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40일째 역시방콕
오늘 일기는 사진이 좀 적습니다. ^^
2008년 2월 3일 여행 40일째!
뭔가 나의 여행이 3기로 들어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기는 어리버리 방콕과 언니와 함께한 시간, 2기는 혼자 남부에서 말레샤 싱가폴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되는 3기...
3기의 시작은 H언니를 한국으로 보내는 것 부터 시작된다.
언니의 한국행은 내일. 그래서 오늘은 뭐든 언니가 원하는 것을 해주리라 생각한다.
근데...오늘은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다.
예전에 몽골에서 두 달 일할때... 그 척박한 사막에서 일할땐 괜찮더니 도시로 관광오니까 글케 많이 아팠더랬다.
지금도 그런거 같다. 나의 몸은 나의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만 같은데... 내 집 같은 방콕에 오니 긴장이 풀어진 탓이리라...
암튼 오늘은 컨디션이 매우 안좋다. 아...불안하다 불안해...
우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어제의 임시 룸메이트양께서 방을 구하고 돌아오셨더랬다.
그녀 :저 메리V에 방 구했어요. 덕분에 하루밤 겨우 보냈네요.
나중에 저기 메리V 로 오시면 맥주 살께요.
여전히 띠꺼운 나 : 아무때나 메리 V에 가서 **씨 부르면 나오시나요?
그녀 : (당황하며) .....네?....예....그...게... 제 방이요 XX호 인데요....
아니, 진짜로 고마워서 대접할 생각이었다면-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야하는거 아닌가? 저건 누가봐도 인사치례 아닌가...하는 생각에 아침부터 말투가 좋게 나오지 않는다. 물론 구체적으로 얘기해도 거절했을테지만- 그래도 최소한 진심인듯 포장이라도 해서 말해줬더라면 그렇게 못되게 굴진 않았을꺼다.
아무래도 ... 나 오늘 몸 안좋아서 더 예민하다. 넘어가자.
한국에서...의사 선생님한테 빌어서 타온 항생제를 입에 쳐 넣고, 목사탕 빨아묵으며 언니를 따라나섰다.
오늘이 언니의 마지막 날이기에 언니의 쇼핑에 순순히 따르기로 맘 먹었기 때문이다.
일단 언니가 가고 싶은 곳은 나라야!
본토 나라야의 고장 태국에는 한국에서 못보던 디잔도 있을 뿐더러 꽤나 실용적이고 기발한 물건들이 많다.
방콕의 곳곳에 나라야가 있는데- 언니는...어제도...그제도...나라야 매장을 찾아 헤매다가 돌아왔다고 한다-_-;
나 역시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나의 타고난 더듬이는 어디론가 가야겠다는 예감을 깊게 풍기고...나는 으례히 나의 감각을 따라본다. 역시나! 내 더듬이는 탁월하다.
이곳에서 언니가 야심차게 친구,친지들 선물로 사 간 것은...기저귀가방!
이거 꽤나 쓸모있게 생겼다~
글구 아기가 있는 집에 만만한 선물로 좋겠다 이거야~
이것저것 고르고 고르다보니...오직 나라야만 둘러봤는데도 지친다.
내가 몸이 안좋아서 더 그렁거 같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시암으로 가서 우선 밥 부터 먹기로 한다.
.....내 자신이 조금 본능적이긴 하다 여겨지지만... 밥을 먹으면 어쩐지 안정이 될 것 같았다 --;
한달만에 다시 가보는 씨암-
분수대와 국왕 사진도 그대로이구,
럭셔리해 뵈는 레스토랑은 못가는 나도 그대로이며,,,
상당히 절박해 보이는 화장실 간판도 그대로이다...
언니가 마지막 날이라고 맛난데를 가자 한다.
같이 댕길때- 낼름 낼름 잘도 얻어 먹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염치없이 또 얻어먹는다 ㅎㅎ
근데 이번에는 이유가 있었다. 헤어질때...카오산에서 산 수영복이 심하게 커서... 방콕으로 올라가는 언니에게 들려 보냈던 것이다. 근데. 이언니. 오지랖 넓기가 나랑 만만찮아서- 우연히 만난 일행중 한명이 쉉복이 없다하자 낼름 줘버렸단다--;
언니 그거 내꺼자너!!
근데...그 아해는 그 수영복이 맞단 말인가!? 헉...상상만 해도 부럽다.
어쨌든 대충 수영복 값으로 얻어먹게 된 점심은... 시즐러!
169밧에 피쉬앤칩스와 무한 샐러드빠를 즐길 수 있는 곳!
한국보다 음식에 야채가 덜 들어가기에 언제나 야채가 고팠던 나는 소쓰 듬뿍넣어 샐러드 먹기는 물론이요, 한국 시즐러 가격과 비교하며 잘 안먹는 크림쏘스 뭐시기들까지 우걱우걱 우겨넣기 시작했다.
한접시~두접시~세접시~ 스푸한그릇~스파게뤼한그릇~두그릇~
메인 음식이었던 피쉬앤칩스는 손도 못댄채 샐러드 만으로도 배가 짜부될 만큼 먹어버렸다.
물론 먹는데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 사진찍을 생각도 안했음은 물론이다!
흡족하다 못해 괴로울 정도로 먹고 피쉬앤칩스는 포장해서 들고 건물을 나서는길...
헉...못견디겠다.
나 이러다가 터져버리겠다.
내 온몸 샐러드로 가득차서 누가 바늘로 찌르면 고구마샐러드가 꾸역꾸역 터져나올 것만 같다--;
언니...미안...해...
나 도저히...못 움직이겠어 ㅜ.ㅜ
그치만 그렇게 짜부될 것 같은건 언니도 마찬가지!
쇼핑을 포기하고 카오산으로 넘어갔다.
숙소에서 늘어져라 쉬는데- 몇시간이 지나도록 옴짝달싹하기가 힘이들다.
가뜩이나 안좋은 컨디션에 음식도 체할만큼 먹었으니..당연하다 싶다.
저녁이 되어 언니는 라오스에서 만난 어제의 그 남매를 만나로 나가고...나는 좀더 누워있어본다.
여행중 좋은 인연으로 만난 사람...
그리고 좋은 인연이 될지도 모르는 그 남매...K군 B양.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서 같이 웃고, 힘들어하고, 돕고, 정을 쌓고...인연을 만드는 것...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여기 누워있으면 안되겠다 싶다.
으쌰! 이대로 쓰러질 순 없다. 언니 한국행 전야에다 간만의 카오산의 저녁 풍경...
어떻게든 나가야지...하며... 싸온 피쉬앤 칩스를 들고 나선다~
그들이 어딨을까...고민할 필요도 없다. 카오산 한바퀴만 돌면 그들의 행적은 뻔히 나오니까--;
람부뜨리 로드 길거리에서 닭다리를 뜯고 있는 그들에게 생선 튀김을 던지며 합류를 한다.
근데- 술을 잘 안 즐기는지라 오렌쥐 쥬스를 시키는데- 가뜩이나 컨디션 제로에 아닌척 하느라 힘든 내게... 살짝 상한 쥬스를 주시는게다. 나 지금 좀 예민하거든!? 하여 고작 20밧 자리 쥬스를 두번을 승질내며 바꿨다. 말했자나...나 삐뚤어질꺼라고! 동생 K군이...상당히 무서워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아줌마를 향한 공격적인 표정을 이내 상냥 표정으로 바꾸어본다. 웃자 웃자 나 오늘 너무 예민스러워!
닭다리를 뜯은 후 우리는 칵텔을 마셔도기로 했다.
술취한 서양 아해들이 덜렁덜렁 들고 댕기던 그 미니 양동이 칵테일~
이렇게 4명이 모여있는 시점이 아니면 집에 갈때까지 못마실 것만 같은 그 양 많은 술.
어디 한번 마셔보자.
조금 어이가 없는 이 길거리 칵텔 바는... 사람이 많아지면 의자를 도로 쪽으로 더 빼낸다.
그러면 그럴수록 보행자 거리는 좁아지고 우리의 영역은 넓어진다.
아랑곳 않는 매장 언니들, 역시나 아랑곳 않는 보행자들~
이래서 이 엉망진창 거리는 너무나 재밌고 흥미롭다.
넷이서 큭큭대며 빨대로 칵텔을 빨며 사진을 찍는 사이... 내 컨디션도 조금 회복되고 예민함도 줄어든다...
아...이래서 유흥이 좋은 것이여~ 간만에 유흥을 하니 아픈게 다 낫는거 같구려~
내 옆에 앉은 정체불명 태국 언니들이 내게 말을 건다.
둘이서는 전혀 대화가 없어 보였기에...상당히 특이한 언니들이다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언니 왈 (언니의 영어가 그리 유창스럽진 않았다) : 너 태국음식 뭐가 맛있니?
나 (대뜸 묻는 질문에 당황하며) : 그...그게... 음...쏨땀?
시큰둥-
나 (역시 당황하며) : 음...글구...뭐...쌀국수?
역시 시큰둥-
나 (다시 당황하며) : 음음음...그럼....뭐...과일?
계속 시큰둥-
뭐야? 왜 물어본거야? 무슨 대답을 바라는거야???
그 때,
우리에게 술 들고 빨리 일어나라는 언니들...뭔지 몰라서 엉거주춤 일어나기가 무섭게 의자를 걷어간다.
경찰 떴대애~
.......그게 말이되? 어차피 경찰서 바로 옆이었자나...--;
더 웃긴건 경찰 떳다는 한마디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대로 서서 술을 먹는 사람들.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언니들.
너무 어이가 없어 황당해 하고 있는데 직원언니 웃으며 우리에게 한마디한다.
"Stand up and Sit down regularly - This is exercise!"
정말 엉망진창 재미있는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칵텔을 한 바께쑤 빨고... 거리를 걷다보니 여러사람들이 내 손에 찌라시를 쥐어준다.
The Club! No Entry Fee! Ashai 100B!
오호홍 입장료 없대! 우리 여기 가자아~
클럽에 들어선 순간... 졸리다는 B양은 급 말똥해지고, 뭐~좋을대로 하세요 라던 K군은 온갖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놀았으며, 언니는 연신 '얘들아~ 나를위해 고마워~~~'를 외치며 몸을 흔든다.
간만의 클럽.
비록, 쪼리 신고, 땀 범벅에, 여행자용 크로스백 메고...일케 클럽 와본적은 없지만-
어쨌든 빠똥에서 바나나 클럽 못간 한은 풀었다 우하하. 이럴땐 아프지도 않아요~
간만에...오늘은 증말 유흥의 밤이었다~ 관광 못지 않게 뿌듯한 걸~!?
부담 보이 1.
B양 옆에서 떠나질 않는 타이 아저씨. 누가 봐도 B양과 띠동갑도 넘을 만한 아저씨에, 누가 봐도 부담스러운 몸짓, 그리고 견딜 수 없는 눈빛의 소유자. 당신을 부담 보이 1 로 명명합니다.
우리가 일부로 자리를 좁혀도 기어코 B양 옆으로 자리를 삐집고 들어오신다.
급기야 동생 K군이 B양을 호위하였으나...전혀 굴하지 않으신다.
부담 보이 2.
한국인이냐며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온 아해! 저쪽에 3명이 더 있다 한다.
동양인만 보면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재빠르고 반갑게 다가가 우리에게 인사시키는 그 아이...
마치 방콕의 차이나타운을 만들듯, 클럽에 한국인 무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나는 굉장히 오래 여행해서 한국인이 방가운갑다 했다... 오늘 여행이 8일째란다. 더욱이...낼 한국으로 간단다...
방가워하는건 좋은데...자꾸 내게 인사시킬땐...살짝 난감시러웠다.
차마...한국분이세요? 너무 방가워요~!!! 라고 화들짝 웃으며 말하기엔 - 뻥안치고 오늘 이 클럽에 반이 한국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