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ped moment @ Phi P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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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topped moment @ Phi Phi

Leona 21 4050


아아...
고작 하루 떠나있었을 뿐인데도 마치 병장제대하고 집에 들어온 것처럼 짠하고 반갑다.
(해 본 것처럼 얘기한다.ㅋㅋ)

완소 해먹도 그대로다.
야옹이들도 그대로,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밥 말리의 목소리도 그대로,
나른하고 평화로운 바다도 그대로, 모래밭에 널부러져 있는 서양인들도 그대로.

나도 그 풍경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먹고 자고 뒹굴고...그렇게 한낮의 시간을 보냈다.

밤이 되자 미케씨가 와서 물었다.

-레나, 오늘 밤에 우리랑 같이 클럽파티 안 갈래?

-클럽파티?

-응. 피피섬에 왔으면 파티는 꼭 가봐야돼.

-그래? 좋아. 음...그런데 누구누구 가는데?

-나랑, 바텐더랑, 누구랑, 누구랑....

-음...퀘군은...?

-퀘군? 걘 오늘 밤 근무라서 못가.

-아아...그래...?

-왜? 퀘군도 같이 갔으면 좋겠어?

-아..아니, 그냥. 그냥 물어봤어. 나 옷 갈아입고 올께. 잠깐만.


간만에 화장도 하고 향수도 뿌리고 나름 드레스업 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오오...레오나, 딴사람 같은데?

미케씨와 바텐더가 놀란다.

실은 퀘군도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안보인다.
하긴, 본다고 뭐가 달라지나. 암튼 오늘 간만에 또 몸 좀 풀어보는거야? ㅎㅎ

롱테일보트를 타고 피피돈으로 나갔다.
멀리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음악소리가 들린다.

-Oh, u r lucky! Tonight is black moom party!


blmp.jpg

블랙문 파티란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밤(그믐)에 열리는 파티.

그믐밤엔 모닥불 피워놓고 귀신얘기를 해야 제맛인데...
피피섬에선 귀신도 흥에 겨워 문워크를 할 것 같다. ㅎㅎ

달이 없어져서 그런지 바닷물이 육지 아주 가까이까지 차 올라와
해변은 좁아진 육지와 꽉 들어찬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우리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마침 시작한 불쇼를 구경했다.


hpsb.jpg

불쇼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대체 디제이가 무슨 기준으로 선곡했는지 모호하지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유럽, 남미, 북미, 오세아니아 등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열기가
해변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야말로 We are the world~! ㅎㅎ

Limp bizkit-Faith, Green day-Basket case, The killers-Mr.Brightside...
이런류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너도나도 몰려들어 춤을 추고 방방 뛰었다.
물론 나도;; 방콕에 이어 또 한 번. 미친여자 처럼 춤을 췄다.

♬ Jealousy, turning saints into the sea, swimming through sick lullabies,
choking on your alibis but it’s just the price I pay
Destiny is calling me, open up my eager eyes
‘Cause I’m Mr.Brightside ♬


까만 밤,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음악에 몸을 싣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
이건 그 어떤 진통제보다 더 빠르게 그 동안 쌓이고 쌓인 내 마음의 고통을 날려줬다.


*
다음 날.

온 몸이 두들겨 맞은듯이 아프다....ㅠ

새벽 3시까지 미친듯이 맨발로 해변을 뛰어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부스스한 몰골로 리셉션으로 갔다.

-굿 모닝.

역시나 매니저 몽과 다른 직원들이 웃으며 반긴다.
미케씨와 바텐더 등 어젯밤 동행들은 아직 자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응...굿모닝. 저기...얼음물 한잔만. 우웁...속이 쓰려...ㅠ

-하하...너 어제 늦게까지 신나게 놀았다며?

이 사람들, 그걸 왜 알고있는거야;

뭐라 대꾸 할 힘이 없어 그냥 미소만 지었다.

가만히 드러누워 있으면 더 아파질 것 같아서 읍내(피피돈)으로 나가기로 했다.

rot.jpg

완소 로띠와 수박쉐이크. 해장에 그만이다. ㅋㅋ



mmb.jpg

Beautiful mama, beautiful kittys!



cat.jpg

이냥반도 전날 파티 갔다가 과음하셨나보다. ㅋㅋ



bjy.jpg

이래저래 또 밤이 찾아왔다.

오늘은 피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시간이 멈춘듯한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있는데 뜬금없이 그 분이 오셨다.
미친듯이 글을 쓰고 싶어진 것이다.

랩탑을 챙겨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와인을 마시며 마스터베이션 하듯 이런저런 얘기들을 끄적거리고 있었다.

마님, 돌쇠 보듯이 틈틈이 퀘군은 뭐하나...훔쳐보면서;;


그러던 중.
퀘군이 내 곁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레오나, 일하고 있는거야?

나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

-너...비밀 지킬 수 있어?

-비밀? +_+

퀘군은 눈을 반짝이며 다시 물었고 나는 "응" 이라고 짧게 대꾸한 뒤
테이블에 놓인 메모지에 이렇게 썼다.

-Can u come to.........

-???

짧게 심호읍을 한 뒤 다시 썼다.

-Can u come to....my room tonight?


질.렀.다

어이...레오나. 대체 불러서 뭘 어쩌자는 거냐;;

후회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
양 손으로 이마를 싸매고 몸둘 바를 몰라하는 나를 보더니 그가 싱긋 웃으며
내 손에서 펜을 가져가더니 종이에 이렇게 썼다.

-Sorry. Tonight....I have to go to party with my friend.

아아...그럼 그렇지.
차라리 다행이다;;

그가 곧바로 다음 문장을 덧붙였다.

-Will u join us?


하하...
이번엔 내가 종이에 썼다.

-If u ok, I'm ok. BTW...U know what I mean...?

그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한 글자씩 썼다.


-Y....E....S!


그 순간, 멀리서 주인 아저씨가 그를 불렀다.
그는 주인 아저씨와 몇마디 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몰려드는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느라 계속 분주했다.

중간중간 나와 눈을 마주쳤지만 언제 가자거나 어디서 보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피피에서의 첫날 나를 몽키비치로 데려가줬던 뱃사공이 여기 놀러와서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사진 좀 보여달라, 나이가 몇 살이냐, 직업이 뭐냐 등등 계속 말을 시켰다.

그를 피해 해변가로 나갔으나 그는 거기까지 쫒아와서 계속 말을 시켰다.

결국 씻으러 간다고 하고 내 방으로 도망갔다.

잠시 후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그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 40분.
파티는 11시에 시작인데...

11시 20분까지 기다리다 결국 내 방으로 돌아갔다.

사실은 내 제안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그래...부담스러울 만도 하지. 미쳤어 내가. 정말 미쳤어.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해먹에 누워 쏟아질 듯 가득 박힌 별을 보며 헤드폰을 눌러썼다.
그 순간. 절묘하게도(정말로!) 서태지의 필승이 흘러나왔다.

♬ 난 버림받았어.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보기좋게 차인 것 같아...♬


하하하하...
진짜 큰 맘먹고 용기 낸건데 나 버림받은거야? ㅠ_ㅜ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문득 고개를 돌려 해변쪽을 바라보았는데...

그가 저만치서 팔을 번쩍 들어 흔들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이것은 나의 또 다른 연애 이야기다




                                                                                     -다음편에 계속



21 Comments
아리바리 2008.05.12 16:04  
  와우~!!...Can U come to my room tonight...~~!!아주 쿨 하십니다요...여행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로이킴 2008.05.12 16:31  
  화이팅!!!
노노 2008.05.12 17:10  
  역시! 몬가 느껴져요ㅋㅋ 빨리 담편올려주세요^^
pig 2008.05.12 17:29  
  오..안믿었었는데...진짜 연애 이야기네요.^^;
mloveb 2008.05.12 19:02  
  와~정말 너무 화끈하세요~ 대단하신걸요? ^^ 담편까지 언제 기다려요~~ 빨리 올려주세요~~~
lakill 2008.05.12 19:10  
  BTW? 그게 모에요?-_-;;
속빠진만두피 2008.05.12 19:33  
  BTW 뭐 다른 특별한 뜻으로 쓰신건가요? 전 그냥 by the way로 알고 있는데;; 암튼 마지막 멘트에 은근슬쩍 "또 다른" 이 삽입됐던 이유가 이제 서서히 밝혀지는거군요ㅎㅎ
앤디 2008.05.12 19:59  
  오옷...드디어 이번 여행기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건가요...^^
자니썬 2008.05.12 21:17  
  "
혹시 직업이 작가 아니세요?
글을 읽다 보면 자꾸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드네요....
영화로 만들면 아마도 로맨스가 났게죠...
코미디 도 좀가미하고,물론 더빙도 해야죠  ...
제작비는 많이는안 들것 같아요....
    {농 담}이에요...
하도 글을 잘 쓰셔서''''아무튼 잼나는 여행기
        잘 봤어요....~~~감 사~~~
[[씨익]]
Amrita 2008.05.12 21:19  
  파티에서 과음하신 그 냥반... 넘 귀여우시네요. 회가 거듭할수록 흥미진진~ 다음편 넘 기다리게 하지마셈~
런던아이 2008.05.12 21:52  
  로맨틱 홀리데이...: )
Leona 2008.05.12 22:45  
  BTW 바이더웨이 맞습니다...^^
김우영 2008.05.12 23:08  
  드뎌 연애이야기가 시작인가요???

아 궁금해라.. ...[[저것이]]
좋아한다 2008.05.13 00:48  
  넘 재미나요~~~^^
얼른 다음편 올려주세요~~!!
기대만땅~~
못된바보 2008.05.13 03:45  
  헉,,,,,,,두근두근,,,,,,,영화같은 이야기...^^
큐트켓 2008.05.13 05:08  
  왠일 왠일............고양이들 넘 귀여워요 ㅠㅠ.............
그리고..원래 어디 나갔다들어오면..꼭 우리동네 다시 돌아온거 마냥... 익숙하고..너무 방갑고 ㅎㅎ
타이킹왕짱 2008.05.13 14:55  
  어머어머~~~!!  어케어케~~~ ^^
천사미소 2008.05.24 11:26  
  한국남자나 여자들이 동남아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죠~그나라 사람들이 무지 사랑해준다는 사실. 참고맙죠.ㅋㅋ
Leona 2008.05.24 14:25  
  글쎄요 제 경우엔 동남아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mybee 2008.08.24 00:03  
  난 버림받았어....란 노래가 흘러나오다니,,너무 웃겨요~
달봉킴 2009.03.24 17:41  
이런,ㅎㅎ 연애이야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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