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여행일기-푸켓에 가면 돼지갈비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 음식은
숯불에 구운 닭고기(또는 돼지고기)+쏨땀+찹쌀밥이다.
태국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3종 세트는 이싼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숯불요리는 본디 우리가 원조이므로
더 이상 말할 게 없고,
쏨땀은 태국식 김치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며,
찹쌀밥은 인도형 쌀에 비해 찰기가 있어서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숯불구이+쏨땀은 술안주로도 일품인데
여기에 찹쌀밥이 더해지면 한 끼 식사로 안성맞춤.
숯불구이는 주로 닭고기가 차지하지만
돼지고기나 다른 꼬치류와 함께 먹어도 손색이 없다.
어떤 집은 숯불에 굽지 않고 오븐에 구워서
기름기가 쪽 빠진 닭고기를 내놓기도 한다.
채 썬 생 파파야에 땅콩과 말린 새우, 액젓을 넣은 후
절구에 찧어서 만드는 쏨땀은
쏨땀 타이와 쏨땀 타이 싸이 뿌가 있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쏨땀 타이가 맞는 편이다.
쏨땀 타이 싸이 뿌는 약간 비릿하여
비위에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의 수레에서 숯불에 꼬치를 굽고 있거나
절구에 뭔가를 넣고서 콩콩 찧고 있으면
틀림없이 위 3종 세트를 파는 곳이다.
한국에 있을 때 내게 태국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유일한 음식이 바로 이 3종 세트이다.
이 3종 세트만 떠올리면
태국 향수병에 몸살을 앓는다.
다른 건 다 한국에서 먹을 수 없지만
쏨땀만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향수병을 달래는 것도 음식이지만
향수병을 일으키는 것도 음식인 모양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푸켓 타운에 돼지갈비를 맛나게 하는 집이 있다는 게
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돼지갈비를 한다면 분명 쏨땀이 있을 것이고
그럼 3종 세트를 맛볼 수 있는 집인 것이다.
하지만 그 집이 어디에 있는지
상호는 무엇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번 여행에서
푸켓타운은 전혀 계획에 없던 곳이었으므로.
그러나 여행에서는 내일을 예측할 수가 없다.
2008년 1월 2일 저녁,
나는 푸켓타운의 크리스탈 인 로비에 있었다.
그리고 리셉션의 예쁘장한 아가씨에게
다짜고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씨콩무(태국어로 ‘돼지갈비’)! 쏨땀!”
나의 도발적 행동에 잠시 경계하던 아가씨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 짠펜! 란 쏨땀!”
그리고는 메모지에 태국어로 상호를 적어주었다.
나는 밖으로 나와 뚝뚝을 잡아타고
그 메모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1분 후, 나는 짠펜에 앉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푸켓타운에 이틀 있는 동안
이 집을 두 번이나 갔다.
매일 밤마다 간 것이다.
소문대로 돼지갈비는 고소하니 맛있었다.
돼지고기 구이도 부들부들한 게 괜찮았다.
그러나 삼겹살과 닭고기는 그저 그랬다.
그 이유는 돼지갈비와 돼지고기 구이는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구워서 주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맛은 뛰어났다.
그런데 삼겹살과 닭고기는
미리 조리되어 있는 것을 주어서
약간 맛이 떨어졌다.
이 집의 쏨땀은 독특했다.
다른 곳에서 먹던 쏨땀보다
생김새는 하얗지만 맛은 매콤했다.
내 기준으로 80점 정도 되었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입구에 한국어 간판이 있고
한쪽 벽에는 한국어 메뉴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식당의 분위기 자체는 그리 깔끔한 편은 아니다.
다만, 푸켓타운에서 저녁에 식사하면서
술 한잔할 데가 마땅찮다는 걸 생각한다면
추천할만한 곳이다.
물론, 3종 세트 매니아라면 필수 방문코스이다.
푸켓타운 중심가가 그리 넓지 않으므로
웬만한 곳에서 도보로 15~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초행이면 헤맬 수가 있으므로
뚝뚝을 타는 게 좋다.
뚝뚝은 1인당 30밧인데
여럿이면 100밧 정도에 흥정하는 게 좋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리에 앉으면 메뉴와 함께 물수건을 주는데,
이 물수건은 공짜가 아니라
나중에 10밧을 청구한다.
고로 10밧이 아쉬운 사람은
화장실 입구에 있는 세면대를 이용하면 된다.
뚝뚝기사 중에는 '짠펜'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란 쏨땀'이라고 해야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
삼겹살구이... 식어서 맛은 별로였다...
쏨땀... 허옇지만 독특한 맛이었다...
돼지갈비... 강추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