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25일째 피피섬
모두들 환절기 감기 조심이요~
상당히 독하네요. 제 감기만큼 독한 약을 먹었더니 정신도 오락가락 한것이.....
헤롱헤롱~
정신이 없는 관계로 이번일기에는 글보다 사진이 좀 많습니다^^
제가 그리도 그리던 남국의 바다 피피 구경도 좀 하시길~
2008년 1월 19일 여행 25일째
아~ 오늘은 남국의 바다를 볼 수 있는건가?
지대로된 정보는 없지만 어째뜬 나의 믿음으론 신혼여행객들이 모두 피피에 간다 생각했고, 내가 그 바다를 간다는 설레임에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밤만되면 부담스럽게 위험해 보이는 이 숙소도 안녕이야.
행여나 픽업차를 놓칠까 하는 조바심에 30분씩이나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숙소 앞
어디서 구했는지 진짜로 엉덩이 라인이 다 보이는 속옷만큼 짧은 핫팬츠를 입으신 언닌지 오빤지 모르는 언니들이 하나둘씩 숙소 거리로 돌아오고 있다.
저런류의 옷만 따로 파는 곳이 있는걸까? 아니면 언니 아니 오빠들께서 직접 리폼하시는겐가?
아무튼 화장은 커녕 초췌한 얼굴도 못가린 행색을 하고 그래도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찬 채 피피를 향한 배를 탔다.
첨에는 배멀미로 잔뜩 긴장하여 아래층에 퀘퀘한 냄새도 아랑곳 않은채 아주 경직된 정자세로 앉아있었더랬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배멀미 할땐 수평선을 바라보라는 언니의 충고에 따라 조막만한 창문으로 수평선을 뚫어져라 응시한채.....
아...촛점이 한군데로 집중되니까 사시될꺼 같다-_-;
슬며시~ 밖에 나가볼까?
윗층에 올라가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말그대로 정말 자유로워 보이는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왜...서양애들이 배 위에서 뜨거운 햇살에 살을 굽고 있으면 그게 글케 자유로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굽고 있음에도...
그리고...내심 그림처럼 누워있는 훈남 훈녀들에 눈도 돌아간다~
어쨌든 나두 자유를 만끽해 보자!
난간에 발을 내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유를 느끼는데~
꺄아~ 드디어...섬이 보인다 섬이다~
태국에 와서 25일만에 첨으로 가보는 섬이다.
아니구나...파타야에 꼬란이 있었지...잊었다-_-;;
언니가 가진 100배 책에 나온 코딱찌 만한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멋진 바다라도 우선 22kg 돌덩이는 놓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물가가 비싸다 비싸다 하도 여기저기서 겁을 준 지라...내심 어느 정도는 각오가 되있기는 했다만........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는 전혀 하지 않았다.
걷고 또 걷고...
점...점...걸음이 느려진다.
올라가는길에 만만해 보이는 숙소는 거진 다 돌아 봤으나 모두 풀풀~
아...삐끼아저씨다. 나 삐끼아저씨 좋아라해. 삐끼가 다가온다는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것?
"너 방 찾고 있지? 비싼방 원하니? 싼방원하니?"
"저기...중간방요..."
"Follow me!"
그렇게 일단 우린 살짝 언덕 위인 1000밧짜리 방에 들어갔고...
비록 방에 딸린 화장실에 문짝은 없었지만, 비록 바가지로 물퍼내리는 변기지만,
비록 도착하자마자 침대위에 죽은 모기부터 쓸어내렸지만.... 이 성수기에 여기가 어디냐 싶어...방을 잡았다.
방을 잡자마자 재빨리 푸는 짐. 일단 수영복 부터 꺼내 입으려는데...
우리 언니님 꺄악 비명을 지르시는데.....달려가니...화장실에 손가락 두개보다 큰 지네 발견!
보자마자 암말없이 우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젠 짐싸기 짐풀기가 어찌나 속사포 같은지...모든게 5분안에 해결된다.
지네에 기겁하여 다시 나와서 이젠 허우대 멀쩡해보이는 곳만 뒤지기 시작했다.
나...도저히 문짝도 없는 방에서 지네와 동거할 수 없단 말이다.
내 아무리 동식물을 사랑한다지만 도무지...다리 6개 이상 달린 것들은 이뻐보이지가 않는다.
그렇게 아까 그 지네를 떠올리며 잡은 멀쩡해 보이는 방...500밧을 더 주긴 했지만...이방이 우리 눈앞에 띈게 우리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중간에 해변으로 가는 한국인 여아 둘에게 울면서 숙소 어디냐고 물었지만 그들의 대답 어쩐지 시큰둥했다...........나중에 그 여아들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 아해들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아~ 이제 방도 잡았고!
비록 방잡느라 시간이 이미 오후지만 더 늦기 전에 해변에 가서 수질검사를 해야한다는 급한 맘에 허둥지둥 탈의를 하고~
꺄아~~~바다다~~~
그른데 이게 웬걸!
물이....물이...없다.
물에 퐁당 뛰어들기 위해 아무리아무리 걸어가도 무릎 이상 올라오지 않는 물...
허겁지겁 차려입은 비키니가 민망하게...수영복에 물 적시기도 힘들다. ㅜ.ㅜ
누가 내 수영장에 물 뺐어...ㅜ.ㅜ
발밑에 땅이...돌아댕기는 물고기가....허겁지겁 도망가는 게들이 훤히 보이는걸로 봐서는 물이 맑긴 맑은거 같은데...... 이건 아니잖아~
가다가 가다가 포기하고 털썩 주저 앉아...땅짚고 헤엄치기로 결심했다.
물이 허벅지까지 닿을때까지 더 걸어 가다간 내 비치체어가 안보일때까지 가야만 할꺼 같다.
게다가 내가 걸어갈때마다 살겠다고 바둥거리며 도망가는 게들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다.
(게으른 것도 핑계가 가지가지다)
아예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는데...
이거 완전 해수탕이잖아...
으~ 아~ 좋다~~~부르르~~
땅짚고 헤엄치기도 한참하다보면 지친다는 사실...
그 보다...쫌 춥다.
아시다시피 오후에 들오지 않았겠는가???
더 늦기전에 비치 체어로 가서 해변가 인간 수질 검사좀 해야겠다.
비록 진짜 수질은 내...잘 알수가 없었으나
썬글라스 하나만 있으면 요리조리 눈알굴리며 인간 수질 검사는 잘 할 자신 있다!
아아...우리 옆에 앉은 언니가 제니퍼 러브 휴잇 닮았다. 오오 저 착한 몸매 하며 주먹만한 얼굴하며...뽀인뜨로 뚫은 코 피어씽까지 이쁘다...
어떠케든 사진이 찍고 싶어서 열씨미 아닌척 주위를 서성이며 셀카를 찍었다. 물론 앵글안에 언니를 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며...
그러나 진정으로 그 사진을 공개하고 싶지만...너무 휴잇 언니에만 신경쓴 결과 나를 신경쓰지 못해 차마 공개 할 수가 없음이...안타까울 따름이다 ㅜ.ㅜ
아뭏든 서양 아해들은 그냥 누워만 있어도 달력 그림이라니까...
한가로운 남국의 정취...
비록 그렇게 그리던 남국의 바다에서 수영복에 겨우 물적시기 밖에 못했지만...
비록 하루 더있을까 말까...낼은 투어를 할까 말까 고민해 고민을 거듭하느라 비치체어에서 한시간을 안절부절 했지만...
그리고 비록 밑으로 내려가야하는 압박감 때문에 낼 피피를 뜨기로 결정을 했지만...
어째뜬 피피는 적당히 맘에 든다. 에이 뭐~ 또 오지 뭐~
낼은...언니랑 안녕하는 날이다. 언니는 위로...나는 아래로...
깐짜나부리에서 우연히 만나서 참으로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예기치 않게 거진 열흘은 같이 한거 같다.
낼 헤어지는 기념(?)으로 저녁엔.....언니가 쐈다... 단지 언니에겐 돌아갈 직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_-;;
조금 괜찮아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똠양꿍, 파스타, 샐러드 등을 시켰는데...
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아. 맛은 없고 푸대접 받는 즐거움이 있다.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여기가 악명 높은 피피 맞겠어??
당장 낼 아침부터 다시 혼자가 된다 생각하니 또다시 걱정이 앞선다.
참 이상하다. 가끔 지겹다가도 다시 생각해 보면...단지 둘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걱정이 없어지고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둘이 되길 원하나보다...
인생에서도 그렇게 용기를 얻기 위해...
그치만...나...
지금까지 잘 했듯이 잘 할 수 있잖아?
어떤 일이 있을지...어떤 만남이 있을지... 마치 새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처럼 설레는 기분...
이제 곧 말레샤로도 넘어가야 한다...
내가 혹시 약속했던 그 아이와 만나지 못한다면...뱅기표를 바꿔야만 한다...
예정처럼 그렇게 일찍 한국에 들어가야하는 이유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에...
아마도...바꿔야하겠지만.........확인해 봐야 하는거지?
그 아이에게 전화를 해야하는가...말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