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50,51일 정체금지
우하하 분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연속해서 씁니다 깔깔
2008년 2월 13일 여행 50일째
하루를 하릴없이 뒹굴고 나니...나의 위장님께서 노하심을 풀으셨다.
이제 겨우 꼼지락 거릴 수 있는 의지가 생겼다.
몸이 좀 나으니... 이제 돌아가야 할 시점인가 라고 생각했던 어제의 고민은 싸그리 사라졌고, 그리하여 뱅기표를 한번 더 미뤄버렸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뱅기표를 미루고 밥을 먹으러 간다.
동네에 외국인들이 잔뜩 들러붙어 밥을 먹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기에-
어제 그 배아픈 와중에도 찜해놨던 곳이 하나 있었더랬다.
하지만...어제 모든 것을 쏠아낸 위장이 놀라지 않도록 오늘은 여느때와 달리 빵과 커피가 아닌 닭죽을 먹었다.......마늘만 안들었을 뿐 한국 닭죽하고 똑같네~
밥을 먹고 오니 전화가 띠리링 왔다.
나의 친구님께서...낼 당장 방콕에 오신단다...
내가 분명 오기전에 모든 친구들에게 방콕에 놀러와 라고 했지만 덜컥 겁이난다. 윽...나 가이드하기 싫단 말이야!
게다가 북부가 조금 좋아질락하여...이번엔 M군과 언니들이 강추해 마지 않던 빠이에 가보고 싶었단 말이다!!! 나 다시 방콕 가야해???
하지만 차마 오지 말라는 말은 못하겠다.
또다른 친구님 하나를 꼬셔서 오라 하였다. 마중만 나가고 둘을 버려둔채...혼자 돌아댕길 야심찬 계획을 하며!!
어쨌든 친구님께서 낼 오신단다. 어쩔 도리가 없구나...일단 방콕으로 내려가자.
방콕행 표를 끊고, 짐을 맡긴뒤 하릴없이 동네 구경에 나섰다.
맛사지나 한번 더 받아볼까 하고 살짝 고민도 하였으나...윽...어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스타벅스에 와서도 그 악몽으로 인해 커피가 아닌 차를 마시는 의외의 행동까지 하였다.
그래도...어쩐지 겁먹은 탓에 멀리는 못가겠고... 동네에선 할짓이 없다.
ㅜ.ㅜ 뭐하지 뭐하지???
할일 없는 그치만 멀리가기 싫은 아해가 할짓이 뭐가 있겠나??
동네나 느긋히 걸어다니면서 여기저기 먹을것만 기웃댄다...
뭐랄까...많이 먹으면 안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뭐든지 다 맛있어 보인다-_-;
그래도 끝나지 않은 어제의 악몽은 고작 차한잔만을 내게 허락하신다.
스타벅스에서는 화장실이 가고 싶은 급한 마음에 차를 반도 못마시고 나왔다. (타패앞 스타벅스에는 변기가 한개뿐이라 맘편히 볼일 보긴 힘들었다-_-)
어디 갈만한데 없을까 고민하며 걷다보니 만만한 공중 화장실이 있었고,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나오니...고 앞에 Wow 커피숍이 있어서...고민없이 또 들어갔다.
넌 무슨 커피숍 탐방하니? 라고 말하면 할말 없지만...아니 할말있다. 뭐..그럼 어때?? 무슨 상관??? 이런 시니컬한 말!
여하튼 내 배를 살살살 달레며 향긋한 레몬차를 다시금 마시며...
주변사람들 탐색도 하고, 일기도 쓰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아~~ 치앙마이가 좋아질라하는데~~
아직 돌아볼 곳도 많은데~~
빠이도 잔뜩 기대되는데~~
돌아가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상당히 우울하게 만든다.
친구들과의 약속... 이런말하기 미안하지만... 개별여행자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하는 행위중에 하나로 여겨진다. 나의 일정과 무관하게 움직여야하는 향후의 며칠...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주 그냥 타이밍 적절하게 전화가 울렸다.
........
나의 친구님....
진짜 이런식으로 할꺼야???
낼 못온단다. 목소리에서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조금도, 새우볶음밥에 들어간 새우만큼도 섞여있지 않다.
-_-;; 이럴꺼야? 이런식이면 태국 왔을때 아무데나 버려놓고 도망가는 수가 있어!!!
일주일 후에나 올 수 있다는 친구님의 명랑한 한마디!
"표가 없는데 어떡하냐~?"
....표도 안끊고 낼 온다고 한거였어-_-?
할말없다.
푸켓이 태국에 붙어있는 건지도 모르는 나의 친구님이기에...화조차도 못내겠다-_-;
자아...그럼 나는 이제 어찌한다!?
이대로 표를 교환하여 빠이로 방향을 돌리느냐?
아니면 기왕 표 끊은거...방콕으로 가서 향후 일정을 생각해보느냐??
에이...몰라몰라!!
꼭 이런 시점에 나의 귀차니즘이 등장한다. 그냥...순리대로 살자.
이건 필히 내가 방콕에 가야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혹시 알어? 방콕가면 아주 훈훈한 인연이 기다리고 계실지!?
인간들 탐색을 하고, 동네 로컬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후딱 비운뒤...치앙마이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썽태우에 오른다.
오르기전 여행사에서 픽업 썽태우를 기다리는데- 한 서양 여아가 멀뚱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슬슬 정신 차린 뒤로 심심한 터라...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자 말을 걸어본다...만...
말을 거는 순간 후회해 마지 않았다. 이 아해...젠장 말이 너무 빠른 것이다.
아...성태우 타고 가는 순간까지도 말이 너무 빨라서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이젠 배가 아니라 머리가 아플것만 같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가 어쩌다보니..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하게 되었고,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옆에 앉은 아해들이 눈을 반짝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
"한국분이세요옷!?"
이렇게...마치 바통 터치하듯...또 다른 아해들을 만났다.
키가 훤칠한 아이들이라...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으나, 얘기를 하다보니 어리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이쁘게도 생겼고~
어린 여아들 둘에 대한 경계심이 적당히 있었던 나 였으나, 먼저 방갑게 말을 거는 아이들을 보니 모든 상황을 한가지 잣대로 평가 할 수 만은 없구나 라고 깨닫는다.
그렇게 그 아이들과 수다를 떨다보니, 자연스레 서양 여아는 조금 소외되어 버렸고... 살짝 미안한 마음도 가지게 되었으나.......
그러나 그 아해!!
치앙마이에서 방콕가는 버스에서 내내 나를 화나게 하였다-_-;
어쩌다가 내 앞에 앉은 그 아해는...내 다리를 놓은 좁은 공간하나도 주지 않은채 두 의자를 모두 홱~젖히여 까딱까딱 음악을 듣고 있었고...
나는 아무리 다리를 곱게 접어 참아보여하여도 참을 수 없었던 지라...기어코 그 아해에게 정말로 정중하게 얘기를 해야했다.
"저기 미안한데...두개중 하나라도 좀 올려줄래? 나 자리 느무 쫍거등?"
...그 아해...진짜루 두개중 하나만 것도 고작 한뼘...올리는 것이다.
이걸 콱 그냥!
참자...여행은 나를 다스리게 하는 가르침이 될 지어니..참자..참자..
할라 그랬는데- 그녀..핸폰을 떨어뜨리곤 내게 줏어달라그런다.
암말이나 안하면 밉지나 않지...하며 핸폰을 줏어주니...
진짜 암말도 안한다-_-;;
.........고맙다는 말 조차도...-_-;
다시한번
이걸 콱 그냥!!
......역시 배가 고파 뒤질 지경이다.
이른 저녁을 먹은 탓도 있지만- 악몽에 너무 겁먹어 조심조심 쫌만 먹은 탓도 있다.
차가 휴게소에 당도하자마자...엊그제 국수집 찾아가듣이 반쯤 정신나간 얼굴로 음식코너를 기웃대었다.
...나는 밥을 찾는 하이에나~
몇몇 반찬 앞에서 뭘 먹을까 망설이자 직원 언니가 말린 새우 무친 뭔가를 맛보라구 주는데- 음~ 달콤하다. 이거 주세요!!
.............
왜...
생강은 맛을 안보여준게냐?
완전 속았다.
새우 사이사이의 생갈을 골라내느라~ 아니 생각 사이사이의 새우만 골라 먹느라...시간만 소비하고 밥도 지대로 먹지 못했다.
하여...
아침에 도착할때까지...여전히 주린배를 움켜잡고 있는 고문을 당했다 ㅜ.ㅜ
2008년 2월 14일 여행 51일째
망할 발렌타인 데이!
뭐 그저그런 날인데..발렌타인 데이라는 타이틀때문에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팍팍 든다.
젠장 날짜를 괜히 봤어.
내가 성격이 그리 공격적인 아이는 아니지만- 꼭 요론날에 삼삼오오...아니 쌍쌍이 댕기는 꼴은 보면 배알이 뒤틀린다.
어쨌든 오늘 하루는 버스에서 시작한다.
방콕 들어오는 길이 느무 막혀서 해가 중천에 뜬 뒤에나 도착한 버스...
내리자마자 방갑고 그리운 Gecko 레스토랑으로 가서 수다떨며 아점을 먹었다.
숭례문에 불탄 얘기부터...망할 발렌타인 데이 얘기까지~
꽤나 발랄하고 귀여운 아이들이지만- 역시 조금 어린 느낌은 감춰지지 않는다.
아이들을 이끌고 저렴한 방을 구하러 댕기다가...Merry V에 한 구석을 차지하기로 했다. 참...숙소 형태 저렴하다만- 그만큼 방값도 저렴하니... 참아줄만 하다.
한숨 잘까 말까...고민하는 사이...아이들이 내 방으로 내려왔고, 얼떨결에 아이들과 같이 댕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아이들...낼이면 대만 거쳐서 한국으로 들어갈 아이들인지라... 차마 내가 가고 싶은곳에 가자고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방콕이 초행이 아닌 아이들이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시작부터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수상버스를 안타봤다하여...(나도 타본지 얼마 안되었지만-) 민주기념탑 앞으로 가서 배를 탔다. 그리고 딱히 갈곳이 없어 씨암에 내리고...그냥 주섬주섬 동네 시내 산책이나 다니고...
내가 평소 같으면, 넓디 넓은 오지랖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댕겼겠지만-
이때의 나는 심신이 지쳐있는데다, 앞으로 친구님 오시면 가이드 할 일에 걱정도 따블로 하고 있었다. 더구나 아이들...여행에 익숙한것 같으면서도 가끔 황당할만큼 여행의 기술이 없는 것이...말하자면- 항공사에 얘기도 안하고 둘이서만 대만에 스탑오버 할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있는 거라든가...하는 기초적인거는 모르면서... 근데 방콕에서 은근히 안가본 곳은 없고...
그니까..내가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하는지 난감해버린것이다.
그래서...딱히 갈 곳을 잡고 있지 못했는데- 떠오른 것은 망고탱고!
이 달콤한 망고라면 아이들도, 나도 모두 만족하리라~
팟퐁 야시장도 한번 가볼라그랬다.
근데 가보니까 야시장이 하나도 열리지 않은 것이다. 벌써 저녁시간인데...
왜그럴까...오늘 무슨 날일까???? 하며 힘드니까 그냥 카오산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제와서 밝히지만 내가 아이들을 끌고 간 곳이 팟퐁 야시장 위치가 아니었다. 나...금방 그거 깨달았지만- 지친 몸과 마음에 어차피 카오산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터라서...얘기 안했다. ㅜ.ㅜ
얘들아 미안. 미안.
휴~ 하릴없이 돌아댕기는게 더 지친다.
게다가 너무 오래 있어본 방콕이라 더 지치는거 같다.
어떻게든 낼은 움직이기로 하고...숙소에 와서 한숨 돌린다.
밤의 카오산...
익숙한것 같으면서도 설레는 거리...
나는 카오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이 좋아하는 이유에는 내가 어딘가를 떠날 수 있음이 전제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카오산이 더 좋아지려면 나는 떠나야하는 것만 같다.
정체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