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48,49일 치앙마이2
오랜만에 적네요. 근래 맘이 좀 무겁더라 했더니...여행기를 못써서 긍하봐요^^ 하여 ...뭐 할말이 있나요. 분발하겠다는 말 밖에는 ㅡ.ㅜ; (글쓴거 한번 날리고 나니...정신이 몽롱해졌음)
나 더이상 초면이라고 먼내먼내 하는 그런 숫기 없는 아해가 아닌것이다.
일단 J군과 E양에세 작별 인사를 하고!
언니들이 이끄는데로 따라가며 통성명을 한다. 태국이 한두번째가 아닌 태국 베테랑 E언니와 호주에서 워킹중에 잠시 놀러 왔다는 J언니. 와로롯 시장을 지나, 노란 썽태우를 찾아서 가는 길에...나는 일전에 겪어보지 못한, "따라댕기기" 경험을 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일행을 만나도 나는 수동적이 될 수 없었다. 심하게 남다른 여행 더듬이와, 정보라면 잘도 주서듣는 당나귀귀에, 유창하진 않지만 겁없이 이기적인 의사소통 실력, 그리고 2달여에 걸쳐 쌓여진 경험으로 인해 절대 능동적으로 일행들을 이끌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햐...근데...이거...
그치만 다시 생각해보자. 뭐 치앙마이가 우리집도 아닌데 안달복달하면서 오늘내로 돌아와야해? 그냥 온천 뜨뜻한 물에서 하루 지내도 상관없잖아? 라고 생각하니 맘이 편하다. 게다가 나는 기댈 든든한 벽, 베태랑 언니들이 있는 것이다 우하하 한시간 여 넘는 시골길을 덜컹덜컹 달리고 달려서 싼깜팽 온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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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대여인지라 들가자마자 물을 틀고 입욕 준비를 한다. 윽...근데 물을 틀자마자...웩...계란썩은내!!!!!!우악!!!
내 조막만한 코는 주제에 어찌나 예민하신지... 남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 마저도 민감하게 반응하신다. 하여, 닭똥냄새 날까봐 쌂은 계란도 잘 먹지 않는 나 였다. 헉...이 물 한방울 한방울에서 그윽하게 올라와주시는 썪은내!!!
그래도 참아야한다. 참아야한다.
길지않은 사회생활에서 배운건 오로지 인내심 뿐이요, 나의 아토피를 잠재울 수도 있다는 언니의 말 한마디는 이까짓 냄새 쯤이야 오분만에 적응해 주리라 하는 의지를 불태우게 하였다.
.......물론 적응은 안되었다만- 미끌미끌한 나의 피부는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은 선사해주었다.
시간제는 사람을 더욱더 급박하게 만든다만- 이상하게 장기 여행자는 느긋함의 배짱을 배워버렸다.
1시간 대여임에도 우리는 1시간 40분만에 짐을 싸들고 나왔다.
다행히 이곳의 착한 언니들은 아무런 불평없이 참한 미소로 우리를 기다려주었고~
온천에서 계란 삶아 먹는 행위는 만국 공통인가부다.
여행을 통해 세계를 알아가는 국제 여행가로서~ 만국 공통 행위를 지나칠 수 있겠는가?
우리도 계란을 사서 아까 장봐온 음식물들과 함께 섭취해 주셨다.
삶은 계란을 먹으니...싱가폴의 야쿤 카야 토스트가 생각이 난다.
아~ 이것이구나 야쿤 가야를 유명하게 만든 그 중독성이라는 것이~~
(계란 담구는 설정중. 계란 담구는 물은 따로 있어용~)
느긋한 피크닉을 마치고, 스킨 로숀을 토닥토닥 두드린 뒤, 사진 촬영 시간을 가진다.
눈부시게 따사로운 햇살과 원색적인 하늘과 초원, 그리고 만발한 꽃향기...(플러스 계란냄새~)와 함께 기념사진을 박고~
성태우 막차를 타러 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어이없게 느껴지는 조형물)
(그래도 좋다고 사진 찍는 나!)
이곳에서 시내로 가는 성태우 막차는 4시. 행여나 놓칠 새라 3시 반부터 앞에서 기다리니 덜덜덜 차가 들어온다.
그리고 시내로 돌아가는 길...
성태우에는 젊은 한국인 커플(로 추정됨)이 함께 했다.
언니들은 이 커플에게 본인들의 베태랑 스러운 여행지 정보를 전수하기 여념이 없고,
나는 이상하게 배가 또 고파서 ..... 정신을 잃었다.
나중에 언니들로 부터 들은 바로는, 그 한국인 커플은...여행지에서 만난 커플로 추정된다고 한다. 왜냐면 커플중 남성분이 뱅기표를 찢어버린 탓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뱅기표를 구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했기 때문이란다. 이 시점에 다시금 드는 생각...
나는...왜-_-??
거진 50일을 혼자 여행을 다녔는데...나는 왜 발칙한 로맨스하나 만들지 못하냔 말이다!!
-_-;;
와로롯 시장에 성태우가 닿자마자 내 뱃속은 온통 먹을 것만을 외치고 있다.
거의 반쯤 정신 나간 표정과 몸짓으로 아무 식당에나 시선을 꽂은채 직진하는 나를 보면...아무리 언니들이라도 말릴수 없었으리라.
진짜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아무 국수나 시켜서 아무렇게나 후루룩 마셔주었다.
마셨다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국수는 순식간에 내 뱃속으로 자리를 새로 하였고, 더불어 오다가 산 꽃게 튀김과 과일 덩어리까지 가뿐하게 먹어주고 나니...이제야 정신이 좀 든다.
이상하다. 끊임없이 뭔가를 계속 주워먹었는데...왜....배가 고픈거지??
이른 막차를 타고 시내에 돌아온 우리의 다음 코스는 발 맛사지~
이제껏 태국을 여행하면서 그 흔한 맛사지 한번 받지 못했던 소녀는 내심 설레인다.
설레는 맘으로...일단 숙소에 가서...
빡빡 발을 닦았다.
문지르고, 닦고, 씻고...
내가 조금 예의가 있는 사람인지라, 차마 내 발 가득한 각질 덩어리와, 발꼬락 사이사이의 냄새, 아무리 씻어도 빠지지 않는 발톱의 때로 맛사지 아줌마를 고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에 여행할땐 꼭 각질제거 돌덩이를 하나 준비하리라.
그렇게 찾아간 착한 가격 성실한 안마가 모토인 나이트 바자 내의 한 맛사지집~
아~ 이런 기분이구나...
아~ 좋다...좋아~
발꼬락 하나만 건드려도 온몸에 쾌감과 전율이 퍼지는 것이, 30분의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램이 솟구쳐 오른다.
이 아줌마...조물락 거리는 곳곳이 나의 뭉친 근육이며, 발라주는 오일 하나하나가 나의 오감을 자극하는 피로회복제였다.
영원히 이 의자에서 쉬고싶어라~
하여 내친김에 등+어깨 맛사지까지 받아버렸다.
치앙마이가 아니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가격임에 전신 맛사지를 받는다 하여도 후회할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좀 등뼈와 날개뼈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노련한 아줌마는 개의치 않고 수다를 떨면서 이곳저곳을 눌러준다.
시원함과 아픔...그리고 나른함이 몰려와 기분좋은 졸림을 부르더라.
한데...예감이 안좋다.
아줌마가 너무나도 성실하게 혈을 눌러준 탓일까??
아까 먹은 과일, 국수, 빵, 과자, 계란, 꽃게가 내 뱃속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요동을 치더니...급기야 팽창하여 위로 올라오려한다. 물론...내 몸속에서 차분이 잠재해 주시던 계란 썩은내와 함께-_-;;
구웩 구웩~
울렁 울렁~
끄억 끄억~
아무리 진정하려 애써도 그놈들은 위장이 좁다라고 데모를 해대며 나를 찔러대고 있었다.
........
그렇게 기둥을 붙잡고 위로 쏟으며
기어서 기어서 가까스로 숙소로 돌아왔다.
........
할말이 없다.
사실...
무리하게 많이 먹었다.
씹지 않고 삼킨 국수가 가락 채로 올라올려 한다
우웩!
2008년 2월 12일 여행 49일째
손도 따보고,
약도 먹어보고,
위로도 올려보고,
아래로도 내려보았으나...
방바닥은 내 친구. 뒹굴뒹굴 일어설 수가 없다.
이넘의 계란내는 아직도 비린내를 팡팡 풍기며 나를 자극하고 있고,
내 얼굴은 어제 산 귤 색깔 만큼 노래졌다.
행여나 탈수가 올까봐 기어서 겨우겨우 나간 슈퍼에선...
물이 아닌 요구르트가 먹고 싶은 욕망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리고...또 위로 아래로 쏠아버렸다 -_-;;
언니들은 수시로 찾아와서 나의 얼굴 색깔을 살폈고,
트랙킹에서 돌아온 아해들은 자랑도 하지 못하고 치앙라이로 떠났으며,
나는 뒹굴거리다가 겨우겨우 정신을 차려 방콕가는 언니들을 배웅했다.
왜이렇게 아픈거니? 감기 낫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아픈거니??
나...이제 돌아갈때가 되어버린건 아닐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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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픈건 참을 수 있었다.
...근데 참을 수 없는건...
이렇게 아픔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먹고싶다는 사실이었다 -_-;;
으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