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52일째 아유타야가기
2008년 5월 15일 여행 52일째
아침에 일어나 여지 없이 Gecko 노천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도대체 여기는 내가 여행중에 몇번이나 왔나...오려나...
이곳은 꽤나 친절한 아줌마가 가끔씩 어이없이 정장한 옷을 입고 주문을 받기도 하고, 과일 쌜러드에 각종 다양한 과일을 맛나게 넣어주시는 곳이다.
오늘은 아침을 먹으며 셀카질을 했더니 어떤 서양인 오빠가 "내가 찍어줄까?" 라고 다정스레(?) 말을 건넨다.
후훗 오늘 하루 예감이 좋군.
짐을 싸들고 의기 양양하게 터미널로 향했다.
비록 예정만큼 일찍 일어나진 않았지만...이정도 시간이면 어디 가든 충분할 꺼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유타야.
아유타야는 내가 앙코르왓을 댕겨왔기 때문에 M군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추를 하였으나... 일단 나의 친구님이 오실때 까지 근교에서 놀아볼까 했기 때문에 떠올린 첫번째 목적지였다.
사실...크게 실망할꺼라 생각치 않는다. 내가 유적지에 무진장 목마른 사람도 아니고... 아무리 멋진 유적지에서라도 내가 즐기지 못하면 말짱 꽝인 마당에...나는 아마 내 식대로 즐길 수 있을 꺼라 확신한다.
이러저러한 생각과...간만에 혼자 움직인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버스의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아본다. 매연이 좀 섞였으면 어떠랴...내 마음이 상쾌한 걸~
........젠장...
의기양양하게 에까마이로 왔다.
짐을 싸고, 복권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교통체증 포함 대략 1시간을 달릴때 까지도 몰랐다. 도착해 내려보니...나는 에까마이에 와 있는 것이다.
거진 2달여가 다 되도록 심히 베테랑 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는 자랑스러움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분명 아유타야를 가기 위해 어느 터미널을 가야하는지도 알고 있었고, 터미널 가는 방법도, 소요 시간도 대강 알고 있었다.
근데...
뭐...
얼빠진거지~
심히 고민한다.
기왕 에까마이에 온거... 꼬 사멧을 갈까?
아님 파타야를 한번 더 방문해 줄까?
아님 아유타야에 가기 위해 머칫마이로 옮기느냐?
아...이미 점심이 지났는데...그냥 하루 더 방콕에 묵을까?
고민한다. 게다가 여기서는 머칫마이로 한번에 깔끔하게 가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그치만 정체되지 말자고 결심한 것이 바로 어제 아니었던가!?
여아가 한번 맘을 먹었으면 최소 삼일을 가 줘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시내 안쪽으로 들가는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Pratunam 앞에 내려, 인포센타에 물어봐서 머칫 마이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에이 몰라~ 뭐 이런 식이지 뭐...대강대강~
여행중에는 아무리 이런 뻘짓이 끝까지 지속되어도 그다지 스트레스 받지도, 자괴감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나의 고쳐지지 않던 네가티브 마인드가 초 절정 포지티브로 바뀌면서...더불어 나의 닥클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머칫 마이는 첨 와보는 터미널이라 상당히 어리버리 한데...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레기도 한다. 내가 여행을 가고 있어~ 라는 기분은 낯선 곳에 떨어져 두려움 섞인 기대감이 느껴질때 한층 그 묘미를 발휘한다.
한시간 반 만에 아유타야 도착.
최종 목적지에 닿기전에 간판에 아유타야라고 1시간째 부터 쓰여있어서...계속 엉덩이를 들썩들썩 했다만- 누누히 말하지만...거스르지말고 대세를 따르면 그게 정답이다. 나의 목적지에 모든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더라.
자아~ 이제 아유타야에 도착했으니...숙소를 찾아볼까나~!?
흠...생각만큼 덥진 않군. 온천을 함께 했던 언니들이 아유타야 그늘 한점 없고 무진장 더워서 고생 많이 했다고 엄포를 놓았었기에...내심 조금 겁먹고 있었으나~ 아직까진 유쾌 상쾌한 여행자 기분 만끽중인지라...생각보다 좋았다.
동네 뚝뚝 아저씨도...사원이 아닌 겟하우 찾는 다니까 친절하게 걸어가라 일러주시고...
난 이렇게 뭔가 알수 없이 기분이 흐뭇할땐 슬며시 입꼬리에 미소가 올라온다.
새로운 곳에 스스로 당도해 혼자서 숙소를 찾는 짜릿한 기분에 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순간.....!
뚜둑...
.........쪼리가 끊어졌다.
으아앗
이를 어쩐댜...지대로 걸을 수가 없다.
여행 중반 이후 잔꾀가 생긴 탓에...짐을 다 맡기고 덜렁 세면도구 가방만 들고 댕기는데- 아아아~ 이를 어쩐댜!!
끊어진 쪼리 끈을 엄지 발꾸락으로 꾸욱 밟고..
한쪽 발을 지하철에서 가짜 구걸하는 젊은 노숙자들 처럼 지익직 끌으며...겨우겨우 퀵서비스 오토바이 아저씨 앞으로 갔다.
아저씨..."왓 템풀?"
나 ... " 저기요 아저씨~ 저 신발 사야대거든요...신발상점 앞까지만 저 델다주세요!!!"
아저씨..."왓 템풀?"
.........-_-;;
급기야 끊어진 쪼리를 들어 온갖 압살라 댄스를 춰가며 겨우겨우 설명을 했다.
나... "슈즈~슈즈~ 뉴 슈즈~~"
5분 거리인 마켓에 가서 50밧짜리 새 쪼리를 사고나니...순간 두방망이질 했던 심장이 진정을 해댄다. 아...대심녀도 급박하고 절박한 순간엔...다시 콩알 심장으로 돌아가버린다...
새 쪼리도 샀겠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
마치 지금 아유타야에 도착한 듯 입꼬리 미소를 다시 주워담고 숙소를 찾기 시작한다. 이때가 이미 오후 4시쯤.
시장부터 시작해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며 방을 찾기 시작하는데...
........방이 없다.
시장 근처 몇군데는 나보다 앞서 걷던 서양애들이 이미 들갔다가 1분만에 나오고 있었고, 내게 방을 보여준 열라 좋은 Cha~뭐시기 숙소는 400밧이란다.
길하나 건너니...오..PU 게스트하우스~
먼네먼네 하는 내게 곤니찌와~를 한방 딱 날려주시며 오라 손짓하는 쥔 아줌마와 로비에 앉아서 쟤의 정체는 뭘까 하며 나를 주시하는 서양 오라버니...
하핫 분위기 좋아뵌다. 여기여기!
Full...
앞집도 Full
길건너도 Full
한블럭 돌아도 Full...
오로지 내게 남은건 비싼곳과 감금 삘 나는 100밧짜리 방.
근데 이상하게...별루 초조하지가 않다.
이젠 아주 그냥 막나가나보다. 방없으때 글케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여기서는 어쩐지...그냥 배째라~ 기분이다. 뭐, 안되면 방콕가지 모~
조그만 샛강을 따라 걸어본다.
그 옛날 엄마가 나의 팔자 걸음을 고치기 위해...골목에 분필로 줄 하나 그어놓고 12살때 걸음마를 새로 시킨 적이 있다. 그 기분으로 갓길의 블럭을 따라 장난치며 걸어본다. 어쩐지 방이 없다는 초조하고 현실적인 생각따위는 순간 꼴랑 잊어먹은거 같다. 근데 길건너 어떤 아줌마가 일식집 고양이가 손짓하듯 내게 손짓을 한다.
"이리와~ 이리와~"
간판을 보니 SK 게스트하우스~
좋아라 차가 오는 것도 모르고 뛰어가다가 아줌마가 깜짝 놀래버린다.
"Be careful!"
...바보마냥 배시시 웃음으로 대답하는 나.
.......방이 없단다.
.......왜 불렀어-_-?
그래도 그 친절한 아줌마는 샛강 건너 조금 비싸다는 숙소를 하나 추천해준다. 일단 가서 보기라도 해보라구...그래도 없으면 자기집 계단 밑 (!) 창고에 방 하나 내주겠단다...
그렇게 건너가서 보니 350밧짜리 방이 하나 있다는데...트리플방이다.
노노...나 혼자예요...햇더만...괜찮아 괜찮아~ 혼자써~~ 깎아줄께~괜찮아아~한다.
의심만 늘어가지꼰,,,수상하다. 뭐야 이방 문제있는거 아냐? 싶게 부담스럽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잡은 나의 숙소는 "Sunrise Place"...
.........방콕서 오는 버스가 내린 곳 바로 앞이다...
나...거진 2시간여를 뻘찟하며 한바퀴 돌은 것이다.
(부담스런 나의방... 이 방에 묵으면서 혹시 다른 침대에 누가 자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망상에 시달린다 -_-;; )
어찌되었든, 방도 잡았겠다... 이제 관광질이나 해볼까? 라고 하지만 조금 늦은 시간이니... 나무 사이에 부처님 얼굴 있는... 아유타야에서 젤로 유명한 부처님만 오늘 만나보기로 한다.
겟 하우스에서 얻은 지도하나와 물한병을 덜렁덜렁 들고...사원으로 향한다.
앙코르 왓을 보고나면 실망한다 했던가?
아니다 아니다... 이건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이다.
앙코르왓이 당연스럽게 기대한 위압감을 준다면... 이곳은 전혀 기대못한 신비감을 주는 곳이다.
저 멀리서 왓 마하탓의 외곽 라인을 보는 순간... 이곳에 오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솟구쳐 오른다.
입구로 들어가니...한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내게 아이스바를 하나 내민다.
평소에 그닥 찬걸 좋아라하지 않지만- 어쩐지 기분 좋은 마음에 하나 먹어야 할 것만 같다.
나 "아저씨 커피맛 있어요?"
아저씨 (딴 색깔을 내밀며) "커피 노노~"
나 "아니아니 커피맛 없음 안묵을래요"
아저씨 (노란색을 내밀며) "먹어먹어~ 10밧 10밧~"
나 "이거 레몬맛~!?"
아저씨 "레몬 오케 레몬 오케~"
그래 상큼한거 먹어줘보자. 나 비타민 씨 필요해.
한입 딱 깨무니까...옥수수알이 튀어나온다...
옥수수맛 하드라니...-_-;;
나 "아저씨~ This is not lemon flavor!!!"
아저씨 "Not lemon Not lemon 이히히히~"
....아 놔~
그래도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아저씨... 웃음으로 넘겼지만... 이 옥수수 맛을 도저히 먹어줄수가 없을 정도로 어이없는 맛이 었다.
일단 사원 터 안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의 옥수수알을 꼼지락 꼼지락 빼고 있는 순간-
어떤 태국 남자분 한분 다가 오신다.
"미안한데 지금 몇시예요?"
"지금이요? 5시 15분?"
"저기 근데... 지도 있어요?"
"앵? 네...뭐...여기..."
가끔 서울의 도심(특히 강남)을 지나다보면 내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저기요...교보문고가 어디예요? 네...일루일루 가시면 되요...
저기 근데... 학생이세요? 저희는 뭐시기 뭐시기 공부하시는데요...요즘 뭐 어떻지 않으세요? 블라블라...
나...이런 사람들에게 딥다 잘걸린다.
특히 혼자 생각의 나래에 빠져 멍때리고 걸을때는 특히나 잘걸린다.
그럴때는 이크, 한국말 못하는 척 할껄~ 이라고 후회도 가끔 하지만... 자신들의 본심을 숨기고 길부터 물어보는 터엔 오지랖 넓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꼭...그 짝으로 다가와 주신 아저씨!
아저씨 왈
" 내가 이동네 토박인데... 지도에 여기여기가 굉장히 갈만한 사원이예요...
근데...나 니 친구해도 되니?? "
........당황
지금 대화시작한지 2분도 안지난 거 맞지?
"뭐, 그게...뭐시기..." 라고 대충 얼버무리는데...
이 아저씨 계속 따라오신다.
저기요...저 혼자서 구경하고 싶은데요. 라고 이젠 비교적 단호히 말하자.
아저씨 왈~
"그래~ 구경하고 있어... 나 저기서 기다릴께...!!"
헛...어쩌지 어쩌지...샛길로 나가는 길을 찾아봐야겠다.
하며...일단 마하탓 구경을 한다.
입장료 30밧 냈으니까... 구경을 열씨미 해줘야지
(셀카다)
(해질녘의 마하탓~)
(생각보다 싸이즈가 좀 작았으나... 신비로운건 기대만큼이었다)
살금 살금 살금...
이 곳을 빠져나가 숙소로 돌아가려는데...이크...저 멀리서 나를 주시하는 아저씨한테 딱 걸렸다.
아저씨가 다시 다가와 얘기한다.
"나는 진짜 좋은 마음으로 관광객들한테 이동네 멋진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요...요 바로 옆 사원도 디게 좋은데...다들 여기만 보고가는게 안타까워서... 제가 아는 최고의 장소가 있거든요"
.........아.........어쩌나.
낯선사람 따라가는 짓은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5분 거리란 말에.....그럼 정말 딱 요것만 보고 갈께요...라고 걸음을 옮겨버렸다.
게다가 가면서 아저씨 왈~
"일전에 한국 여자애를 만난적이 있는데...나는 그냥 아름다운 사원 한군데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그녀가 가다가 갑자기 들입다 도망가는 거예요.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나...상처받았어요!"
차마...못 도망가겠다-_-;;
일단 아저씨가 보여준 사원만 보자...하여...본 저녁의 사원은
아저씨 말대로 정말로 뷰티풀 이었다~
아~ What a beautiful!!!
내가 감탄을 연발하자~ 더 보여주고 싶다는 아저씨.
아저씨...나 이제 집에 갈래요. 깜깜해서 실허요...하니
"You're afraid of me..."라며 침울 모드 들어가신다 -_-;
점점 깜깜해지는 하늘...
가면 갈수록 인적이 없어져가는 사원...
아저씨 이젠 안돼-_-;;
더 같이 다니기엔 내 경계심이 허락치 않을 정도로 어두운데다가...아저씨 친절의 의도를 모르겠다. 부담스럽고 의심스럽기 짝이없다. 물론...정말 진심어린 호의일 수도 있겠으나... 밤 늦은 시각, 첨 만난, 것도 여자애가, 집에 들간다 그러면... 안 잡으시는게...예의 아닐까 싶다...
차마...상처받은적이 있다는 아저씨한테 심한 말로 거절은 못하겠고...
겨우겨우 그런거 아니라고...아저씨랑 기념 사진 촬영 한방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길에 저녁식사 같이 하자는데...안 배고푸다고 뻥치고...편의점에 갔다.
물론....이쯤되서 배가 무진장 고팠던 나는 편의점에서 각종 빵을 바리바리 사들고 나왔는데...
.....
아저씨한테 딱 걸렸다-_-;
야참이라고...배시시 웃으며 말하고 돌아오는길.
숙소로 들어가는데 아저씨 한마디에 완전 기겁.
"I'll miss you~oooooo~"
윽. 아저씨. 날 언제 봤다고 미쓔야~미쓔는~~
편의점에 사온 맛없는 빵을 징걸징걸 씹으며 결심한다.
낼.....또 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다녀야겠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