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여행일기-카오산의 아침식사
내가 카오산에서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것은
노점에서 파는 35밧짜리 뮤즐리이다.
2~3년 전만 해도
카오산에서 내가 즐겨먹던 아침 메뉴는
20밧짜리 죽이었다.
전날 과음을 하고 난 뒤의 쓰린 속을 달래기에
쌀로 만든 죽은 최고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2년 전,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여
10여 키로의 체중 감량에 성공한 뒤부터
나의 입맛은 180도 변해버렸고,
그 변해버린 입맛이 찾아낸
새로운 아침 메뉴가 뮤즐리인 것이다.
바나나, 수박, 파인애플, 파파야 등
4~5종류의 과일에 요구르트를 끼얹어내는
이 서양식 아침식사는,
1년 전부터 람부뜨리 거리의
과일 쉐이크 노점에서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때그때 과일을 잘라서 만들어서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맛은 신선했는데,
요즈은 미리 잘라놓은 과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신선도가 약간 떨어진다.
물론 노점 말고도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도
뮤즐리를 먹을 수 있지만,
내가 주로 노점의 뮤즐리를 즐기는 것은
바로 카오산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자의 고향과도 같은 카오산에서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한 끼를 때우는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처럼,
뭔가 새로운 것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손에는 먹을 것을 든 채,
눈은 쉴새없이 좌우를 살피며,
그렇게 거리를 쏘다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