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딪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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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간의 동남아시아 여행> (2) 부딪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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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모토는 도망치지 말고 당당하게 부딪치기로 정했습니다.

사실 여행을 떠났던 건 그냥 마음을 좀 가다듬고 싶었기 때문이고, 못 본 곳들이 그리웠기 때문이지만,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면서 '부딪쳐 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제가 사람 대하고 뭔가 요구하거나 부탁하는 데에 약한 건 사실입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왜 하고 싶은 말을 못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었습니다. 좋은 얼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건데. 스스로 나서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도 있는 건데. 제 인생은 그렇게 수동적이었던 걸까요?

아주 옛날 일이지만, C와 함께 학관 스파게티 집에 갔던 일도 떠올랐습니다. 만들어 둔지 좀 된 듯한, 갯수를 잘못 세어서 만들어 놓고 하나 남았거나 한 걸 내온 듯한 크림 스파게티를 받았을 때, 이게 뭐지 싶었으면서도 그냥 들고 온 적이 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C에게 불평을 하며 보여주자, C가 나서서 "이건 말도 안 되지"하며 바꾸러 갔었는데, 그 때 절 보던 알바생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건 '왜 받을 때 얘기하지 않고, 왜 남자 뒤에 숨어서 이야기하느냐'는 비난이었습니다. 그때 사실 저 자신도 내가 아주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몇 년도 더 된 일인데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아마 그 때 자책이 컸나 봅니다.

아무튼 그래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노트에 적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당당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책임질 것을 책임지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하기. 남의 뒤에 숨지 말기. 비겁해지지 말기.

그래서 해 냈느냐고요? 처음엔 좀 그랬던 것 같은데 글쎄요. ㅎㅎ












구이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운이 좋아서 비행기를 엄청 싸게 끊었습니다. :)
1월 7일.

1 Comments
시골길 2008.01.30 22:05  
  오헛...여자분이시군요..중국에 체류중이신... 다음글이 기대 됩니다..^^[[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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