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박13일 태국여행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 11일②
째깍째각ㅡ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은 금방 흘러갑니다.
쎈탄 스타벅스 앞에서 시티투어 기사분이랑 만났어요.
역시나 도요타였는데 (태국은 일제차 천국;;),
뽑은 지 얼마 안 돼서 새 차 냄새가 폴폴 납니다.
기사 아저씨도 친절하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줘서 오히려 추울 정도^^
오늘의 코스는 왓 찰롱-뷰포인트-까타마마-프롬텝-공항입니다.
원래는 센탄 근처의 [쏭크엉]이란 아이스크림톳 가게를 들렀다 가려고 했으나,
또 귀차니즘 발동으로 건너뛰고 바로 왓 찰롱으로 고고씽~
퍼퍼펑펑펑펑펑ㅡ
왓찰롱에 들어서니 향냄새와 함께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폭죽소리가 악귀를 쫓아준다고 믿어, 많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 폭죽을 사서 터뜨립니다.
(폭죽보다 고막이 먼저 터질지도 모르니 주의하시길!ㅋㅋ)
사실, 방콕에서 사원을 많이 봐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어요.
불상 대신 밀랍인형으로 만든 스님상이 있어서 조금 특이하긴 했음.
이곳은 경내에서도 사진촬영 가능합니다.
쭈뼛쭈뼛 눈치보지 말고, 맘껏 찍으시길^^
사원인지라 복장제한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건물 입구에서 싸롱을 빌려주니 상관없어요.
딱 한군데서만 복장제한 때문에 쫓겨났습니다.
(싸롱도 안 빌려주고...흑흑....)
어쩔 수 없이 카메라 들려서 돼지만 들여보내고 밖에 서있는데
저랑 비슷한 탱크탑에 핫팬츠 차림의 외국 여자애 발견!
둘다 눈 마주치자마자 피식 웃었어요~
그쪽도 남자친구만 먼저 들여보내고 기다리는 중.ㅋㅋㅋ
“Where are you from?”
“South Korea. How about you?”
“I'm from Norway”
“Ah..................”
뭔가 근사한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영어회화 초급편의 ABAB스러운 4줄짜리 대화가 끝~!!
정려원이 화장품 CF에서 생긋생긋 웃어가며 외치던
뉴~트롤*나 쎈서디브 어쩌구에 찍힌 국기가 노르웨이 국기라는 것 외엔
노르웨이에 대해 도통 아는 게 없어놔서리;;
그러나 성격상 조용한 분위기를 못 참는지라,
(심지어 마사지 받으면서도 쉴새없이 떠들어댈 정도니 뭐ㅋㅋ)
마음을 가다듬고 형식적인 Q&A 놀이에 돌입.
근근히 대화를 이어갑니다.
푸켓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예전엔 비치에서만 놀아서 왓찰롱엔 처음이래요.
꼬 피피에도 가봤다길래 스노클링 다닌 얘기 좀 하다보니 금새 또 소재거리 떨어짐.
짧은 영어실력에, 더구나 술도 없이 시선 분산시킬 TV도 없는 사원에서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대낮에 10분 이상 뭔 할말이 그리 많겠습니까? ㅡ0ㅡ;;;
아아아....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빙그르르~)
상꼬맹이 하하와 건방진뚱보 형돈마냥 어색함이 살짝 흐를 무렵....
다행히(?) 돼지가 나와서 구출해준 덕에 기념사진만 찍곤 바로 byebye~
도망치듯 사원을 후다닥 빠져나왔습니다.
* 사진 역시 어색한 게....하나도 안 친해보임. ㅋㅋㅋ
어찌보면 따로 찍고 합성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때 어디선가 들리는 한국말~
반가운 마음에 돌아봤더니 여자 세분이 보입니다.
두 분이 포즈 취하고 한 분이 사진 찍고 계시길래
나름 친철을 베푼답시고
“저희가 찍어드릴께요, 세분 같이 서세요” 했다가 망신만 당했어요....
두 분이 일행이고 한 분은 가이드시라네요
이 곳에 오니까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오신 한국분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조심! 또 조심!ㅋㅋㅋ
슬슬 다음 코스인 뷰 포인트로 이동.
왓 찰롱에서 차로 15~20분 정도 걸렸던 거 같아요.
까론 뷰포인트는.....
전망대에서 쓰리비치(빠통/까타/까론)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나면 더 이상 볼 건 없으니,
일정이 빠듯한 분들이라면 뷰포인트에서의 관광시간은 짧게 잡으셔도 될 듯.
(여유가 있다면, 바람 솔솔 부는 전망대에 앉아 고상하게 독서나 음악감상을 즐기셔도 좋구요^^)
* 한꺼번에 다 보여드리면 심장에 무리가 오실까봐
선글로 살짝 가려주는 나름의 센스를 발휘했는데...두둥~ 놀라셨나요?
다들 저 소심한 거 아시죠? 악플 달면 잠수탈거예요!ㅋㅋ
생각보다 투어가 빠르게 진행되어,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기사분에게 따로 저녁식사비를 드리고, [까타마마]으로 고고씽!
빠통에 쏭피뇽이 있다면, 까타엔 까타마마라던가요?ㅋㅋ
까타마마에 대한 추천글이 많길래 들렀는데, 음식이 조금 짜요 ㅠㅠ
뿌 끄라티암 프릭타이(마늘꽃게튀김), 카오팟뿌, 꿍씁뱅텃,
noodle soup with prawn, 땡모빤, 파인애플주스 등을 시켰는데 다 soso~
원래 어느나라 음식인진 모르겠지만, 마늘꽃게튀김은 한국에서 먹은 게 훨씬 맛있었어요;;;
noodle soup with prawn은 국물이 시원하다고 해서 시켰는데,
바미행에 비해 국물맛도 별로였고, 면도 ‘길다란 수제비’에 가까운 넓적한 국수였어요.
무엇보다 밥 먹는데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빗자루로 바닥의 모래를 쓸어담더군요...
식사 중에 청소하다니...허걱^^;
살짝 눈치를 주긴 했는데 계속 청소에 매진합니다.
심지어 어떤 외국인이 있는 식탁에 가더니
빗자루로 의자를 툭툭 치며 발 들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그 손님 밥 먹다말고 이리저리 쫓겨다닙니다.
더구나 카오산 노점에도 없던 파리는 왜 그리 많은지.
밥 먹으랴 파리 쫓으라 정신없어요...ㅠㅠ
푸켓에서의 최후의 만찬인지라~ 바다 보면서 얘기도 하면서 천천히 식사 좀 하고 싶었는데
잠깐 한눈 팔라치면 음식에 파리떼가 몰려듭니다.
순간 밥에 건포도를 넣은 줄 알았다는ㅋㅋ
모래먼지랑 파리 때문에 입맛도 달아나고
남은 밥을 냅킨에 조금 싸서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밥알을 조금씩 뿌려줬더니 새들이 몰려들어 주워먹더라구요^^
조그만 발로 콩콩 뛰어다니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태국 쌀이 이럴 땐 좋은 거 같아요~ 한알한알 흩어져서 날라다니는 게.
한국 신토불이 쌀이었으면 밥알 끈기 때문에 이렇게 던질 엄두도 못 냈을텐데.
시간이 다 되어 프롬텝으로 이동합니다.
까타마마에서 프롬텝까진 차로 15-20분 정도 소요.
6시반쯤이 선셋타임인데,
조금 일찍 가서 등대박물관 구경도 하고
일몰 보기 좋은 장소를 물색해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현지인들도 많이 보이네요. 다들 명당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빈자리가 있길래 냉큼 걸터앉았는데...
현지인 아저씨가 귀티나는(?) 카메라를 들고와 사진 찍으려고 준비 중이셨나봐요;;
엉덩이가 무거워 차마 일어나진 못하겠고,
사진 찍으실 때마다 림보하듯 허리를 꺾어 뒤로 드러눕다시피해 렌즈 밖으로 사라져주니...
아저씨도 웃고 주변에 있던 현지인들도 웃고.
제가 구도에 걸려서인지, 아니면 웃겨서 사진이 자꾸 흔들려서인진 모르겠지만
암튼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더라구요. 죄송해요^^;;
구름 잔뜩 낀 흐린 날씨 탓에 기대했던 만큼의 멋진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운좋게도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어요.
사진 속의 연인들이 보이시나요?
아마 조금은 다르다는 걸 느끼셨을거예요.
아무리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자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하자고 말하지만,
주변에서 장애우들을 마주칠 때면 저도 모르게
연민 어린 시선을 보내거나 과잉친절을 베풀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날만큼은 정말 순수하게 부러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던 거 같아요~
처음 눈에 들어온 게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빛과
너무도 해맑고 행복하게 웃고 있던 두 사람의 미소였거든요.
‘참 예쁜 커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돌아봤는데,
그 때 보인 게 휠체어였습니다.
안다만 해 최고의 일몰이라는 프롬텝의 일몰보다 더 멋진 연인들을 지나쳐 발걸음을 옮기는데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등불맨 발견!
동상처럼 가만히 서있다가 앞에 놓인 통에 돈을 넣은 후 옆에 서면 포즈를 취해 줍니다.
지폐를 바라는 거 같은데 사람들이 계속 동전만 넣으니까(이건 순전히 제 추측ㅋㅋ)
금새 폐업하고 이동하더군요~
동화책에서 봤던 ‘피리부는 사나이’ 의 한 장면(쥐들이 피리소리 따라가는 장면)처럼,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등불맨을 쫄랑쫄랑 뒤쫓아 가는데...
그 풍경이 왤케 웃기던지. 풉~
여행 tip. 시티투어 이동방법
한인업소 통해서 공항 픽업 포함 6시간, 기사 딸린 차량으로 1450밧에 빌렸어요.
경비 아끼려고 푸켓타운에서는 개인적으로 움직였고(도보&툭툭),
푸켓타운 둘러본 후 최종 방문지인 센탄에서부터 투어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 글 보니까 하루 차량 렌트비가 1200~1400밧 정도라든데...(기름값은 본인부담)
마지막 날인데다~ 푸켓 지리도 잘 모르고, 무엇보다 운전 미숙이라
저희한텐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더구나 기름값도 안 들고, 기사분까지 있으니 렌트보단 효율적인 듯!
공항 픽업비만 500밧 이상 드니까 실제 비용은 1000밧도 안 든 셈ㅎㅎ
시티투어를 마지막날이 아닌, 일정 중에 하시는 분들은
오토바이 렌트하시면 저렴하긴 할텐데....
외국인들에 대한 경찰단속도 심하고 (혹자의 말을 빌리면, 거의 삥 뜯는 수준;;)
무엇보다 언덕이 많고 현지인들의 난폭한 운전으로 위험하다니 참고하시길.
* 이제 마지막 한편만 남겨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