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박 13일 혼자 시작한, 태국 여행 (2일-1)시장+씨암
오늘은 일요일, 그 유명한 짝뚜짝시장이 여는 날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행객들의 일정은 짝뚜짝으로 시작한다.
우린 의견이 합치되어 짝뚜짝에서 씨암, 그리고 휴식..
시장과 백화점으로 체험하는 방콕이 오늘의 일정 컨셉...
짝뚜짝은 엄청난 규모의 주말 시장으로 하루종일 돌아봐도 전 시장을 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닭소리에 선 잠마저 달아나고
A언니와 난 미친듯이 추운 에어컨과 닭을 원망하며 천근만근한 몸을 일으켰다.
방을 당장 옮기고 싶었지만, 이른 아침엔 열지 않는 동대문...그래도 9시가 넘었는데 안열더라.
할 수 없이 방을 하루 더 사용하기로 하고 아침을 먹으러 한적해진 카오산으로 걸어나왔다.
어젯밤의 흥청망청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는 아침 시장같은 카오산의 풍경,
허름한 3층 건물들 사이로 내리쬐는 새하얀 햇빛, 텅 빈 거리, 한적하고 조금은 허전한 거리의 모습이다.
눈 앞에 보이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볶음밥과 쌀국수를 시킨다.
+ 혼자 여행이라면, 아침시장을 찾아가거나 세븐일레븐에서 간단히 먹고
버스를 탈지 택시를 탈지, 어느 방향에서 탈지 고민했을텐데,
식구가 갑자기 생기다보니 발 가는데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게다가 머릿 수가 여럿이니 교통비 걱정 없이 타고 싶은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무척이 짠...볶음밥...
태국의 음식은 짜고 달고 맵고 시고 향이 강하다. 온 갖 맛이 뒤섞인 맛, 그것이 태국의 맛 중 하나
반 정도 먹고 포기해버렸다. 원래 도중에 수저를 놓는 내가 아닌데...^^
그 짭짤한 밥을 짜다면서 아주 잘 먹는 A군 오빠는 여행 내내 태국음식이 입에 착착맞는다고 연신 자랑이다.
좋겠다...
버스를 타 볼까 했으나, 해도 꽤 올랐고 날도 더워지고 있어 택시를 타기로 했다.
어제 못 탔던 분홍택시! 회사택시기 때문에 흥정시도도 잘 안하고 정직한 편이라고 한다.
카오산에서 짝뚜짝까진 약 7~80밧 정도 요금이 나온듯 (1밧을 보통 30원으로 계산하면 된다.)
택시서 내려 중간으로 들어가도 되련만... 구지 정문을 찾는 A군을 따라 우린 투덜거리며 따라 올라갔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보니 보이는 시계탑, 아, 그래서 정문으로 가는게 편할 수도 있겠구나.
우린 시계탑에서 약 두시간 뒤 만나기로 하고 서로 발품을 팔러 나섰다.
난 결국 그 주위만 빙빙 돌았지만, 관심있게 구경할만한 물건들은 다 본 듯 하다.
시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래 빨빨거리며 다니는 지구력은 부족하다.
일년간, 도서관이나 방에 처박혀 있던 탓에 체력도 딸린다...;;;
관심 있는 부분만 중점으로 보는 것이 내 시장구경 방법!
다녔더길을 계속 다니며
가방, 향초, 새, 군것질거리, 옷, 실크제품, 신발, 장신구 등등을 보는 것만 해도 충분했다.
가볍게 여행 내내 들만한 천 가방을 120밧 = 3천6백원 에 사고
여행중에 침대에 깔고 잘 45% 캐시미어라는 부들부들한 스카프를...100밧에 장만했다.
그리고는 계속 계속 눈도장만 찍다 지쳐버린 몸...
( 향초와 원피스를 사려 했으나 불가능할 것이란 예감이 엄습)
이미 무거워진 몸을 끙끙거리며,
본능대로 의자와 아이스커피가 있는 곳을 찾아 눈에 불을켜고 있는 나였다
연유를 넣어 지나치게 달달하고 너무나 커다란 커피를 마시며
더운 공기 속에 시-원한 한숨을 훅 뱉어낸다.
아! 좋다. 너무 달아도 색색의 촌스런 차양 아래라도
요모조모 구경하느라 지친 한 몸 쉬어갈 곳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편안할 수 없다.
쉰다는 것, 시원한 커피 한 모금 마신다는 것, 참 좋다. 여유를 되찾고 주위를 둘러본다.
마치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을 보는 것 같다.
옷 더미에 올라가 삐엥삐엥- 싸이렌 소리마냥 목청을 높여 호객도 하고
복권도 팔고
색색깔의 햇빛막이 우산이 촌스럽게 늘어선 이곳,
역시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은 정겨울 수 밖에...
한 숨 돌리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번엔 반대편을 돌아보다 시계탑으로! 가고싶지만...
여기서도 길치 기질이 발휘된다. 같은 곳을 맴맴 돌며 길바닥과 실랑이하길 십여분...
어렵풋이 시계탑이 보인다.
이미 5분 오바. 뜀박질을 해서 머리 휘날리며 달려가니, 기운 잃은 두 남녀가 퍼질러져 있다.
우하하 그대들도 시장구경이 힘들긴 한가보오!! ㅋ
이젠 씨암으로 갈 시간,
지상철을 타야하는데 저~반대쪽에 있는 지하철 정거장으로 가는 삽질을 한 끝에
내리쬐는 뙤약볕을 머리통으로 고스란히 받으며 길을 되돌아 BTS를 탔다. 아! 감사합니다 ㅠ 에어컨
지하철은 시계탑을 기준으로 아래쪽, 지상철은 위쪽에 있다.
즉,, 시계가 보이는 쪽으로 길을 잡아야 지상철로 이동한다.
짝뚜짝 시장을 나와,, 시장을 끼고 길따라 쭉~걸으면 길이 왼쪽으로 꺽인다.
그 길 따라 계속 계속- 가다보면 육교가 보이는게 그곳이 지상철 역이다.
+ 정오가 지난 시각, 지상철에서 무수히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이토록 뜨거운 시간에 저 뜨거운 시장을 다니겠단 말인가!!! 그저 대단해보일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쵝오!를 외치는 시장구경이 그들만큼 즐겁진 않았을 것 같다.
나중에 6~7시간을 시장만 돈 여행객도 만났지만, 나에겐 두시간이 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