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푸켓 혼자 일주일 - 4
방콕구경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왕궁과 사원은 대동소이 할 것이고 시내는 세계어디나 비슷할 것이니.
카오산으로 돌아오니 오전 11시 전후가 되었다.
인사라도 하려고 동대문에 갔더니 아주머니 몇 분이 쉬고 있다.
사장님은 열심히 컴퓨터를 두드리느라고 손님이 들어와도 무심하다.
사장님 타법은 참새타법이다 . 독수리가 아니냐고?
아니다 독수리는 내 타법이다. 중지로만 두드리는 모습과 검지로만 두드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된다. 그럼에도 그 양반도 대단한 속도로 두드리고 있다.
식사를 시킨다.
무엇 드실래요?
알아야지.. 주인장이 권하는 걸로 한다.
그리고 물 한잔 콜 하니 병에 든 물이 나온다. 크~~
쉬고 싶은 곳을 물어보니 어떤 곳을 권한다.
맘에 드는 데 전기가 6시부터 들어온다는 것에 맘이 걸린다.
한국에 남겨져 있는 일들이 많고 , 만일에 대비해서 컴퓨터도 챙겨온 상태인데
연락이 만만치 않은 곳에서 쉬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홍익여행사를 들러서 의논을 하려 했으나 시쿤둥한 모습에 보류를 한다.
그러다가 다이버숍에서 몇가지 물어보고는 푸켓으로 정하고 방으로 들어와서
밀린 잠을 채워 두었다.
다시 홍익여행사로 가서 심드렁한 표정을 보면서도 푸켓비행기를 예약을 하고는
동대문에서 맥주를 한잔과 함께 길거리를 멍하게 바라다 보았다.
멀 보았지? 모르겠다 ^^
고객서비스에 대한 관념이 부족한 동대문 사장님만의 특징은 아닐거다.
열대의 오후.. 축 늘어진 나른함에서 오는 그런 일상의 반영이어서 일거다.
오후가 되어서야 짜뚜작으로 향하였다.
사실 시장은 오전에 보았던 작은 골목시장으로 대부분 눈에 들어온 상태였기에
꼭 갈 맘은 없었다. 단지 가는 길에 시암을 들러 지상철을 타는 과정을 거치고 싶어서
일 거다. 시암역 인근 스퀘어에서 바라다 보는 거리는 특별할 것은 없었다
물건도 사람도 간판도 ...
짜뚜작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오전의 왕궁만큼 번잡한 곳이었고
시장의 메인통로를 왕복하면서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사먹고 나니
배속이 빵빵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것 중에는 먹는 재미가 반감되는 것도 있다.
대사가 느려져서 이겠지만 조금만 먹으면 더 들어올 곳이 없다고 배에서 거부를 한다.
군것질은 대부분 눈으로만 할 수 밖에 없다. 여행의 재미의 하나가 입으로 들어오는 스릴인데
세월이 하수상하다 ㅡㅡ;;
이곳 물가는 제법싸다. 쉽게 계산은 되지 않지만 1,000원이하로 먹을 것이 제공된다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카오산으로 돌아온다.
카오산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서양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태국사람들은 장사치와 근무자들이다.
놀러온 태국인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도 있구나.
우리 사고에서는 서양인들은 미국인 영국인 식으로 앵글로 계열로 찍는다.
다들 영어를 하는 곳에서 온 것으로 쉽게 단정을 한다.
나중에 투어를 하면서 국적을 보았더니 정말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손을 부지런히 놀리는 철판국수리어카 아저씨에게서 뚜꺼운 국수를 주문해
저녁을 대신하였지만 먹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에는 가는 국수를 주로 이용했다.
에라완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확인을 하려는 데
좀처럼 화면을 열어보지를 못한다.
한국의 포탈은 이것저것 확인을 하려들고 어쩐 일인지 메신져는 열리지 않고
자판에 한글이 없으니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느린 화면 변화에 돈만 잡아먹고
만 셈이다. (자판 암기를 해두어야지 원~ )
옆에 한국인 젊은이들이 있다. 남녀 두쌍 ..
부럽다.. 좋은 시절을 살아가면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영어도 잘하니 특별히 불편하지도 않겠다 ㅡㅡ;;
밤늦도록 화면과 씨름을 하였었는 데 .. 어떤 걸로 그리 씨름을 했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기전 마디맺음 명상정돈을 하였다.
끊임없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에 끌려가는 하루였다.
다음 스케쥴 시간을 생각하고 검토하고 ,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해 미터를 누르는가 째려보고 ,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나 주변을 의식하고,
회사일과 월말 결제에 대해서 이런저런 계산을 하고....
나를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들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런 기운들을 흩트리고 있었다.
내려놓자.
내일은 푸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