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홍콩 09 - 소호에서 빅토리아 피크로
(이어서) 계속 소호를 어슬렁거리던 사진들
화장실을 찾아 헤매다 보고는 찍어둔 것 ㅋㅋㅋㅋ
예쁜 벽 맞은편 건물에 왠지 화장실이 있을것 같아서 들어가 봤는데
얼떨결에 엘리베이터는 탔지만
화장실을 못찾고 다시 내려왔다 ㅠㅠ
화려한 소호거리의 이면
사실 여기도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을것 같았는데,
우리가 여행간 시기가 민족대명절 기간이라 한산한 듯 했다.
이건 빅토리아 피크로 가기 위해 소호를 내려오면서 발견한 아이스크림 집
저렇게 두 집이 나란히 있었는데
그냥 왼쪽 집 선택
홍콩 아이스크림이 유명한건 아니었지만
왠지 시원한걸 먹고싶기도 하고
저런 젤라또 아이스크림이 먹고싶기도 하고 해서
동생은 별 생각 없다는걸 먹자고 꼬셔서 하나 사봤다.
아이스크림 선택도 그래서 동생에게 맡겼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딸이 아이스크림이겠지;
근거없는 기대와 달리 맛은 무난 평범.
기억에 남지 않는 그냥 아이스크림 맛이었다.
가격만 인상적 ㅋㅋ
IFC Mall 1층에 버스센터 같은 것이 있다.
사실 정확히 IFC Mall 건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래서 여행기는 바로바로 써야..;;)
여튼 거기 어딘가에 있다.
화장실불 조명에 버스 엄청 많이 대기하고 있는 넓은 곳이라서
절대 못찾을 수가 없다.
거기로 가서 빅토리아 피크 올라가는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섰다.
오래돼서 버스 번호도 잊어버렸는데;;
여행책에도 잘 나오고, 버스 표지판에 노선 안내도 잘 되어 있으니 영어를 읽을 줄 안다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착과 동시에 버스가 출발해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10분 전후로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이번 버스에선 안타깝게도 2층 맨 앞자리를 차지하진 못했다.
버스타고 가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것들
버스가 달릴수록 건물의 높이도 점점 낮아지고,
명품샵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면서
이런 지역특색이 있는 건물이 점점 더 많이 보인다.
시내길을 빠져나와
산길같은 느낌이 나는 오르막으로 접어들면서 부터는 이런 고급빌라나 저택이 주를 이룬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열심히 찍었던 마늘이.
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보면 멀미하는 체질이라 사진도 잘 못찍는다.
초점 맞춰 보고 있으면 멀미를 해서-0-
게다가 이 버스는 구불구불 빙글빙글 경사로를 달리는 덜컹덜컹버스라서 난 처음부터 사진은 포기했다.
마늘이가 나무만 없었어도! 하면서 아쉬워 했던 사진이다.
이 사진 조금 전에 나무 없는 곳을 지났는데,
카메라가 초점을 잡는 동안 이 만큼 버스가 달려서 나무가 있는 곳이 찍혀버렸다.
저택인지 절인지 모를 중국풍 건물
겨우 하나 건진 사진 ㅋ
곧 이렇게 방해물이 나타난다.
저 빛 아래로 고양이 손을 합성해볼까 했지만 (무한 묘족교 ㅋㅋ)
합성실력 없어서 패스~
이것도 어쩌다가 걸린 것 ㅋㅋ
마늘이 화이팅!!
드디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종점인 듯 했다.
사진에서 아기가 있는 곳의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바로 빅토리아 피크다.
꽤나 경사진 길을 올라온 덕에
이런 풀숲도 볼 수 있다.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을 따라 얼떨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이런걸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피크 전망대는 사람도 많고 줄이 너무 길어서 들어갈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서 봐도 뭐 큰 차이 없을것 같다.
무엇보다 여기는 공짜! ㅋㅋ
바람은 씽씽 불고 좀 춥긴 하다.
여기 때문에 반팔입는 날씨에도 경량 패딩을 챙겨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까.
빅토리아 피크는 해질녘 노을과 야경을 감상하기 위한 곳이라
해가 질 때 까지 어디에 있을까 하다가
퍼시픽 커피 컴퍼니라는 홍콩의 커피체인점이 여기 있다는 말이 생각나서
거길 찾아가 보았다.
남서향 창가 테이블을 가진 훌륭한 커피숍이었지만,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이미 테이블이 만석이고 사람도 바글바글하다.
그럼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다른 가게에 앉아서 기다리자 하는 마음에 주변 가게를 돌아보고,
적당한 방향으로 나 있는 가게를 찾아 갔다.
입구에 어디서 많이 보던 <포숑>이란 글자가 눈에 띈 가게가 있었는데,
놋떼백화점 지하에 있는 빵집이랑 똑같은 이름이었다.
거기랑 여기랑 같은 브랜드인건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일단 호텔 빵집이라서 부가세에 봉사료까지 생각하느라 조금 손이 떨리긴 했는데,
차 한잔에 케잌 하나씩 먹기로 하고 들어갔다.
들어가서 2명이라고 이야기하니
지배인처럼 보이는 잘 차려입은 여자가 우릴 안내해주었다.
내가
"창가에 앉고싶은데 자리가 있나요?"
라고 묻자
그 여자는
"네, 이리로 오세요. 식사하실 건가요?"
라고 대답하며
아주 친절하고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아니요, 차만 마실거에요"
라고 하자
그 여자는 만면의 미소를 98% 쯤 거두며
"한 시간 안에 드실건가요?"
라며 어이없는 질문을 했다.
해질녘 까지 1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하므로
한 시간 안에 차를 마시고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아니요"
라고 대답하자
그 여자는 약간 무서운 표정으로
"예약이 다 차 있어서 테이블이 없어요"
라고 대답하며 우리를 안내하다 말고 내보냈다.
기가막힌 전망을 무기로 코스요리를 팔 수 있는 테이블을
차와 케잌을 먹고가는 사람에게 내어줄 수 없다는걸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기분이 나빴던건 어쩔 수 없었다.
전망은 조금 안나올것 같았지만 그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가 보았는데,
거긴 이미 시장통처럼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던게 이유라 짐작했다.
거긴 창가 자리는 고사하고 자리가 없어서 들어갈 엄두도 안났다.
하릴없이 도로 퍼시픽 커피 컴퍼니로 돌아갔다.
열심히 스캔해서 빈 테이블을 하나 발견하고 얼른 앉았다.
창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앉았다.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계산서를 받아와서 와이파이도 썼다.
바람은 불지, 다리는 아프지, 배도 슬슬 고파오지..
슬슬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마늘이는 젊어서 그런가-0- 옆에 있는 쇼핑구역을 구경하고 오겠단다.
그럼 난 앉아 있을테니 너 혼자 구경하고 와라 했더니 그러겠단다.
그래서 앉아서 수첩 정리도 하고 사진 정리도 하고 이것저것 했다.
창가는 아니었지만 통유리라 우리 자리에서도 바깥이 다 보이긴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저녁노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밖이 컴컴해졌다.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그 공짜 전망대로 가서 야경을 감상했는데,
너무 추워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사진이 없는걸 보면 잘 안찍힌거 같다.
원래는 거기서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려고 했었는데,
저 날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건지, 아님 원래 그 정도 거리에선 잘 안보이는건지
볼 수가 없었다.
내려가는 피크 트램도 줄이 어마어마 하다.
이동시간 자체는 길지 않지만 줄을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정류장도 제법 줄이 있긴 했는데, 이 정도는 뭐.. 기다릴 만 하다.
한 대를 보내고 다음 버스를 탔던것 같다. (두 대 보냈나? ;;)
홍콩 전경을 높은 곳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과
홍콩에 간 인증샷을 찍기엔 좋은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빅토리아 피크는 피크 자체보다도 피크가는 길에서 봤던 것들이 더 재미있었다.
빅토리아 피크는 태국의 왕궁과 같은 관광지랄까.
홍콩의 상징적인 대표 관광지라 한 번 쯤은 가보지만 큰 인상은 남지 않는 그런 곳..
왕궁 가는 길에 타창 시장 구경이 더 재미있듯이
피크 가는 길에 봤던 집과 풍경이 더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