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좋은 것은, 함께]
3월 18일
늦잠을 잤다.
섬에 간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밤을 샐까 말까 하다가 결국은 잠들고 말았다.
그래서 일어난 것이 8:00시,
픽업이 온다고 했던 시각이 8:00시 였는데,
더 늦게 일어났으면 큰일날 뻔 했다.
빨리 샤워를 하고, 렌즈를 끼고, 짐을 챙겨서 나갔다.
스피드 보트를 타는 곳에 도착했다.
역시 한국분이 계셔서, 투어에는 문제가 없을 듯 했다.
꼬란 섬은 보통 패키지 투어로 많이 가는 듯했다.
한국의 연인들, 혹은 가족구성으로 된 사람들.
나만 혼자였다.
조금 늦게 출발한 스피드 보트,
오늘은 정말 그냥 관광 온 듯한 기분으로 지냈다.
워터스포츠를 조금 했는데,
제일 먼저 했던 것이 패러 세일링,
역시 한국 분들이 가이드를 해줘서, 문제없이 할 수 있었다.
혼자라서 짐이라던가, 이것저것 걱정되는 게 많았지만,
양해를 구해서, 맡길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을 조금은 알 수 있었던 스포츠,
물에 빠진다고 해서, 사진기를 들고 촬영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본 시야로 만족했다.
하지만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도시가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여행 중에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내 시야인데,
정말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시야들을 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조금 더 멀리, 남부에서 패러세일링을 했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씨워킹.
스노클링은 할 수 없다고 해서,
물에 들어간다는 소리만 듣고 무작정 한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비싼건지는 몰랐었는데,
스노클링을 못한다면, 혹은 남부에 갈 시간이 없다면,
한 번쯤은 괜찮은 것 같았다.
바다 속의 풍경은 생각보다 뿌옇다.
예상 외였다.
정말 투명하고 깨끗하고, 이것저것 다 보이는 그런 느낌일 줄 알았는데,
시야거리는 아마도 1미터 안 팍.
그래도 물고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만족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남부에 갈 수 없으니까..
바다 속 풍경은 그래도 아름답고 신기했다.
제일 처음에 물에 들어갈 때,
기압 때문에 귀가 멍멍해지고 그런 게 분명 있긴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평소에,
귀로 폭발음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내 세계에서 내는 것이 일상이라서,
금방 익숙해지고, 괜찮아졌다.
발이 바다 바닥에 닿았다.
3미터 정도.
앉아서 모래를 집어보았다.
고왔다.
그리고 주위엔 산호들이 가득.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자꾸 다이버가 내게 장난을 치길래 웃어주다가,
잠깐 위를 보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슬프지는 않았지만, 처음 느껴보는 그런 느낌이었다.
신비함도 우울함도, 그 무엇도 아닌 느낌.
바다 속에서 사람이 걸으면서, 운다면 도대체 어떤 이미지일까,
온갖 상상을 다했다.
새로운 이미지였다.
물고기들에게 식빵을 주고, 산호도 만져보고,
다이버들과 장난도 치면서,
그리고 투어리스트들과 손을 맞잡으며 걷는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섬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도착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해변,
깨비 형님께 전화가 와서는 곧 현지인이 와서 데려갈 거라고 했다.
남는 시간동안 그냥 쉬어야지 했는데,
제트스키가 눈에 들어와서 제트스키를 탔다.
이런 거구나 싶었다.
물 위에서 스쿠터를 타는 느낌이랄까,
내 마음대로 바다 위를 누비는 그 느낌은,
시원하고도 호쾌했다.
빠르게 물살을 가르면서 터닝을 하는 쾌감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속도감과 시야였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그런 속도를 내도, 쾌감 같은 건 없었지만,
색다른 시야와 바다 위를 누비는 것이 너무 좋았다.
분명, 타지 않았다면, 또 하나의 경험을 놓치는 일이었을 것이다.
울었을지도 모른다.
제트스키를 타고, 다시 해변으로 와서,
개인적인 스노클링을 위해서 물안경을 하나 샀다.
200밧을 주고 노점에서 샀는데,
현지인 가이드가 그거 얼마주고 샀냐고 물어보길래,
200밧이라고 했더니,
한국말로 비싸다...라고 했다.
현지인들이 하루 종일 막노동을 해도 350밧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자면 11500원 정도인데.
그 중 2/3 조금 안 되는 돈을 지불한 것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면 비싼 돈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이런 돈을 한 번에 지불할 수 있는 건,
또 여행자들 밖에 없다.
돈을 아낄 수도 있는 거지만,
이곳은 휴양지라고 생각해야지, 여행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휴양하러 왔을 때, 돈을 아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벌려고 하는 사람은 벌려고 하기 때문에,
그리고 쉬러온 거라면, 확실히 쉬는 만큼 돈을 지불해야하는 것 같다.
여행자는 여행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또 그만큼 돈을 아껴야하고,
그런 사이클이 조금씩 있는 것 같다.
픽업 기사가 도착했다.
가이드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오늘은 쉬러 온 것이기 때문에 쉬어야 한다.
섬을 맵도 없이 걸어 다니기는 좀 그렇고,
이 기사도 좋은 분 같아서 그냥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바로 수영을 하러, 싸멧(?) 비치에 도착했다.
여기서 혼자 여행하는 데, 수영을 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하면,
짐을 보호하면서 즐기느냐 이런 건 거의 없는 것 같고,
나는 그냥 점심값과 음료값, 그리고 담배와 키를 가져갔는데,
200밧을 가지고 갔고, 키는 지퍼가 있는 주머니가 있어서, 수영하는 도중에 빠질까봐,
키를 지퍼주머니에 넣었다.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하는데, 식사는 역시 카오팟이었고, 음료는 대충 코크로 했다.
그렇게 해서 180밧. 20밧은 동전으로 받아서 역시 지퍼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비치의 의자를 잡고 그냥 대충 그늘 아래서, 배를 좀 비우고,
수영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그리고 싸구려 수경도 들고 갔는데,
수영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경을 쓰고 물에 들어갔는데,
이게 모양새는 코까지 가려지는 수경인데, 완벽하게 가려지지 않고,
물이 차서 들어온다. 그래서 숨을 안 쉬고 있어도 물이 들어왔고,
그리고 또 꼬란의 바닷물이 밖에서 보기에는 맑지만,
생각보다 시야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다.
길어봐야 50센티 정도.
바닥도 물장구를 칠 때마다, 모래가 심하게 풍겨서,
아래를 보기 힘들다.
그래서 수경이 필요 없다고 생각이 되어서,
그냥 비치에 두고 다시 수영을 했다.
그냥 수영을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은 해변이었다.
유로피안들과 어울리면서 노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유로피안이 러시안이거나 져르만이었다.
기사와는 4시간 후에 (5시 정각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그 동안 계속 수영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좀 쉴까 싶어서, 비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냥 쉬었다.
의자 이용료는 보통 50밧.
그렇게 거기서 두 시간정도 잠에 들었고,
여기저기 쓰라리기 시작 했다.
어깨를 보니 벌겋게 익어있었다.
다시 유로피안들이 재밌게 노는 모습들을 보니,
그래도 수영을 다시 하고 싶어서.
또 다시 수영을 했다.
한참 수영을 하고 나니, 목도 마르고 피곤하고 해서,
숙소로 가자고 그랬다.
다시 겟하우에서 지갑과 카메라를 챙기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섬을 한 바퀴를 다 도는 동안.
웬만한 외지인들은 이곳을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제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자기네가 식당도 한다고 했다.
그의 집에 도착을 해서,
여기저기를 살펴보는데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나름대로 꾸민 장식들과 조명들..
모두 자기 손으로 꾸몄다고 자랑을 했다.
제일 처음엔 오두막이 집인줄 알고 식겁했다가
그 뒤에 집을 발견 식사는 맥주 60 똠양꿍 150 계란양파후라이 60 밥 20
똠양꿍의 향이 너무 싫었다.
태국 특유의 향신료라는데, 팍치라는 향신료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더 맵게 해서 먹으려고,
페퍼를 달라고 해서 좀 뿌렸더니,
못 먹을 정도로 매워져서 곤란해졌다.
만약 태국와서 그 향신료가 싫을 땐, 마이 싸이 팍치, 라거나 노 팍치.!
맥주는 레오타이거 맥주 같은 느낌은 아니고 맥주에 물탄 느낌?
그래도 계속해서 친절하게 해주는 기사가 고마웠다.
그의 미소는 마냥 아름다웠다.
그렇게 해는 저물었고, 나는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