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43,44일째 방콕. 아직도?
2008년 2월 6일 여행 43일째
오늘도 역시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이러다가 한달내내 침대에만 누워있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일어나믄 뭐든 할꺼야 했지만...밥먹으러 동네 앞에 나가는 것 조차 힘들다.
카오산에 너무 오래 있었는데...
방콕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오로지 카오산에 너무 오래있었다.
휴- 이렇게도 시간이 가는구나 싶지만... 아침에 딱 눈 떳을때...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음에...오늘도 릴렉스하자~라고 결심을 한다.
B양 남매는 파타야에 갔다.
겨우 마중을 하긴 했지만- 뭐랄까...이제 또 진짜 혼자가 된 기분에 그리 맘이 편친않다. 아파서 서러운 것 보다...다들 움직이는 구나... 나만 정지되어 있구나 하는 자괴감--;
이넘의 감기 바이러스는 어떠케 해야 떨어지겠니??
오늘도 카오산을 어슬렁 거린다.
이젠 내가 카오산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구정 연휴때...카오산에서 이런애 못보셨나요??)
(B남매가 남겨준 카오산 소녀 ... 퀭 + 헬쓱)
20008년 2월 7일 여행 44일째
그나마 오늘은 조금 움직여야 겠다는 의지가 솟아났다. 대써. 이제 다 나아버린거야!
거의 입맛을 잃었지만- 이대로 굶어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어그적어그적 맥도날드를 향했다.
모닝 셋을 시켜본다.
한국에서 아침 시간에 꿈도 못꾸던 모닝셋을 여행중엔 새벽같이 인나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참으로 신기해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 반을 지냈다. 대만에서, 실롬에서...여행 초기에 게걸스럽게 먹던 추억(?)을 애써 상기시켜보지만...
도저히 목구멍에서 삼키지 않는다. 이젠 음식물을 위장 속에 계시는 걸신님한테 당도시키기도 힘이 드는 구나. 꾸역꾸역 씹어본다...
어디를 갈까...
어디를 가면 이 컨디션에 잘 버틸 수 있을라나~
고민끝에 일단 실롬에 간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 결심을 하니... 은행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들고 나온 은행카드는 두개. 하나는 뜨랑에서 문제를 해결했고, 하나는 현재 ATM 기기에 들어가지 조차 않는다. 문제가 뭘까 고민하던 차에 버스 창밖으로 Standard Chartered 방콕 지사가 있는 걸 보았으니- 가서 들이밀어보자.
.
.
그럼 그렇치... 그들이 해결해 줄리가 없다만-
뭐... 딱히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그리 실망스럽지도 않다. 다만 이제 시도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게 포기를 할 수 있으니...그걸로 생산적인 일 끝!
자 그럼 시내로 나왔으니 뭔가 할 수 있는게 있을게야.
흠...음...
흠...
오라. 영화를 봐야겠다.
극장에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니까...그리 힘들지 않을 게야.
집중력이 좀 떨어져있는게 문제긴 한데...뭐...그래도 이정도 회복된걸 감사히 생각한다.
그래서 본 영화는 팀 버튼 감독에 조니 뎁 주연 "스위니 토드~"
이거이거 뿌듯한 결심을 한 것만 같다.
영화학도로서 해외까지 나와서 영화를 봤다는 사실에 뿌듯함 한표,
내가 좋아라하는 팀 버튼 감독의 최신 영화를 본다는 사실에 뿌듯함 두표,
심심하게 늘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 뿌듯함 세표~
다만- 이 영화...
대사만 있어도 이맛살을 찌푸려가며 온갖 집중을 해야하는데-
뭐야...노래잖아.
노래는 진짜- 잘 못알아듣겠다.
그래도 나름 듣기 한가닥 할 줄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노래 가사.....도무지 잘 못알아먹겠다.
특히 조니뎁 아저씨 노래는...비장한 척 하는 것이 아무래도-_-;;;더욱
게다가 이 영화
기분 전환 삼아 보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하다.
사람 목따는 소리 피 솟는 소리만이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도는 것이...으윽...가뜩이나 없는 입맛...이젠 위 속에서 피냄새 까지 나는 것만 같다.
그래도 나는 팀버튼 아저씨를 좋아하니까... 조니뎁을 좋아하니까....라고 애써 좋아하는 척 해본다.
그래 영화 색깜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었어...--;
(좀 낫었다 이거지...또 셀카질 시작!)
영화를 보고 홈 스윗 홈으로 돌아가려는데- 문자가 띡 왓다.
뜨랑에서 만났던...한국계 미국인...오빠?... 아저씨?... 아무튼.
지난 이멜에서 끄라비에 있다더만- 인도로 가기 위해 방콕으로 왔단다.
온김에 함 얼굴이나 보자하니...게다가 가까운 씨암에 있다하여... 마분콩에서 만나기로 했다.
덜컥 연락이 와서 만나기로는 했지만.......
....미안한 말이지만...
나 ... 솔직히 ...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
생각해보라구! 대략 20일 전쯤 고작 10분 얘기한 사람의 얼굴을 또렷하게 기억할 수가 있겠냐구!!
내가 기억하는 그 분에 대한 느낌은...
까맣고 말랐었다는 것--;; 그래서 내가 태국사람으로 봤다는 사실...
몰라~ 일단 약속장소로 갔다..
가서 비록 얼굴을 모르지만 한번 비슷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는지 두리번 거려 본다.
휴...다행히 헷갈리지 않게 아무도 없으니..(두명이었으면 누구한테 아는체 해야할지 난감했을 꺼다.) 문자로 어디 앞에 있다 말하고 괜히 음악들으며 먼산보는 체를 했다.
그가 다가오는걸 분명...못알아볼테니...아예 딴생각하느라 몰라봤다 핑계댈라고-_-
잔머리도 가지가지다.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 친다.
아하하항. 마져...이런 얼굴이었어!!!
이 분...그래도 상당히 배려심 있는 지라 (배려심의 기준은 언제나 스피킹 속도) 대화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게다가 꽤 재치 있는 사람이다.
하여...그래도 상당히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같이 저녁도 먹고 커피도 한잔 마셔본다.
(그 분을 만난 씨암- 구정이라 온통 빨강 물결이다~)
문제는- 내가 윗동네나 가볼까 한다니까...내게 론니 플래닛을 던져주며 공부의 시간을 잠시 갖게 된 데에 있다...물론 본인은 인도관련 책을 보시고...
아시다시피 나는 그닥 가이드북을 의존한지 않는데다, 게다가 영어가 난무하는 론니 플래닛은 지금의 집중력으로는 모두지 해독 불가였다. 해독은 커녕 단어가 머릿속에 전혀 박히지 않아 소화과정 시작지점까지 가지도 못했다.
근데...차마 저 이거 읽기 싫어요 라며 책을 팽개칠 수가 없는 것이...그분은 너무 열시미 공부중이신데다가... 나름 비교적 초면이라...밥먹고 커피마시는 동안 할 대화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본인은 숫기가 좀 없는 지라 초면에는 대화 화제를 전혀 찾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열씨미...보는 척 해본다... 사실 몇번 나는 가이드북이 필요 없어요. 그냥 부딪힐래요...라고 거절도 했지만-_-;; 그는 아주 맘 좋게도...가는 방법이랑 자세히 보라구...친절하게 페이지까지 알려주신다.
--; 뭐...그냥 터미널 가면 내 몸 싣을 버스 한자리 없겠어?? 라는 생각이 여행 한달 반만에 겨우 박혔는데- 이런 대범함을 내 팽개쳐야겠어?
꽤 힘든 스터디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때...
내일 뭐하냐는 질문에 치앙마이로 떠나겠다 대답하였다.
그래..
뭐... 말한김에 가지 뭐~
어차피 밤차니까... 낼 대충 늘어지면서 컨디션 조절하고 가면 되지 않겠어?
매우매우 아쉬워하는 그분... 그렇지...그분은 낼 모레 인도에 가니 낼 하루가 비잖아.
그치만 나...여기 너무 오래 있었다 싶다.
이러다 엉덩이가 여기에 고정되서 다시 움직일 기력을 찾지 못할 것만 같다.
서로 가기전에 전화나 해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오랜만에 꽤나 오랜 시간을 카오산을 벗어나 있었음에...살짝 뿌듯함과 대견함...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사귄 설레임이 교차한다.
그리고 이제 몸도 거진 나았으니... 다시 모험을 시작해 볼까 하는 의욕이 샘솟는다.
좋아.
Let's go!
일단 한숨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