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파타야+꼬창+쑤린 여행기 6***글 추가!!!
섬에 오면 해변에서 뜅굴거리기가 취미인데...
해변 상태가 안습이다보니 영 땡기지가 않는다.
느지막히 일어나 일단 아침부터 해결하고
오늘 하루를 무얼 하면서 놀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메인로드에 통닭집이 2군데 있는데
한군데는 이제사 생닭에 양념을 바르고 있다.
그 옆집은 이미 몇 마리가 신나게 돌아가고 있다.
옆집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닭 반마리와 쏨땀 타이와 찹쌀밥과 코코넛을 시킨다.
종업원이 "쏨땀 스파이시, 노 스파이시?" 라고 묻는다.
"스파이시!"라고 대답한다.
잠시후 다른 종업원이 와서 다시
"쏨땀 스파이시, 노 스파이시?"라고 묻는다.
"스파이시 오케!!"라고 다시 대답한다.
다른 음식은 다 나오는데 쏨땀만 아직 안 나왔다.
또 다른 종업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오더니
"쏨땀 스파이시, 노 스파이시?"라고 3번째로 묻는다.
오 마이 갓!!!
뚜껑이 열리려고 했다...
"스파이시 여여~"라고 태국어까지 섞어서 강조했다.
그러나...
한참만에 나온 쏨땀은 너무너무너무 안 매웠다... ㅠㅠ
이렇게 만들어줄꺼면 왜 3번이나 물은 거지???
그것도 사람을 바꿔 가면서...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었다.
화이트 샌드 비치 메인로드에 있는 태국음식점에서 먹은 점심
통닭 반마리 80밧+쏨땀 30밧+찹쌀밥 10밧+코코넛 30밧
맛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우여곡절 끝에 점심을 먹고나서
해변에서 뜅굴거리기는 포기하고
반나절 투어를 가기로 한다.
슬로우 보트 타고 가는 350밧짜리는 자리가 없고
스피드 보트 타고 가는 450밧짜리가 있다.
할 수 없지 모...
숙소에서 기다리니, 오후 1시에 픽업하러 온다.
섬이 작으니 시간을 너무 정확히 지킨다.
카이 베 비치의 스피드 보트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스노클 세트와 오리발을 고른다.
하지만 우리는 스노클이 있으므로 오리발만 고른다.
반나절 투어가 출발하는 카이 베 비치 여행사...
이날 반나절 투어의 일행은 스웨덴에서 온 노부부 3쌍,
(스웨덴판 '무자식이 상팔자' 클럽이 아닌가 싶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무척 재미있게 놀았다.)
미국에서 온 레즈비언 커플(???),
그리고 우리 부부였다.
스웨덴 할아버지와 미국녀들 사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 대선을 주제로
가벼운 토론이 벌어졌다.
일단 부시 현 대통령에 대해
몇 마디 비난이 오간 뒤
너는 누구를 지지하느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느냐...
의 순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스웨덴 팀은 오바마를 지지했고,
미국 팀도 지지는 오바마였지만
차기 대통령으로는 힐러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과연 미국인들에게
차기 대통령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성이 중요할까, 피부색이 중요할까???
토론의 와중에 배는 출발하여
10여 분만에 일행을 섬에 떨구어놓는다.
꼬창이 빤히 바라보이는 꼬욕이다.
해변은 화이트 샌드 비치보다 훨 났고,
투어 온 사람들밖에 없는 무인도여서
무척 조용하다.
고운 모래 위에 싸롱을 깔고 누워서
꼬창을 고즈넉히 바라보니
신선놀음이 따로없다...
이런 비치에서 3~4시간 쉬다 온다.
1인당 450밧, 픽업+스피드 보트 왕복+스노클 세트+오리발...
오후 4시쯤 되자 스웨덴 팀이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메삔라이 캅~"
숙소로 돌아오니 얼추 오후 5시...
샤워를 하고 화이트 샌드 비치로 나선다.
밤의 화이트 샌드 비치는 낮보다 화려하다.
해변의 모래밭 위에는
깔끔한 식탁보에 촛불을 밝힌 레스토랑이
여럿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낭만적인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꼬사무이나 필리핀 보라카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기대도 안했던 차라 무척 반갑다.
오늘 저녁은 여기에서 하기로
모두가 합의한다.
몇 가지 음식을 시키고
파타야에서 사온 와인도 한 병 딴다.
와인 코크 차지는 100밧,
생선요리는 1마리에 200밧 내외, 꼬치류는 1개 60밧,
감자가 1개 60밧, 샐러드는 무료,
4명이서 배부르게 먹으니 1000밧 가량 나왔다.
소화도 시킬 겸 해변을 거닐다보니
럭키 벌룬을 띄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럭키 벌룬은 원래 러이 끄라똥 축제 때
행운을 담아 띄우는 일종의 열기구인데
이제는 관광 상품화되어
태국 전국의 섬이나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십 개의 럭키 벌룬을 연이어 띄우는 모습은
마치 하늘로 오르는 계단 같아서 무척 장관이다.
오~ 그 유명한 사바이 바가 눈에 띄었다.
마침 불쇼가 막 시작하려는 참이어서
해변에 마련된 삼각방석 자리에 앉는다.
그동안 태국에서 수십 번도 더 불쇼를 봐왔지만,
이 불쇼가 가장 짜임새가 있는 것 같다.
불쇼가 끝나자 공연자들이 조그만 통을 들고
팁을 받으러 다닌다.
우리도 흔쾌히 지폐를 몇 장 넣었다.
불쇼가 끝나고...
편한 자세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맡에서는 우주의 왕관처럼
별들이 빛나고 있고...
발밑에서는 세상의 끝을 보고 온 파도가
거친 숨을 헉헉 몰아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이공기,
이 냄새,
이 소리들...
죽을 때까지 영원히 내 기억에 남아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