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점이었던 빡세로 돌아왔습니다.
1. 4498km:
2월8일 빡세를 출발하여 4월1일 빡세에 귀환하기 까지 오토바이와 함께 달린 총거리입니다.
2. 19N1-163.09:
저와 함께 한 혼다 윈 모델의 디텍엔진을 단 오토바이의 번호판입이다. 오랜시간 함께 달리면서 한 번의 타이어교체와 체인교체, 앞축과 뒷축의 이완조정, 뒷좌석 발판 교체, 배터리 방전외 큰 탈없이 저를 여기저기 옮겨다 주었답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3. 80L 배낭 :
폰사완에서의 어느날 밤. 제 짐을 담았던 세 배낭-80L,40L,38L의 배낭-을 보다가, 80L 배낭은 꼭 필요없을 것 같아서 80L 배낭 속의 짐을 다른 두 배낭에 구겨 담으니 들어가더군요. 그래서 80L 배낭은 버렸습니다. 그리고 내용물에 맞는 그릇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의 그릇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양말 두 컬레와 슬리퍼를 버렸습니다. 아직 버릴게 많은데 부여잡고 있는 것도 있고, 눈에 띄지 않아서 챙겨져 있는 것도 있군요.
4. 카메라 UV렌즈와 보온물통 :
잃어버렸습니다. UV렌즈캡을 무앙쿠아에서 농키아우오는 산길에서 잃어버리고 UV렌즈는 무앙쿠아의 숙소에서 부주의로 깨뜨려버렸습니다. 보온물통은 윌라부리에서 반나보오는 탐욕의 길위에서 잃어버렸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것을 잃어버리는 재미도 있어야겠지요.
5. 1인용텐트와 텐트깔판 :
빡세에서 만난 장기여행중인 어르신으로 부터 1인용 텐트, 빡세 라면집 사장님으로 부터 텐트깔판을 얻었습니다. 잠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 자신있게 다닐 수 있을 것입니다. 고이쓰다가 되물려주겠습니다.
6. Bon Iver :
제 오토바이 핼맷에는 블루투스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 이동중에는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Bon Iver의 노래를 들으며 주행중의 무료함을 달랩니다.
긴장을 해야하는 산길이나 비포장길에서는 전방 2m의 노면에만 집중합니다.
그외 길 위에서는 음악을 듣거나 잡상을 합니다. 혹은 음악을 들으며 잡상을 합니다.
엉덩이가 아프면 한쪽 엉덩이만 걸쳐서 기울어진 자세로 운전을 하기도 하고,잠이 오거나 피곤하면 잠시 쉬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음료수를 마십니다. 공냉식 오토바이 특히 제 오토바이 처럼 그리 좋지 않은 상태의 오토바이로 오래 달리는 경우는 한 시간 주행하고 30분이상 쉬어주는 것이 엔진에 무리가 덜갑니다만 그렇지 못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7. Momay와 Noy :
나까이 축제에서 만난 장난끼가 많은 당돌한 18살 여고생입니다. 사진찍히기 좋아하고 말도 많고 먹는 것도 잘먹는 순진무구한 고마운 친구들이었습니다.
그외 15000명 정도의 많은 사람을 길위에서 만났답니다.
날카로웠던 아카족 마을의 할머니,
너무 부끄러워서 '콥짜이'를 하지 못하고 숨어버렸던 산골 꼬마,
친절한 폰사완 관광안내소의 직원,
미스킴을 비롯한 꽁로마을 주민들,
등등등등등.............................................
8. 모기와 개미 :
퐁살리에서는 추워서 그런지 개미나 모기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폰사완에서는 서늘해서 그런지 개미나 모기를 서너마리만 본 것 같습니다.
사완나캣에서는 더워서 그런지 수십마리의 개미와 모기를 보았습니다.
빡세에서는 덥고 습해서 그런지 수백마리의 개미와 모기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숙소도 깨끗한 낭노이 게스트하우스로 옮겼습니다.
9. '티벳 사자의 서'와 반짇고리 :
티벳 사자의 서는 두껍고 무겁습니다. 꽤 읽을 시간이 많을 것 같아서 몇년전부터 배낭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입니다. 지난 50여일 동안 한페이지도 넘겨보지 않았습니다.아무리 귀하고 소중한 것도 쓰여지지 않으면 무가치한 짐이 되나 봅니다.
반면 어쩌다가 딸려서 챙겨진 반짇고리의 바늘과 실은 숄더백의 끈이 무게에 못이겨서 끊어졌을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어졌습니다.세상의 모든 것, 하물며 농키아우에서 므앙응오이가는 산길위의 돌맹이마저도 저마다의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 빡세에서 쉬고
내일부터는 볼라벤 고원으로 피서를 가야겠습니다.
적절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야겠고, 그 시간에 맞추어 볼라벤 고원 인근을 돌다가 한국으로 가서 '어버이의 날' 행사에 참석한 후 적절한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다시 이탈을 진행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