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8일째 슬로보트~
내친김에 짧게 하나 더 씁니다^^
2008년 2월 1일 여행 38일째...
*오늘 하루는 'Singapore 행 Slow boat'라는 책처럼 가만가만히 느리게 산책하는 날~ 로 정했다. 혼자하는 여행 주제에 나름의 하루하루 테마가 있다는거~!
일단 눈뜨자마자 숙소에 가서 어제 받은 이멜에 답장질을 하고~
요리도 좀더 고난이도로 해서 (재료는 같다--;;스스로 재료를 사올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디저트 홍차까지 마시고 온갖 브로셔 다 보고 늘어지다 나온다.
어디갈까 살짝 고민해보다가 City Hall 주변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곳에 있다는 富의 분수도 보고, 멀라이언 팍도 가구, 번화한 데서 커피도 한잔 마셔줄라고...
그...부의 분수 란 곳이 부를 가져다 주는 영험함이 있다하니- 내 꼭 한번 방문 해줘야겠다.
가다보니 비가 내린다. 이럴줄 알로 우비를 챙겨 왔지롱~
호호홍~ 일회용 우비가 남부럽도록 계속 내려라 내려~
짐까지 짊어지고 다닌게 아까워서라도 오늘 뽕을 뽑아야 한다구~
깔깔- 오늘의 코디와 전혀 안맞음도 전혀 아랑곳 않고 자랑스레 우비를 주서입는다.
(아직 비오기 전~)
(비올라고 흐리멍텅한 하늘)
* 젠장, 비가 와서 부의 분수에 접근 금지다-_-;
안돼! 나 여기 돌아야해!
내가 부를 위해서라면 10바퀴도 돌 자신 있거든???
한참을 쳐다본다. 당췌 방법이 없다 ㅡ.ㅜ
몰래 금지막을 뚫고 들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리 대범해 졌어도 본성이 어디가겠냐... 제복입은 사람만 봐도 '난 그냥 한번 와봤어요' 의 제스츄어를 날린다.
*끄응-
어디가지 하며 고민하다가 근사한 푸드 코트를 하나 발견한다.
Sentek City 라는 건물 내에 있는데 푸드코트치곤 인테리어도 근사하고 꽤나 깔끔해보이는 데다가 냄새마저 근사하다. 당장 유혹당한 나의 걸신님-
생선까스하나 시켜 드셨다.
그리고는 역시나 슬금슬금 걸어 에스플로네이드로 가본다.
두리안 모냥의 이 건물- 유명한데니까 한번 찍어주자 라는 셈산으로 갔으나... 뭐 딱히 볼껀 없었다. 그냥 팜플렛에서 보던 건물이네. 와~ 나 한번 와봤다. 이게 감상 끝!
나는 도무지 팸플렛에 있는 아이들에 대해 별루 감상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거이거 너무 과장광고야. 볼꺼리 하나도 없구만 관광 포인트라니~
멀리 보니 다리 하나만 건너면 멀라이언 팍인것 같다.
비가오는데- 흠 나 비맞는건 좀 싫은데- 괜찮아 내겐 레인코우트가 있자나!
라고 위풍당당하게 걷기엔...내 행색이 어쩐지 쪽팔리다.
다들 이쁘디이쁜 우산 및 양산을 쓰고 총총총 우아하게 걷고 계신데- 나만 그렁뱅이 같이, 다 젖은 바지는 걷어올리고, 전혀 안어울리는 우비를 입어 주신데다가, 물론 카메라 젖을까 노심초사 하는 맘에 가방까지 꼬옥 끌어안으셨다. 흐흐...나야나~
* 멀라이언 팍
싱가폴이 위트있는 나라가 맞는 것 같다.
말했지만 멀라이언의 존재도 근거 미약, 당췌 이해 못하겠는데- 심지어 애기 멀라이언까지 있다.
이 애기가 쫄쫄쫄 흘리는 물줄기는 (물줄기가 아니라 침뱉는 것 같다) 진심으로 귀엽기 짝이없다. 이- 정체불명의 멀라이언... 암컷이야? 그럼 애 아빤 어딧어?
호..혹시... 센토사에 있는게 애 아빠니?
(역시 어이없는 관광 오리--;)
*지도를 보니 쫌만 더 걸으면 보트키 클락키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시나 보트키 클락키가 뭔진 모르지만 가면 좋대자너~ 하며 걸어본다.
뭔가 있겠지...싶어 걸으며 사진을 찍는데-
앗...뭔가 있다. 저것의 정체는 뭐지???
.........
근육질 참새다 -_-;
이런걸 미술품이라고...
기발하기는~ -_-;
*보트키에 가니 칠리 크랩 파는 가게가 쭈루룩 줄세워져 있다.
나는 그냥 노천 까페를 상상하며 내 두다리 잠시 쉬어 볼까 해서 부지런히 걸어 왔는데- 좀 들가기가 민망하다. 조막만한 여자애가 혼자 앉아서 칠리 크랩 한마리를 먹어치우는 광경...좀 이상하자너? 삐끼도 나를 그냥 지나쳐 주신다.
나중에 부모님하고 꼭 와야겠다 싶은 순간...살아있는 크랩들이 불쌍해보인다 ㅜ.ㅜ
아까 묵은 생선까스 덕분에 나의 걸신님이 조금 잠잠하시니 다행이다만-클락키까지 걸어가도 역시 만만한 까페는 없어뵌다.
아..이 한몸 궁딩이 비빌데가 이리도 없단 말인가-
조금 만만한 지역으로 가기 위해 건물안으로 들어간 나는 내일 싱가폴을 떠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아..그러고보니, 여까지 왔는데 뭔가 하나 사야겠어. 오늘 돈두 별루 안썼는데~
그렇게 산게 호랑이 연고.
어제 얘기했자나, 입양된 호랑이가 만드는 그 연고...
어린 시절 어느 집에나 있는 이 호랑이 연고의 정체가 늘 궁금했더랬다.
오..여긴 호랑이 연고의 본거지 답게 연고, 파스, 스프레이등 각종 종류를 구비하고 계셨다.
(아무 약국에서나 살 수 있어용~!)
하나를 사서 강가에 앉아 설명서를 읽어본다. 이거 정체가 뭐야?
각종 근육통 및 진통에 좋단다. 근데 효능중에 stuffied nose 라고만 덜렁 쓰여있는 항목이 있다. 뭐야...막힌 코에도 좋아? 어떻게~!?????
만성 비염에 시달리는 난 당장 머리굴려 사용법을 연구해보지만-
도무지...바르는 것 밖에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시도나 해보자...해서
코 밑에 스윽 발라본다.
내가 산 연고는 warm 이 아닌 cool...
으아아아....물파스 눈에 바른 느낌이다. 뭐야 이거!???
* MRT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어제 얘기하지 않았나? 차이나 타운 한번 더 가볼꺼라구~
낼 모레가 구정이라 차이나타운 근처는 아주 그냥 삐까뻔쩍 한데다가 사람도 우찌나 많은지...사람들에 밀려 걸음을 멈출 수가 없을 지경이다.
어제 봤다시피 먹거리도 무진장 많은데- 지나가는 길에 삐끼아저씨들이 맛보라구 과자 한덩이씩 주는게...이거이거 쏠쏠하더라.
마트가서 시식코너 앞에서 알짱대다가 민망해서 못먹고 오기 일쑤인 소심녀에겐, 손에 쥐어주는 시식용 한덩이가 얼마나 감사하겠는가!?
유명 먹자 거리에서 국수도 한사발 시켜 먹어본다.
월래는 야쿤카야 토스트 본점에 가구 싶었는데 오후 되면 문닫는 다는 정보와, 대신 오후되면 먹자거리가 활성화 된다는 정보에 힘입어 먹자 골목을 기웃 거린다.
태국에서 즐겨먹던 길거리 쌀국수가 생각나 하필 국수 비스끄무레한걸 시켰는데-
이 수많은 먹을 꺼 중에서 "하필" 이다...하필... 젠장.
오늘이 이번 싱가폴에서의 마지막 저녁밥인데 -_-;
느긋히 집에 가자 싶어 발길을 옮기는데- 그 유명하다는 비천향 육포 가게가 눈에 띈다.
아..냄새도 고소하고, 누군가 이 육포가 세상에서 젤 맛난 육포라고 입이 닳도록 칭찬했던 사실이 떠올라 가게 안을 기웃거린다.
근데- 육포 한국에 갖고 갈 수 있긴 해?
근에- 육포 앞으로 한달동안 더운 나라에서 묵혀도 되긴 해?
라고 아무리 물어도...그닥 말이 안통한다 -_-;
소심한 마음에 각종 종류중에서 밸류팩 하나를 사본다. 이거이거 육포 쫌 불안하고 비싸서 한팩 밖에 못샀다.
순간 - 누군가는 건강상 고기를 안먹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고기에 환장하는 내 친구까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물론 본인은 고기를 별루 안좋아하는지라 그다지 유혹 받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석에서 만들고 있는 육포는 상당히 맛나 보였다.
(나중에 그 밸류팩을 먹은 바로는........맛이 아주 그냥 환상이다)
*아무리 돌아댕겨도 마땅히 선물로 살만한 게 없다.
물론 비싼건 사지도 못하거니와... 한달동안 계속 돌아댕길걸 생각하니 도무지 이 무거운 짐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글구...사실 모든게 태국이 싼건 사실이자너~
하여, 호랑이 연고 파스만 몇개 더 샀다.
어쩐지 이건 돌아댕기다가 어깨가 결릴때 붙이면 좋을것 같아서 였다.
글구 본토에서 산거니...효능은 알아주지 않을까? 라는~
*그렇게 느긋히 돌아와 숙소 근처를 한번 거닐어 본다.
리틀 인디아 지역에 묵고 있음에도 숙소 근처는 한번도 돌아댕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였다. 뭐... 딱히 맘에 남는 건 없는 거리지만 그래도 나는 내 숙소가 있는 탓에 이 거리가 좋다.
이 숙소... 별 5개 중 시설은 별 4개를 주겠지만 분위기나 자유로움, 편안함은 별 2개쯤 더 보태서 줘도 될 것 같다. 더불어 이아해 저아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란 점도 매력으로 여겨진다.
(화장실만 쫌 고쳐주세요!!)
*숙소에 돌아오니 웬 얄개같은 아해들이 기타치고 노래부르고 놀고 있다.
딱 봐도 개구지게 생긴 스무살 남짓한 서양아해들~
...
술취한것 같아...슬쩍 피해본다.
나도 같이 마셨으면 모를까...술취한 아해들의 발음은 상당히 힘들다.
나도 같이 마셨으면 나의 음주 영어 실력이 발휘 될 수 있었을 텐데 ㅎㅎㅎ
참고로 내 음주 영어는 아주 엑설런트 하다!!
*낼 싱가폴을 떠나 내 집같은 방콕으로 돌아간다.
이후의 일정은 정말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리운 몇몇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싱가폴...
더 아쉬운건 부의 분수를 못 돌았다는 사실 불끈!
"담번엔 럭셔리하게 여행하게 해주세요~"라고 빌어야하는데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