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29일째 랑카위~
2008년 1월 23일 여행 29일째
바람이 굉장히 세차게 부는 새벽...
요로코롬 보름달을 보며 앉아있다가
어쩌다가 먼 산을 보게 되었다.
내가 그닥 시력이 좋지는 않지만...뭔가가 환하게 타오른다.
불...불...산불이다...헉...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데-
뻥좀 많이 보태서 내가 날아갈듯하게 바람이 부는데 불이난다면...으아...섬이 통째로 타지 않을까?
아...이 사실을 이곳 사람들은 알고나 있는걸까??
낙산사에 불난거, 남대문에 불난거...다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하기 때문이라구!
성격이 성격인지라 스스로 호들갑을 떨 자신은 없고...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 조용한 시골 동네...
괜히 베란다 앞을 서성이면서 누군가가 말걸길 바래본다. 아니나 다를까.
쥔장 아저씨가 뭐하냐 말 건다.
기다렸다는 듯이...다다다닥 아저씨한테 일러바친다. 아저씨 아저씨 클낫서 클낫서~저기 저 산에 불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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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쪽을 바라보고 한참을 침묵하는 아저씨...
대뜸. 뭔 생각하고 있었냔다.
???왜그래??? 난 모를까바 알려준건데!! 어서 119? 911? 암튼 뭐든 불러야하는거 아냐?
낼 특별한 계획 없으면 저 곳에 가보란다...
랑카위 관광 포인트- 케이블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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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아웅 졸려. 자로가야겠네~
날이 밝은 숙소.
사람들이 자꾸만 오늘 뭐할 꺼냐, 밥은 먹었냐...묻는다.
밥도 안먹었고, 뭐할지도 모르겠다 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메뉴를 보여주려하고 뭔가를 알려주려한다.
너무 친절해도 탈이다.
일단 어제 와서 동네 구경을 하나도 못했으니 동네를 돌아댕기며 탐색좀 하고 밥을 먹자.
(큰길로 나가는 숙소앞의 시골길--; 이런길이니 밤에 밥무러 못나가지...가로등이 없다.)
판타이세낭 거리를 느긋히 걸으며 탐색중.
그냥 배 한번 타구 살짝 넘어왔을 뿐인데... 태국보다 더 햇살이 뜨거운 것 같다.
사부작 사부작 걸어서 언더 워터 월드를 가려다 못참고 결국 아침을 먹으러 웬 레스토랑을 들어갔다. 무슨 꼬피티안 아침 메뉴가 6링깃이라 먹었는데 나온다는 과일은 안나오고 빵과 커피만 덜렁 나온다. 게다가 계산할때는 9.9링깃이란다... 더위를 먹어서인지 쨌든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냥 계산하고 나왔는데..나중에 생각해보니 또 사기당한 느낌이다. 뭐 이래??
언더워터월드는 당췌 비싸서...(38링깃- 사기당한 느낌의 환율로 대충의 계산해보면 380밧과 비슷한 개념이다.) 앞에만 구경하고 왔다. 뭐 어딜가나 수족관은 산재해있으니까~ 글구 할일이 없어서 가려했을뿐...마구마구 땡기지 않는다. 살아있는 아이들을 보고나면 생선요리 먹기가 미안해질까봐...
그럼 이제 비치를 가볼까? 어쩌면 태국으로 다시 올라가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노는 비치일지도 모른다.
어째뜬 계속 육지로 육지로 다니게 될 것 같으니까...
바닷물이 아주 맑지는 않지만...생각보다 매우매우 조용하고 모래가 참으로 하얗다. 물론 하얀모래는 훼이크. 전혀 곱진 않다. 그져 색깔로 나를 현혹시킬뿐, 맨발로 걸어가면 밟히는 이물질들이 상당히 내 발을 아프게 한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뜰수가 없다.)
그래도 언제나 바다는 좋다만~
바람은 폭풍이 올 것처럼 많이 부는데 햇볕이 무진장 뜨겁다. 첨엔 와~바다다 하고 달려갔다가... 사진만 찍고 얼릉 나와버렸다. 발바닥에 화상입을 만치 뜨거운 모래는 나를 자꾸 메뚜기다리를 하게 만든다. 폴짝폴짝 나도 모르게 앗뜨거 앗뜨거 하며 걷다가 도무지 힘들어서 다시 낮잠을 청했다.
뭐, 딱히 계획이 없진 않았다. 2시에 아일랜드 호핑 투어가 있대서 한잠 자구 쉉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야지 결심하고 있던 터 였다. 요 투어에 참가하면 독수리를 많이 볼 수 있다기에~ 게다가 가격도 비교적 착하다.
예상한 일이지만 그대로 3시까지 자버렸다.
새벽에 불났다고 안절부절 했으니...피곤할법도 하다. 하여 계속 더 자고 싶었으나 밖에서 이름모를 새가 쥐소리를 내고 있어서 당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뭔가를 해야하긴 하겠는데... 여기는 택시비가 비싸고, 버스가 없어서...게다가 택시타고 가면 다시 돌아올 택시 잡기도 힘들다 하여 판타이세낭을 벗어나기가 겁이 난다. 뭐하지 뭐하지 하는데 쥔장이 와서 나를 무진장 놀리면서 어제 그 불난다는 그곳에 가보란다. 택시도 자기가 싸게 불러준대니... 딱히 거절할 핑계를 못찾겠다. 어째뜬 난 계획이 없었으니까. 그러겠다고 해놓고 택시를 기다리는동안 내심 무진장 후회했다.
날은 매우 덥지만 바람이 매우매우매우 많이 부는게다. 케이블카가 이런날엔 자동적으로 멈춘다는 얘기도 들리고... 참고로 알다시피 고소공포증이 있는 탓에 대관람차도 무서워서 타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진심으로 후회가 되지만, 여아일언중천금이요. 번복은 잘 안하는 성격인지라 그냥 디비누워 택시를 기다렸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부웅 소리가 나고...달려온 택시는...쥔장의 자가용-_-;
그리고 일일 드라이버 이자 일일 가이드 쥔장 아저씨-_-;;
쥔장아저씨 자가용을 타고 산으로 갔다. Oriental Village 라는 리조트가 있고 25RM에 케이블카 표를 끊고 홀로 올라갔다. 가는길에 내내 것봐라...여기 버스 없지 않느냐...라고 으쓱하던 아저씨는 아래서 기다리기로 하며 내게 손을 흔들어준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자동적으로 멈출지도 몰라~ 바이바이~를 외치면서...--;
쌍쌍이 타는 대 관람차를 혼자 타듯 케이블카를 혼자 탄다는건 조금 쑥쓰러운 일이면서 내게는 초 절정으로 겁나는 일이다. 행여나 혼자 있는데 멈추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라는 쓰잘데기 없는 망상과 함께 케이블카에 올라타니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다. 헉 이거 왜이리 빨라.
첨엔 슬슬 올라가는듯 하다가 중간지점 끝지점에는 진짜 Sooooo fast 하다. 윙윙 흔들흔들. 풍광은 멋지지만 진짜진짜 무섭다. 더구나 퐁풍이 올것처럼 부는 바람소리는 무슨 협박 소리처럼 나를 위협한다.
(완전 겁먹은 포즈의 나... 이 겁먹음 마저도 기록해야한다는 사명감--;)
한번 중간에 내리길래 휴우 하고 안도하고 있었더니 갈아타야 한다드라.
산 꼭데기쪽에 다른 꼭데기로 옮겨가는 케이블카가 있는 것이다.
(역시나 과도하게 친절하신 경비아저씨께서 찍어주신다기에 겁먹은 다리를 하고 난간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다른쪽 꼭데기로 옮겨가는 케이블카... 이거 진정 완전 무섭다--;)
후들후들 다리를 떨면서... 오금저림을 견디면서...무사히 다른쪽 봉우리로 가니 또 하나의 난제, 완전 무서워보이는 다리가 존재하고 계신다.
아...이걸 도전해야하느냐 마느냐. 소심녀 무한도전! 미션은 끝에가서 셀카 한방 박고 오기!
내가 누구냐...불가능한 미션은 없다! 내가...내가...입장료가 아까워서라도 구석구석 돌아본다.
그래도 이 다리는 콰이강 철도 다리보다는 튼튼해 뵈긴한다.
하지만 내게 이 높이는 진정 도전이었기에...그리고 다시 도전하고 싶지는 않기에 온김에 높이 왔다는 증명사진은 꼭 박아야 하겠다. 해발 705 미터.
한때 해발 1400미터가 넘는 곳에서 2달간 생활해 본적이 있으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다리 틈 사이로 끝없어 보이는 낭떠러지가 있는 곳은 그곳이 해발 몇이든 견딜수 없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의 쉬지않고 후들거리는 다리도 정상인거다.
(바람이 절케나 불었다구우우~ 나의 무서움과는 별개로 랑카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는 좋은 곳~)
꼭데기에서 배가 고파 과자를 하나 뜯어먹는데... 행여나 사람이 올라올까 눈치를 본다. 케이블카에 절대 음식물을 먹지 말라고 쓰여있는데... 그게 어디까지 적용되는 경고인지 몰라서 소심한 마음에 눈치를 보게된다. 눈치를 보면서 먹다보니 우걱우걱 우겨넣게 되고 나중엔 혼자 켁켁대는 생쑈도 하게 된다--;
하지만, 입장료 뿐만아니라 택시비까지 대략 오늘 무리한 돈을 쓰고 온거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나의 도전 과제 였다는 생각이어설까. 혹은 오늘 하루는 뭔가 관광지를 방문했다는 관광객으로서의 안도감이랄까. 더불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풍광과 상쾌한 바람과 공기...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오는 길에 웬 폭포를 하나 들렸다.
폭포들을 들를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역시 울나라 정방폭포가 최곤거 같다.
그래도 애써 가이드를 해주시는 아저씨가 권한거라...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올라가보기 싫어서 안가요! 그러면 본전도 본전이거니와 ... 얘는 관광을 하긴 하는거야? 라고 말할꺼 같아서... 뭐 어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해도...대낮에는 낮잠자고, 어디 갈생각도 안하고, 밤에 뭐 딱히 맥주한잔을 하는 것도 아닌 내 모습을 보면 심심하다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혼자서 앞서가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한다. 사실...누가 신경쓰겠어?
그래...얼라들 증말 남 신경 안쓰드라. 나는 비록 딴 사람들 상관은 안해도 적어도 얼굴은 쳐다본단 말이다. 랑카위로 들어오는 길에 웬 얼굴 길쭉한 서양애가 하나 같이 탔었는데 그 아해가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거다. 너무 방가워서 와~ 또 만났네...했더만 날 모른단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이든가? 거진 두시간 반 동안을 바로 옆에서 배를 기다렸단 말이다... 게다가 동양인 여자 나 혼자였는데...
여하간.
폭포에 가서 기념 사진도 찍고 완전 귀여운 원숭이들도 많이 봤다.
랑카위엔 원숭이도 많고 독수리도 많단다. 실지로 산 꼭데기에서 날아가는 독수리들을 몇마리 보기도 했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 아저씨랑 택시비 계산을 하는데... 방에 돌아와서 보니 20링깃을 덜 받은 게다. 귀차니즘에 넘어갈까 생각했지만, 자꾸 이 나라에서 돈 계산 잘못하면 안좋은 기억을 안고 가게 될꺼 같았다.
게다가 20링깃...나 ... 절박하다-_-;
돌려받은 20링깃으로 밥먹고, 쥬스 마시고, 낼 아침에 먹을 빵 음료 커피까지 샀다. 안받았음 큰일날뻔 했다...
오늘은 돈을 너무 많이 써서...낼은 진짜 긴축해야 하는데...
근데 낼 아침에 Island hopping tour가 하고 싶다.
바닷가를 날아다니는 독수리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길지않은 시간과 비교적 많지 않은 비용은 내 스타일 투어인거 같아서 이다. 게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한동안은 수영을 못할 듯 싶기도 한게다.
뭐, 낼 일어나서 생각해보자~
어쩐지 여기가 맘에 들어서... 원래 이틀 묵으려고 했던걸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친절한 사람들도 맘에 들고, 해질녘도 맘에 든다.
너무...관광지화 되어있다는 것과...교통이 불편하다는 사실, 그리고 물가가 만만치 않다는 것만 빼면...대충 다 맘에 든다. (뺄것도 많구나...)
아니면 그보다... 다른 나라로 왔다는 긴장감이 나를 조금 피곤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밥먹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본 아름다운 석양...
꼬묵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썩~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