라보면서
책이나 읽고 놀아야겠다...
바닷물에 몸 담구는건, 화상입은 자리 무서워서 못하겠고 ㅠ
투어도 별 관심 없다.
그냥 푸켓그림의 일부가 되어 놀란다~ 에헤라 디야~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사람들이 떠 있고~ (응?) ㅋㅋ
나른하고 여유로운 한낮의 푸켓.
빠통 비취의 해마모양의 상은 내가 외국에 와 있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하고.
거리의 야자수와... 관광객들.
바닷가에서 받는 마사지와 살랑이는 바닷바람.
(말은 좋아도 저 돗자리에 모래가 다 들어와있고, 저기 누워서
끈적이는 내 몸에 다른 사람 손길 닿는다는게 싫어서 -_-
한번도 받아본적은 없다..
다행이 티 테라스 바로 앞에 괜찮은 마사지집이 있어서 단골로 지정! ㅋ )
푸켓은 돈이 많아야 ㅡ,.ㅡ 이용하기 더 좋을것 같다.
나야 이번엔 혼자 조용히 머리 식히고 오는 배낭여행자 모드였지만,
다음번엔 동행과 같이 좋은 리조트에서, 좋은 스파에서 마사지 받으면서
맛있는 해산물요리 실컷 먹으면서 럭셔리하게 쉬는것도 좋을것 같애.
물론 돈.. 돈이 있어야겠지만 말이지만.
그래서 신혼부부들이 푸켓을 좋아하나 싶기도 하다.
무에타이 도장~
구경꾼도 스파링상대도 다 서양남이라서 신기해서 찍었지만 흔들림 -_-;
할일 없이 좀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진다.
시장 구경도 하고, 상점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해변가에 앉아서 바다도 보고...
휴식의 푸켓.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는 양 해안가로는 방갈로와 독채 리조트들이
이루는 불빛들이 하나씩 들어서고...
길거리에는 왠 폭주족들이 -_-
무슨 날이냐고오오오..
서양인 현지인 할 것 없이 오토바이를 탄 행렬이 멈추지 않고
거의 십분 이상을 저렇게 줄을 이어 부다다다다다 시끄럽게...
그리고...
내 이번 태국여행에서 건졌던 사진 중에 젤 잘 나온것.
모두 DSLR로 찍은 거냐고 그러던 ㅡ,.ㅡ
뭐 내 쿨이오의 발악이랄까?
나도 사진 찍을 수 있다규우우우!!!!
해지는 푸켓.
내일도 다를바 없다. 첨엔 투어라도 해볼까 했는데,
삭신도 쑤시고 -_-;
사람들 만나서 잠깐 대화하고 헤어지는 커피숍 이상의 시간을 나누는것도 귀찮고.
무엇보다 내가 태국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려고 했던 것들에 대한,
내 인생의 꿈과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응?)
-_-;;; 그건 아니고,
내 인생의 꿈에 대해서 생각을 곰곰히 해보고 싶다.
인생에서 필요한게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사다리 하나는 망원경.
가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넓은 세상에서 다른 세상에서 내 위치를 바라보면 (망원경으로)
내가 처한 현실과 위치가 좀 더 객관적으로 뚜렷하게 보일수도 있다는 거..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산다.
어릴 땐 누구나 꿈이 있다.
나도 꿈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하지만 그 꿈이 언제부턴지 새벽녘의 별처럼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꿈이 일기장용 꿈으로 남아버리는게 아닐까 두려워졌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이게 아닌데..
어느날 사무실에서 고개를 들어 내 자리를 바라보니,
작은 큐비클에 갇혀 컴터 화면을 보고 하루종일 앉아 있는 내가
너무나 낯설었다.
이게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확신이 물밀듯이 닥쳤다.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게 뭘까.. 생각을 하다가,
몇 년뒤로 미뤄놨던 그것이 자꾸 내 가슴속에 밀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일찍 시작하자,
나중에는 시작할 용기가 없을지도 몰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을 때 시작하자.
보험드는 삶은 그만 살자.
가슴속에 불꽃을 잃고 사그라지는 꿈에게 다시 불을 지핀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요동쳤다.
얼마나 떨리던지, 저녁을 먹으려고 차려놨던 밥상을 손이 떨려
제대로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직장을 관뒀다.
태국행 항공권을 하루만에 끊고,
태국에 왔다.
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사람들은
' 나도 한 때는 그런 꿈을 가졌었지.. '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꿈을 결국 이룬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할 뻔 했던 거랑, 한 거랑은 천지 차이라는 거.
내 가슴속의 꿈을 용기내어서 말할 때마다,
별거 아니라는 듯, 나도 곧 포기하고 그들처럼 잊게 될 거라는 듯
' 나도 한 때는.. ' 이라는 단어로 말을 시작하는 그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꿈이라는게 운좋고 부모 잘만나 빽있어야 이루는게 아니라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가장 중요한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꿈을 '한때 가지고 있던 그런 꿈'으로 만드는 건
주위의 환경이 아니라 본인의 탓이 가장 크다는 것.
태국에 와서 일기를 엄청나게 많이 썼다.
동행이 없으니, 그날있던 일들, 웃긴것들 기억하고픈것들을
일기에다가 털어 놓는다.
그리고 나와의 솔직한 대화,
이국에서 홀로 낯선 방에 누워, 새벽을 넘겨가며 쓰는 일기속에는
내가 나를 속일 수 없는 삶의 정수가 깊히 드러나고.
언제나 귀에는 음악 듣는 이어폰이
눈은 컴터 화면이나 신문, 책을 보고
생각은 늘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던
그 모든 것이 침묵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피해만 왔던
깊은 내 자신과의 대면이 그렇게 태국에서 이뤄졌다.
*
바다를 보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음..
열려 있는 가능성 같다고나 할까?
왠지 바다를 보고 있으면... 안될것은 없을것 같다. ㅎㅎ
수영은 안되는데 줵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