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3일째 꽐라룸푸
2008년 1월 27일 여행 33일째
아침에 일어나 왜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망치듯 재빨리 빠져나온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 햇살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가끔 너무 좋을때 숨이 턱 막혀오기도 한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 대낮에는 기분과 상관없이 숨이 턱 막혀오기도 한다 --;;
아침이 너무 좋아 숨이 막히고, 낮에 찌는 더위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이고==; 하여간.
삼륜 자전거를 타고 들어왔던길을 슬금슬금 빵하나 뜯으며 걸어가본다.
이동네 사람들은 모두들 조금 게으른지... 아침 식당들이 아직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다.
아...증말이지 말레이시아 편의점 빵은 모든 빵을 수용할 수 있는 빵순이에게도 용납이 되지 않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빵순이 어감이 안좋은거 같다. 빵 매니아라 칭하자...혹은 빵에게 관대한 자...--;)
쿠알라 룸푸르로 가는 길.
페낭섬 내의 여행사를 통해 갈 수도 있지만- 버터워쓰로 나가는 페리는 꽁짜이길래 이 짠순이가 꽁짜를 지나칠 수 없어서 페리를 타로 간다.
걷다보니.....이틀전 들어올때는 인력거를 타고 왔는데..담에 올땐 걍 걸어와도 되겠다 싶다...
느껴지는가? 저 넘어에 보이는 눈부신 햇살이.. 마치 우리는 천국의 문 앞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배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비록 모두는 아침부터 지친듯 등이 굽고 무표정하지만...
편의점의 못참아주는 빵을 먹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페리 안에서 또 빵하나를 사먹는다.
말레이시아에 커피 번 이라고 하는 둥그런 빵이 있는데- 삼삼하니 꽤 맛있다.
가뜩이나 커피도 좋아라하는데- 커피맛 빵이라니...얼마나 맛있겠는가
한국에서는 특히 로띠 보이 라고 하는 빵집에서 파는 빵이다. 기회가 되면 한번 맛보시길~
가격도 아주 착하디 착하다.
10분만에 육지로 건너와 쿠알라 룸푸르 행 버스를 탄다.
이건 뭐! 말레샤로 넘어 온 이후 버스가 눈에 띄게 좋다는 걸 느낀다.
한 나라의 부의 척도는 버스를 통해서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반 버스, 게다가 KL까지 24링깃 밖에 안하는 버스가 울나라 우등버스 수준이다.
가방을 짐칸에 싣고... 행여나 내 가방을 누가 집어갈까 창문으로 열씨미 짐칸을 보는데-
사실 그런걱정 안해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가방... 하도 허름해져서... 누가 돈주고 집어가래도 안집어 가지 싶다.
버스는 달리고~ 달리고~
KL까지 7시간쯤 걸린다 해서 맘 편하게 의자에 퍼질러 있는데-
5시간쯤 지나자 갑자기 말끔하고 초 현대적이며 '부'의 냄새를 풍기는 건물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당연히 KL은 멀었으리라 생각했기에... 말레이시아가 이렇게 잘사는 나라일 줄이야 하며 감탄해 마지 않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건물들이 보이는게다.
그니까... 말레샤 관련 홍보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트윈타워가 저어 멀리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아아... 이럴줄 알았어.
이래서 내가 말레샤를 좋아하게 될 줄 알았던거야.
어떤 교통 수단이든 연착 안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심지어 예상보다 빨리 도착을 하다니!
그랬다.
나는 이미 쿠알라 룸푸르에 도착해 있었다.
높다란 빌딩들과 깨끗하게 닦인 도로...
말레샤가 이렇게 잘사는 나라일 줄 와보지 않고는 몰랐을 것만 같다.
여기가 그 여름되면 기절 초풍할 정도로 쎄일을 많이 한다는 그 쿠알라 룸푸르 맞지?
옌날 국어 시험 볼때 쿠알라룸프가 옳은 표기냐, 쿠알라룸푸르가 옳은 표기냐 라는 문제때문에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 될 수 있었던 그 쿠알라룸푸르 맞는거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의 캐캐한 매연과 회색빛의 스모그 마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도시 지역을 상당히 좋아 하는 소녀, 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적어도 3일은 묵을 것을 결심한다.
(터미날에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
자아~ 이제 숙소를 찾아야 겠는데 말이야!
지도를 보니 푸두라야 버스 터미널에서 차이나 타운은 얼추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인듯 하고, 얼핏 예전에 잠깐 봤던 론니 플래닛에 차이나 타운의 숙소가 싸다구 적혀 있었던것 같아서...망설임 없이 방향 파악 후 씩씩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터미날 앞에서 택시? 라고 연신 외쳐대는 택시 아저씨들께 웃음으로 답할 만큼 아직은 여유 만만~
어쨌든 일단 차이나 타운에 갔다.
사람 많고 복잡하고 뭐 그런거 대충 다 견디겠는데 일단 숙소 먼저 알아봐야 겠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슬슬 어깨도 빠질라 그러구...더위에 순간 순간 정신이 놓아짐을 느낀다.
근데 여기는.....숙소들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간판하며 입구하며...마치 쇠창살로 나를 위협하는 듯한 포쓰!
건물의 외향에서부터 풍겨나오는 허름한 내음새는 벌레나 더러움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뭔가 음지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모든 창문들은 나를 협박하며 밀어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내가 좀 슬슬 대범해지긴 했지만... 그 소갈딱지가 어디가겠냐...
마치 쇠창살 달린 창문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앞만보며 걸어간다.
걷다 걷다 차츰 차츰 방을 못구하고 해가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서!
재빨리 MRT 같은걸 타고...일전에 랑카위에서 알제리 아해가 약도 그려주며 알려준 부킷 빈탕으로 향했다.
아...훨씬 편안한 분위기.
첨 내렸을때 느낀 뭔가 번화하고 번듯한 분위기...
이제야 마음의 안정이 취해지면서...골목골목을 뒤지게 되었다.
물론 걸어가며 대안점으로 살짝 비싸지만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호텔들도 눈여겨 보면서...
어쩐지 게스트 하우스가 많을 것 같은 골목을 발견했는데-
뭐 이렇게 비싸!!!???
비록 작은 방이지만 페낭에서는 18링깃에 나만의 작은 공간을 얻을수 있었는데-
여긴 60링깃은 줘야 겨우 싱글룸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40링깃을 줘도...도미토리 침대는 없어서 못 구한다.
내...이럴바엔 대안점으로 생각해둔 80링깃짜리 호텔로 간다! 라고 베짱튕기기 보담...어디 남는 침대 없어요?라고 집집마다 들러서 울상으로 사정해보았다.
그리고 겨우 마련한 나의 보금자리는 한인 숙소 4인 도미토리.
두명의 한국 여아 룸메이트들이 이미 묵고 있다는 그곳에 짐을 풀고
더 늦어서 쓰러지기 전에 밥을 먹으로 재빨리 뛰쳐나왔다.
어쨌든 돌덩이를 풀었으니 어깨는 시원하다~
이제...며칠 길거리 쌀국수를 안먹으면 문득문득 떠오르다가 급기야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길거리 노점을 찾아 정신없이 헤매는 지경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하루는 빵밖에 먹지 못했던 것이다.
국수를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까지 마셔주니 이제 좀 정신을 차리겠다만은...
역시나 말레이시아는 숨막히게 덥다.
KL에서 뭐할지, 어디갈지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은 나는 일단 숙소 근처 쇼핑몰에 가서 긴급 물품 몇가지를 사야 했다. 렌즈액이라던가.....데오도란트 라던가....뭐...그렁거 (전혀 긴급하지 않아보인다구요--?)
쇼핑몰을 돌다보니... 그리 쇼핑을 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눈이 돌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환장하는 쿠키에 눈돌아가고, 몰 안에 있는 커피빈에 눈돌아가고...
마구 더웠다가 에어컨이 또 너무 쎄서 이내 못참고 쇼핑몰을 나서니... 시원스레 비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더운데...올때 됐다. 다만...한국에서 부터 들고와서 버리지 못해 안달하던 우비를 숙소에 놓고 나온것이 살짝 후회가 될 뿐이다.
나는 동남아의 스콜성 비를 상당히 좋아한다.
모든걸 씻겨주마 라고 결심한듯이 시원스럽게 내리는 그 비는... 딱 적당히 운치있네 라고 생각할 시간만큼만 내려 준다. 마치 비를 보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권유하는 듯이...
비도 왔겠다...(이미 그쳤지만)
갈곳도 정하지 않았겠다...
살짝 어지럽기도 하겠다...라는 핑계로 이른 시간이지만 숙소로 향하기로 한다.
아마 아까 차이나타운을 돌덩이 메고 두어바퀴 돌았더니... 하루의 체력 건전지가 다 닳은 것 같다.
이미 국수로 허기를 채운지 채 두어시간밖에 안지났는데...가는길의 길거리 음식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뛰어가게 된다.
뭐가 들어있을지의 궁금증과 설레임을 일으키는데다가 값까지 매우 착하니 이 어찌 길거리 음식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숙소에 들어와 책읽고 일기쓰고 뒹굴뒹굴 하니 아랫층이 시끌시끌하다.
아랫층이 한식당이니 쥔장과 손님들 혹은 지인들 소리겠거려니 해서 인사를 하러 내려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있기로 했다.
여행와서 한인 숙소는 처음 묵어 보는데... 뭐랄까...
숫기가 살짝 없는 소녀는 어쩐지 나가서 먼네먼네 하고만 있을 것 같다.
왜 그... 서양애들만 바글 거리면 영어 못하는 척 하고 올라오면 되는데-
한국인들이 있으면 이런저런 얘기를 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뭐 암튼...
내려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룸메이트라는 아해들이 들어왔다.
아니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데...
아... 피피에서 내가 땀에 쩔은 얼굴로 숙소를 물어보던 그 아해들이었던 게다.
이런 우연히 있을 수가!! 라는 생각에 어쩐지 너무 방가워서 밝은 얼굴로 마구 아는 체를 했는데-
애석하게도 그 아이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ㅜ.ㅜ 아니, 한참후에야 그런일이 있었더랬어...라고 생각한 후 얼굴이 전혀 다른데요? 라는 반응...
내가 그렇게...지나가는 얼굴로 생겼더란 말인가 ㅜ.ㅜ
어찌되었는 낼은 좀 움직여 줄 예정이니 오늘은 곤히 잠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