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3월 17일
아침이다.
잠을 조금 설쳤는지, 살짝 피곤했다.
파타야 에서는 꼭 조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몸을 가볍게 하고 조깅을 하러 나갔다.
조깅을 하다가,
근처의 조그마한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버터, 오렌지 잼, 토스트, 에그 프라이 2개, 햄.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찍어도 된다길래, 고맙다고 웃었더니,
정말 이쁘게 웃어줬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그것도 슈어슈어 하길래, 아침을 다 먹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웃는 게 예쁜 여자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그게 눈웃음이든지, 미소라든지.
그래서 아침부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다시 조깅을 했다.
soi3부터 워킹스트리트까지.
그리고 마이크 쇼핑센터부터 주위의 다른 쇼핑몰까지 아이쇼핑을 했다.
주 목적은 가격협상을 어떻게 하는지, 보통 가격대가 어떻게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온갖 짝퉁 시계, 가방, 지갑, 선글라스, 옷들이 200바트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보통 쇼핑몰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가격을 명시 해놓았기 때문에,
흥정은 어렵다고 봤다.
물론 가격을 명시하지 않은 곳은 흥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보통 시장에서 물건을 살 경우에는,
쇼핑몰 가격의 1/4까지는 흥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가기 위해서 썽태우를 타고 빅씨 앞에서 내렸다.
빅씨를 한번 가봐야할 것 같아서,
빅씨로 향했다.
빅씨는 우리나라의 쇼핑몰로 치자면,
코스트코라던지, 하나로마트 같은 곳인데,
비슷한 쇼핑몰로 그 뒤편에 테스코도 있었다.
듣기로는 테스코의 물건 가격이 더 싸다고 알려져 있었다.
빅씨에는 여행이나 생활에 필요한 웬만한 것들이 모두 있었는데,
우리나라 물가와 비슷하거나 (전자제품의 경우), 아예 다르게 정말 싸거나 (그 외의 것들)
둘 중 하나였다.
몇 일전 씨암에서 샀던 것들이 여기서는 거의 1/2 가격이라서, 눈물이 날 뻔했다.
샴푸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 돈으로 치자면 1500원 정도.
그 외의 물건도 그 정도로 차이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빅씨에서의 눈요기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려다가,
도깨비 투어를 가기로 했다.
역시 오토바이 택시를 잡고 50밧에 갔다.
처음에 흥정을 하려고 40을 불렀으나, 내가 좀 만만해보였는지.
거절하고 50밧이라고 했다.
분명 처음에 하우 머치 라이딩? 이라고 물어봤다면,
100밧을 불렀을 수도 있는 경우다.
태국에서는 매사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다시 깨비 투어로 가서,
형님과 이야기를 좀 하다가,
꼬 창, 꼬 피피 이런 곳에 가기에는 치앙마이 갈 시간이 없으니,
그냥 산호섬에서 일박하기로 했다.
가서 마음에 들면 2박을 할 수도 있는 거라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은현이 이야기도 좀 했다.
깨비형님은 은현이를 어리버리하면서 착한 애로 기억하고 계셨다.
몇몇 이야기를 같이 하다가, 커피도 한 잔 얻어먹고,
밤에 놀러가자고 하셔서,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어제 만났던 그 분과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해서,
투어를 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역시 교통수단은 썽태우.
10밧만 주려고 있었는데, 내가 내릴 때 같이 내린 유로피안이 100밧을 내는 바람에,
지기 싫어서 20밧을 내고 말았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조금 졸려서,
전화가 오겠지 싶어서 잠을 잤다.
잠에서 일어나니 3시 30분경.
3시간 정도 잠에 들었다.
연락은 없었다.
갑자기 웬 전화가 와서 그 분에게 연락이 온 줄 알고 바로 받았는데,
웬 태국인이었다.
그리고는 몽촌? 몽촌? 뭐 이러다가...레이디?...레디?
이래서, 나는 도대체 뭐라는거야 라고 말했더니.
오케이 땡큐 이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폴 형님께 여쭤봤더니, 가끔 태국 애들이 잘못 전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한국시각은 6시쯤 되었길래, 애들 수업도 끝났겠다 싶어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메신져를 겨우겨우 다운 받고 켰는데,
아무도 없었다.
아침엔 정훈이라도 있어서 저질토크를 좀 했지만.
이래서는....
밥을 먹으러 빅씨로 갔다.
노점에서는 웬지 어떻게 먹어야할 지를 모르겠어서,
편한대로 푸드코트로 향했다.
일본라면 전문점으로 들어가서,
볶음밥과 라면을 시켰다.
이렇게 140밧.
4200원 상당의 식사.
노점에서 해결했다면 50밧 안으로 끝난다.
파타야 노점은 또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파타야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오면서 짝퉁 선글라스 200밧 하는 것을 좀 깎아서 100밧에 샀다.
전에 그 선글라스가 다른 곳에서 50밧 하는 것을 봤던 터라..
(나중에 그 노점을 찾아갔을 때는, 노점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선글라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숙소에 가서 보니 좌우 대칭이 안 맞아서,
기울게 써지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왜 짝퉁을 꺼려하고 짝퉁은 왜 짝퉁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곧장 빅씨 쪽 노점으로 향했다.
그래서 교환하겠다고.
이번에 교환하면서는 나름대로 좌우대칭이 맞고 나름 디자인이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을,
꼼꼼히 살펴보고 샀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오니, 방 안이 청소 되어있다.
청소를 부탁했더니 잘해주었다.
물론 팁은 주지 못했다.
아직까지 팁은 마사지사에게 밖에 주질 못했는데,
팁을 너무 많이 주기에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잔돈을 주기에는 쪼잔스러워 보일 것 같고.
이러는 게 나는 아직 멀은 듯하다.
정말.
그리고
밤에 놀러 나가기 위해 잠을 조금 청했다.
일어나서도 그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분명, 그와 숙박을 했었다면,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정말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내 주관적인 오해일 수도 있는 문제지만..
일어나서 한국으로 전화를 여기저기 걸었다.
아빠, 그리고 멀더형, 은현이.
다솔이에게 전화 한통 넣어주려고 했는데,
핸드폰 차지가 다 떨어져서, 전화를 하지 못했다.
일어나서, 방 정리를 하고,
도깨비로 향했다.
이젠 파타야에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도깨비에 도착하니, 마침 형님과 또 다른 형님, 그리고 누님 두 분이 계셨다.
지금 나갈 거라고, 그래서 함께하기로 했다.
처음 간 곳은 꽃걸이식 뭐라고 해야할까.
노천 주점이랄까.
그곳에 도착해서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도 위스키를 마시게 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다.
역시 태국의 위스키는 물을 살짝 탔는지,
아무리 콕, 얼음과 섞었다고 해도,
그냥 음료수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마셔도 더 이상 못 마시겠다 같은 생각은 안 들었다.
계속 그렇게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워갔다.
아직도 형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 것이.
종형아, 지금이 정말 행복한 순간이니까, 기억해둬라.
그 때도 정말 행복했다.
여행을 와서 이렇게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도 하고,
개그도 치고, 이것저것 뭔가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느낌.
형님은 자꾸 내게 성정체성을 찾으라면서 밴드 댄서 중에 닭벼슬 머리 한 애를 주시하라고 하셨다.
물론 농담이셨다.
이것도 내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너무나도 즐거웠다.
전라도 형님을 통해서 나이트 라이프에 대해서도 대충 알아들었다.
그리고 또 이것저것.
뭐든지.
누님들이 계셔서 더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아마 나 혼자만 있었다면, 또 분위기는 달랐겠지.
꽃 걸이를 여기저기 걸어주고, 그냥 보내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춤을 추고는 싶었는데, 음악이 모두 엔카, 혹은 트로트, 발라드 느낌의 음악이라서,
춤을 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리가 끝나면 클럽에 한번 가볼 생각이었다.
1차가 끝나고 술 값, 안주 값, 꽃 값 포함해서 1000밧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잘못봤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너무 쓰시는 것 같기도 해서, 2차는 내가 1000밧을 보태기로 했다.
모든 것은 기브앤테이크 이니까.
기분이 좋기도 했고.
그리고 2차를 갔다.
깨비 형님께서는 현지인들이 가는 꽃걸이 집으로 한번 가자고 하셨다.
도착했는데, 사람이 정말 없었다.
도착을 해서는,
또 다시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다.
또 그렇게 대화의 꽃은 피워져갔고,
밤은 깊어만 갔다.
이 곳에서는 꽃 목걸이를 여러 푸잉들에게 걸어줬는데.
정말 남자처럼 생겼는데,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 푸잉에게 하나.
그리고 정말 열심히 춤을 추던 푸잉.
꽃을 걸어주고 나면,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합석을 한다.
계속 형님들께서 푸잉들에게 잘해주라고 하신다.
그래서 나름대로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들이었다.
대화의 내용은,
나이가 몇 살이냐,
예쁘다,
춤 열심히 추더라, 좋아보였다.
어디 사냐,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되냐,
뭐 이런 것 저런 것.
갑자기 이 푸잉들이 가련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였을까,
전라도 형님 말씀으로는,
얘네들은 꽃 값으로 먹고 산다고 했다.
꽃 값이라고 해봐야,
우리나라 물가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인데.
그렇게 조금 슬플 때쯤에
한 꼬마아이가 와서 꽃을 사달라고 했다.
그 전에 꽃을 한 아름 샀기 때문에,
또 다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무심코 그 아이의 발을 보게 되었는데,
4살 혹은 5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다.
잘못 봤을 까,
아니면 어두워서 못본 걸까,
그 아이에게 난 20밧을 주었고,
그 아이는 무대 쪽으로 가서,
다른 푸잉에게 꽃을 한 송이 선물했다.
정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슬픔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모두들 즐겁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2차가 끝나고,
숙소로 향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형님께서는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셨다.
숙소에 도착.
뭔가 아쉬워서, 생각해보니, 클럽!!!
그래서 다시 몸을 가볍게 하고 나와서, 워킹스트릿으로 향했다.
거리에 수많은 직업여성들, 혹은 어고고바를 홍보하는 여자아이들.
정말 오미터를 걸을 때마다 말을 걸고, 나를 붙잡아서, 힘들었다.
그 때 시간이 1시 정도 였는데, 이 사람들도 남자를 붙잡아야 살기는 살기 때문인지,
2시가 넘으면 거의 모든 술집이 닫게 되기 때문에,
모두들 바빠보였다. 그리고 클럽 앞에 도착.
그렇게 도착은 했으나.
갑자기 급 피곤해져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파타야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서,
파타야 해변을 조깅으로 워킹에서 쏘이3 까지 갔다.
땀에 흠뻑 젖었지만, 밤이라서 그런지 바람이 땀을 닦아주었다.
뭔가 살아있는 기분이다.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리고, 달리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쉬지 않고 달리다가 쏘이 7에서부터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다가, 피씨방에 가야겠다 싶어서,
24시간하는 피씨방이 있던 곳이 기억이 나서, 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억에 쏘이 5인지, 6인지 그 끝이었는데.
깜짝깜짝 놀랐던 것이,
나는 그냥 인사를 하면서 달린다고 달렸는데,
그들이 답인사를 해줄 때마다.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서 당황했다.
그래서 더 쉬지 않고 힘껏 달렸다.
인터넷카페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다하고 나오는데,
문득 의문이 생긴 게,
여기서 일하고 있는 이 현지인들은 도대체 얼마나 받고 일할 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불어 편의점에 들렸을 때도,
웬 꼬마가 카운터를 보고 있고,
성인처럼 보이는 아르바이트 생들은 그 앞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꼬마의 미소가,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해보였다.
도대체,
사람이라는 건 어떤 존재일까,
어떤 가치의 존재일까,
사람마다의 가치는 정말 다른 것일까,
그런 의문들이 생겼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통한다.
오늘로 6일 째,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