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줍잖은 자의 발걸음, 푸껫 방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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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은 자의 발걸음, 푸껫 방라거리

고구마 6 786
나라는 사람은 흥겨움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상당히 결여된 채 태어난 것 같다. 
마음에 흥이 없으면 몸에 알콜분해 효소라도 두둑히 있어줘야 술기운에 실려서 쿵짜작쿵짝 바운스를 좀 탈 텐데, 심지어 남들 다 있는 그 효소마저도 없다. 뭐 이렇나...
그래서 반주를 곁들이는 정도의 모임이 아닌, 본격적인 술자리에 가게 되면 급속히 방전되고 심신이 탈탈 털리면서 시들어 빠지기 시작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나이트라이프랑 안 친 한 편이긴 하다. 
그렇지만... 관찰하는 것은 나름 재미가 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한 모임이 째깍째각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바뀌는 장내의 공기와 에너지, 그리고 사람들의 들뜨고 흐트러진 표정과 말의 높 낮이 같은 것들..

내가 본 어떤 오래된 모임에서는 술에 어느 정도 취해버리면,
“우리 이제 형 동생 합시다!!” / “그럼요. 아~ 이제부터 형님이라고 부를께요, 형~~”
그러다가 다음날 제정신이 돌아오면, 
“OO님 잘 들어가셨어요?” / “네 저는 잘 들어왔습니다.”
하며 원래 상태로 반복 환원 되는 걸 무려 십 년째 보고 있기도 하다. 정작 그분들은 모를테지... 술에 취한 채 도원결의을 몇 번을 맺었는지...
이런건 오로지 맨정신의 관찰자 기억에만 있는 것... 그래서 술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렇게 취하지 않고서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또 그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간다. 
알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회비 낸 만큼은 나도 앉아 있으면서 뭔가 주워먹고 와야지. -_-;; 

하여튼 생겨 먹은 게 이러하므로 나이트라이프에 관한 소양은 아주 얕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호기심에 가 보게 되었다. 그곳의 공기는 어떨까....
내게는 이 방라거리의 업장들이 그 성격에 따라 몇 가지 부류로 나눠지는데, 첫번째는 부담없이 착석 할 수 있는 오픈형 비어 바. 방라거리에 진입하게 되면 눈 앞에 온통 보이는 오픈된 노천바이고 업소 성격상 종업원들이 다 여성이긴 하지만, 가시적으로 뭐 크게 에로틱한 이미지를 뿜지는 않는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장르로 치자면 본격에로물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에로틱시트콤에 더 가까운 느낌... 맥주 작은병 단돈 80밧, 뭐 이런 간소한 안내문을 들고는 길을 지나다니는 손님들에게 호객도 하고 그런다. 바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홀로 온 서양남자, 커플들, 떼 지어 모여 있는 친구 무리 등등 성별도 인종도 구성도 다양하다.
태국 최고 환락가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방라거리의 특성상 이런 비어 바 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위로는 아주 간략한 의상만 걸치고는 폴댄스를 추는 여성들이 있긴한데, 본격적인 아고고 느낌이라기보다는 그냥 손님 호객을 위해 시선끌기용 정도랄까...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뭔가 다른 히스토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슬쩍 들어가서 자리잡기에 난이도는 쉬운편이다. 

내게 난이도가 있는 곳은 ‘아고고바’이다. 이곳은 비어바처럼 노천에 오픈된 곳이 아니라 문을 밀고 들어가야하는곳... 문이 있고 없고는 내 기준에서 이곳의 업장 성격을 가르는데 꽤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람사이에서도 마음의 문을 열고닫고 어쩌고하는 표현이 있는 걸로 봐서... 문의 유무가 중요하지. 

이런 곳에 갈 때 짐짓 걱정되는 건 바가지이다. 얼굴에 “호구 왔쪄요~”라고 써 있는 어리버리한 내 페이스로 들어가면 아주 간단히 슈킹당하는건 아닐까... -_-;;
하지만 궁금하니까 자칭 오버차지가 아니라는 업장을 물색해본다. 몇 개가 얻어걸리긴 하는데 과연 선전처럼 진짜일까? 하는 의심은 풀리지 않고...
하여튼 우리 업소는 쇼킹한 드링크 요금으로 손님 놀래키지 않고, 음료수 서빙과 동시에 딱딱~ 계산하는 시스템이어서 바가지도 없고, 뭐 이런식으로다가 노슈킹 업체인 것을 어필하는 곳을 맘에 두고 방라의 쏘이 씨드래곤으로 향한다. 

데블 어쩌고로 시작되는 업장에 가니 마침 문 앞에서는 맥주 한 병에 79밧 이라는 푯말로 호객을 하네. 오~ 예상보다 훨씬 싸다. 살짝 망설이면서 무겁게 드리워진 벨벳커텐을 걷으며 업장에 들어가니 내부의 전경이란...
아~ 이건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는 수위가 훨씬 쎈데. 
업장 중간에는 좁고 긴 직사각형의 스테이지가 있다. 
스테이지에는 5개의 폴대가 있고 각각의 여성들이 봉을 잡고 꾸무적꾸무적 웨이브를 타고 있었는데 그녀들 모두 아주 작은 검은 비키니를 걸치긴 했다. 
그런데...
모두 비키니 상의를 목까지 걷어 올려서 상반신 전체 노출
그리고 그중 한 명은 하의 실종, 그렇다. 하의도 아예 안 입었다.
그녀가 걸친 건 목 부분까지 끌어올린 검은색 비키니 상의뿐이었고, 손바닥으로 자꾸만 자기의 허벅지를 문 지르고 있다. 이 무리 중에서 제일 흥 많은 아가씨인건가? 
나머지 4명의 비키니 하의도 간신히 중요부위만 가릴 뿐이어서 그녀들의 하얗고 탄력 있는 엉덩이는 거의 맨몸인거처럼 보인다. 
무대를 중심에 놓고 빙 둘러쳐진 쇼파 테이블에는 홀로 온 듯 한 중년의 백인 남성들과 한 쌍의 커플여행자를 포함해 간격을 두고 드문드문 자리했는데, 그들의 곁에는 최소 한명에서 많게는 4명의 여성들이 손님을 에워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런데 손님들 옆에 앉은 그녀들 역시 대부분 상의 실종상태이다. 너무 많은 가슴들이 한 샷에 들어오자 뭔가 이 공간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 업장내부에는 온통 풍만하고 모양이 조금씩 다른 가슴들로 가득하다. 
언뜻봐도 성형수술티가 나는 인공미의 큰 가슴 소유자들이였는데, 인공가슴을 생눈으로 이래 많이 보게될 줄은... 아~ 성형수술하면 이런 형태를 가지게 되는 구나.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안내된 자리에 앉아 메뉴를 받아보았는데
이게 뭐야~~ 문앞에서 호객하던 79밧짜리 맥주는 없고 왜 150밧짜리부터...?
79밧짜리 맥주 어딨냐고 물었더니 메뉴 맨 위의 창 스몰비어가 그거란다(메뉴판에는 150인데...) 좀 이른 시각에 와서 79밧은 프로모션 가격인건가보다. 

내 바로 오른쪽 테이블에는 혼자 온 초로의 백인남성과 2명의 여성이 양옆에 앉았는데 , 그 남성은 어째 자기 오른쪽의 여자에게만 관심이 한껏 쏠린 것 같다. 
그녀들 역시 옷을 입고있긴 했다. 근데 그 옷이란게 오로지 팔뚝과 목 가장자리만을 커버하는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손바닥만한 하의를 입기는 했는데 그걸 입고 쇼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앉으니, 어두운 조명아래에서 언뜻 보자면... 마치 발가벗은 채 검은색 팔토시만 끼고 있는 것 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선택받지 못한 한 여성이 몸의 방향을 살짝 비틀어 내게 말을 걸었다.

“니하오~”
“노 차이니즈”
“웨어 알 유 컴 프럼”
“코리아”
“오~ 코리아.” 끄덕끄덕
대화 종료.

그녀는 내가 이런 업장에서 보게될거라고 예상한 얼굴처럼 생기지 않았다. 
나는 이런 곳에서는 아주 쎈언니 스타일의 화장 찐하고 무섭고 이른바 기세 등등한 언니들이 바글바글 있을 걸로 생각했는데, 그녀는 화장도 그다지 진하지 않았고 뭔가 그저 순하게 생긴 평범한 아가씨였다. 물론 성형수술의 흔적이 완연한 가슴을 한껏 드러낸 그녀의 복장?은 평범과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사실 모두가 다 이런 건 아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의 순한 페이스가 오히려 이곳에선 좀 튀는 편이였다. 대부분은 짙은 화장에 좀 기가 쎄 보이기도 했으니까.... 
이제야 드는 생각인데 그때 대화라도 좀 하고 음료수라도 한 잔 사줄걸...
대략 150밧 밖에 안하던데...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어떻게 대화를 이어 나가야할지를 몰랐을 뿐이다. 
그녀는 금세 ‘아무것도 기대할게 없는 여편네’인 내 상태를 파악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로 이동했다. 
장내를 둘러보는 사이에 나의 맥주는 테이블로 왔고 계산서도 같이 왔는데, 이런 시스템이면 나중에 계산서 받고 놀라 자빠지는 바가지 염려는 좀 덜하겠구먼...

내 왼쪽 테이블에는 금발에 다가 아주 건장한 근육질의 북유럽계 중년 남성이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있었는데 무려 4명의 아가씨가 붙어서 음료수를 먹고 있었다. 그녀들이 먹는 음료수 다 저 남자가 계산하는 걸 텐데... 저렇게 많은 아가씨들을 합석시키고 음료수를 계속 사주면 앉은자리에서 도대체 얼마나 쓰게 되는걸까?
맞은편 테이블에서는 대략 중동계로 보이는 남자의 무릎위로 작은 체구의 아가씨가 올라앉아서는 같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연신 찰진 웨이브가 이어지고, EDM 장단에 맞춰 10개의 가슴들이 오르락 내리락한다...
홀로 와서는 무대에 바짝 붙어있던 나이 지긋한 백인영감님에게 친구영감님이 뒤늦게 찾아왔다. 둘은 반갑게 인사하고 친구영감은 여기 단골인지 댄서들과도 웃음을 교환하는데, 무대 위 댄서 중 한명이 자기가 들고있던 스티로폴 검은봉으로 영감님을 장난스레 탁탁 치더니만, 그 봉을 영감에게 쥐어주었다. 
서양 영감님 만면에 화색을 띠고는 건네받은 그 스폰지봉으로 댄서의 엉덩이를 마구 두들기는데, 댄서는 착하게도 영감이 그 노쇠한 팔을 휘두르기 쉽게끔 무릎을 나즉이 굽히고 무대 밖으로 엉덩이를 살짝 빼주는 센스까지...
아주 쉽게 휘어지는 저 봉은 아무리 맞아도 조금도 아프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녀의 엉덩이를 두들기는 그 영감의 얼굴은 정말로 천진난만해서 오히려 이 장내의 분위기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들 정도였다. 
이런 업장에서 저런 기이한 행동에다가 ‘천진난만’이란 예쁜 말을 가져다 붙이는 게 어색하다는 걸 알지만... 정말이지 그때 그 영감님의 얼굴에는 개기름 흐르는 끈적함이나 불순함이 아닌, 돌잡이 아기가 눈앞의 여러 아이템들 중에 하나의 장난감 쥐었을 때 까르르 웃는 것 처럼 그런 순도 백퍼센트의 즐거운 표정... 뭐 그랬다. 
타인의 삶에 무슨 말을 더할까. 
유럽의 추운 날씨를 견디며 요양원에 있는 것보다는 이곳이 훨씬 낫겠지...

지금 시간은 대략 9시 반...
이런 업장의 열기가 달구어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고 그래서 손님들도 아직 꽉 차지 않아서 본격적인 흐름을 읽기에는 좀 모자라지만, 이제는 맥주도 다 마셨고 더 있기도 뭔가 불편하다. 
사실 나의 불안정한 상태와는 달리 이 업장의 모든 사람들이 다 친절하긴 했다. 
문 앞의 호객꾼도 환대하며 나를 내부로 안내했고 주문받는 통통한 아가씨도 호의적이었고, 대화단절이 되긴 했지만 처음에 내게 말 걸어준 여성도 예쁘게 웃어주었다. 
무대 위의 헐벗은 무희들에게 시선을 두다가 서로 눈이 마주 칠 때는 아무래도 좀 어려웠지만...

내가 나갈 때 마침 들어온 팀은 여성이 섞인 서양인 중년 3명의 무리였다. 
정작 모두들 아무렇지 않았고 나란 사람 아무 신경도 안 쓰는데, 괜시리 나 혼자만 생각이 많아 진 듯...

하여튼 방라의 아고고바는 내 생각보다는 좀 더 수위가 화끈한 곳이 었다. 

또 재방문을 하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옆에 다가와 살짜기 말 걸어오는 그녀에게 음료수를 사줘야지.... 다짐하며 나오니 직면하게 되는 흥청망청 카오스의 방라 밤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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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필리핀 2019.03.25 17:12  
허허 고구마님께서 이렇게 생생한 19금 여행기를??
혹시 왕자님이 아뒤 도용해서 쓴 거 아녜요?? ^^;;
고구마 2019.03.25 18:32  
ㅎㅎ. 제글이잖아요.
그나마  저녁9시즈음이라 뭔가 본격적으로  달궈지기전의 점잖은 모습일거 같다는....ㅠㅠ
미네랄워터22 2019.04.01 22:07  
신기한 동네네요. 푸켓에 이런 거리도 있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한번 방문해보고 싶네요
나그네네트워크 2019.04.08 11:36  
푸켓에 여행가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거리네요 저도 갔다와서 글 남겨야겠어요
팡팡스 2019.05.01 18:53  
이글 보니 푸켓 가보고 싶네요~~~ 저도 갔다와야겠습니다.. ㅎㅎ
난뭐먹고사니 2019.05.03 16:59  
빨리 가고 싶네요 푸켓도 가고 싶은데 별 갈수가 없어서 눈물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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