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1일째 페낭가는길
2008년 1월 25일 여행 31일째
그럼 그렇지... 또 또 또 늦게 일어났다.
왜지? 왜지? 이제 더이상 새벽에 하릴없이 눈뜨던 아이가 아니다.
게다가 특별히 뭔가를 빡씨게 하지 않았는데도 말레이시아에 넘어온 순간부터 온몸이 뻐근하다. 숨막히는 무더위 때문인지, 내 주변을 하루죙일 맴도는 모기님들 때문인지, 아님 침대 매트리스 탓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예정보다 또 늦게 일어났다.
쥔장 내외에게 들은 아주 아주 불확실한 정보로는 페낭가는 배가 8시 반에 있단다.
물론 그 시간에 맞출수 없을게 뻔했지만 그래도 열씸히 나가본다.
8시 40분 AM 배낭 메고 다시 나서다...
판타이 체낭 거리.
택시가 별루 보이지 않는다. 이젠 뭐 그다지 막막하지도 않다.
난 완전 대범녀로 거듭나버린것이다. 우하하
그래도...흠 어떻게 이동하지? 라는 고민을 그닥 진지하지 않게 하고 있었다.
거리에 배낭매고 서 있는 외국인 아저씨... 먹잇감을 찾을듯 아주 방갑게 내게 다가온다.
"너 타운 가니? 나랑 택시비 같이 낼래??" 당근 당근
택시 타구 가는 내내 얘기를 나눴다.
이 영국태생 신사분은 (알겠지만 내게 어찌했느냐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헤드 헌터 였는데 일이 너무 빡세서 (물론 표현은 좀더 점잖게 했으나 내 머리로 입력되는건 요런 단어로 입력된다) 때려 치고 아아주 장기간 여행중이시란다. 내가 알아들은게 확실하다면 10년째 -_-;
한국도 3번이나 왔단다. 진정한 베테랑이다. 게다가 말도 어찌나 알아듣기 쉽게 해주시는지...이분 - 영국신사였던 것이다.
이분이 체코 프라하를 강추 하시길래 나는 제주도를 강추하였다. 국위선양에 한 몫 했다구.
9시 00분 AM 선착장 도착...
제티 선착장에 내리니 페낭가는 첫배는 오후 2시 반이란다. 음하하 일찍 인나서 나왔으면 억울할 뻔 했다...라고 좋아라하지만 페낭에 글케 늦게 가면 안된다. 가이드북 하나 없이 가는 주제에 오후에 떨어지는건 참으로 위험 천만한 짓인거다. 표파는 아저씨가 좀 복잡스런 방법을 알려주신다...
9시 30분 AM 다시 배에 오르고...
랑카위와 가까운 육지인 쿠알라 케다 에 가는 배에 탔다. 23 링깃.
그래..일케 쫌만이라도 빨리 도착할 수 있다면 내가 생전 첨 들어본 도시에 간들 어떠리오...
그치만 정말 표 끊기 직전까지도 들어보지 못한 지명이라 살짝 걱정도 된다.
앗 한국인 무리 발견. 따라가자. 아무도 내가 한국인인걸 눈치채지 못한다 ㅎㅎ
11시 즈음 AM 생판 모르는 곳에 도착...
쿠알라 케다에 도착.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찌 되겠지 했것만, 도착하고 나니 진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따라댕기던 한국인 무리는 랜터카가 있었나보다. 덕분에 선착장에서 랜터카까지 가는걸 따라가다가 선착장을 한바퀴 삥 돌아 다시 왔다. 비장의 무기 택시를 이용해주리라.
무작정 버스 터미널에 가자고 했다. 어디가냐길래 페낭가기 위해 버터워쓰에 가는 차 탈꺼랫더니...(지도에서 페낭에 젤로 가까운 육지가 버터워쓰였다) 버스 없을꺼라고 택시로 120 링깃에 가주겠단다. 이봐요 아저씨, 120링깃이 이 주머니에서 나올 것 같소??
11시 25분 AM 그 곳의 터미널...
15링깃에 터미널 도착. 뭐야 버스 없을꺼라드니...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가버리는 택시아저씨. 알고보니 버터워쓰가는 차가 뻥 보태서 하루에 백대 있다. 차가 없긴 개뿔... 터미널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으면 여지없이 누군가 내게 행선지를 묻고 무작정 차에 태운다.
7.5링깃. 버터워쓰 행... 120링깃은 얼토당토!
1시 즈음 PM 페낭에 가까이...
버터워쓰 도착. 근데 여기선 얼로 가야대??
뭐랄까 이곳에 내린 첫 느낌은... 그 옛날 난지도에 버스 내린 그 느낌???
여기는 문자가 영문자라... 표지판을 보면 저게 말레샤 단언지, 아님 영어인데 내가 어휘력이 딸려서 모르는 단어인지 구분이 안간다. 뭐 어찌되었든 여까지 왔는데 페낭까지 못가겠어???
일단 배고프니 노점을 찾아보자. 노점을 찾은김에 쿠알라 룸프가는 버스도 있나 보자.
사실 기차가 타고 싶었지만 환전 사기(?)로 인한 빡빡한 예산때문에 다시 버스를 타지 싶다.
1시 30분 PM 거대한 배..
친절한 버스 회사 언니 덕에 페낭가는 페리를 탔다. 알고보니 터미널 바로 옆 선착장.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어딘가로 우르르 가더이만...그곳이었구려. 역시 대세를 따라야한다.
아까 노점에서 마땅한걸 찾지 못해 페리 안에서 또 빵을 사먹었다. 아...너구리 라면이 먹고싶다.
1시 40분 PM 강같은 바다를 건너...
페낭 도착. 이제 숙소로 가긴 가야하는디...
말레샤...진짜로 숨막히게 덥다. 가방이 나를 짓누르고 햇살이 나를 그릴에 굽고 있는데...앞이 안보일 지경이다. 배에서 내려 대세를 따라가니 시내 버스들이 마구마구 있는데도...도무지 앞이 안보인다. 아니 보고싶어지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심지어 이 짠순이가 택시를 탈까 고민도 했다니... 더위가 무서운거야.
숙소가 어디에 많이 있을까... 비치로 갈까 타운으로 갈까?
2시 10분 PM 더 서있으면 일사병 걸릴 것 같다...
삼륜 자전거를 탔다. 나만큼 혹은 나보다 삐쩍 마른 할부지가 끄는 인력거... 좀 안쓰러워서 타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숨이 막혀 도저히 걸을 수 없는 데다가 아저씨가 게스트 하우스 하나를 추천했다. 괜찮아 괜찮아... 거인같은 서양 아저씨가 탄거보단 내가 탄게 이 할부지를 위해 좋은거잖아??
징하게 느린 삼륜자전거지만 기분이 꽤 괜찮다.
얼핏 본 페낭거리는 건축물들이 참으로 예뻤다. 뭐랄까...진짜 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온 느낌. 랑카위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느릿느릿 거리를 보며 가다보니 좀 괜찮은 간판을 달고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물론 할부지가 추천한 곳은 아니다.
: 할부지 할부지...나 여기 보고 올래요.
: 그려그려 보구 오삼 기다릴테니...
: 할부지 할부지..여기 풀이래요. 근데 분점 있대요..글루 가주세요..
: 내가 추천한데루 가래니까. 거기 싸! 여기 비싸!
기어코 글루 델다주시는 할부지.
할부지 말대로 가격은 착하지만 리셉션 앞에 앉아있는 아저씨들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왜 그...미국드라마에서 나쁜넘들의 전형적인 이미지 - 대머리와 수염 뚱띵한 몸매와 문신...그리고 꼭 입어주시는 검정 나시티-_-;;
그 범상치 않은 포스에 눌려... 괜히 따른 핑계로 나와버렸다. 그냥 아까 그기 분점으로 가야겠다....끌끌..
3시 00분 PM 방을 구하다...
드디어 방을 잡았다. 침대와 벽 외에는 모든걸 공유하는 곳이지만...
아주아주 착한 가격에 벌레도 없어보인다. 랑카위에서 하루 묵은 가격이 여기선 이틀 가격!
빡빡한 예산 관리로 지친 내게는 상당히 천국같다.
3시 40분 PM 방을 나서니...
짐을 내려놓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페낭 거리는 이슬람 양식과 중국 풍 양식이 더해져 상당히 이국적인데다가 심지어 깨끗하기까지 하다. 랑카위에 이어...이곳도 좋아질 것만 같다.
슬금슬금 걷다보니 지도에 젤 크게 그려진 꼼따르 버스 터미널이 보인다.
앗앗앗!!! 쇼핑몰이다!!! 에어커어어언!!!
추위를 심하게 타는지라 짐까지 에어컨 틀어본적이 거의 없건만...말레샤가 적도와 더 가깝긴 한가부다. 내가 이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쓰러져서 옴짝달싹 못할 것이다.
(본인...남들보다 체감온도가 5도쯤 낮다)
쇼핑몰에서 두팔을 뻗어 에어컨의 기운을 느낀다...그리고...
(델리만쥬도 있다)
아.......감격의 눈물!
게다가 스타벅스가 보이는 게다...ㅜ.ㅜ
4시 00분 부터 쭈우우욱
스타벅스에 늘어져서 노는 중
커피를 사랑하고 빵도 좋아하는 소녀는 스타벅스 진열대에서 빵 구경에 넋이 나갔다.
듣도 보도 못한 빵들이 날 먹어봐~날먹어봐 하며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있는 이국적인 이곳. 게다가 물가까지 착하니...
이곳이 단순히 좋아지는게 아니라...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얼마만에 마셔보는 에스프레소인가!
5시 30분 해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자는 귀소 본능 발휘중
지나가다가 한 중국 아저씨가 말을 건다.
마치 한국에서 '도를 아십니까'가 내게 말 걸던 똑같은 수법으로... 지나가다 갑자기 생각난 듯이 멈춰서 길을 묻는다.
내가 분명 나 여기 사람 아니라고 말해도...나의 대답따윈 개의치 않는 것이...
이 아저씨도 중국에서 '도를 아십니까'가 아닐까-_-;
그러다가 대뜸...같이 밥 묵으러 가잰다. 맛있는거 사주겠단다.
딱봐도 내가 딸 뻘 될꺼 같은데...
이...
어디서 비롯된 자신감인가???
5시 40분
중국인 아저씨한테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핑계를 대었지만 그럴리가!
숙소 근처의 거리를 걸으며 만만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발견해서 먹게된 말레샤 푸드코트..
물론 어떻게 주문해야하는지 몰라서 무작정 음식을 가리키고 달라구 그랬는데... 나오는게 어찌나 허전한지.... 게다가 맛은 또 어찌나...달갑지 않은지...
그치만 나의 뱃속 걸신님은 관대하시다. 배고프면 모든걸 허용하신다.
한그릇을 뚝딱 순식간에 비우고 동네 탐색을 나섰다.
여지없이 친절함을 발휘하시는 말레샤 주민들은... 지나가는 자전거택시 아저씨도 내 사진에 포즈를 잡아 주신다. 혼자 다녀도 사람들과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거리...
(거리를 걷는건 유쾌했으나...땀에 쩔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모자와 썬글을 갑자기 써주신 아저씨)
지나가다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을 만났다.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다기에 내가 묵은 곳을 소개 해 줬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진짜로 얼떨껼에 낼 같이 관광을 다니기로 했다.
대답해 놓고서는 어...어...이게 아닌데...했지만... 한국말로도 했던말 번복하기 어려운판에 영어로 해야한다 생각하니 쉽게 포기가 되드라. 그래 그냥 낼 이 아저씨랑 같이 댕기자...
하루종일 누군가랑 것도 영어로 대화...... 빈혈이 올라 그런다.....
이런저런 얘기하느라 덕분에 저녁까지 거리 산책을 할 수 있었지만, 커피한잔 먹는데 1링깃 더 나왔다고 5분동안 따지는 그의 정서는 사실 좀 난감하긴 했다. 그는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합리적인 미국인이라지만...사실 순간 나는 숙소에 들가고 싶었다.-_-;
낼은... 어떻게...하루를 같이 보내야 할까. 심히 걱정되는 순간이다.
오늘 밤엔 번개가 아주 컴퓨터 그래픽처럼 치더라.
이렇게 마른 하늘에 1분간격으로 번쩍번쩍 번개가 치는 상황을 내가 겪어본적이 있는가 모르겠다.
그 신기하고 이상한 하늘은 곧 폭우를 쏟아낼 것만 같았다...
그래...차라리...
낼... 비가 내리는 거야!
여지없이 12시쯤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앗싸. 낼 이아저씨랑 어떻게 다녀야할지 고민 안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