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6일째 카오산
2007년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날. 여행 6일째...
오늘도 역시나 아침 일찍 일어났다. 눈뜨자 마자 큰 곰보빵 두개와 커피 한페트를 주서먹고 산책을 나섰다.
룸피니 공원...어느나라에나 앞뒤로 박수치며 걷는 아줌마들이 있다는걸 알았다.
이 아줌마들...노란옷입구 열씨미 박수치며 뛰댕기구 계신다.
나는 마치 익숙한 이방인처럼 느긋느긋 산책중...
앗 오리보트다..........타고 싶다.....
절대 2인 1조로 타야하는 오리보트를 쪼끄만한 외국인이 혼자 타서 열씨미 발굴리고있으면 좀 웃겨보이겠지? 것도 아침 8시부터..........
흠...타구싶다 타구싶다.
룸메이트들은 여직껏 자구있다. 당연하겠지만--;
어제 술한잔했나? 늦게까지 놀았나? 뭐하고 논거야??? 게으른 사람들 같으니...
......................
좋겠다....ㅡ.ㅜ;;
아침부터 심적으로 외롭구나. 연말이라서 긍가. 쳇
오늘은 카오산에 입성하는날...
카오산...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그곳. 기대 만땅이다.
그래서 어쩐지 방콕에 오자마자 들리고 싶지 않았다. 마치 맛있는건 남겨두는 것처럼...
그나저나...맛난거 얘기하니 배가 고픈 느낌이다. 말이 되는가? 인나자마자 꾸역꾸역 빵을 밀어넣은지 채 3시간도 되지않았다. 평소에는 아침 거르기가 일쑤였는데...여기서는 어쩐지 내 안에 걸신님이 오신거 같다.
실롬서 카오산 가는 버스정류장
숙소 직원 언니에게 물어 뿌듯하게 버스타고 카오산까지 잘 왔는데...아직 보통의 첵아웃시간도 되지 않았다. 바보같이 미리 예약한 숙소에다 짐맡기고 놀면 될것을...그땐 그생각 전혀 못하고 20키로짜리 짐들을 짊어지고 거리를 방황했다. 헉헉...덥다...힘들다....
어디 앉을곳 없을까 방황하다가...웬 사원앞에 앉을데가 있길래....거기를 베이스캡프 삼아버렸다. 먹을거 사다가 거서 먹구, 책두 읽구, 음악두 듣구...목마르면 편의점 가서 다시 음료수 사구...
바라부리...싱글...다 좋은데...개미가 좀 마니 많다.
연말이라 방이 없을까바...바라부리에 예약을 했다. 거금 650밧을 주고...완전 거금이라 가슴아팠지만...연말에 숙소까지 우울하고 싶진 않았다.
잠깐 지나온 카오산의 느낌...
아주 평범하게...사람이 참 많구나. 외국인이 참 많구나...뭐 그렁거였다.
별로 특별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었다. 다만...밤이 되면 좀더 화려해 지겠지..
그래 게다가 오늘은 12월 31일....서울 도심도 이런날엔 사람이 바굴거리지 않는가. 친구들 연인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어쩌면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난...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혼자온 여행자들이 단순한 호의에도 껌뻑 넘어가고 그렇게 사기도 당하구 그러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조심하자. 아자.
그치만 심심하고 외로운건 어쩔수 없다. 벌써 1주일째...입에 거미줄 치겠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보며 심심하니까 진짜루 하루 한번씩 집에 전화를 한다. 오늘도 원투콜 카드나 더 사야겠다--;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걷는데...피씨방이 있구나. 들어가서 태사랑에 접속을 해 보았다. 한국을 떠나고 첨이다.
혹시...혹시...나같이 혼자와서 이런 분위기에 외로워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뭉텅이뭉텅이 모여서 노는 분위기를 못견뎌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래 찾아보자. 여기보니까 동행자도 많이 구하더만...
해서 태사랑에 글을 남겨 보았다. 혹시 카오산에서 심심해 하는 여행자가 있는가 해서...그럼 전화를 주십사...하구~ 인사나 하자구...
글을 올리고 숙소에 들어가 빨래를 했다.
우울한 기분을 빨래로 풀려는 듯이 쭈구리고 앉아 비비고 때리고...--;
아....전화가 왔다!!!
이날. 모두들 Happy New Year!!!를 외치는 이날...
나는 방에 들어와 짜증이 올라
다시는 일부로 사람을 만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전화가 와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분이 태사랑에 자주 접속하는 분은 아니지만 어째뜬 태사랑 회원이므로...
요기에는 세세한 상황까지 적을 수는 없겠다...
글구 그분이 내게 해를 끼친건 절대 없다.
그냥 배려심이 좀 없으셨을 뿐...
그냥...연말에 혼자 있는것보다 우울했을뿐...
다만- 한가지...
그분을 보며 느낀거는...
나역시 외국 나와서 한국인이 부끄러울때도 있지만, 자랑스러울때도 뿌듯할때도 많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부족한 점 고쳐야 될 점도 많지만 그렇다고 절대 단점만 가득한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많은 장점과 잠재력, 가능성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
유학생이나 교포, 외국생활을 좀 오래 했다 하는 사람중에...서양애들은 그런데 한국인은 저렇다! 하며 한국의 단점만 보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그건 들어보면 때론 단점이 아닌 경우도 많다. 예를들어....그분...한국애들은 론니 플래닛 들고 다니는거 한번도 못봤다고 비꼬듯이 말했는데...당연하지 않은가...론니플래닛보다 더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가이드북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카오산에서 머리 땋고 태국옷 입고 가이드북 보고 다니는게...왜 비꼼의 대상이 되야하며 왜 비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나...상당히 머리 땋고 싶었다...)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그분...가끔씩은 개별사례로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모든걸 다 안다는듯 자만하는 모습이... 자신의 얘기에 진심성을 담지 못하고 심히 나쁜 유학생 스러운 오만으로 타인의 진정성과 대화에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심히 부끄러웠다.
나는 개인주의적이고 고집있을 지언정....함부로 나만의 잣대를 들이대는일은 하지 않는다. 혹여나 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지언정...개개인의 판단이지 무리를 싸잡아 매도하는 오류를 쉽게 범하지 않는다...
아...심각한 말이 길어졌다. 이렇게 심각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상대에대한 특히 초면인 사람에대한 배려심을 조금만 더 키워주시길 바란다. 그분.
아무튼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았다. 난 31일밤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빨리 집에 들가 잠이나 자구싶다 이런생각 말고.
그렇게 어째뜬 방으로 돌아오는데...아주 오늘의 결정타로...흑인 오빠 한분 숙소앞에 다가와주신다.
(흑인에 대한 편견은 없다. 별루. 다만 새벽 1시에 다가오는 남자에대한 편견이 있을뿐)
그분 대뜸 물으신다
"너 몇살이니?"
"그건 왜묻는데???"
"그냥 묻는거야!"
"나.....00살인데 왜?? (실제 나이를 밝혔음)"
웃기지 말라는 눈빛으로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시는 그분...
그래 내가 쫌 들자란 청소년 체형이긴 하다만...
그래 니들눈엔 동양애들이 어려보이긴 하겠다만...
너 미성년자는 지난거 맞지? 이 눈빛은...쫌 그렇지 않습니까???
"너 나랑 나가서 좋은데 가서 놀래???"
헥!
"웃기지마!! 나 집에 들갈거야!"
라고 쏘아붙이고 돌아서 숙소문을 여는데 문이 잠겨있다...
식은땀 줄줄.....쾅쾅 두드리니 잠시 졸고있던 가드가 일어나 문을 열어준다...
ㅜ.ㅜ;
하여간...
나 오늘 느낀게 무진장 많다...
모든건 억지로 하면 안된다는거
그리고 조심해야 한다는거...
오늘의 소심모드 셀카...공원 베이스캠프 앞 소심녀...
이때만해도...얼굴 하얗다.....
* 싸이월드 페이퍼로도 발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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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하는 칭구들 때매 가끔 내용이나 사진이 째끔씩 다를수도 있습니다.
물론 귀찮은 날엔 똑같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