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5년 만의 회귀, 중국 대련에서 2012년 6월>
*일요일 오전에 한 달도 되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고 단어를 찾고 문장을 만들어 여행기를 올리는 건 무리인가 봅니다. 그래서 몇 년전에 작성한 기록들을 들추어 보다가 이 곳에서의 여행이 몹씨 그리워져서 올려봅니다.
15년 만이다.
장강로의 전차도 그 때 그대로이고
길거리 구직을 하는 인민의 무리도 그대로이다.
우호광장의 상징물도 여전하며
사람과 차로 혼란스러운 도로 상황도 변한 것이 없고
빈번한 교통사고도 여전히 쉽게 목격된다.
인민들은 아직도 꼬치요리를 좋아하고
대련 특산 앵두 역시 아직 그 고운 빛깔을 잃지 않았다.
인민광장을 둘러싼 시정부, 공안국, 법원의 모습도 변한것이 없으며
중산광장 변의 고풍스런 건물도 아직은 남아있다.
젊은 연인들은 그때처럼 지금도 객을 약올리고 있으며
아름다운 대련 여인들은 그때처럼 지금도 객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북해공원의 거리이발사와 손님의 풍경도 변한 것이 없으며
여전히 대련역 근처의 호객꾼들은 생존을 위한 고난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15년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
대련 기차역사는 세련된 치장을 하였으며
기차역에서 따차이스시장으로 이어지던 좁고 불결한 통로는 깨끗하게 포장되었고
따차이스 건물 한 동은 아예 전철역이 되어버렸다.
한국물품 전문 판매점이던 미시왕의 키는 높아져있고
승리광장 주변으로는 낮선 건물들이 진을 치고 있다.
북해공원에는 이제 이 세상에 없을지 모를 15년 전의 그들을 대신한 노인민들이 점령을 하였고
15년 전의 내 외로움을 달래주던 천진가는 더욱 넓고 깨끗해져있다.
러시아 거리의 건물에는 뭔가가 덧붙여지거나 덧칠되어졌고
교통경찰의 제복도 더욱 말쑥해진 것 같으며
여인의 패션도 서구화에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경계는 늘 있는 법.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경계.
허물어 질 것과 세워질 것의 경계.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경계.
그러나 그 경계선의 이쪽에도 인민이 산다면
경계선의 저쪽에도 여전히 인민이 살아가고 있다.
난 15년의 시간도 탓하지 않으며,
그 시간동안 변한 것에도 변하지 않는 것에도 여전히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