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19일째 앙코르2
* Sun Rising
새벽 4시 반 기상. 앙코르왓 뚝뚝 관광 코스는 이튿날 반드시 일출을 봐야함... 나..일출 많이 봤는데 꼭 그래야돼?? 하며 우거지상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새벽 리얼 오픈 카 드라이브는...정말...상쾌하고.......추웠다. -_-;
나시티 입고 갔는데...누가좀 말려주지 그랬어.
꾸역 꾸역 튀어나오는 닭살을 손대패로 비비며 앙코르왔 사원 도착.
아...지난번 콰이강 다리의 좀비는 진짜 좀비가 아니었다....앙코르왓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진정한 좀비 떼를 만난 것이다... 나도 좀비 떼에 합류!
좀비 하니까 생각나는데 2007 새해가 밝아오는날...나는 좀비 역할 엑스트라 놀이를 하면서...종칠때 야식으로 오뎅을 먹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_-;;
아...5시쯤 출발해 나온거 같은데...정말 지루하게 오래 기다려야 되는구나.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살짝 자리 쌈도 해주고, 앞에 누군가 내 시야를 가리면 소심하게 혼자 불평을 중얼거리기도 하면서 대략 1시간 넘게 기다린거 같다. 앙코르 왓 사원 뒤로 올라오는 해가 완전 백미라는데...아...아...드디어 해가 뜬다 떠....
근데...
흠...백미라고 하기엔...계란 노른자가 생각보다 너무 쪼끄맣다. 메추리알 노른자구나-_-; 니 엄마 데꾸와!
그래도 혹시 알어? 앙코르왓 일출 기도가 좀 효험이 있을지...
그래서 아주 그냥 성심 성의껏 올해의 소원을 구체적으로 빌었다. 세계적인 유적에 절이자나?? 효과 직빵이길...아직도 기대하고 있다.
* 반 뜨레이 쓰레이
뚝뚝을 타고 40분을 넘게 간다. 오오오 이 상쾌한 아침 공기!!! 아침 햇살!!!
비록 내 닭살은 여전히 오돌도돌 하지만 공기가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해 진건 사실이다. 뭔가 가슴속의 응어리가 뻥 뚫리는 듯한 이 기분@! 오빠 달려!!!
거의 모든 사원에 부조가 있고 기둥이 있지만 특히 이곳의 정교하고 화려한 부조들과 희안한 석기둥 색상...그리고 따스한 햇살이 어우러져 상당히 아름다워 보였다.
여행 19일째...이제서야 나의 애장품 롤라이 카메라를 꺼냈다.
한때 순수 사진 예술을 하겠다고 깝죽대던 아이가 SLR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은 이유는..............모가지가 얇아서이다-_-;
남들처럼 여행 내내 그 무건걸 들고 다니다간 내 목이 끊어질꺼 같았다.
그래도 깝죽대던 가닥이 있는지라 싸구려지만 사랑스런 디카와 함께 미니 롤라이를 들고와준 게다. 자자...개시!
아...이 한순간 셔터의 희열~
(그러나 이날의 사진은 아직도 현상을 안했다-_-;)
* 반 뜨레이 쌈레
이름들이 뭐 이리 어려워...나중에 이름 기록을 위해 증말로 열씨미 공부해야만 했다...이름이라도 안적어 놓으면 앙코르 유적지 전체가 그냥 압살라로만 기억될꺼 같아서 이다.
아직 오전이라 그리 급끕하게 덥지 않고 상쾌한 드라이브 덕분에 기분이 더욱 업업 된 언니와 난...이곳에 가서 셀카 삼매경에 완전 빠져버렸다.
앙코르 왓의 축소판이라는 이곳은 ......내가 알리가 있나 앙코르왓 새벽에 입구밖에 안가봤는데-_-;;;
그래도 이곳이 좋았던건 사람이 적은데다 상당히 아기자기 했다. 뭔가.
* 아침을 SKIP한 탓에 시간이 아주 여유롭다.
일찌감치 숙소로 가잔다...우리는 Thy 선생님 말씀을 잘듣는 착한 어린이~야홋 낮잠자로 가자~
이곳에 비록 스타벅스 씨리즈는 없지만, 비록 이곳의 우유맛이 파스퇴르 맛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원한 그늘에 앉아 마시는 카푸치노 한잔은 내 피곤함을 달래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달콤한 꿀잠~
......무려 4시간가량-_-;
잠을 자고 일어났을땐...마치 또다른 하루가 시작된 기분이었다-_-;
하루를 이틀에 나눠서 살고 있는 느낌?
* 드디어 앙코르 왓~
왜왜왜 앙코르왓을 둘째날 보는거지??? 라는 의문은...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지만- 어째뜬 웅장하고 경이로운 신의 사원을 본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아...나중에 조카 생기면 교과서를 가리키면서 내가 여기 가봤다고 생색내야지~ 라는 유치찬란한 생각을 하며 발랄하게 뛰어갈 때 ...
........
어떤 구걸하는 여인과 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뇌가 커지는 병을 앓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으로나 찾아볼 수 있는 그 병...
얼굴 빼고 나머지 머리가 너무 커져서...위태로운 핏줄 마져 보이는 아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보자마자 눈물이 나버렸다.
...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주제에...어머나 어떻게 쯧쯧쯧...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말도 못하고 앞만 보고 지나쳐 걸어가는데...맘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다시 달려가 주머니를 뒤지니 겨우 나온 몇백 레알을 아이 엄마에게 쥐어주며...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이것밖에 못줘 미안하다고...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혹시 I'm sorry 라도 알아듣는다면...내 맘은 전해졌으리라...
그치만 그러고 돌아서며 또 다시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모아진 돈이...그 아이를 위해 쓰이지 않을 것 같아...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돈 1달러 쥐어주며 아이의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흠씬 때려주고 싶을 만큼 미웠다. 니 눈엔 이게 기념이니?
이때서야 진짜로...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많이 벌고 싶다.
* 마음을 추스리자.
나 지금 앙코르 왓에 와 있어... 세계적 유적지에 와 있다구.
10분간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본 앙코르 왓.
역시나 그게 그것처럼 보인 사원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구나.
거대함과 웅장함...거기에 더해진 섬세한 구조...
세계적일 수 밖에 없는 사원이다...
맨 윗층은 보수 중으로 출입이 금지 되었는데...출입 금지에 대한 억울함 보다는 이런 문화 유산을 잘 지켜내고 있지 못함이 안타까웠다. 이렇게 남의 나라 유산에도 안타까운데... 후일 숭례문 얘기를 들었을때는 뒤늦게 들었음에도 상당히 쇼크받았다.
(고소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 오늘의 느낌을 얘기하고 보니...나 참...윤리적인 사람 같지만...
학교다닐때 윤리...."양"이었다-_-;;
수우미양가 중...양.... 것도 그 거저 먹는다는 윤리 도덕...
게다가 사실... 가끔 지독하게 반사회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종종 생각한다. 나의 이런 감상은 진정한 윤리성과는 거리가 먼... 동정심 내지 가식일지도 모른다고...
뭐 설령 그럴지라도... 뭐가 문제랴...
.....남의 아픔에 진심으로 슬퍼할 수 있는 내가 좋다...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 앙코르 사원은 그 크기만큼 볼 것도 많다. 뭐...아는건 없어도, 쉬었다가 봤다가 하여 사진찍고 노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선셋 - 프놈바껭
(힘들다구요!)
또 어딘가 비슷하고 조그만 사원을 기어 올라가 선셋을 보았다.
어제 뭐 일몰 본데다가
완전 덥고 땀에 쩔어서...
전혀...별 느낌 없이 의무감처럼 코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 오늘의 식사는 길거리 쌀국수.
싸구 시끄럽구 달구... 뭐 그런 국수를 먹고 Bar에 가서 칵테일을 한잔 했다.
소심녀, 깔루아라면 사족을 못쓰도록 좋아라하는데 - 깔롸 밀크 한잔 먹고 돌아가는 길에 마트를 가보니 깔롸 큰병이 고작 10달러다.
헉...저걸 사 말어...정말 진심으로 심각한 갈등거리가 생겼다.
아직 1달이 훨 넘게 돌아댕길 예정인데...
1리터나 되는 거대한 술병을 내가 과연 짊어지고 다닐 수 있을까?????
갈등에 또 갈등을 거듭하며 언니가 짜증나리만큼 마트 앞을 서성인 후 결국 소심하게 5달러짜리 작은병을 하나 샀다.
350 ml짜리지만 병 무게가 상당하다..... 눈이 홱 돌아가 사긴 샀는데-
이그이그 어떻게 짊어지고 댕기누???
20kg의 내 짐이 22kg이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