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26일째 뜨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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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26일째 뜨랑

이상한 나라 10 3296

2008년 1월 20일 여행 26일째


아침 9시 배를 타고 피피를 나서기로 했다.
언니는 오후에 움직이기로 하고 나는 먼저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기로 했다.
끄라비에 머물고 싶었지만 일단 나중을 기약하고 남쪽으로 향한다.
열흘 남짓을 같이한 언니와 헤어질 시간...
가끔 혼자가 그리울때도 있었지만 언니와의 시간은 상당히 즐거웠다.
혼자서 못할 것만 같은 생쑈도 많이하고... 아니지...나 혼자서도 쌩쑈 많이 하지...흠...
암튼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다.
피피섬과의 짧은 만남도 아쉽고, 언니와의 헤어짐도 아쉽다.
언니가 한국 들가기전에 다시 조우하기로 했지만 어째뜬 다시 혼자가 된다.
아쉬운 마음을 사진으로 달래러...일찍 일어나 바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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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얼굴은 초상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관계로...ㅎㅎㅎ)

아...이제야 남국의 바다가 실감이 나는구나
물이 가득 차 있는 해변가는...무진장 아름다웠다.
어제...애개 이게 뭐야 라고 느낀 그 바다가 아니었다.
아침 8시...물속에 퐁당 들어가 허우적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선착장으로 향한다.
좋은 사람과 바이바이 하는 순간은 언제나 괴롭다.
뭐...어차피 혼자 시작한 여행이었기에 조금은 담담하기도 했지만
배를 타러 들어가는 순간 뒤돌아 봤을때 섬쪽에서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는 언니를 보자 마음이 너무 짠해 온다.
에이씽. 몰라.
부디 언니가 무사히 북쪽으로 가야할텐데...
나보다 더 어리버리한 언니라 내심 걱정도 된다.


방콕에서 올때 다같이 몰려 와서 어느 지점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뿔뿔히 흩어졌듯...갈때도 끄라비까지 가서 각자의 인식표가 향하는 곳으로 흩어진다.
나는 뜨랑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는데...아마 뜨랑 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나보다.
당췌 나를 차에 태울 생각은 안하고 마치 골칫덩이 넘기듯이 이사람 저사람한테 나를 넘긴다.
순간 불안하게스리...뜨랑에 여행자들 안가는거야?
나는 그냥 단순히 남쪽 섬으로 가보고 싶어서 뜨랑으로 가는데...거기...오지야???
아무튼 말레샤로 향해가는 미니 봉고에 간신히 자리하나 마련해서 나를 뜨랑에 떨궈주기로 했다.
어쩐지 혼자되었음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람들과 하이조차 하지 않았는데...


뜨랑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 여행사가 많다고 들은 기차역으로 델다달라니까 이거 말레샤가는차 니가 얻어탄거라서 안된단다.
머야...나두 돈주고 차표 끊은거라구!!


뜨랑에 내리니 이제 완전 막막하다.
여기서부터는 그닥 정보가 별루 없어서 물어물어 가거나 시행착오좀 겪고 해야하는데...아...외국인이 한명도 안보인다. 불안하게스리.
보통 정보가 없을때 내 생존 수법은 다른 외국인 여행자 따라가기 였는데...
적어도 그들은 론니플래닛이라도 들고있으니 어떻게 눈치껏 따라댕기면 되는데...
어쩌지 어쩌지
일단 기차역으로 가자 싶어 퀵서비스 아저씨에게 의뢰(?)를 했다.
아저씨 나를 기차역까지 퀵서비스. 오케?
20밧으로 쑈부보고 달리는 오토바이.
몇번 타보진 않았지만 이거 은근 잼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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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앞 당도.
여기서도 역시나 막막하긴 매한가지.
일단 현금이 별루 없응께...인출을 하고 보자 했는데
이넘의 현금카드가 안먹힌다.
신용카드는 집에 냅두고 (나의 소심 불안증으로 인해 신용카드를 들고오지 못했다) 현금인출카드 두개만 들고왔는데...하나는 아예 안들가고 하나는 비번이 틀렸다.
Try again, try again and again 해도 틀렸단다.
갑자기 하늘이 노래진다.
돈이 안뽑힌다면 내게는 약간의 현금만 있을 뿐이고 이돈이면 방콕가서 일찌감치 한국에 들가버려야한다.
갑자기 일순간 몰려오는 머릿속의 먹구름과 함께 피피에서 묵은 방값도 아깝고, 밥묵은것도 아깝고, 캄보댜 비자피도 아깝고... 상당히 쪼잡스러운것까지 괜히 썼단 생각이 든다.
특히 커서 못입는 비키니 같은 그렁거-_-;
제발...제발...오늘이 일요일이라서 인출이 안되는 거길 바라고 또 바란다.

여기 뜨랑은 시골 읍내 같다. 물론 다 돌아댕기진 않았지만..
외국인이 한명도 안보여서...오히려 겁이 나서 함부로 못돌아댕기겠다.
거기에 돈두 없고...대화상대도 없고...
아...혼자가 되자마자 하필 이런곳으로 올 생각을 하다니...
가고싶었던 꼬 묵이나 꼬 리뻬 가는 배는 이미 물건거 갔고, 일단 여기서 하루 묵을 수 밖에 없는데...
깨끗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는 커녕 역앞의 내게 위화감을 주는 호텔 하나밖에 숙소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럴줄 알았으면 끄라비에서 하루 묵다 오는건데...ㅜ.ㅜ
역시나 열씨미 걸었다. 지도한장 덜렁 들고 열씨미 열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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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불안해 하며 걷다보니 조금 상태 양호해 보이는 백팩커스가 하나 보이고 비록 멀끔하진 않지만 착한 가격에 방을 잡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나마 들어오는길이 아주 끔찍해 보이진 않아서 다행이지만 뭐랄까...감금당하는 느낌의 방인 것만은 확실하다.
TV가 없었으면 정말 앉아서 멍때리기만 했을 것이다. TV방을 얻느라 더 준 40밧이 전혀 아깝지 않다.
제발...바퀴벌레 친구만 등장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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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카메라. 매직 카메라. 어딜 찍어도 상당히 멀쩡해 보인다.)


짐을 놓고 나와서 여러 은행에 다서 다시 몇번의 시도와 절망을 거듭한 후 밥을 먹기로 결심했다. 그래 내가 이렇게 패닉에 빠진건 배고프기 때문일꺼야.
역앞에 멀쩡해 보이는 식당이 있다. 쭝국인 아줌마가 하는 식당인데... 아아...외국인이 한명있다.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나의 발걸음은 그 식당으로 향할 이유가 충분했다.
혼자된 두려움과 외로움에, 나는 더 이상 아까의 하이조차 하지 않던 내가 아닌 것이다.

생선이 야채랑 볶아진 덮밥을 시켰는데 생선이 너무 쪼끔 나오는거다.
배가 고팠던 터라 접시를 보자마자 확 짜증이 났는데...먹다보니...이렇게 짠 생선은 요만큼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더운지방 음식이 짠게 당연하지 라고...밥먹고 나서는 어쩐지 당연스럽게 관대해지는 내모습.

거진 열흘만에 다시 혼자가 되니까 내심 또다시 겁이나고 생각이 많아진다.
다시 솟아나는 망상, 고민, 우울함... 젠장 바다에 가야겠다.
어서빨리 가고 싶은 맘에 낼은 꼬묵으로 뜨기로 결정했는데... 꼬묵에도 일케 사람이 없으면 어떻하지? 이렇게 잡생각만 하면 어떡하지?
아아...그냥 유명한 해변만 가서 그냥 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지낼껄.
그러고 생각해 봐도...사실 유명한 파타야도 푸켓도 내심 무섭고 겁이 났던건 사실이다.
내가 갈 곳은 이제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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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긴 어딘가. 표 끊으러 여행사 가야지.
꼬 묵 표는 어서 끊으면 좋은가 하고 여행사들을 기웃기웃 탐색하는데...
어떤 언니가 쩌 멀리서 부터 웃으면서 내게 오라 손짓한다.
어찌 내가 모른척 할 쏘냐. 외로움과 겁에 치를 떨고 있는 아해를 향해 미소짓는 언니인데~

가서 꼬묵 표를 끊고 오직 3개~4개 뿐인 꼬묵의 리조트 사진을 구경했다.
꼬묵에 젤 유명한 찰리비치 리조트...완전 좋아보이지만 내겐 부담스런 가격인지라 패스 하고 (여긴 배도 꽁짜다~)
사람들 많이 가는 파랑 비치에서 젤로 멀다는 고무나무 리조트에서 묵기로 했다.
뭐...사진 멀쩡해 보이고 나름 이유있는 가격인거 같으니...게다가 언니가 너무 친절하여, 그 친절함에 뻑간 나는 덜컥 예약을 했다.


뜨랑 시내... 많이 돌아댕기진 않았지만 참으로 할일 없다.
그 흔해 빠진 다국적 기업 하나 없고, 외국인도 없다.
딱히 걸어다닐 매력적인 곳도 잘 모르겠고, 분위기 좋은 곳은 커녕 영어가 쓰인 레스토랑이 있다는것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갈데도 없고 할일도 없으니... 오후시간이 한가하다기 보단... 심심하구나.
거기에 금전적 불안함 까지 더해져서 나의 탐험정신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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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고난이도 셀카임)

살짝 어두워질 기미가 보이자 편의점에서 약간의 간식 거리를 사고 방으로 낼름 들어와버렸다. 이 방은 복도가 조금 음산한지라...더 어두워서 들오면 좀 마니 으스스할 것만 같았다.
맙소사. TV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완전 TV는 내 친구 삼아 혼자 TV보며 웃고 떠들고 중얼대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글고...전화를 거는데... 받질 않는다.
왜...그게... 전화를 받으면 안부나 묻고 할말이나 하고 아마 5분도 안되서 끊었을 텐데...전화를 안받으면 오기가 생긴단 말이지. 이넘의 심뽀가 말이야.
해도해도 너무 하는구나.

오늘은... 오늘은... 그래 예행 연습중. 혼자되기 연습중!

내가 묵은 호텔...이라 이름붙여진 게스트 하우스.
외관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만만치 않았지만, 다행히 벌레가 나오지 않아 그럭저럭 지낼만 했다.
다행이다 싶었더니 화장실에 상주하고 있는 도마뱀 친구가 있는 것이다!!
후훗. 맡은 바 일을 열씨미 잘하고 있는 내 친구.

10 Comments
통통배 2008.04.04 17:56  
  셀카의 여왕입니다 ^^  한샷으로 두명도 잡아내시는군요.ㅋㅋㅋ
푸른 바다빛과 뽀얀 얼굴이 참 잘 어울리네요.
young588 2008.04.04 23:38  
  저두 요즘 셀카 연습중....정말 셀카 짱!![[원츄]]
카우팟 2008.04.05 00:26  
  1편부터 쭈욱~ 읽고있는 애독자입니다
그런데 댓글은 처음 이네요; 담부턴 마니 달께요;

나라님의 나락한 얼굴을 좋아라 하고
항상매고다니시는 22kg 가방보다  훨씬
가녀린 몸매를 보며  애처로워 하며

처음에는 소심모드로 시작해서
점점 대담(?) 해지는 셀카를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요즘들어 글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진게 안타까워요
힘드시겠지만 빠른 업뎃 부탁드립니다  짜요~
열혈쵸코 2008.04.05 01:01  
  혼자된 자유와 외로움이 다시 밀려오네요.
이날의 위기가 무사히 해결되셨기를 바랍니다;;
kddalgoo 2008.04.05 09:28  
  ㅋㅋ..원더풀 셀카...셀카의 달인이시군요..
이상한 나라 2008.04.05 10:17  
  후훗 모두들 혼자서 여행을 다니다보면...한달쯤 되었을때 셀카의 달인들이 되실꺼예요 ㅎㅎㅎ
ㅎㅎ홍
s0lov3 2008.04.05 15:35  
  셀카의 여왕.
대단 하세요~ 카메라 떨어 드릴것 같은 각도인데 ^^
다음 여행기도 잘 볼게요!
gogo방콕 2008.04.16 01:24  
  뜨랑이 그리할게 없나여??  사진보니 시골읍내같네여

방은 아주상태 양호해보이는데여
명랑호야 2008.04.23 18:48  
  atm 비번틀리다고 나올때 앞에 00붙여주는 센스..가끔 비번 6자리가 있다고 .
오라버 2011.06.09 12:11  
뜨랑 정보가 없이 가신듯요..나름 좋은곳 많아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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