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8~9일째 파타야1
2008년 1월 2일 여행 8일째
확실히 맥도날드의 모닝셋 따위보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이 든든한가보다.
버스타구 방 구하구 하느라 점심을먹지 않았는데도
11시만 되면 배고파 정신을 잃던 여느때와는 다르다.
버스도 잘타구, 파타야에 와서 썽태우도 잘타구 파타야비치까지 왔다.
어제 31일날 만났던 그분이 전화를 하셔서는
왜 저나를 안했냐 물으시길래...그냥 피곤하구 그래서 안했다했더니..
"아에씨~ 짜증나. 괜히 전화했어!" 라고 말씀하셔서 할말을 잃었었다.
근데 그분이 파타야 가지말라고...지금가면 방이 모두 풀일꺼라고...얼핏 말씀하셨더랬다.
정말로...파타야...온방이 다 Full 이었다.
첨엔 찜해놨던 Apex 호텔 물어봤다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풀이라길래
조금씩 조금씩 옆으로 가며 점점 허름해보이는 방들을 물어보는데...모두 풀이다.
아..20키로짜리 가방을 메고...다시 방콕으로 돌아가야하나???
좀더 구석으로 갔다. 로비에 서양아해들 몇몇이 앉아있길래...안심하며 들가니 딱 한방 남았단다.
가격도 비교적 착한 400밧.
여행하면서 서양애들은 내게 가끔 이런식으로 안심과 지침을 주기도한다.
어째뜬 가끔보면 걔들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걔들이 자리펴고 있으면 같은 외국인으로서 어쩐지 안심이 된다.
여하간 방을 잡았는데-
...........
이방에서 처음으로 밖에서 문잠으고 나 감금하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심에 시달리게 된다.
올드보이처럼...아무 이유도 모른채 감금당하는 상상에 빠지기도 하고
이런방에서 일어나는 스릴러를 시나료로 써볼까하는 망상에 젖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화장실에서 내 손등만한 바퀴벌레가 내게 인사를 하는 바람에...
이후 화장실 문 꼭닫고...볼일보고 싶은맘 꾹 누르고 밖으로 나가야했다.
(숙소...사진으로는 괜찮아보인다. 사진에 속지마시라. 내 카메라 매직카메라다)
숙소에서 뛰쳐나와 파타야 거리를 배회했다.
숙소잡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서 이미 오후 4시가 넘어갔기에...오늘은 거리 산책정도 할까 했다.
파타야의 바다는.....부산 앞바다다. 완전.
물은 드럽고 사람은 바글거리고...
유흥꺼리는 많은거 같은데- 차마 옷을 반만 걸친 언니들 있는곳에 들가기가 민망하고...
(뒤통수 셀카가 찍고싶어...부단히 애를 썼다)
숙소에 돌아가기 싫어 거리를 방황하다가 완전 깨끗하고 좋아보이는 숙소를 발견했다. 새로 생긴듯한 느낌. 나도모르게 내 발이 글루가서 예약을 하고 왔다.
혼자 묵긴 과한 1300밧...
예약하고 정신차려보니... 상당히 비싼거 같다.
파타야 이쁜가? 좋은가? 계속있고 싶은가??? 라고 계속 자문해보고
1300이면 또 밥이 얼마녜, 빵이 얼마녜 하며 쪼잔한 계산도 계속해본뒤
다시 돌아가서 예약을 취소햇다.
빼도박도 못하느니...싫으면 낼 여길 뜨면대자나?
꼬사멧...그래 꼬사멧 가까워보이던데~
오늘 대충 때우는 대신...내게 맛난걸 선사하자 하며 커피숍에 들갔다.
(본인 커피광이다.)
커피숍에 앉아 맛난 우유탄 에스푸레소를 마시며 지나는 사람들을 찬찬히 보는데...
가만보니, 태국 여자들을 옆구리에 끼고다니는 서양 할부지들은 모두 ...아니 대부분 대머리인거다.
의문점이 생겼다. 색을 밝히면 대머리가 되는걸까? 아님 대머리가 색을 밝히는 걸까???
(머리숱이 적어 고민하시는 분들께 죄송. 당시 그냥 이런 망상에 빠졌을뿐이예요)
술을 매우 즐기는 편은 아닌바...정말 밤에 할짓이 없어서 숙소로 들어왔다.
다행히 숙소에 TV가 있어서...오늘은 그 아이를 친구삼아 잠들기로 했다.
TV에서 오미자가 몸에 아주 좋다고 한다.
이와중에 한국가면 집에 오미자즙이나 한빡스 사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8년 1월 3일 여행 9일째
와...파타야 바다...새벽까지 증말 시끄럽다.
그래...니들 노느라 시끄럽지. 흥. 그래서 나두 질세라...TV 크게 틀었다 뭐~
8시에 인나자마자 아침을 먹으러 갔다. 우리 바퀴벌레님이 기상하시기전에 나올라고 애쓴거다.
든든하게 먹어야지 했는데- 뭐야 다들 아침 안먹어??
아침밥을 찾아 걷다보니...한 호텔에 적인 아침 식사 시간이 10시 반 부터라고 적혀있다.
그게...아침이냐?
.....그럴수도 있겠다. 밤 늦게까지 다들 광란의 밤을 보냈을테니
나같이 파타야 와서 일찍자구 일찍 인나는 아해가 어딨겠니???
하는 수 없이 편의점서 빵과 우유를 사들고 바닷가에 앉았다.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아~ 아침 바다~
어떤 아저씨 또 다가와주신다.
"Where Ar U From?"
"From Korea..."
"한국분이세요???
........어찌구저찌구......중간생략......
내가 차 타구 여기 좋은데 구경시켜줄까??"
......
이런식...
나...분명 혼자있고 싶어요 표정을 얼굴에 셋팅했지만 눈치채지 못하셨다.
............
"아뇨....저...그냥 여기 뜰려구요."
뭐랄까...순수 호의일수도 있겠으나...
대뜸 그런 얘긴 사실 경계감을 대뜸 부추긴다.
더구나 어감이...'좋은데' 와 '구경시켜줄까..'는...좀....
패키지 관광온 한 무리의 한국 여아들이 보인다. 흠...난 여아들의 대화가 그리웠다..--;
일어나 짐챙겨 꼬사멧으로 가버릴까 하다가 옆바다 좀티엔으로 향해버렸다.
나와서 썽태우 기다리는데 어떤 외국인 아저씨가 지나가는 썽태우를 세워
좀티엔 간다 하길래...
덜컥 아무생각없이 따라 타버렸다. 정말...생각없다.
다행히 좀티엔 초입쪽에 숙소하나 발견. 숙소를 또 생각없이 잡아버렸다.
아...좀티엔. 파타야보다 훨 조용하고 좋구나~
이런 생각하는 동시에 2박치를 계산하고 있는 나를 발견^^;;;
숙소가 안정되니 이제 관광모드로 들어갈 여력이 생겼다.
어디갈까 하다가 미니씨암에 가기로했다.
그냥 무작정 성태우를 타고 뭐...근처 어디든 가겠지 하며 사람들 많이 내릴때 내리구...하다보니 어째뜬 미니씨암 근처까지 잘도왔다.
오는길에 프랑스 아저씨랑 즐겁게 대화도 하며~
이제야 좀 관광온 기분이 든다. 성태우의 매연 섞인 바람 마저 상쾌하구나.
갑자기 파타야가 좋아진거 같은 기분~ 다 숙소때매 맘이 상해있었던겐가?
혼자다니면 숙소에 처박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숙소가 참으로 중요하다. 특히 나처럼 숙소에서 책읽고 빈둥대는 시간을 즐기는 아해에겐...
터미널서 걸어서 미니씨암에 갔다. 난 걸어서 둘러보는걸 참 좋아라한다.
...
입구의 표받는 언니가 "안녕하세요" 라고 할 때무터 수상했지
여긴 한국인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내가 갔을 당시 정말 80%가 한국인 관광객들.....단체 관광객들
그제야 생각해보니 내 칭구 3박 4일 태국 갔다왔을때 미니씨암서 찍은 사진이 있었던거 같다.
심지어 여기선 팥빙수도 팔았다. 간판에..."팥빙수"라고 써있더라.
잠시 휴식하며 든 생각... 정교하지도 않은 미니어처를 보러 250밧이나 주고 와서...한시간도 안되어 다 돌아보구도 그다지 후회감이 들지 않는건-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인건-
나도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은 미니어쳐를 좋아라하는가???
생각해보니 제주도 가서도 미니어쳐 공원에 상당히 가고싶어 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이 미니어쳐를 보면서 어이없게도
앙코르 왓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불끈 솟구쳐 올랐다.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그런 비현실성은 아랑곳 않고
단지 다른 미니어쳐보다 크다는 이유만으로 앙코르왓이나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파타야 비치로 다시 돌아와 에어컨 바람이 그리워 웬 백화점에 들갔더니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코너가 있더라.
어릴때...이 프로그램 잼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들갈까 말까 심히 고민했다.
그러나다 나를 제치고 와글와글 들어가는 어린 아해들을 보고서는...관두기로했다.
들가봤자...늘 그렇듯...애들한테 떠밀리고 부딪히고...넘어지고...
안봐도 뻔하다 내모습--;
(나 쫌 남들한테 잘 밀리고 잘넘어진다...
요새애들 발육이 좋아서 걔들이 밀치면 꼬꾸라지기 일쑤다.)
밥먹고 파타야 아니 좀티엔 바다를 걷다가 갑자기 서글퍼졌다.
멋진 일몰에 갑자기 감상적이 되버린게다.
예상치 못한 감정 기복에 - 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별 얘기는 안했지만...대화후 울컥 서글퍼졌다.
왜...그러니...도대체...
얼마나 미련을 버려야 내 가방이 가벼워질까?
내 가방이 무거운건...내 미련의 무게가 무겁기 때문인거다...
털자
...털자
...그리고...일어나자.
그런의미에서 돌아오는길에 수영복을 하나 샀다...
낼은 근처 섬에 들어가 수영이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