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7일 여행 13일째
느긋하게 일어나서 토스트와 커피를 마신다. 오...이번 카오산에서 머문 숙소 정말 맘에 든다. 아침에 어설프게나마 토스트 한쪽과 커피를 준다. 비록 빵 두쪽과 네스까페지만...성의가 돋보인다 라고나 할까? 이 숙소...근데...다시오긴 쉽지 않을 듯 하다. 방이 대략 5~6개밖에 없기 때문에...증말루 운이좋아야 들어올 수 있다. 눈에 꼭꼭 담아둬야지 (어제 내가 묵은 숙소레스토랑의 밤 풍경...1층은 레스토랑이다)
* 깐차나부리 같이 가실분을 구하는 구인 공고는 아무 소용 없었나부다. 내 핸폰은 단 한번도 울리지 않았다. 흠...그럼 어떡하지?어디가지? 바다를 좋아라 하지만 다시 동부 바다로 가기엔 방콕으로 돌아온게 아깝꾸... 남부로 내려가기에는...뭔가 중부가 째끔 아쉽고...아님 북부?? 음....일단 터미널 가면서 고민해볼까.......하다보니 이미 터미널에 와있고 둘레둘레 하니까 누군가 역시나 다가와 어디가냐 묻는다... 얼떨껼에 공지 붙였던 깐차라고 했더니 빨리 표사구 빨리 내려가랜다.. 그렇게 얼떨결에...깐차나부리로 가게되었다.
깐차나부리...좀 심심할꺼 같은디... 내가 뭐 산을 좋아라하지도 않고, 관광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그닥 매력적인 관광지도 없어보이는데...그냥 1박하면서 분위기나 보고 와야겠다. 근데 도착하니 3시가 넘은 시간... 음...하루 딱 더해서 2박 하자. 짐 도착해노쿠 낼 아침에 뜰 순 없자노... 당시 배낭 전체 무게 20Kg...깐차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터미널에서 숙소 있는 곳 까지..걸었다. 어디가냐 묻는데...대답할말 없어서 걍 걸어버렸다. 인터넷서 본 숙소는 있지만 난 탐색을 하고 싶었다. 당시엔 그 숙소앞으로 간다 그러면 반드시 그 숙소에 묵어야 대는거 아니냐고 생각했고 사실...가까울줄 알았다......... 정말....정말.....완전 멀구...무겁드라. 숙소 거리에 와서 한번 쭉 걷다보니 사람들이 내 손에 투어 찌라시를 쥐어주기 시작했다. 하나를 쥐고 몇발짝 걷고 있노라면 다른 사람이 내 손에 다른 찌라시를 슬며시 꽂는다. 마치 지하철 광고판에 사채광고 꽂듯이... 간혹 같은 여행사의 찌라시가 내 손에 꽂히곤 한다.... 그렇게 찌라시를 받아가며 찾아댕긴 숙소들...어디는 Full이고 또 어디도 Full이고 좋아보니는 여기도 Full 이다.........나...방콕 가야대??? 한바퀴 돌구 다시 돌아 찌라시 쥐어준 언니 오빠 동생들중 젤 미소가 이뻤던(?) 동생에게 다가갔다. 나..방줘잉~ 그때가 3시쯤인데...5시까지 기다리면 방을 준단다. 그래서 고 앞서 땡모빤 한잔 묵고 책도보구 하며 기다리다가 잠시 산책이나 가야지 하구 길을 나서려는 찰나... 같은 레스토랑에 누가봐도 한국인스러운 여성분 한분 앉아 계셨다. 거기에 한국말이 씌여진 책까지 들고 계신다. 마침 심심하던 찰나~
"꺄악~ 항국분이세요?" "(뭔가를 적고 있다가 무표정하게 쓰윽 올려다보며...) 아...네..." 나중에까지 두고두고 놀렸던 그 첫인상... '내가 한국인인데...왜? 뭐 어쨌길래?' 그 표정...잊을수 없다. 순간 주눅이 들어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어리버리하게 서서...
"그...그게 저...여기서 만나니까...그냥...방가워서요............우물쭈물"
"그러지말고 좀 앉지 그래요?" 이렇게 만난 H 언니... 첫인상과는 달리 완전 쾌활 발랄 털털한 성격. 나는 그간 혼자 있었던 모든 일들을 풀어놓으며 간만에 수다를 떨었다. 이 순간 내가 이렇게 수다쟁이인지 첨 알게 되었다. 난...내가...무진장 조용한 성격인줄 알았다. 그치만 간만에 만난 한국인 것두 여자기에 아주 그냥 신이 나서 졸리프록에서의 맛있었던 식사도 뒤로하고 수다떨기에 바빴다. 게다가 덜컥 낼 에라완 폭포 투어까지 꼬셔서 신청했다.
(졸리 프록에서의 식사...맛나다.)
"제가 찌라시 보여드릴께요~" 라며 아까 오는 길에 받은 찌라시들을 카드 펼치듯 쭈욱 펼치고는 슈렉의 고양이 눈을 하고 반짝반짝 쳐다보는 나를 차마 밀칠 수 없었으리라.. 이리하여 낼 투어도 같이가게 대었다. 야홋.
밥먹구 숙소로 와서 수영도하며 떠드는데...(숙소에 수영장이 있었다. 꺄아아악~ 좋아라) 어떤 할부지 한분이 우릴 유심히 주목하신다. 어둠속에서 난...그냥 동네 주민인가...했더랬다. 맥주마시러 숙소 레스토랑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슬며시 다가오시는 할부지.
(독자의 눈을 심히 불편하게 할 우려가 있어...살짝 흐리게 처리한 수영장에서의 내 모습)
올해 여든이신 할부지는...역시 한국인이고 혼자 여행중이시란다. 한국말이 들리자 방가운 마음에 다가오셨단다. 오...대단해... 유럽 여러나라도 다니시고, 거진 한달째 깐짜나부리에 머무르고 계신다. 아들딸들은 세계 각지에, 젊을 땐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는 직업이셨단다.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을 연발하며...언니와 난...마치 첨부터 같이 있었던 양 친분을 자랑하곤 했다. 대단하다...........그치만 조금 외롭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치만 이렇게 만나서 같이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맥주도 한잔하고.... 그렇게 용기를 내야하는 구나...외롭지 않을라면 이렇게 만나는 거구나...여행이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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