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9일째 다시방콕
완전 탄력받았습니다. 한편 더 써요^^;
2008년 2월 2일 여행 39일째
오늘은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
기껏 있어봤자 방콕에 얼마나 있었다고, 여기저기 움직이는 기점으로 삼아서인지...상당히 우리 동네 같은 생각이 든다.
늘쌍 아침 커피와 과일을 먹으러 가던 게코 노천 레스토랑(?) 아줌마도 나를 반겨줄 것이고, 내가 지날때마다 곤니찌와 하던 람부뜨리 앞 양복점 아저씨들도 나를 반겨줄 것이고, 갈때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걸고 싶어하는 표정을 짓던 스타벅스 아해도 나를 반겨줄 것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장하고 덤덤한 마음으로 주섬주섬 짐을 싸고,
꽁짜 부엌으로 향한다.
아침 밥과 차와 커피를 거나하게 마시고 이 멜을 확인해 보는데-
여행 중 불쑥불쑥 솟아오르던 가슴속 응어리님이 분노를 터트리신다--;
그 아이... 뜨랑에서 나와 정리를 한 그 아이...원래를 대만으로 나를 마중나오시기로 한 그 아이...
나와 대화를 나누기 전에 비행기표를 취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한참전에.
주체할 수 없는 배신감에 컴터 앞에서 혼자 주먹을 쥐고 부르르르 떨었다-_-;
혹시나, 내가 아니더라도 대만에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아해를 너무나 잘 알던 나 였으므로 몇 군데 좋아할만한 곳을 알려주려 했었다. 그래서 뱅기 시간을 알아보려 들갔는데- 뱅기표를 예약 해 준것이 소녀이기에... 취소 사실도 알기가 너무나 쉬웠던 것이다.
부르르르. 흥. 다년간의 우정과 애정에 금이 가는 순간... 이해불능 시츄에이션.
괜찮다. 난 여기서 과거보다도 더 많은 기억, 좋은 기억, 잊지 못할 기억들을 가지고 갈 것이다. 가끔씩 활성화 되는 나의 뇌 속의 지우개가...이제야 활약할 시기인 것이다.
숙소에 짐을 맡겨 두고...남는 시간을 어디서 보내면 잘 보냈다 소문이 날까 고민했더니...뭔가 자꾸만 거슬리는 게 있다.
그게 뭔고... 한참 고민해보니... 어제 못 만진 부의 분수인것 같다--;
그래, 내 소원 들어준다는데 한번쯤 더 방문해주는 수고 따위야 뭐가 대수겠냐!
거리를 나서면서, 지하철을 타면서, 사람들을 보면서...모든 것 하나하나는 눈에 꼭꼭 담으려 애를 써본다. 물론 다음을 기약하겠지만- 다음까지 내 두 안구, 내 피부 세포에 이 순간을 기억해두고 싶은 맘이다.
어제 갔던 City hall 역에 내려 부의 분수를 향해 간다.
헉뜨
근데 이게 뭐다냐!
왜 멀쩡하게 마른 하늘에서 비가 내린단 말인가!!!
좀전까지 내리쬐던 햇살은 어디가고, 하필, 이 순간, 여기에, 비가 오냔말이다!!!
지금 나보고 이거 만지지 말란말이지?--;
더 어이가 없는 건, 내가 그 분수를 떠나자마자 비가 그쳤다는 사실이다...
허.....이건 또 무슨 계시란 말인가
이딴거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잘살아보라는 뜻인 게냐?
난 좀 의지하면 안돼? 쳇!
슬슬...짜증이 나기전에 먹을껄로 나를 위로해보자.
아침을 든든히 먹었으니 뭘 먹으면 좋을까 탐색하는데 눈에 띈건 야쿤카야토스트~
싱가폴 관련된 온갖 도서에서 추천하던 그 토스트란 거지??
그래, 내 칠리크랩은 못먹었어도 요거는 부담없이 먹어보자. 어쨌든 유명한거자너.
어리버리 다가가 남들 시키는 세트를 하나 시켜본다.
이거이거...토스트의 정체는 알겠는데- 도무지 달걀의 정체는 모르겠다--;
어떻게 먹으란거야-_-?
게다가 매우 들 쌂아진 달걀이라...
가뜩이나 입에서 닭똥냄새 나지않을까 우려해 삶은 달걀은 1개 이상 잘 먹지 않는데- 덜 쌂아진 달걀이라--; 요 물컹하고 동그란 음식을 어찌 처리해야할지 난감해하는차...
곁눈질로 옆을 보니 그냥 간장 쳐서 숟가락으로 떠 드시고 계신다. 전혀 비린 표정도, 역한 표정도 아니다...........이 음식의 정체가 모냐.
푸딩처럼 떠 먹어본다.
오옷... 이건...맛을보니...
역시나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커피는 너무 달고, 토스트는 평범하다.
근데 더 어이가 없는건... 이 아이들... 한 입만 맛봐도 딱 감이 온다.
이유는 모르지만 이거이거 중독성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따악 온다.
홍대 앞 마약 떡볶이 처럼... 여기에도 마약이...???
숙소에 들어가 슬슬 짐을 챙겨서 창이 공항으로 향했다.
2달전에 예약한 나의 족쇄 저가 비행기는 창이 공항 옆 버젯터미널에서 탄단다. 예약증에 버젯 터미널은 out of Changi Ariport의 블라블라(기억안남)에 있어요...라고 써있어서... 이제 지금 창이 말고 딴데 있단 소린겨? 하며 불안불안 택시비를 가늠하고 있었더랬다.
그럴리가... 나의 족쇄는 싱가폴의 타이거에어였단 말이다.
첵인 시간까지 쫌 남아서 공항 안을 어슬렁어슬렁 거린다.
짐 무게를 가늠하다보니 문득...내 몸무게가 궁금해졌다.
공항에 육중하게 놓여진...짐 무게재는 저울로 다가가...배낭을 풀르고...배낭을 올려 놓는 척 하면서 살포시 올라가본다.
아무도 안 봤지? 아무도 안 봤지?
체중이 그리 많이 쭐진 않았다. 그렇게 오지게 걷는데도 안쭈는거 보면 것도 싱기하다.
수중에 돈이 6달러 87센트가 남았다.
이걸 어떻게 하면 싹싹 비울까 면세 코너 편의점 앞에서 고민고민하며 이리저리 물건값을 조합해보았다. 아무래도 0원 남기긴 힘들겠군...하여 산건 우유와 빵 그리고 또 호랑이 패취~ (그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없었다. 알다시피--;)
타이거 에어는...그리 나쁘지 않았다. 연착도 고작 30분밖에 안대꾸... 활주로까지 걸어가서 뱅기를 타는 것도 잼있었고...(마치 전세기 타는 기분이었다. 손이라도 흔들까??)
조금 좁긴 했어도...2시간이면 괜찮지 싶다. 다만 담엔 날개쪽엔 앉지 않으리라. 알다시피 날개가 흔들리는 모습은 상당히 불안시런 것이다.
방콕으로 돌아왔다!
내 집같은 방콕으로 돌아왔다!
한데 시간이 비교적 늦은 관계로 방 구하기가 힘들듯 하다.
몰라~ 우리동넨데 뭘..내 한몸 뉘일데 없겠어?? 라고 생각하며 피피까지 함께 했던 H언니에게 낼룸 전화를 한다.
으흐흐 언니다 더블 잡고 계시단다. 꺄하하 방걱정 덜었다!!
오랜만의 카오산!
갑자기 기분이 업업! 된다. 이 편안한 기분~ 앞으로 어디로 가야한다는 압박감이 없는 이 기분~ 며칠은 여기서 늘어져주리라~
그나저나 오늘은 모든 여행자가 카오산에 다 몰려있는 듯 하다. 들어가는 사람, 막 나온 사람, 지나가는 사람 모두 2월 2일 토요일에 카오산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마 곧 설 연휴라 미리 나온 사람도 많을 것이고, 이제 휴가가 끝나는 시점이니 들어가려 방콕에 온 사람도 많으리라.
따라서...오늘은 특히 카오산에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우하하 언니 싸랑해. 언니가 아니었으면 나 노숙할 뻔 했어!
언니는 라옷스에 다녀왔다 한다.
라오스에서 만난 남매와 식사중이었는데 (이 아이들 알고보니 내 대학 후배~) 불쑥 나타난 나는 그들이 먹던 피자 한판을 열씸히 비우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은행카드 안된 얘기부터 돈 없어 쫄쫄 굶은 얘기까지... 대단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남매. 어디서 날라온 기인인가...하는 표정으로 탐색하는 저 얼굴들.
여하간 나는 업업 되어있었다. 피자로 부른 배를 통통 튕기고 숙소에 올라온 이후에도 나의 업된 기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언니야~ 나가자 나가자~ 연신 쫄라댔다.
슬렁슬렁 나가는 길. 나가자마자 한 한국 여성분이 말을 건다.
여성분 : 저기요...한국 분들이시죠... 방 어디 묵으세요...?? 지금 왔는데 방이 없네요 ㅜ.ㅜ
언니 : 오늘 방구하기 힘들텐데... 오늘 카오산에 사람이 너무 많아요!
나 : (두 손을 번쩍 들어!) 제가 도와드릴께요! 제가 여기 다 알아욧!!
이넘의 주둥이.. 이넘의 오지랖...
우리는 오 방콕에 묵고 있었고, 오 방콕을 지나.. 람부뜨리 로드를 거쳐, 카오산 로드를 헤매다...다시 경찰서쪽 람부뜨리 로드까지...
모든 게스트 하우스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고, 그러나 유명한데는 물론 절대 안 갈것 같이 생긴 집들까지 모두 풀 임에 좌절을 하기 시작했다.
1시간 여가 흘렀다. 아아...이제 언니한테 슬슬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주책맞은 오지랖이 책임도 못질 괜한 짓을!
묵을 수 있는 방은 없는데, 새로 온 분을 버려두고 갈 수도 없고... 다 내 탓이요....ㅡ.ㅜ;
진짜 진짜 미안하지만 내가 벌인 일...
나도 얹혀 있는 처지지만 어쩌랴...내가 벌인일...
오방콕으로 돌아가 새벽 2시임에도 불구하고 카운터의 아해를 깨워 우리방에 엑스트라 베드를 넣기로 했다. 완전 짜증난 표정의 아해에게 아임 쏘리 아임 쏘리를 연발하며...베드를 넣어 하룻밤 동거를 하기로 결정 했는데-
그런데 그녀.
여행중에 가진자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그치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계시는지...
같이 다니는 내내에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신건 이해하겠다 이거야..본인도 얼마나 막막했겠어?
근데...말이지... 울방에 재워주기로...한 이후에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해 주시는게 예의 아니신가요??? 먼저 올라가서 짐 풀고 오랬다고...문잠그고 샤워해주시면...우린 어떡하라는 건가요-_-?
내가 더 빈정이 상해버린건...
방에 들어갔는데도 우리의 이름 조차 묻지 않으시는 그분의 이 후 태도였다.
언니는 샤워하는 그 분을 문앞에서 기다리다 겨우 들가고, 나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방에 가니...그 분은 가이드 북을 보고 계셨더랬다. 한참을 침묵 속에 책을 보시던 그녀, 대뜸 여긴 어떻게 가는지 알아요? 여긴 어때요? 라고 오로지 관광지에 대해서만 물으신다.
우리가 무슨 게스트하우스 쥔장인줄 알어???
참다 못한 나, 상당히 띠꺼운 목소리로
"저기요! 근데 서로 이름이나 좀 알죠??"
...통성명. 오로지 이름만.
다시 한참 책만 들여다보는 그녀.
"저기요!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마치 내가 도미토리 쥔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상당히 맘이 상한 나는, 언니에게 미안한 맘과 더불어 up된 기분이 촤아악 가라앉아버렸다.
정말 한마디 하고 싶었다. 이봐요. 최소한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하셔야죠...라고...
.....
내 오지랖이 문제다 싶다.
역시나 기분이 살짝 상한 언니에게 미안하다를 연발 한뒤 잠이 들었다.
다시는 괜한 친절따위는 베풀지 않으리라 라는 삐뚤어진 마음을 가슴에 새기며...--;
......................
...삐뚤어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