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27일째 꼬 묵
후훗 업뎃이 늦다는 말씀들에 자극받아 하루만에 올리는 다음일기 후훗... (혼자 뿌듯해 함)
2008년 1월 21일 여행 27일째
어제 할일이 없어서 좀 일찍 잤더니 아침에 증말 일찍 일어났다.
어차피 아침배를 타기로 했으니까 역앞에 가서 일찍 밥먹고 은행문제를 해결하고 가야겠다.
사실 그넘의 은행문제 때문에 눈이 완전 일찍 떠지더라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뱅기표 연기는 커녕 섬에 갔다가 당장 위로 올라가야한다.
숙소를 나오는데 세명의 한국인이 한국인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가이드북을 들고 식사를 하고 계셨다. 나도 모르게...원래의 나답지 않게...먼저 다가간다... 아니지, 이젠 이게 나 다운 것 같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칠 사람들...
여행은 이런거구나...
은행앞을 서성이다가 은행문이 열자마자 카드 시도를 다시 해봤으나 역시 안된다.
여기선 pin 넘버를 6자리를 누르게 되어있는데 분명히 한국 뜨기전에 카드 만들면서 6자리 넘버를 물어봤더랬단 말이다. 근데 왜 비번이 자꾸 틀리다고 나오는거냐고오 사람 간떨리게에에에
여기서는 1588이 안눌러져서 일단 집에 있는 오빠님한테 전화해서 은행번호를 알아내고
은행에 전화했더니 체크카드라고 카드사에 전화하래서 카드사에 전화하고
그랬더니 안된대서 카드만든 지점 번호 알아내서 전화하고
혹시 몰라서 싱가폴 지점 번호도 알아내고
소리도 지르고 사정도 하고 전화 돈떨어지면 편의점 가서 충전해가면서 그렇게 한시간여를 여기저기 통사정한 후...겨우 비번 에러를 풀었드랬다.
카드만들어준 언니가 비번을 잘못 알려줘서 그걸로 2번 하니 아예 시도도 못하게 막혀버렸던 것이다...
절대 안해주는건데 이번만해드려요. 담엔 절대 안되요...라는 엄포를 듣고야 겨우 돈을 인출할 수 있었고...휴우 십년 감수했다. 이제 편안히 아침을 먹을 수 있겠다~
밥을 먹고...나의 맘속 응어리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전화를 했다...
띠리링...
............
그리고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연기 했다.
언제나 이런 일에 따라 붙는 말... "왜?"
왜??? 라는 질문을 그 아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몇번이고 던져 보았다.
왜...갑자기 변한걸까?
내가 먼저인걸까? 그 아이가 먼저인걸까?
다행이다. 내가 여기 있어 정말 다행이다...
5분동안 멍하니 하늘을 본 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짐을 맡겨 놓은 여행사로 갔다.
배 표가 9시에서 11시로 갑자기 바뀌었음에도 그 시간 덕분에 은행문제도 그아이일도 차라리 털어버릴 수 있었다.
여행사에 가자 그 친절 언니가 '나를 보며' 한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 태국인 같기도 한데...흠 국적을 알 수 없다...
그가 돌아보며 "Good Morning!" 하고 인사를 한다.
흐음...어제 우리 만났던가? 외국인 얼굴은 쉽사리 잊곤 하기에...그냥 그랫는갑다 하고 나역시 익숙하게 인사를 하니
"Are you a Korean?" 묻는다. 아...초면이구나.
그는 꼬 란따로 가는 재미교포 여행자.
그니까 ... 한국인이란 말이지?
사람들이 나를 현지인으로 많이들 착각한다는 사실은 망각한채... 태국인인줄 알았어요! 라고 말했다. 거울도 안보는 여자...-_-;
그의 픽업 버스가 먼저 와서 우린 단지 따악 1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이멜 주소를 주고 받고 나 역시 배를 타러 픽업 버스를 탔다.
그 사람... 나중에 그에게 들은 얘긴데 그 언니가 혼자 여행하는 한국인 여자애가 하나 있다고 했단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관심을 보였고 그 얘기를 하는 중에 마침 내가 들어왔다고 한다. 우거지상을 한 채.
그는 내가 선택한 꼬 묵 섬을 그리 추천하지 않았다. 뭐랄까 좀 지루하다 했다. 이미 선택한거 이제와서 그런말은 안들으니만 못한거 알지?
내가 꼬묵을 선택한 이유는 탐 머라곳 동굴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참으로 아름다운 바다 동굴이 있다 들었고 거기에 끌렸었는데-
투어신청 해서 수영을 해서 들가야한다는 사실은 나를 살짝 두렵게 했다. 음...말했지만 나 힘든거 돈드는거 안하는 상태였다.
그냥...꼬 묵이 젤로 가까우니까~ 하는 자기 위안을 하고 결정에 변화 없이 꼬묵으로 향했다. 젤로 가깝지만 배삯은 비슷하단거--;
터미날서 봉고차 타구 한참을 달려서 선착장에 왔는데...
이건 뭐... 강가에 판때기 몇개만 갔다놓으면 다 선착장이다.
지금까진 큰 배만 타본지라 한 가족과 내가 타니 꽉차는 작은 배는 어쩐지 나를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것만 같았다.
보트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정말 엽서 같은 리조트 풍경!!!!!!
아~~ 담엔 저길 한번 꼭 가보고 싶다.
내가 간 핫 파랑 비치는 참 작은데 참으로 이쁘다.
따로 선착장이 없어 바닷물을 무릎까지 적시면서 내려야 하는 사실도 아주 마음에 든다.
물도 맑고 사람들은 심하게 친절하다.
마치...내가 섬에 당도한 순간 섬의 모든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아버린 것만 같다.
친구 한명 없는 곳에서 나는 이사람 저사람한테 밥 먹었느니, 나 지금 해변에 가느니 어쩌느니를 말하고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묵은 고무나무 리조트.
해변에서 젤 먼 곳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작은 곳이라 해변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여기서 오바 액션과 함께 "웰컴~드링크~"를 외치며 오렌지 쥬스를 주던 리셉션의 아저씨가 저녁되면 코앞에서 꼬치를 굽기도 하고 칵텔을 만들기도 하며 짐도 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내 짐을 들어주던 분은 배 운전도 하고 물건도 나르고 청소도 한다. 완전 멀티 플레이어들이 아닐 수 없다.
방갈로에 아무도 첵아웃을 하지 않아서 비록 내 방이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친절에 표정하나 찡그릴 수 없다.
어서 짐을 풀고 해변에서 늘어져야겠다는 생각 뿐
비치의자 하나 없지만 (있을수가 없다) 나무 그늘에 자리깔고 누워서 음악듣고 책을 보고... 작지만 맑은 해변에서 물장구 치고 땅짚고 헤엄치고...
다시 누웠다가 과자먹고 커피먹고 뒹굴뒹굴
아...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섬이 있을까!!
내가 자리 잡은 나무 그늘에는 서양 언니 오빠가 해먹을 달고 대롱대롱 누워있었다.
다음에 여행할땐 반드시 해먹을 하나 사서 들고 댕기리라.
한참을 글케 누워있다가 이제는 저녁을 먹을 시간.
가만보니 핫 파랑 비치에는 고작 3개의 리조트 뿐인 듯 하고 관광객은 100명도 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중 찰리 비치 리조트라는 곳이 젤로 고급인거 같고, 내 리조트가 젤로 저렴한거 같다.
하지만 리조트까지 설렁설렁 걸어가며 사람들과 인사하고 남국의 정취를 느끼는 맛도 굉장히 쏠쏠하다.
여긴 놀거리가 풍부한 곳은 아니지만 나같은 사색을 즐기는(?) 아해한테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아름답고 사랑스런 곳이 아닐 수 없다.
(찰리비치 리조트 수영장... 천연수영장을 앞에 두고도 수영장을 가진건 부러웠따)
사람이 너무 없어 저녁에 고무나무 리조트 레스토랑에 손님은 나 혼자 뿐이었다. 직원이 좀 많이 서 있는 듯 해서 상당히 민망했지만 뭐 어떠랴 어차피 나 혼자 여기 온거 섬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데~
저녁먹고 바닷가 산책을 다시 나갔다.
여긴 너무 손바닥 만한 비치라 혼자 바닷가에 나와있어도 전혀 위험하단 생각이 안들었다.
물론 살짝 드리워진 그늘속에 언니 오빠들이 애정행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기만 한다면...
뭐...바닷소리, 시원한 바람 그리고 바에서 들려오는 백그라운드 뮤직까지... 오전에 꿀꿀했던 기분을 다 날려주기 충분했다.
게다가 높게 솟아 오른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보름달은 절로 그림이 그리고 싶어지게 만드는 아주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마치 고갱의 남국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
바닷가에서 아까 같은 배를 타고 왔던 가족의 꼬맹이랑 게 잡기 놀이를 하면서 깔깔거렸다. 엄마 아빠는 바닷가 리조트의 부풰를 먹고 있었고 (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비싼 부풰다) 나는 즐겁게 꼬맹이랑 놀고...
여기가 너무 아기자기하고 내 맘에 쏙 들어서 진심으로 며칠 있다가고 싶었지만 그넘의 내 족쇄 저가 항공권이 나를 말레이시아로 재촉한다.
담에 여행할 땐...절대 미리 끊어놓치 않으리라...
아...그러고보니 꼭 가고팠던 리뻬도 가고 싶다.
아니지 뭐...나중에 또 오지 뭐.
아쉬운 맘은 다음 여행의 원동력이 되리라.
그렇게 상쾌한 맘으로 방에 들어오니...또 갑자기 현실적 생각이 밀려온다.
아닌척 해도 조금 가슴이 아픈 밤이었다.
야자수 사이로 나를 내려보고 있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소원을 빌었다...
앙코르 왓에서 해를 보고 빌었으니
이번엔 달을 보고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