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정글, 그 곳이 수마트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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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정글, 그 곳이 수마트라...3

빈&영 4 1984
 
어쨋든 숙소는 개인적인 판단이니 알아서들 하시고...이제 슬슬 트래킹, 그 유명하고 이번 여행의 목적이엇던 오랑우탄 정글 트래킹 얘기를 해 볼까...
정글 트래킹(이하 트래킹) 하루짜리는 보통 5-6명이 가이드 2명과 함께 간다. 루트는 가이드가 알아서 가는 거고, 4-5시간 걸으면 된다고 설명한다. 즉, 아침 9시 출발하여 4-5시간 오랑우탄 찾아다니고 점심 먹고 튜브타고 내려오면 3-4시 된다. 덧붙여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트래킹이니 힘들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그말만 믿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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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트래킹 시작은 좋은 길이다. 나무로 만든 계단에 고무나무와 잭프룻 등 설명을 해가며 이동한다.
우리때는 가이드 두명과 우리 부부, 벨기에 커플 두 쌍 등 총 8명이 다녔다. 벨기에 친구들은 30초반(사실 외국애들 나이는 잘 모르겠다. 대머리에 수염도 있고 해서..하긴 걔들도 우리 나이 잘 모른다) 정도에 1박2일짜리 트래킹이다. 아마도 2시쯤 헤어져 그들은 더 오랑우탄과 정글탐험을 하고 우리는 하산하는 그런..일정?
그런데...
안들려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다. 갑자기 길이 없어지고, 가이드가 아무말 없이 앞서가더니 1시간 가까이 없는 길을 만들며 정글을 헤맨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 나도 소싯적에는 산악훈련을 하며 길없는 산속을 뛰어당기는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나이 40 넘어 20년전 했던 것을 다시 하려니 죽겠다. 말 그대로 말할 기운도 없다. 단지 1시간 만에 첨에 뺵빽해 안보이는 하늘도 보고, 나무와 풀도 보던 내가 어느새 앞 사람 발만 보며 걷고 있더라... 앞사람 발만 보고 걷는것.. 그 것은 바로 군대에서 많이 했던 야간 행군 때의 기억이다...
 
게다가 이제는 비까지 온다. 누군가의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그 포스팅에는 심지어 쪼리신고 온 아해들도 있다고 했더랬다. 그래서 믿었다. 그 말을...) 트래킹 샌들(아마도 스포츠 샌들이라 해야 할 듯)을 신고 갔더랬다. 반팔에 하얀 반바지에 샌들. 거기에 비가 오는 산길을 헤매는 40 넘은 아저씨. 그게 나였다.
혹시라도 트래킹 가는 분께 충고한다. 부낏라왕 트래킹에는 덥더라도 꼭 긴바지 입고(모기 장난아니다) 운동화라도 신어라. 더욱이 비까지 온 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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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 아예 말도 못하고 있다. 첨에는 위처럼 어이가 없는 현실에 실실 쪼개더니... 끝내 낙담하고 만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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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가 영의 저 신발과 다리에 묻은 진흙들이...고생했다..우리 부부~~토닥토닥~~~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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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며 준비한 과일을 내준다. 바나나에 람부탄, 파인애플, 그리고 감맛 나는 과일까지...
사실 이거 먹을때 오랑이 찾기 프로젝트는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휴식이었다.
 
오랑우탄 트래킹이 쉽지는 않다. 오랑우탄 자체가 매일 옮겨 다니는 아이들이고 야생이기 때문에 사람소리에 민감하다고 한다. 가이드들도(아마 하루 10팀 정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지만...) 서로 전화 연락을 하며(어떻게 그 정글에서 전화는 터지는지...) 정보를 교환한다. 그래서 어디에 오랑이가 있다고 하면 우루루 몰려가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그날 트래킹 간 사람들은 3-4번 이상 정글에서 만난다. 
어쨋든 1시간 넘게 오랑이를 찾으러 유격훈련과 산악침투를 번갈아 가며 체험하다가..드디어...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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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다. 오랑이님을....
보이는 가 오랑이님의 저 붉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겨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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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후 만나는 것이라 누구라 할 것 없이 사진기부터 꺼낸다. 요 대머리 아이들이 우리랑 같이 다녔던 벨기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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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내 핸펀으로 야생 오랑우탄을 찍게 되다니. 망원없는게 안타깝지만 최대한 끌어당겨 찍어댄다.
 
오랑이는 단독 생활을 하며 나무 위 10여미터 이상에 가지와 잎을 모아 침대를 만들어 산다. 암컷은 새끼를 5년 가까이 데리고 살며 새끼를 가진 암컷은 다소 난폭하다. 특히 야생이기 때문에 흥분하지 않도록 발견 후에는 절대 조용히 큰 소리내지 않게 살펴봐야 한다. 고릴라보다는 아니지만 오랑이도 나름 야생 동물이기에...
 
가이드: 어제 오랑이들이 밤 늦게까지 파티를 해서 아직 자고 있나봐^^
이런 개그 아닌 개그를 날리며 우리의 수고를 치하한 가이드.
다시 가이드: 오늘은 비까지 와서 오랑이들이 방에서 안나와 찾기 힘드네. 다른 가이드들하고 연락하고 있으니까 실망하지 말고..다시 가볼까? ^^
나 그리고 영: 이제 쉽게 찾을 수 있는거지?
벨기에 친구들: 조금 힘들기는 하다. 그래도 더 봐야지? 하지만 쉬운 길로 가자. 부탁해~
요런 말로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길을 떠난 우리.
하지만...
 
그 뒤로 우리는 1시간 넘게 정글을 헤매고 다녔다. 발바닥에 땀나고, 혓바닥에 백태가 낄때까지... 아니지... 종아리에 모기 30방을 물릴때까지...
 
그 결과 우리는 오랑이 5마리, 공작 1마리를 보는 쾌거를 이루었다. 보통 오랑이 3-4마리 보면 많이 보는 거라고 하는데 우리는 운이 좋다고 한다.
그래 우리는 운이 좋다. 비가 오고, 산길은 진흙이고, 누구나 할 거 없이 1번 이상 자빠지고, 경사 70도의 절벽을 4시간 가까이 오르내렸지만...우리는 운이 좋다...크하하!!!
엉엉
 
더 오랑이 보고 싶냐는 가이드의 말에 일제히 "NO"를 외친 우리 팀.
드디어 점심을 먹는다.
1시 넘어 점심을 먹게 된 우리. 난 개울가에서 자리펴고 점심을 먹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그냥 넓은 산 길에 퍼질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모기가 있건 말건, 개미가 있건 말건...
이게 바로 정글의 진면목 아니겠는가...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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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가이드가 짋어지고 온 배낭에 들어있었다. 비닐종이에 나시고랭(인도네시아식 볶음밥)과 토마토, 오이등을 곁들여 손으로 퍼 먹는 점심. 짜지만 맛있다. 벨기에 애들은 밥 먹는 줄 알고 물티슈로 손을 닦더만 난 용감하게 안 닦았다. 뭐 어때. 이게 트래킹이지 머 하면서...(사실 몰랐다. 걔네가 물티슈 주는 거 개안다고 했는데 다시 달라고 하면 너무 없어 보일까봐 다시 달란 말 못했다...ㅡ.ㅡ)
어쨋든 힘든 와중에 배를 채우며, 거기에 점심 먹고 우리는 하산한다니 너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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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 가이드와 인증샷 찍을 여유도 생긴다. 닮았나? 인도가기 전까지, 즉 지리적으로 태국까지는 현지인으로 알던 나의 페이스이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망할...밥 먹는 중에 가이드가 갑자기 이동하라고 한다. 먹던 밥 들고 저리로 가라고 한다.
왜?
오랑이가 오고 있다고 한다. 오전 내내 땀 삐질거리며 찾아다니던 오랑이가 이제는 제발로 우리를 찾아 온다고 한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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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이름은 미나.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살며 이 근처에서 가장 '어그레시브'한 오랑이란다. 새끼를 델꼬 있어서 그런 듯 한데, 우리가 먹는 점심 볶음밥 냄새를 맡고 찾아온 것이다. 아마도 오랑이 트래킹의 후유증인 듯 한데 그동안 사람이 먹는 음식맛에 길들여진 미나가 학습효과가 생겨 손 쉽게 배를 채우고자 우리에게 돌진한 것이다.
그래서 가이드 한 명이 10여미터 앞에서 밥을 먹고 있었던 거구나....
 
아니지...이게 아니지...
아니 이렇게 쉽게 오랑이를 볼 수 있으면, 그 것도 10미터 나무위가 아닌 바로 3미터 전방에서 두 마리나, 왜 그리 생고생하며 오지탐험을 한 거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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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는 이 후에도 우리가 자리잡고 먹을라치면 따라와 위협을 하는 흉폭함을 보였다. 덕분에 남은 과일과 볶음밥 3개가 미나와 새끼의 입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한마디. 우리와 함께 했던 가이드들. 앞서 얘기한 대로 부낏라왕 젊은이들의 꿈이 가이드가 되는 거라고 하지만 진짜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여행객들이 편하게 다 먹은 다음에야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니(같이 먹자고 해도 우리가 다 먹은 다음에 자기들끼리 먹더라) 말그대로의 공정여행의 중요성이 더 가슴에 닿는다.
 
우리가 낸 80불 중 과연 저들에게 얼마가 돌아갈지... 혹시라도 우리의 모습에서 안좋은 것들을 보고 따라하지는 않을지...나이 40 어쩌면 '꼰대'의 안타까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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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점심 잘 먹고 바로 이별하기 앞서 기념사진 찍고...빠이~
그런데...
 
하산한다고... 튜빙하며 띵까띵까 한다고 좋아햇던 우리 부부가 바보다.
뭔넘의 정글이 강까지 가는데 또 1시간이 걸리냐고....
그것도 내려가는 거면 계속 내려가야지, 힘들게 내려간 산을 왜 또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냐고~~~
아자
거짓말 안 보태고 오랑이 찾으러 다닐때보다 하나도 쉽지 않았다. 아니 내려가는 도중이라 더 미끄럽고, 가파른 경사도 많아 더 힘들었다.
으~ 내 돈내고 유격훈련을 다시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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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여를 내려오다 본 쉼터. 1박 이상 하는 친구들이 자는 숙소란다.
가만 보자. 이 숙소가 강 바로 옆이니... 걔네들은 오후까지 돌아보고 내려와 잠잔 다음, 다시 산을 타고 정글을 누비는 거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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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강이다~~~
영: 만세!!! 드뎌 강이다. 튜빙이다. 내가 해냈어! 서방! 내가 해낸 거 맞지!!!
나: 으헝~ (우는 거 아니다. 그냥 터진 소리다) 너가 해냈어. 내가 받았던 유격훈련 산악침투를 너가 해낸 거야! 이제 튜브타고 놀면된다!!!! 에헤라디어~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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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길고 파티는 짧았다. 5시간 넘게 정글을 헤맸지만 튜빙으로 내려온 시간은 단 15분정도...
하지만 급류를 헤치며 타는 튜빙은 방비엥의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튜빙을 마지막으로 우리 부부의 오랑이 찾기 정글트래킹은 막을 내렸다.
이틀동안의 알배긴 다리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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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맛보는 스위트 룸의 한가함.
빈땅에 현지음식을 곁들여 파티를 하고, 해먹에 누워 책을 읽으며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의무로부터의 자유를 즐기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여행이다.
 
 
 
 
 

4 Comments
아디다스와초장 2013.09.26 20:47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작년 연말에 끄라비에서 오래전 남기셨던 여행기 다시 검색하여 핫스프링도 맛집도 정말 유용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하는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의 컨셉도 부럽고 멋지세요!!
빈&영 2013.09.28 12:48  
도움이 되었다니 좋네요.^^
저희도 항상 태사랑에서 좋은 정보 얻고 있어서 돌아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아이디 재밌네요.ㅎㅎ 초장님도 행복한 여행 하시길요!
나무한그루 2013.10.06 14:22  
너무재밌게잘읽었어요 키. 저는네살짜리꼬맹이랑가는데. 이런트래킹은. 정녕힘들까요? ㅠㅠ
빈&영 2013.10.07 10:28  
트래킹하는 서양인 가족을 봤는데요. 부모, 10세 미만 남매, 갓난아기가 프라이빗 가이드 고용해 올라왔어요. 엄마가 내내 아이를 안고 다녀 대단하다 싶었지요. 그룹 트래킹 말고, 가이드 따로 고용하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일정한 루트를 가는게 아니라 오랑우탄 나오는 스팟 위주로 다니니까요. 즐거운 여행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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