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 [여행의 정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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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여행의 정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톨제이 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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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어제 글을 쓰고 돌아다니느라 잠을 좀 늦게 잤더니,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체크아웃을 좀 늦게 하게 됐는데,

키 디파짓이 150밧 추가 되었다.

몰랐건만..

눈물을 닦고서 다른 숙소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어제 돌아다니면서 숙소를 다 간파했기 때문에,

숙소를 찾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웬만한 숙소는 죄다 풀이었다.

숙소를 다니다가 역시 긴바지에 운동화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지나가던 길에 쪼리를 살까하다가 샌들을 샀다.

쪼리는 55밧, 샌들은 200밧이었다.

왠지 덤탱이 쓰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싼 가격이니까 하면서 그냥 샌들을 샀다.

이제 운동화라는 짐이 하나 늘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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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던 숙소가 있어서 들어갔다.

람부뜨리 빌리지.

정원이 있고, 그 주위에 있을 건 다 있었고, 스위밍풀도 있었다.

여기로 가야겠다 싶어서 바로 겨우겨우 방을 잡았다.

슈퍼리얼 싱글룸인데, 이것도 역시 그냥 싱글룸이 풀이라서였다.

그래서 지출한 돈이 580밧,

숙소를 잡으면서 느낀건데,

그냥 겟하우나 맨션이나 호텔이나

모두 다 그 앞에 가격표가 붙어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자신 있게 들어 갈텐데...

어제와는 달리 핫워터, 에어컨디셔너가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에어콘 리모콘을 찾았는데,

당최 안 보이는 거라,

밖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도 와서 켜주었다.

알고 보니 에어콘 바로 옆에 전원이 있었다.

..................

샤워를 하고 밖을 나갈 준비를 하는데,

아이팟 나노가 안 보인다.

짐을 다 뒤졌는데도 안 보여서, 아.....잃어버렸구나 싶어서,

허탈해했다가, 포기하자라고 하기엔..

아까 이어폰도 290밧이나 주고 샀는데..

그래서 혹시해서 그 전 숙소로 가서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잃어버렸다고,

혹시 봤냐고 물으니,

한번 방에 올라가보라고 했다.

역시나 방에 없었다.

그래서 허탈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웬 청소부 아주머니가 나를 불렀다.

내가 다가가자, 아이팟 나노가 니꺼냐고 물었다.

맞다.

블랙, 실리콘, 좀 지저분한 아이팟.

노래목록도..

그래서 쌩큐쌩큐를 연발하며 합장까지 하면서 내려왔다.

그렇게 그곳을 빠져나와서는,

아...팁이라도 줘야했나..

나는 이상하게 팁에 인색한 건 아닌데.

팁을 대체 어느 정도 줘야할 지 몰라서,

주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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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을 펴봤다.

카오산 주변에는 사원이나 박물관, 왕궁이 있었다.

제일 처음으로 들린 곳이 박물관이었다.

안은 어차피 우리나라 박물관이랑 비슷하겠지, 생각하고 나왔다.

주위 건물들이 너무나도 예뻤다.

물론 그 이후에는 그 양식이 질릴 정도로 뻔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비해서,

그냥 이 곳에서 영화를 찍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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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 갔다.

이런저런 불경 외는 소리와 새의 지저귐과 도시의 소음,

그리고 바람소리가 함께 어울리는 것이 처음 듣는 느낌이다.

신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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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행해서는

가이드북에 끌려다니는 여행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과감히 가이드북과 지도를 가방안에 넣었다.

그냥 무작정 걸어다녔다.

끌리는 대로.

공원.

시장.

판자촌.

강.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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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어주니 좋아하는 아이들.

사진기를 들어 아이들을 찍는데, 한 아이와 마주쳤다.

갑자기 웃으면서 달려왔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주고 보여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이왕이면 사진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질 못하니..

다만 꼭 나중엔 폴라로이드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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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이나 시내 쪽 사람들과는 달리,

시장이나 근처 마을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면 내게 환한 미소를 주었다.

한참을 걸어서 피곤했는데,

그들의 미소를 볼 때마다 피곤함이 싹 씻은 듯 없어졌다.

오늘은 마사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조차 없을 것만 같았다.

꽤나 멀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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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기로 했다.

5시쯤.

돌아가기 시작하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택시와 툭툭과 마사지의 유혹이 계속 되었으나 꾹 참고.

주위를 최대한 둘러보며 갔다.

거기까지 물 다섯병 세병은 마시고 두병은 머리에 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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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서 다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세탁을 맡길까하다가.

나중에 한번에 맡겨야지 싶어서.

그냥 뒀다.


샤워를 하고나서 머리를 보는데.

너무 덥기도 하고 해서 자르고 싶어졌다.

그래서 머리도 자르고 맥주도 마시고 들어와야지 해서.

머리를 자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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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타이스타일로 잘라달라고 했다.

왓왓하길래, 나는 그냥 무작정 타이스타일로 잘라달라고 했다.

나도 이제 타이스타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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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기위해.

거리를 돌아다녔다.

자리가 꽉꽉들어차있었다.

혼자 앉기가 무안했다.

남들 사이에 끼자니 또 영어가 안되는 걸 어떡해 시퐁.

그러다 숙소로 돌아가야지 싶어서,

돌아오는데,

한국 사람이나 찾아봐라 하는 언니의 말이 들렸다.

언니와 동생 같았다.

바로 뒤돌아서 한국 쏴람이에요.

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쑥스럽고, 부끄럽고,

아, 어서 말을 걸어!!!

했지만, 그들은 이미 사라졌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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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로 앞의 인터넷카페를 갔는데

메신져를 까는 것만해도 1시간.

아니 미쳤나.

해서 전송속도를 봤더니 3k

.............

모뎀도 아니고...

어제 그곳은 그래도 할만했는데.

여긴 진짜 못해먹겠다 싶어서.

그냥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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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배가 고파져서.

볶음밥을 먹으러 갔다.

파인애플 치킨 볶음밥.

파인애플이 은근 맛있어서,

파인애플이 들어간 밥을 자꾸 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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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도 먹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다 먹지 못할 것 같아서 시키지 않았다.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인처럼 보이는 여자 분이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다가와서는,

공항버스에 관한 것들을 물었다.

내가 알 턱이 있나.

난 잘 모르겠다고 하고

저기 동대문 아저씨께 여쭤보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 쪽으로 가서 이것저것 묻더니 웃는 얼굴로 나갔다.

다행히도 해결했나보다.

아 정말 알고 있었으면, 직접 나가서 해결해줄 수도 있는 문젠데.

그러지 못한 게 미안하고 아쉬웠다.

그 분이 꼭 여자 분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외국에서 여행하는 사람의 기분을 이제 알기 때문이었다.

밥을 다 먹고 다시 카오산로드로 나갔다.

더 클럽 앞이 시끌벅적했는데,

사이렌을 켜고 경찰밴이 서있었다.

단속을 나온 건지, 아니면 사건이 터진 건지..

홍대가 생각났다.

이상하게 홍대에 갈 때마다,

클럽 주위에서 칼부림이나 몸싸움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클럽이라는 게 사람을 그렇게 들뜨게 하는 건지,

아니면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이해 못하는 건지.

카오산로드는 새벽 한 시까지 계속 시끌벅적했다.

나는 그냥 그 풍경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워서.

거리에서 칵테일 하나를 사들고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되었고,

나는 혼자 거리에서 계속 앉아있었다.

가끔가다가 머리가 길고 여장한 형님들이나

아저씨들이 여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을 걸었지만, 다 그냥 노노하며 고어웨이플리즈라고 했다.

내게는 그 때 그 풍경이 더 중요했다.

내 옆에도 혼자 여행 온 남자 유로피안이 있었는데,

그도 아무 말 없이 거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의외로 그런 여행자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눈을 돌리면,

그냥 거리 도로변에 앉아서, 그냥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표정은 모두 그냥 쓸쓸하고 외로운 표정이다.

웃고 있는 표정은 볼 수가 없었다.

모두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으니까.

목걸이나 팔찌 같은 악세사리가 보통 다섯 개에 100밧,

하나씩 따로 사면 25밧.

그리고 티셔츠가 한 장에 보통 100밧,

쪼리는 50밧에서 200밧인가 하면,

선글라스도 200밧.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그냥 꾹꾹 참았다.

분명 짐이 될 거고, 일종의 낭비가 될 수도 있으니까.

정말 예쁜 조명들도 20밧에서 100밧 밖에 하지 않았다.

어제 그 소년이 있던 자리엔 그 소년이 없었다.

벌써 그 소년의 팬이 되어버린 건지,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나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잠이 오질 않았다.

3시간쯤 잤을까.

겨우 겨우 잠들어서는, 에어콘 바람이 너무 추워서 깨버렸다.

잠은 가신지 오래였고.

거릴 좀 더 걸어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했다.

여권도 카메라도 없이 밖을 나와 돌아다니는 거리는,

그 전보다 훨씬 편했고, 몸이 가벼웠다.

그렇지만 사람은 없었다.

그 때 시각이 새벽 4:00시였다.

슬슬 파타야로 갈지,

아니면 씨암에 들려서 클럽 구경을 하고 갈지 고민하다가,

삼촌과 약속했던 게 기억이 나서 씨암으로 가기로 했다.

예정에 없었던 갑작스런 것이라서,

이것저것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카페로 바로 가서,

씨암과 파타야에 관한 정보를 찾았다.

호텔은 꼬피피에서만 묵기로 결심했었기 때문에,

호텔은 무리였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기로 했다.

씨암에도 여행자 골목이 있었는데.

까셈산 로드라는 곳이었다.

숙소도 찾고, 이것저것 주위의 관광지를 찾아나섰다.

쇼핑센터 위주였는데,

차라리 내일은 푹 쉬고,

파타야에서 쓸 것들을 쇼핑하자라고 생각해서,

계획을 이것저것 짜두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애들에게 얼굴이나 보여줄까 싶어서,

메신져를 설치하고 화상채팅을 시도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배가 고파져서 노점상을 찾았다.

카오산 거리에는 노점상이 정말 즐비하게 있는데,

가격은 레스토랑이나 일반 음식점보다 2배에서 3배 가까이 싸다.

예를 들어서 쌀국수 같은 경우에 음식점에서는 65밧 정도 했었는데,

노점에서는 25밧에 팔고 있었다.

이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슬펐다.

노점상에서 아예 자는 사람도 있었고,

노점을 접고 그 옆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충분하게 이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쌀국수는 맛있었다.

노점상에서 처음 먹는 음식이었다.

쌀국수를 먹으면서, 앞으로는 노점에서 식사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짐을 꾸리러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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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여행기는 매일 하나씩 올라갑니다.

3월 13일부터 31일까지의 이야기입니다.


P.S
저의 첫 외국 여행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시고
많은 추억을 남겨주신 파타야의 도깨비 여행사,

제가 치앙마이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무사히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신 치앙마이의 코리아 하우스,

정말 감사드립니다.

9 Comments
시골길 2008.04.07 06:55  
  [[우오오]] 사진의 색감과 구도가 너무 좋습니다.... 도대체 타이스타일의 헤어가 어던 것이죠..?? [[고양땀]]
숲속 작은나무 2008.04.07 07:02  
  여행기 재미있게 보고 잇어요!
helena 2008.04.07 11:57  
  골목..아이들..물...사진이 참 좋네여~!!!
큐트켓 2008.04.07 13:47  
  사진이 참 현실적이고 좋네요 .. 그냥 좋은 풍경..딱 관광지 풍경이 아니라 사람사는 냄새가 나요... 저도 이런사진 많이 못찍어온게 아쉽네요 ㅎㅎ
열혈쵸코 2008.04.07 14:37  
  현장감이 넘치시네요. 마치 독립영화같아요. 앞으로의 여행기도 기대하겠습니다. ^^
퍼니켓 2008.04.07 15:57  
  잼있어요~
카우팟 2008.04.07 23:34  
  교통 사고를 당하셧나바요?
몸은 괜찮으신지 말도안통하는 타지에서
많이 놀라셨겠네여
young588 2008.04.08 01:02  
  감각 좋으시네요,,,,감사합니다.
명랑호야 2008.04.08 16:38  
  나도 이런 여행을 히고 싶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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