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로 부터의 이탈 - 23. 축제 of 나까이
나까이Nakai 축제...
예전과 달리 이른 아침에 사바이디게스트하우스 6번방을 나선다.
타랑의 닭굽는 할머니가 오늘 나까이에서 축제를 한다고 해서이다.
장소는 남튼 물관리 사무실 앞의 호변공터이다.
건기인 탓에 물이 빠진 공터는 축제의 장소로 더없이 좋다.
축제는 남튼댐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개최하고 후원한다.
그래서 축제의 내용은 주로 공익적이고 계몽적이다.
주변의 수공예 장인들이 만든 물건을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이 대리판매하는 것도 그렇고
생물종 다양성 보존을 위한 홍보도 그렇다.
변방의 행사임에도 중앙의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축하할 정도이다.
아마 산짐승을 수렵해서 팔면 3대가 망한다는 내용의 연극인 것 같은데...
장소를 못찾아 헤매일때 친절하게 안내해준 여고생을 우연히 만난다.
이 친구들은 소규모의 지역 라디오 방송활동을 하는 활동가를 보상하고 있었는데
사진찍기에 더 바쁜 것 같다.
축제기간 만큼은 이 공유지에 캠핑이 가능하다.
물론 취사도 가능하다.
텐트는 물관리 사무소에서 대여도 하는데,
메트리스, 담요를 함께 제공하고 1박에 10만킵을 받는다.
그러하기엔 무리여서 근처의 나까이 리조트에 2만킵을 주고 땅과 전기, 화장실을 빌린다.
우의를 깔고 장기여행중인 어르신이 주신 텐트를 설치하니 완벽하게 조화롭다.
수건을 바닥에 깔고 항공사 담요를 덮고 자켓을 베게로 삼는다.
그렇게 잠잘 준비를 마치고 다시 축제의 장소로 간다.
오늘 밤에는 영화상영과 유명가수의 공연이 있다고 한다.
인지도가 있는 축제였는지 타켁은 물론 비엔티앤이나 빡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들떠있는 많은 이들이 혼자 서성거리는 이방인에게 이런 저런 호의를 베푼다.
맥주 한 잔 정도는 마셔줄 수 있고,
기꺼이 사진도 함께 찍어 줄 수 있다.
그런 선한 이들 중에는 빡세에서 마주쳤던 아가씨도 있다.
기억을 못해서 참 미안한 일이다.
야간행사가 시작하려나보다.
차분하고 조용했던 낮시간과는 달리
밤이 되니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방에서 이만큼 요란하고 화려한 축제는 없을 것 같다.
남튼을 배경으로 찍은 런닝타임 3시간의 영화에 지쳐버린다.
그래서 돌아갈려고 할 즈음에 등장한 빡세 출신의 라오스 국민가수를 만난다.
목소리만큼은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무대매너도 좋아서 간주중에는 사람들과 악수도 나누고 농담도 주고 받는다.
국민가수에 걸맞는 목소리이고 몸짓이라 느껴진다.
이후 다른 가수의 공연도 있다는데, 너무 늦었다.
간밤 아주 잘 잤으니 이제 금단의 영역으로 여겼던 세팡파이 동굴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