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박13일 태국여행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 8일①
푹 잤더니 상태가 조금 나아진 듯.
어제 까르푸에서 사온 모듬과일과 찐옥수수, 빵 등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팡아만 투어를 나갔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픽업 온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 가는데
갑자기 오토바이 앞에 서시더라구요.
(픽업을 차 대신 오토바이로 하나?)
그래서 아저씨한테 발랄하게
“이거 타요?”하고 물어봤다가
또 망신만 당했어요.ㅠㅠ
(푸켓에선 왜 그렇게 어리버리한지...계속 삽질모드 풀가동...)
그래도 안 창피한 척, 조크였던 척 하면서
“전 오토바이 타는 것도 좋아하거든요~하하하하하...하하...”
이러구 있었어요.
그러나 아저씬 끝내 웃지 않으셨습니다.
암튼 봉고차를 타고 다른 호텔 3군데를 더 들러
우즈베키스탄 아가씨 2명, 일본인 아저씨 2명,
국적을 알 수 없는 솔로 여행객 아저씨 1명을 태우고 선착장으로 이동~
빨간스티커 같은 걸 옷에 붙여줬는데
이상하게 저만 자꾸 떨어져서 두 번이나 다시 받았답니다^^;
차에서 내릴 때 또 잃어버렸다고 다시 달라니까
이번엔 아예 남은 스티커를 다 주더라구요.
두고두고 붙이라는 말과 함께~
(귀찮았던게지요 ㅋㅋㅋ)
도착해서 배에 타니까 사람들이 꽤 많더라구요.
그 중 70% 이상이 한국인.
아마 그 때 저희를 본 분들은 저희에 대한 인상이 별로 안 좋았을 수도.
이상하게 해외여행을 다니면 한국인보단
현지인들이나 여행 온 다른 외국관광객하고 친해지는 편이거든요.^^;;
물론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갑긴 하지만,
타지에서 타인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떠난 해외여행인데
되도록이면 우리나라에서 접하지 못한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거든요.
그래서 투어 내내 외국인들 사이에 비집고 끼어앉아 있었습니다.
근데 분위기가 워낙 뻘줌해서 대화는 거의 못했다는.
다른 한국분들이 서로 즐겁게 어울리는 반면,
저흰 자의반 타의반 왕따놀이에 심취 중-
(이럴 줄 알았음 그 쪽에 낄 걸 )
* 카오산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풍경이 있다면...
카오산 샛길에 있는 한 세탁소 툇마루에
잠옷 차림으로 앉아 현지인 가족들과 TV를 보면서 빨래를 개던
한 서양 청년의 모습이었습니다.
자국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듯 느껴지는 태국에서,
그들(현지인들) 및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구경하는 제3자가 아닌,
그들의 일상 속에서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하나라도 더 보고 더 먹으려고 아둥바둥 하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자, 여행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카오산의 호불호에 대한 게시판 설전 때 나온 말처럼,
어쩌면 그 청년은 왕궁이나 사원엔 못 가봤을 수도 있습니다.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재즈바 및 물좋은 클럽 탐방은커녕,
카오산 밖으론 나가본 적도 없을지 모릅니다.
비록 카오산 안 개구리일지언정,
그 집에 빨래를 맡기러 온 수많은 여행객들의 땀에 절은 옷을 만났을테고,
가이드가 들려주는 관광지 설명 대신 그 집 아이들의 학교생활 얘기를 들었을테고,
짜뚜짝에서 기념품을 사는 대신 슈퍼에서 장을 봤을테고,
아줌마가 차려주신(혹은 사다주신^^) 한 끼를 한상에 얼굴 맞대고 먹어봤겠죠.
하얀 피부에 노란 머리, 파란 눈까지 생김새는 너무도 판이했지만,
순간 그들 모두가 한 가족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도 조금이나마 그 모습을 닮고 싶었나봐요.
결과는 왕따였지만.ㅋㅋ
각설하고,
팡아만 전일 씨캐누는 여러 섬들을 돌면서 중간중간 씨캐누를 타는 거였어요.
바다와 강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국 계림의 이강과 비슷한 풍경입니다.
혹자는 베트남 하롱베이가 생각난다고도 하네요^^
처음에 씨캐누 탈 때 함께 했던 현지가이드와 투어 내내 파트너가 되는데
(꼭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처음 파트너와 암묵적인 계약관계 비스무리 한 게
형성되어 계속 타게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무조건 첫 선택이 매우 중요~!!)
저희 가이드는 너무 숫기가 없고 조용하더라구요.
처음 씨캐누 탔을 땐 동굴을 지나 맹그로브 숲까지 이동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안 했음;;;
그래서 ‘아- 잘못 걸렸구나’ 했는데...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말이 없었던 건 수줍음 많은 성격 탓도 있지만,
영어를 잘 못해서였거든요.
닉네임은 birds인데, 나중에 태국이름도 알려줬어요.
어려워서 기억은 안 나지만. (걸핏하면 뇌 포맷상태;;;)
여행 tip. 태국 이름 및 지명
태국 사람들은 옛날 코미디에 나왔던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처럼
긴 이름을 좋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본명(츠찡)은 길고 부르기 어려워서, 평소엔 닉네임(츠렌)만 부르다보니
친한 사람들끼리도 본명을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네요.
주로 매우(고양이), 마(말/개), 지압(병아리)등의 동물이름이나
영어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한대요.
태국의 수도인 방콕의 실제 지명도
'끄룽텝 마하나컨 보원 랏따나꼬신 마힌따라 아유타야 마하딜록 뽑놉빠랏
랏차타니 부리롬 우돔랏차니우엣 마하싸탄 아몬삐만 아와딴싸티
싸카타띠띠야 위쓰누깜쁘라씻'
(뜻: 위대한 천사의 도시, 에메랄드 불상이 있는 곳, 침범할 수 없는 땅,
아홉 개의 고귀한 보석을 가진 세계의 웅대한 수도, 신이 사는 곳을 닮은
왕궁이 많이 있는 즐거운 도시, 인드라 신의 도시)
라는 엄청 긴 이름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음!!
다른 가이드들이 씨캐누로 데려만 주고 데려가는 데 비해(섬 같은 데 내려놓고 자유시간 주거든요),
birds는 우리랑 같이 다니면서 다른 관광객들이 보지 못한 곳들도 데려가주고
사진 잘 나오는 장소도 알려주고 직접 포즈 코치까지 해줬어요~
그래서 사람들보다 먼저 도착해서 붐비지 않을 때 둘러보고
남은 시간엔 남들이 안 가는 곳까지 구경하고
커플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답니다.
역시 저흰 인복 하난 타고 난 듯~
너무 잘해줘서 나중엔 ‘혹시 팁을 바라고 그러는건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의사소통은 잘 안 됐지만, 저희한테 잘해주려고 하는 진심만큼은 느껴졌어요.
태국어도 가르쳐주고, 맹그로브 줄기로 장미꽃도 만들어주고.
배에서도 다른 가이드들은 아래층에서 쉬는데 반해
birds는 우리 있는 데까지 찾아와 빨대로 꽃이랑 꽃잎, 꽃대까지 만들어줬어요!
진짜 손재주가 좋죠?
제 옆에 있던 우크라이나 꼬맹이들이 이 꽃을 탐내긴 했지만
그 간절한 눈빛을 외면해버렸습니다ㅋㅋ
* 친해지긴 전 요 꼬맹이들이 너무 귀여서 도촬을 시도했는데...
하필 그 순간에....동굴청소를...
그 뒤로 언니(왼쪽사진)는 제 사진모델에서 바로 제명;;;
* 오른쪽 사진이 동생인데요~
자꾸 쳐다보니까 슬슬 우리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합니다.
물을 마실 때도 의자에 앉을 때도 행동이 심히 부자연스러워짐.
어린 게 지 이쁜 건 알아가지고!ㅋㅋ
* 그 꼬맹이 가족들^^
아저씨 은근 마피아 분위기를 풍기십니다 (삐질;;)
* 우크라이나 가족의 맏아들이자 꼬맹이들 오빠^^
3초 석호필~?! 말 붙이고 싶어서 마주칠 때마다
저의 살인미소(정말 비위 약한 사람은 죽음ㅋㅋ)를 날려보았으나
무안할 정도로 냉담한 반응에 여러번 상처 받았는데
투어가 끝날 무렵 뜬금없이 말을 걸어옴. Why???!!
* 픽업 때 같이 타고 온 일본인 아저씨~
저희만 보면 ‘사진 찍어줄까?’ 하십니다.ㅋㅋ
그래서 캐누 타거나 비치에서 마주치면
(마땅히 할 말도 없고, 아는 일본어도 없고)
‘곤니찌와’ 라고 목청껏 인사했더니
그 때마다 뭐라고 일본어로 대답하시긴 했는데...
당연히 못 알아들음;;;
배에서 쓸쓸히 싱하캔맥을 드시길래
안주 삼아 드시라고 가방에 싸왔던 어포를 나눠드렸더니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아주 좋아하십니다.
(전 왜 이런 게 뿌듯할까요?^^;;)
* 아저씨께도 이걸로 인심쓰고,
꼬맹이들과 친해질 때도 어포로 꼬셨고,
나중에 피피 투어 때도 그렇고...
역시 친해지는 데는 먹을 게 최고~!!
(스노클링 투어 땐 사람 말고 물고기도 꼬셨습니다.ㅋㅋ)
암튼 이 어포~ 투어 내내 효자 역할 톡톡히 합니다.
여행 tip. 팡아만 투어
* 빠통에 있는 썬라이즈에서 예약(1인당 1600밧).
원더풀푸켓, 푸켓사랑방 등 다른 한인업소에서도 가능.
* 처음 캐누에 탈 때 좋은 가이드를 만나는 게 중요~!!
(눈치 잘 보고있다가 인상좋은 가이드 캐누에 냉큼 올라타세요ㅋㅋ)
* 배에 탈 때는 정면을 바라보고 왼쪽 자리에 앉으세요.
언젠가 한번은 그늘이 들겠지 했는데....
오른쪽 자리는 투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햇빛 들어서
오히려 서있는 게 나을 정도.
* 한 카누에는 가이드 포함 최대 4명까지 탈 수 있습니다.
3명 이상은 탈 수 있어도 안 타는 게 좋을 듯.
동굴 지나갈 때 거의 눕다시피 해야하는데
사람 많으면 좁아서 눕지도 못해요~
* 투어준비물- 수영복 입고 그 위에 입고 벗기 편한 옷 걸치시면 OK!
썬크림과 카메라는 필수~
모자, 선글라스, 비치타올or스포츠타올 등도 챙기세요.
신발은 아쿠아슈즈나 크록스 많이 추천하시던데, 쪼리도 안 불편했어요ㅋㅋ
* 맥주를 사먹거나 가이드에게 팁 줄 거 아니면,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귀중품은 숙소에 두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