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여행일기-담백한 그 맛, 치킨라이스
치킨라이스는 싱가폴에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싱가폴에서 치킨라이스가 얼마나 유명한 음식인가 하면
‘치킨라이스’라는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이다.
(참고로 태국에서는 ‘똠 얌 꿍’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동네마다 치킨라이스 전문점이 한두 집은 꼭 있는데,
아마 싱가폴 국민들은 하루 3끼 중
1끼는 치킨라이스를 먹지 않을까 싶다.
치킨라이스는 뜨끈뜨끈한 밥 위에
푹 삶아서 기름기를 쫙 뺀 닭고기를 몇 점 얹어서
닭 삶은 국물과 함께 주는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음식이다.
그러나 닭을 얼마나 제대로 삶느냐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다.
잘 삶아진 닭고기는 입에 들어가면
씹을 사이도 없이 스르르 녹아버린다.
그리고 밥도 그냥 막하는 게 아니라
닭 삶은 물로 지어서 구수하고 고슬고슬하다.
싱가폴에서 3개월 동안 체류하는 동안
수십 그릇의 치킨라이스를 먹었던 것 같다.
치킨라이스 전문점을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치킨라이스는 내 입맛에 잘 맞았고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런 치킨라이스를 태국의 카오산에서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싱가폴에서와 똑같은 맛인데다가
가격은 더 저렴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족발덮밥에 환호하는 동안
나는 이 태국식 치킨라이스에 환호했다.
이번 여행에서 어쩌다보니 1월 1일에
푸켓 땅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숙소 예약도 안 해 놓고 빠똥비치에 도착한 게 밤 8시!
그때부터 방 구하기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10시 무렵에야 갓 개업한 호텔에
딱 하나 남은 방을 겨우 차지할 수 있었다.
다음 날, 평소의 3배에 달하는 빠똥비치의 숙소 요금에 질려
부랴부랴 푸켓타운으로 숙소를 옮긴 후,
리셉션의 아가씨에게 괜찮은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그 아가씨가 소개해준 식당이 바로 치킨라이스 전문점이었다.
푸켓 크리스탈 인 옆에 위치한 이 치킨라이스 전문점은
내가 경험한 태국의 그 어느 식당보다
위생 상태나 서비스 상태가 좋았다.
외양은 그저 그런 수준의 동네 식당처럼 보이지만,
식당 안으로 딱 들어섰을 때
아! 이 집 음식 제대로 하는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오랜 전통과 주인장의 장인 의식에서 비롯된
포스가 곳곳에서 풍기고 있었다.
이 집의 치킨라이스는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치킨라이스보다
아주 각별한 맛을 선사했다.
맛깔스런 밥은 혀 위를 구르는 듯 했고
껍질을 발라낸 고기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웠다.
백문이 불여일식!
푸켓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먹어보기를 권한다.
치킨라이스 1그릇 35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