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21일째 지옥버스
2007년 1월 15일 여행21 일째...
나는 분명히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봤었다.
버스에 에어컨 있냐?
버스 크기는 어떤거냐?
국경까지 몇시간 걸리냐?
Are you sure? sure? sure? sure? sure?
라고...-_-;
버스에 탄 모두들 그랬단다.
모두 한꺼번에 사기 당한거다...--;
학원버스 크기의 미니버스에 사람이 한명씩 한명씩 더 올때마다 실소를 금치 못한다. 헉 여기에 또 탈 수가 있더란 말이냐???............근데 타더라.
우리모두 사기당했다고 아우성을 쳐도 어쩌겠냐...국경까지 가야하는걸...
다만 승객이 여기서 그만이었음 좋겠는데...사람은 계속오고 그 좁은 버스 복도에 우리의 짐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짐을 싣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모두들 No Problem.....제발 그만!
나는 정말 잊을 수가 없다...한명씩 한명씩 픽업을 할때...밖에서 버스를 쳐다보던 놀람과 동시에 망연자실한 사람들의 표정을...
첨엔 놀란다. 마치 티코에 10명 타고 있는 모습을 본듯이 놀랜다. 그러다가 자신도 거기에 껴야댄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내 표정이 일그런진다... 일부사람들은 '뭐 여기가 그렇치 뭐~' 라는 식의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하기도 한다.
그와중에도 나는 딴 사람들보다 싸게 티켓을 산걸...매우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나는 9.5딸러에 국경까지, 어떤 외국인은 심지어 14달러에 사기도 했다.....이와중에 그렁걸로 기뻐하다니...-_-;
첨엔 모두들 항의하고 짜증냈는데...
나중엔 이 버스에 이만큼 탈 수 있다는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심지어 사진까지 찍는다...
이때까지만해도...예상치 못한것이다. 캄보디아에 대한 이미지를 싸그리 바꿔놀 고행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버스에 구멍이 뚫렸는지 어쨌는지...밖에서 걸어가도 이것보다는 먼지를 안맞겠다. 누구 한명이 너무 더워서 창문이라도 열새면 모두들 째려봄이 역력하다...그래...덥기도 오지게 덥다. 창문은 뭐야 돋보기로 만든것인지 그 따사로운 햇살이 내 시커먼 피부에 불을 낼것만 같다. 궁딩이 꼬리뼈는 못이라도 박힌듯 아파오고 아무리 천으로 입을 막아도 내 피부 전체로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것 같다.
아....여기가 지옥이구나...
...앞으로는 진짜진짜 착하게 살께요.....
개과천선 프로젝트 in Cambodia!
더 심한건....
아무대서나 서고 아무대서나 쉬며 아무렇게나 달리는 아주아주 위태로워 보이는 버스에 있다. 기사가 배가 고프면 그 길로 휴게소로 가고...엔진이 조금 과열된다 싶으면 또다시 들르고...들르고...
네버엔딩 지옥 버스였다. 우리의 업보가 얼마나 과중하기에 ㅜ.ㅜ
2시에 태국 아란야 국경에서 카지노 버스를 타야하기에 (그래야 방콕에 100밧에 간다) 안절부절 하던 나는...1시쯤 대서 아예 포기하고 만다. 아무리 아무리 물어봐도 앞으로 남은 시간은 3시간이라는데...그럼 우리는 제자리 바퀴질 해서 온거냐...
(언제나 앞으로 3시간이라는 우리 기사 아저씨와 우리 버스 - 휴게소만 오면 차 고치기 바뻤다...국경까지는 지대루 갈 수 있는 것인가)
시엠립 출발 버스는 우리만 있는게 아니었다.
근데 그 버스를 휴게소 마다 만났다...-_-;;
그리고 그 버스에 타고있던 스페인 아해도 만났다. 이름은 Anton.
첫번 휴게소에서 내게 일본인이냐고 묻던 그 아해...
두번째 휴게소에서도 밥먹었냐 하던 그 아해...
세번째 휴게소에서도...또 만난네 하던 그 아해...
근데 왜 걔는 멀쩡하지? 나는 이렇게 떡지고 드럽고 찐득거리는데???
걔들 버스도 우리랑 똑같단다...그치만 그아이는 지치지도 않는다...
지치지도 않고...내게 말을 건다...
흐음...살짝 귀엽지만...내가 좀 노닥거리기에는 현실에 너무 찌들었다.
몇시간을 더 달려야 이 찌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아아아아~~~~국경이다!!!!!!!!!!!
꺄악!!! 태국에 첨 들왔을때도 이렇게 방갑지 않았다.
국경이다 국경이다 ㅜ.ㅜ
감격의 눈물...12시에 도착한다는 버스가 도착한건 4시 반경...ㅜ.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 샤워를 한 모두의 모습은...국경에서 원달러를 외치는 그들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시 좋게 생각해보자...다시 좋게...좋게...
어떻게 좋게 생각하지??-_-??
이런건 어떨까? 이제야 진정 내가 여행자스런 모습을 하게 되었다는 둥...
여행자가 아니라...고행자지...
아...발톱에 때낀거좀봐. 발꿈치 각질 사이사이에 박힌 시커먼 때 하며...
가방을 한대 치면 폴폴폴 피어나오는 먼지...원래 색깔이 뭐였는지 알 수 없는 티셔츠...
땀은 먼지를 고착시키는 풀과 같은 역할을 해 주신다. 멋지다. -_-;
이미 내가 타고온 카지노 버스는 놓쳤고...어찌갈까 고민고민하다가...200밧 주고 다른 카지노 버스를 탔다.....여행자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이젠 못믿겠다-_-;;; (이와중에도 카지노 버스가 그래도 대략 2~30밧 싸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근데 이번 버스 삐끼 아줌마는 당췌 영어가 한마디도 안통한다. 언니랑 같이 앉기 위해서 오르락 내리락 생쑈를 하다가 심지어 승질내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래도 괜찮아. 에어컨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
아...버스 진짜 좋다. 진짜 좋다.
아...역시 캄보디아는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고행의 도시였어...
(피곤함에 쩔어 완전 얼빠진 표정 - 화장은 커녕 마침 티셔츠 한쪽도 헐렝이처럼 내려가 주신것이 당시의 고행길을 말해주는 것 같다)
룸피니 앞에 내려 다시 카오산으로 들가는 버스를 타고,
그니까 아주 그냥 하루종일 버스만 타고 카오산에 드디어 당도했다.
조금 비싸더라도...오늘 방은 람부뜨리로 낙찰 보고...(나를 위한 선물쯤으로 여기자...라기보단 그나마 지옥버스 덕분에 돈 쓸 시간이 없어서..오늘의 예산이 조금 남았다.)
그리고 밥을 무러 가는데...그 스페인 아해를 또~ 만났다.
나더러 어떻게 글케 비싼 람부뜨리에 묵으냐던 그 아해...(그 아해는 카오산의 마르코폴로에 묵었다)
술한잔 할래? 라고 제안했지만...언니가 있어...미안...하며 거절했다...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괜찮다.
몰라~ 오늘 술먹으면 나 죽어...
원래 오자마자 푸켓가는 밤차를 타려했다.
지옥의 먼지를 씻어내려 남국의 바다로 달려가고 싶었던 것이다.
.....카지노버스도 못탔는데 밤차는 탈 수 있었겠느냐
람부뜨리 숙소는...천국같앴다.
비싸서 뜨거운물 나오는데서 묵을 순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