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여행일기-푸켓에 가면 돼지갈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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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여행일기-푸켓에 가면 돼지갈비를...

필리핀 8 5528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 음식은

숯불에 구운 닭고기(또는 돼지고기)+쏨땀+찹쌀밥이다.

태국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3종 세트는 이싼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숯불요리는 본디 우리가 원조이므로

더 이상 말할 게 없고,

쏨땀은 태국식 김치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며,

찹쌀밥은 인도형 쌀에 비해 찰기가 있어서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숯불구이+쏨땀은 술안주로도 일품인데

여기에 찹쌀밥이 더해지면 한 끼 식사로 안성맞춤.


숯불구이는 주로 닭고기가 차지하지만

돼지고기나 다른 꼬치류와 함께 먹어도 손색이 없다.

어떤 집은 숯불에 굽지 않고 오븐에 구워서

기름기가 쪽 빠진 닭고기를 내놓기도 한다.


채 썬 생 파파야에 땅콩과 말린 새우, 액젓을 넣은 후

절구에 찧어서 만드는 쏨땀은

쏨땀 타이와 쏨땀 타이 싸이 뿌가 있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쏨땀 타이가 맞는 편이다.

쏨땀 타이 싸이 뿌는 약간 비릿하여

비위에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의 수레에서 숯불에 꼬치를 굽고 있거나

절구에 뭔가를 넣고서 콩콩 찧고 있으면

틀림없이 위 3종 세트를 파는 곳이다.


한국에 있을 때 내게 태국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유일한 음식이 바로 이 3종 세트이다.

이 3종 세트만 떠올리면

태국 향수병에 몸살을 앓는다.

다른 건 다 한국에서 먹을 수 없지만

쏨땀만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향수병을 달래는 것도 음식이지만

향수병을 일으키는 것도 음식인 모양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푸켓 타운에 돼지갈비를 맛나게 하는 집이 있다는 게

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돼지갈비를 한다면 분명 쏨땀이 있을 것이고

그럼 3종 세트를 맛볼 수 있는 집인 것이다.


하지만 그 집이 어디에 있는지

상호는 무엇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번 여행에서

푸켓타운은 전혀 계획에 없던 곳이었으므로.


그러나 여행에서는 내일을 예측할 수가 없다.

2008년 1월 2일 저녁,

나는 푸켓타운의 크리스탈 인 로비에 있었다.

그리고 리셉션의 예쁘장한 아가씨에게

다짜고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씨콩무(태국어로 ‘돼지갈비’)! 쏨땀!”

나의 도발적 행동에 잠시 경계하던 아가씨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 짠펜! 란 쏨땀!”

그리고는 메모지에 태국어로 상호를 적어주었다.

나는 밖으로 나와 뚝뚝을 잡아타고

그 메모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1분 후, 나는 짠펜에 앉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푸켓타운에 이틀 있는 동안

이 집을 두 번이나 갔다.

매일 밤마다 간 것이다.

소문대로 돼지갈비는 고소하니 맛있었다.

돼지고기 구이도 부들부들한 게 괜찮았다.

그러나 삼겹살과 닭고기는 그저 그랬다.

그 이유는 돼지갈비와 돼지고기 구이는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구워서 주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맛은 뛰어났다.

그런데 삼겹살과 닭고기는

미리 조리되어 있는 것을 주어서

약간 맛이 떨어졌다.


이 집의 쏨땀은 독특했다.

다른 곳에서 먹던 쏨땀보다

생김새는 하얗지만 맛은 매콤했다.

내 기준으로 80점 정도 되었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입구에 한국어 간판이 있고

한쪽 벽에는 한국어 메뉴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식당의 분위기 자체는 그리 깔끔한 편은 아니다.

다만, 푸켓타운에서 저녁에 식사하면서

술 한잔할 데가 마땅찮다는 걸 생각한다면

추천할만한 곳이다.

물론, 3종 세트 매니아라면 필수 방문코스이다.


푸켓타운 중심가가 그리 넓지 않으므로

웬만한 곳에서 도보로 15~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초행이면 헤맬 수가 있으므로

뚝뚝을 타는 게 좋다.

뚝뚝은 1인당 30밧인데

여럿이면 100밧 정도에 흥정하는 게 좋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리에 앉으면 메뉴와 함께 물수건을 주는데,

이 물수건은 공짜가 아니라

나중에 10밧을 청구한다.

고로 10밧이 아쉬운 사람은

화장실 입구에 있는 세면대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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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기사 중에는 '짠펜'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란 쏨땀'이라고 해야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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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구이... 식어서 맛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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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땀... 허옇지만 독특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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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 강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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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구이... 역시 강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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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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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어 있는 한글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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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뉴도 준다...



8 Comments
오소리 2008.01.15 15:42  
  푸켓타운에 있는 란짠펜 유명한집이지요..현지인들도 많이오고요..바미국수집에서도 가까운데..먹고잡다
DiveAsia 2008.01.15 16:47  
  푸켓에서 가장 잘 알려진 현지식당인거 같네요. 저도 1주일에 1번정도는 갑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대놓고 바가지를 씌우는 건 좀 아쉬운 일입니다만.. 푸켓에 있는 무양집을 수없이 가봤지만, 저곳처럼 맛있는 곳이 없어서 자주 가게 된다는 아쉬움이.. 태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과 가격 틀립니다. 항의해도 그래도 사람들 오는데 안바꾼다라는 대답만 하는 집이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흑흑.. 란짠펜.. 먹으러 가야지.. ㅡ.ㅡ;;
필리핀 2008.01.15 20:22  
  이중가격제라... 괘씸하군요...
정이 딱 떨어지네요...
lakill 2008.01.17 00:38  
  저도 제일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저는 워낙 이싼 지방에서만 살았던 사람이라… 심심하면 밥 대신 먹었습니다. 참 그립네요^^
시골길 2008.01.17 15:54  
  우짠지 조금 가격이 세더니...이중가격이라..
아부지 2008.01.17 21:31  
  그쵸..저기 씨콩무 못잊겠다는..아흑..먹고잡다..ㅠ.ㅜ 근데 단쌤이신가여? ㅋ
제왕들의책사 2008.02.26 21:36  
  ㅎㅎ 여기 정말 맜있죠.....허나 가격이 이중이죠...ㅋㅋ 꼬우면 오지 말라는 배짱이죠.......ㅠㅠ
그래도 그립네요...........ㅡㅡ;;
Cathy 2008.03.04 02:33  
  한국인에게만 바가지??
정이 똑 떨어집니다
잘 가주면 더 잘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말 괘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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