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0일째 랑카위:늘어지기~
2008년 1월 24일 여행 30일째
그럼 그렇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고로 8시에 있다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당근 참여하지 못했다.
어찌나어찌나 모기가 많은지 자다 깨서 모기향 피우고, 다시 깨서 물파스 마르고, 심지어 자다 일어나서 모기 퇴치 스프레이까지 바르고서야 다시 잠이들 수 있었다.
H언니랑 헤어질때 라오스 간다길래 모기향을 몽땅 줘버린게 그렇게 후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모기향...특별히 라벤더 향으로 가져갔는데 진짜루 유용했다. 특히 냄새나는 방에서 묵을 일이 있을때 향수를 대신해 얼마나 유용했던지 모른다. 그런다고 한국에서 챙겨갈 필요는 없단거...태국 편의점에 다 판다.
여하간. 그래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발 5개 이상 달린 것들을 참으로 싫어하긴 하나, 잘 물리지 않았던 덕에 모기는 허용할 수 있다 여겼다. 그치만 이넘의 말레샤 모기는 그다시 피를 가리지 않는 모냥이다. 한국모기들은 다 나를 싫어하던데...얘들은 배가 심하게 많이 고픈가 보다. 아님 취향이 독특하거나.
하루 밤에 잠을 설쳤던 탓인지... 어제 너무 높이 가서 긴장한 탓인지...온몸이 쑤시고 결리다. 아이구 삭신이야. 내가 쉬러 왔지, 운동하러 왔어? 여까지 와서 삭신이 쑤셔야겠어? 그래 오늘 하루는 릴렉스 해보자~
주섬주섬 짐 챙겨서 바다로 가는길.
그저께 밤에 숙소를 찾을때 약도까지 그려주며 길을 알려주던 그 아해를 만났다.
물론 나는 얼굴을 못알아 봤으나...뭐랄까 골목 저편에서 걸어오는 아해를 보는 순간 예감이 딱 그렇드라. 고개 숙이고 딴청을 피웠으나...아니나 다를까 무진장 방갑게 나를 알아보는 아해.
해변에 가는 길이라했더니...레스토랑에서 일하는데 이따 출근 전에 해변에 들른단다.
으잉? 굳이 왜?
그래, 뭐... 여기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 영어 회화 선생이라 생각하지 모...
쟤가 어디 출신인진 모르지만 상당히 알아듣기 힘든 발음을 구사하긴 하지만...
영어는 언제나 연습 연습이 중요하지 않겠어? 좀더 유창한 말하기를 위해 대화한다 생각하자...
그러면서도 어쩐지 구석지를 찾아 자리를 잡는 나...
그 애가 이상해보였던건 아닌데... 뭐랄까 그냥 오늘은 좀 쉬고 싶었달까?
글고 어제 쥔장 아저씨랑 계속 영어로 얘기해서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구석탱이에 비치체어 빌리고, 수영복입고, 썬글라스에 mp3까지 끼고 한가로히 늘어질 준비 완료. 한숨 자야겠다 싶을 만 할때... 그 아해...잘도 찾아온다.
게다가 어쩐지 수영복 입은 내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쭈욱 훑어보는것 같아 기분이 메롱해졌다.....
알제리 태생이란다. 거가 어딘지 잘 모른다니까 본인은 한국을 아는데 왜 나는 알제리를 모르냐면서 삐진척을 한다-_-; 뭐...전혀 속깊은 대화를 하고 있진 않지만 심지어 재미도 없다...
게다가 쿠알라룸프에 간다니까 본인이 거길 잘 안다면서 내 일기장을 뺏어서 약도를 마구 그린다.
약도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핸가 보다. 다만...내가 뒷면에 그려달라면 뒷면에 그리면 안되-_-??
그 아해의 출근 시간이 오전 11시 인건 참말로 다행이었다.
1시간여의 살짝 지루한 대화를 마치고 그 아이는 돌아갔고 나는 지대로 늘어졌다.
자고, 일어나고, 책읽고, 음악듣고, 물장구 치고, 다시 자구...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다~ 좋은데...좀 배가 고프다. 여긴 왜 바다에 노점이 없는 걸까.
비치체어는 10링깃을 주고 빌린 덕에...행여나 뺏길까(?)봐 옴짝달싹 못하겠다. 꼬르륵꼬르륵
적당히 오후까지만 버텨보자...
태국 바다에선 (물론 큰데만) 새우 튀김도 팔고 닭꼬치도 팔고 그러든데...
파인애플 장수가 등장하자 이내 다가오기도 전에 손을 버쩍 들어 꼬치 두개를 샀다.
입천장이 잘 까져서 파인애플은 잘 안먹지만 배고픔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앗, 그 순간, 훈남 발견!
한달여를 여행하면서 참으로 눈요기거리조차 없기에 아~국제적으로 훈남이 없는 추세구나 라고 체념하고 있던 소녀... 여행 30일만에 바닷가에서 훈남 한명 발견하다!!
물론 소심녀 답게 썬글라스 끼고 힐끗힐끗 눈 요기만 하고 있었다. 어쩐지 그 아해도 계속해서 나를 응시하는 느낌...(내가 자꾸 쳐다봐서인지는 알 수 없음)...
와바...다가 와봐...
대부분의 눈 마주치는 서양 아해들은 여지없이 다가와 인사라도 하고 지나가기에 이내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일행은 쪼끔 덜 훈남이었지만 뭐 어때...우리 즐거운 대화 한판 ok??...라고 까진 생각 안했지만 어쨋든 보기 드문 훈남을 지켜보며 2조각의 파인애플중 1조각도 채 먹지 못했다. 침흘리느라...ㅎㅎ
근데 얼마 후 왠 못생긴 뚱녀 2명이 (다분히 개인적 감정이 들어있는 왜곡된 시각이다.) 마치 나이트 웨이터를 대동하여 부킹하듯이 현지인 한명을 데리구 와서 즉석만남을 시도한다. 현지인이 하도 큰소리로 얘기해서 대화 내용까지 들린다.
"야, 니네 둘이 왔지? 이 숙녀분들이 둘이 왔는데...니네랑 놀고싶대. 같이 노는게 어때??"
아... 이렇게 눈요기 훈남마저 내 눈을 떠나는구나...
훈남 일행과 뚱녀 일행은 무미건조하게 원반던지기를 하다가 한잔하러 가신다.
역시 세계적으로... 쏠로 훈남은 무사히 존재하지 못하는 구나.
랑카위 바다가 그리 산호빛 바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국의 정취가 느껴진다.
야자나무와 하얀 모래...물론, 말했지만 , 결코 발에 닿는모래의 느낌이 좋지만은 않다.
해가 비치면 어찌나 뜨거운지 발바닥에 화상입을 것만 같다.
비치체어에 않아 있다가 바닷물로 갈땐 화상입지 않으려고 저절로 나잡아봐라~모드로 뛰어야만한다.
게다가 젤리피쉬(해파리)가 그렇게 많단다.
해파리를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그 말을 듣고 바다에 들어가니 어쩐지 온몸이 따끔거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전부터 쭈욱 놀아놓고 그 말을 상기시기는 순간 따끔거린다는게 말도 안되지만... 갑자기 글케 느껴지는걸 어쩌리.
서둘러 정리해서 숙소로 간다. 아아~ 아쉬운 나의 비치체어여!
하지만 아쉬움보다 큰건 배고픔이요, 참을 수 없는...화장실을 향한 욕망이로다.
숙소에 들어가 씼고, 남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석양사진을 찍고자 재빨리 나왔다.
아직은 좀 이르구나...(오후 5시..)
심카드를 사고 10링깃을 충전하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충전해주는 언니가 10링깃이면 한국에 5분밖에 못한다고 계속 더하라 그랬는데...
뻥이었다. 2분 20초 통화에 1링깃도 닳지 않았다-_-;
랑카위엔 제과점이 없었다.
빵을 참으로 좋아하기에... 빵을 사다 뜯어먹으며 석양을 볼라 그랬는데...
할 수 없이 미니 마트에서 빵을 샀는데... 유통기간이 과연 진짜일까 의심스럽게도 빵이 ... 허름하다.. 빵한테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 허름하다 -_-;
숙소에 들가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쓰고, 낼 페낭으로 뜨기로 결심을 한다.
쥔장 내외가 맥주한잔 하자는데... 쥔장이 권하면 페이를 어찌해야할지 난감해질까봐 거절했다.
물론 맥주를 그리 좋아라하지도 않지만...
오늘은 유독 별이 많이 보인다.
누군가 논밭에서 노래도 부르고 있다.
랑카위에서 많은 일을 하진 않았지만... 분명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만 같다.
낼은...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페낭으로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