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37일째 관광데이
왜 이렇게 잘 안올라가지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채...아예 첨부터 다시씁니다. 흑
2008년 1월 31일 여행 37일째!!!
부엌에서 꽁짜 빵과 계란 커피 등으로 푸짐하게 식사를 차려 먹었다. 스스로 해먹는 것도 좋거니와, 이 곳은 분위기가 상당히 맘에 든다. 뭐랄까- 너무 자연스럽게 내 집처럼 드나들고, 노닥거리고, 자빠져있는 모습들이 무진장 편안해 보인 달까? 물론 여기에 나도 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지경이다.
입이 슬슬 근질 거린다. 부엌의 장점은 말 걸 껀덕지가 참으로 많다는 것!
"후추 좀 줄래?" 라던가~ "후라이팬 다 썼니?" 라던가...
하다못해 그냥 굿모닝 하기에도 편안한 분위기인 것이다.
같은 식탁에 앉은 한 여아에게 말을 걸어본다.
"안뇽~!? 나 어제 여기 왔어. 너 어서 왔니?"
영국에서 왔다는 그 처녀는 6개월째 여행 중이란다. 칭구는 자고 있구 혼자 밥무러 나왔다는데...
이 처자... 내가 먼저 말을 걸었으니 영어 좀 한다고 생각했는지, 3번째 문장 이후 부터는 완전 쏼라쏼라다. 내 귀엔 그냥 쏼라쏼라로 들릴 지경으로 속사포처럼 말을 한다. 간간히 몇 마디를 알아들어 대꾸를 하지만- 내 어설픈 대꾸에도 아랑곳 않는 아이, 아....어지럽다.
대충 대화질을 포기하고 인터넷을 켰다. 사람들이 말이야~ 내가 지금 딴나라말 하는거 알면서 말이야 말이야~ 배려가 없어~ 라고 내 실력은 돌아보지 않은 채 투덜거린다. 실지로 배려김 깊은 아해들은 1/2박자 느리게 말해 주는 센스를 발휘하곤 하는데- 어떤 아해들은 가뜩이나 알아듣기 힘든 영국 발음을 무진장 빠르게 말하기도 한다.
내 실력을 탓해야지 뭘 탓하리!
인터넷을 켜니- 뜨랑에서 아주 잠시 만났던 한국계 미국인 총각(?알수없다)에게 이 메일이 왔다. 꼬 란따에 갔다가 끄라비 라일레에 계시다는 그 분-
재미나게 써 준 이 멜 덕에 모니터를 보며 실금실금 웃는다.
또 하나의 이 멜이 있다. 페낭서 만나 하루 관광 조인했던 그 아저씨...
"Meet in Singapore"라는 이 멜 제목에 화들짝 놀래서 컴터를 꺼버렸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싱가폴에서는 짧게 있으니까 못 만날꺼 같구요... 호오옥시나 만난다면 방콕서 보죠 라고. -_- 지금 내말 무시하는거야?
오늘의 햇살도 밝고 따사롭다.
목욕 재개 하고 오늘은 관광의 날로 정한 뒤 센토사를 향해 길을 나섰다.
내 주제에 케이블 카나 모노레일을 타는 사치는 어불성설이니.....버스를 타고 센토사에 들어갔다.
버스 탈 때 받은 지도 한장 덜렁덜렁 들고 들어간 센토사 섬.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남들 내리는 곳에서 내리니 작은 열차 하나가 지나간다.
서울 대공원 에서는 돈 아까와 코끼리 열차를 절대 탈 수 없었지만- 다행히 섬 내의 요 트램은 꽁짜! 꽁짜임을 안 순간 부터 한 정거장도 절대로 걷지 않는다. ㅎㅎㅎ
물론 딱히 어디에 가야 할 지 모르는 나는 열차가 델다준 젤 첫번째 정거장에 내려본다.
팔라완 비치가 있다 하네... 비치? 비치 좋지~
싱가폴에서 비치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은 못했지만- 어디 한번 거닐어 볼까?
크던 작던 바다는 언제나 탁 트인 해방감을 준다.
맑던 안 맑던 내 발을 간지럽히는 바닷물은 언제나 시원하다.
여기 센토사의 팔라완 비치는...
햐안 모래,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진 조그만 만, 그리고 일정 간격으로 떠 있는 세 개의 섬들...
어쩜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완벽하게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싶다.
센토사의 비치들은 호주에서 모래를 퍼 와다가 만든 것들이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잘 만들어질 수가 있단 말인가!?
그치만 이 인공적인 바다에서는 "참 잘 만들었다" 외의 다른 형용어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해방감도, 시원함도... 오히려 다 누가 신경질적으로 만든 것만 같아 숨이 조금 막혀온다.
참, 나무랄 데 없는 곳인데- 그래서 센토사에 들어선 첫 순간, 우리나라도 이렇게 되었음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 인공 바다를 보니 그게 아님을 느낀다. 마치, 너무 완벽하게 꾸며진 트루먼쑈의 세트장을 보는 느낌이 든다.
사람은, 자연이 만드는 경이로움을 따라 갈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그러나 잠시 10초간의 심각한 감상 이후,
셋트장이래도...
영화 세트장도 구경 잘 다니자너?
그럼 나도 즐겁게 구경다녀야징~ 샬랄라라~
금새 다시 관광인 모드로 돌아간 소녀~
그래도 어쨌든 이 바다를 만든 사람들... 누군지 몰라도 참 노가다 열씨미 했다~
적어도 자신의 일 평생 자랑스러워 할 만한 노가다 한가지는 했겠구나 싶다.
나처럼 혼자 온 서양 여아랑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사진을 찍은 후 전망대를 내려왔다.
전망대에 볼 꺼는 없지만- 콘티넨탈 아시아의 남쪽 끝이래자너...
우리 꼭지점 이렁거 꼭 찍어줘야 직성이 풀리지 않소?
이 바다를 보고 인공미 어찌구 저찌구 했다만- 아기자기 한 건 사실이다. 증말로.
너무 정갈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서- 태국에선 왠지 멋져 보였던 히피 스타일 남아들이 여기선 어쩐지 꾸질꾸질한 노숙자 삘로 보인다. 내 뒤에 트램에 맨 뒤에 거꾸루 보고 앉아 다리를 떠억하니 올려 놓고 계신 히피님이 계셔서 한방 박았다. 비록 트램이 멀어지는 바람에 잘 안보이지만...
암튼 그래서 긍가보다. 여행중 만난 인연을 한국 가서 다시 보면 그렇게 홀딸 깨지 않을 수가 없다고!
홀딱 깨도 좋으니... 인연 같이 생긴 인물 얼굴이나 함 보자-_-;
어쨌든 트램을 타고 다시 찾은 곳은 언더 워터 월드.
특별히 이 초대형 수족관을 갈라구 했던건 아니었다. 단지...트램이 댕기는 길로만 댕기다보니 섬의 왼쪽 끝 정거장인 요까지 오게 되었을 뿐이다.
나의 알뜰 지갑을 살펴보니 (그래도 나름 한국에서 준비한 게 있었더랬다) 언더워터월드 15% 할인권이 있다. 앗싸~ 게다가 핑크 돌고래 쑈도 볼 수 있댄다. 앗싸아아~
나 좀 단순해서 이렁거에 폴짝폴짝 좋아라 한다. 특히 핑크 돌고래. 생각만해도 깜찍할 꺼 같지 않은가!?
암튼 요 쿠폰을 들고 매표소 앞을 알짱알짱 댄다. 이 쿠폰은 4인까지 쓸 수 있는 쿠폰이고 나는 혼자이니... 괜히 남이 돈 쓰는 것까지 아까워라하는 이 넓직한 오지랍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혹시 아러? 음료수라도 얻어묵을지...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매표소 앞을 지나는 인물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누가 젤루 만만해보이나... 누가 이런 쿠폰이라면 쌍수들어 환영할 것 같이 생겼나...
쫌 더 알짝대다보니... 사람들이 나를 뭔가 팔려고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쯤으로 보는 것만 같은 시선이 느껴진다. -_-; 암표장수 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들어가자...
요 수족관은 특히나 물고기를 만져 볼 수 있는 걸로 유명하단다.
조 위의 사진이 만져보는 체험 코너 중 하나이다.
말했던가? 나는 내 스스로 모든 동물이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에 빠져서 산다. 길거리의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이요 쥐새끼 바퀴벌레 모기까지.... 앗! 말하다보니 여기서 의문 -_-; 그럼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나? 그럼 특히 남자들이 나를 좋아하나? 남자는 '짐승!' 아니었어? 나 그렇게 교육받았는데...
여하튼간, 그래서 물고기도 나를 좋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근데 물고기도 동물인가요?)
역시나! 귀여운 강아지들 마냥 쫄래쫄래 내 손을 따르는 가오리들~
이놈들 생각보다 매우 귀엽잖아???
내친김에 여기서 젤 귀여운 친구를 하나 찾아 두고두고 기억해 주는 영광을 주기로 했다. 나는 비교적 큼직하고 미끈하게 생긴 아해들에게 손을 뻗는데...
한 아해가 나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온다.
아아아아아~ 카와이이이!!!
나도 물고기를 만져 봤노라 하는 증거사진을 찍는다.
머리가 산발이구나 -_-; 미처...머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알다시피 이거 셀카그등~ (여유롭게 만지는 척하는 중)
자~ 이제 칭구도 하나 사귀었겠다... 앞으로 앞으로 진출해 보자.
아시아 최대 수족관이라는 이 놈 속이나 구경해보자~
(가만...생각해보니 랑카위에서도 아시아 최대 라는 문구를 본 것만 같다 -_-; 뭐, 내가 줄자 가지구 재본 적 없으니 긍가부다 하며 심각히 생각 안한다)
우선 랑카위에서 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젤리 피쉬님들이 나를 환영하시고~
상어들이 모든 물고기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러 바쁘게 움직이며~
쟨 뭐야?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요상한 물고기의 의심스런 눈초리도 받으며 수족관으로 들어간다!
여기가 아시아 최대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비록 코엑스의 아쿠아리움은 커녕 동네 횟집 어항 속도 잘 구경해보지 못했지만-
이 곳 역시 상가폴 답게 이쁘고 귀엽게 꾸며 놓은 것만은 확실하다.
천장으로 귀여운 놈들이 무리지어 갈때는- 아아~ 용궁에 온 것만 같다. (거북님은 출타중)
특히 요긴, 상어로 유명한 것 같다. 자꾸 놈들이 내 주변을 맴돌더라구...
흐흣 사람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아까 나를 이상하게 보던 그 아이랑도 기념 촬영~
아직도 이상하게 쳐다본다-_-;
그리구 아까 그 강아지 같던 아해들...
알고보니,
"새"였다.
우와 완전 멋지다.
(어흥~ 나 무섭지~ 라고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는 상어들)
한바퀴 쭈욱 돌고, 기념 촬영 및 동영상 촬영 까지 마치구 나오니 식당이 보인다.
식당에는 개념없게 애기들을 데리고 총총거리고 있는 공작새도 보인다...
예전에 에버랜드에서 원숭이와 토끼가 길거리를 편안하게 헤집고 다니는 것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더랬다. 도시의 소심녀는 갇혀있지 않은 동물을 본 적이 별루 없었던 것이다. 비록 기껏해야 에버랜드 내 이지만, 철창 안이 아닌 햇살을 맘껐 받을 수 있는 곳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나니, 더 이상 철창에 갇힌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근데- 돌고래쑈를 보러 가다니... 나로써는 힘든(?) 결정이었다.
팜플렛에 정말로 정말로 잘 돌본다고, 정말로 돌고래를 사랑으로 키운다고 걱정말라고 신신당부하듯이 써 있는 글들에 맘이 쫌 흔들렸고, 유일하게 볼 수 있다는 핑크 돌고래를 보고 싶은 마음에 맘이 흔들렸으며, 무엇보다 꽁짜표에 마음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후훗.
돌고래 쑈 시간이 조금 남아 수족관 입구의 델리 푸랑쑤에 갔다.
오늘은 관광 데이 이기 때문에 지출이 좀 클것으로 예상, 아침에 부엌에서 대략 2배의 음식을 섭취했기에... 배가 고푸진 않지만 알다시피 커피와 빵이라면 사족을 못쓰지 않는가! 꼼쳐둔 돈을 꼬깃꼬깃 꺼내곤, 스스로에게 간식은 이것만 먹을께~ 라는 되도 않는 혼잣말을 중얼대며 커피와 빵을 샀다. 돌고래 쑈 시간까지 여기서 늘어져 주리라 하며 테이블에 앉는 순간,
커피를 몽챵 쏟았다 -_-;
오늘 따라 특별히 몇 푼 더 비싼 커피를 샀는데...
쏟아버렸다 -_-;;;
흥건히 젖은 테이블을 보니 당췌...가슴이 아파서 앉아있을 수가 없다. 한모금도 빨지 못했는데 ㅜ.ㅜ
직원 언니에게 앉자마자 다 흘렸다니까 (다시 달라는 뜻) 내게 걸레를 쓰윽 내민다. -_-
여기 엉망이야! 하며 빵을 들고 걸어나와 버린다.
그렇게 간 곳은 멀라이언 전망대!
아무리 봐도 이 정체불명의 동물 멀라이언은....... 어이없이 귀엽다.
싱가폴이 자꾸 저 아이를 지네 나라 상징이라고 우기는데... 도무지 납득은 안가지만, 사자와 인어를 합치는 발상이 도대체 어이 없어서 이해해 주련다. 저 아이... 어이없는 창조물이라고 생각하는건 나 뿐이야???
요 전망대는 올라가면 사자 입으로 나올 수 있다.
월래 저 아이 물 뱉는 아이잖아? 나름 전설의 사잔데... 이렇게 권위 없이 코믹해도 되는거야?
후훗, 그래도 실제로 보면 꽤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 봐준다~
일찌감치 돌고래 쑈 장에 앉아 있었다.
다리가 좀 아팠던 이유였긴 했지만- 역시, 나의 타고난 부지런함(?) 으로 맨 앞자리를 떡하니 차지 할 수 있었다.
아아아~ 이 핑크 돌고래!!!
어떻게 이렇게 귀엽게 태어날 수가 있는게냐!!!
표정도 아주 그냥 인형처럼 계속 웃고 있는 듯 하다. 한번만 안아 봤으면~ 하는데- 쑈 중간에 지원자를 받아서 물 속에서 애들 재롱도 보고 뽀뽀도 받는다. 아아아아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저 아이에게 뽀뽀를 받는다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리라! 내 담에는 꼭 일행을 데꼬와서 온몸이 젖는 것에 개의치 않고 이 한몸 돌고래와 놀아보리라!
다만- 혹시 주변에 핑크 공주가 있다면 돌고래쑈를 보지 않도록 하길 권한다. 혹시 자신의 컬렉션에 돌고래를 넣고 싶어 안달 날지도 모르니까!
쑈가 끝나고, 트램 타구 여기저기는 쏘다니니 홀딱 4시가 훨 넘어버렸다.
이제 밥 무러 나가야 할 시점인가 부다. 아까부터 국수가 눈 앞에 아른아른 거리는 것이 걸신님이 노하신 것 같다.
여기저기 단장 중인 이 곳은 좀 있으면 볼거리가 더 넘쳐 날 것만 같다. 나중엔 가족들과 이 곳 리조트에 반드시 묵으리라 (상상초월 가격이란다)
순간, 우리 MB 대통령께서 우리나라를 이렇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솟구쳐 오른다. 나는 비록 MB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 그 분 특유의 저돌성으로 온 지역의 청계천화를 실현하지 않을까? 이번엔 빈부 격차에 조금만 신경을 써주시면 더 감사하겠다만-
어쨌든 여긴 - 화장실마저도 럭셔리 하고, 할머니도 Thank you를 한다.
꼭 타고 싶었던 라이드, 그러나 혼자 타긴 상당히 민망하다는 거...
한국인 아해들이 보여서 같이 타자 제안했더니 단박에 거절당했다.
갑자기 다가와 다짜고짜 라이드타자 그러니...이상한 애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_-;
전망대가 올라간다 올라간다.
랑카위에서의 미션 완수로 고소공포증이 극복된 줄 알았지만-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것이... 아닝갑다~
어디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후딱 차이나타운으로 달려가 국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시간이 없어, 아니 걸신님이 노하셔서... 앞만 보고 달려가 국수를 먹어야 했지만- 차이나타운은 낼 한번 다시 방문해 주리라 생각한다. 먹거리가 너무 많다아!!
싱가폴 관련 찌라시를 볼 때 나이트 사파리는 꼬옥 한번 가보고 싶었다.
밤에 널부러진 동물들을 몰래몰래 볼 수 있대매!?
밤의 동물원은 어쩐지 별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과, 아이들이 풀어져서 활개치고 노는 흐뭇한 상상, 그리고 그들을 몰래 본다는 관음증적인(?) 본능이 나를 그 곳으로 이끈다.
들어갈 때 부터의 음산시런 분위기~ 아~ 맘에 들어 맘에 들어!
기대는 마구마구 풀어져 있는 아해들이 있는 것이 었기 때문에- 큰 맘 먹고 트램 표도 샀다. 설마 애들이 나를 잡아먹진 않겠지만 (뭘 뜯어먹을게 있다고-_-) 그래도 노파심은 머나먼 타지의 도시 외곽 동물원에서 야생의 아이들에게 뜯어먹히는 상상을 하게 만들드라~-_-;
사실 표 살때 트램 안 산다 그럼 안 될 분위기를 조성하시는 것이... 운명을 거역할 순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야생동물 쑈가 있다길래 우선 것부터 봐 본다.
낮과는 달리 ... 여긴 정말 혼자 있는 사람이 나 뿐이구나.
낮 밤의 문제가 아니겠지. 울나라도 에버랜드 혼자가는거 이상하자너~
아랑곳 않는다. 여기에 있는 난, 그래도 즐겁다!
쑈는 진짜 말 그대로 정체 불명이었지만- 언니의 입담이 어찌나 예술인지~
줄서는 시간 포함 들인 2시간이 전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 이 쑈는 야생 동물 쑈가 아니라 진행자 언니의 만담회였다!!
트램타고 한바퀴 돌며 동물들을 본다.
기대처럼 아이들이 풀어져서 폴짝폴짝 뛰 댕기는건 저언혀 아니었다. 그냥 낮의 동물원을 밤에 온 것 뿐...
그치만 그 음산한 분위기 조성은 아주 훌륭했다.
상상이 가지 않는가? 아무것도 없는 곳을 초대형 관광지로 만드는 싱가폴 사람들의 저력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음)
트램타고 도는 큰 길 외에 작은 산책로가 있다.
여기는 걸어서 들갈 수 있는데- 주라기 공원에 들어서는 것 같은 커다란 문이 기대감을 증폭 시킨다. 물론 대부분의 아해들은 울타리 안쪽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간혹 날다람쥐들이 날아댕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여긴- 아무래도 남친님들이나 가족과 와야 하는 곳인가부다.
음산한 분위기에 눌려 조심조심 다른 사람들 뒤만 따라가며 걷던 소녀, 문든 간판에 박쥐하고 쓰여 있는 길을 보았다. 박쥐??? 오오 배트맨~
날 박쥐들이 마구마구 쪼아대는 상상을 하며 무리를 이탈해 슬며시 문을 열어본다.
나 정도의 모험심으로 그까짓 만들어논 동물원 하나 탐색 못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어둠속의 문을 연 순간,
부시럭 바스락!
깜짝 놀래 얼어버린 모습으로 눈을 똥그랗게 뜨니... 나뭇잎이 하나 스르륵 떨어진다.
안대겠다. 10발자국만 더 들어가도 바람소리에 놀라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아아~ 이럴때 괜찮아 나만 믿어 라고 믿음직스럽게 손잡아 주시는 남친하나 있으면... 좋잖아!?
동물들은 각기 어떤 한 회사에서 들여온 모양이다.
동물 이름 밑에 adopted by 회사이름 ~ 이라고 쓰여있다. 물론 형광등 같은 내가 그걸 재빨리 간파했을리가 없다.
호랑이를 보고 있는데- 그 밑에 adoption by Tiger Balm 이라고 쓰여 있는걸 보고는 혼자 키득키득대며
'지금 장난 쳐? 호랑이 연고에서 호랑이를 입양했대... 입양한 호랑이가 연고 만드는거야? 키득키득~' 이랬더랬다.
나는 진심으로 싱가폴이라는 국가가 세계인을 상대로 농담따먹기를 하는 줄 알았다.
진심으로 위트있는 나라구나...라고 칭찬해 마지 않았더니, 그게 아니었덩게다=.=
사진들이 아무리 열씨미 찍어도 이 모냥이다. 너무 캄캄... 하지만 덕분에 분위기 하나는 쥐긴다~
이크 설렁설렁 나왔더니 막차를 놓칠지도 모르겠다.
오늘 관광하느라 입장료도 많이 썼는데- 택시까지 타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조금 걸어갈 각오를 하고 버스 타고 부지런히 달리고 다시 MRT를 타서 숙소 근처 MRT 역까지 왔다.
그래 한 정거장 쯤은 걸어주지 하며 표를 내고 나오니... 이런 12시에 집앞까지 가는 막차가 하나 있단다.
다시 들어가는 뻘짓.
그치만 오늘 하루는 정말 꽉 들어차게 관광을 해주셨다.
아이구 삭신이야!
이런 극기 훈련식 관광은 좋아라하지 않지만- 내일의 슬로우 템포를 위해 오늘은 퀵~을 찍어 본 것이니... 알차고 뿌듯한 기분이다.
여기 싱가폴은 특히나, 나중에 가족 아니 연인과 오고 싶고나.
그 예쁜 바다들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역시 현대인은 도심 속에서 더 외로운 모냥이다.
사실...외롭다기 보담...
박쥐 길을 못간게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