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57일째 친구님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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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57일째 친구님등장

이상한 나라 11 2549

아..방콕으로 돌아온 관계로...오늘도 사진이 적습니다.


2008년 2월 20일 여행 57일째


아침에 눈을 뜨니 Y군은 짐을 다 싸놓고...오토바이를 해결하러 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샌 모양이었다.
사실...우리는...아침에 밥 먹기 전 모닝 수영으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아주 그냥 뽕을 뽑아도 지대로 뽑을 예정이었던 거지-
그치만 그런 꿈 같은 계획은 꿈 조차 꿀 수 없는 시츄에이션이 되었고...
오늘의 식사 차례인 언니와 나는 밥무러 간다고 말하는 것 조차...상당히 미안해져 버렸다.
Y군이 해결을 위해 밖으로 나가고...L군이 눈 뜨지 않은 순간...
언니와 나는 아침을 먹기 위해 리조트 로비로 향했다.

어제의 근심 걱정은...어쩐지 하루가 지나니까 약간 무던해져 버린 것만 같다. (물론 본인은 안그랬겠지만...)
뭐랄까- 여행동안 새록새록 피어오른 긍정 마인드가 다시금 스믈스믈 기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되지 않겠어??



Kho_chang1.jpg


아침 식사는 참...... 맛 없었다.
이 곳의 아침 식사 종류가..그리 맛없기 힘든데다가... 앵간하면 이 아름다운 숙소의 식사를 맛나다고 평가해 주고 싶지만- 참...이러기도 힘들만큼 맛은 없었다.
어제 우리에게 혓바닥을 낼름 거리며 놀리던 그들의 행동은 어쩌면, 맛없는 아침식사로부터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사료된다.


느긋한 식사를 하고 있으니 Y군이 돌아왔다.
정비소를 물어물어 찾아서...2500밧에 모든 스크라치까지 완벽하게 복원해주기로 쇼부를 봤단다. 아...다행이다.
다만, 예정대로...Y군은 하루를 더 묵으며 오토바이 치료의 결과를 살펴봐야한다는 것이다.
하여, 리조트 첵 아웃 후...혼자 묵는 싼방으로 옮길 것이란다.
L군은 한국에 좀 더 빨리 오는 일정이기에- 방콕으로 향해야만 한단다...

혼자 남아야 하는 Y군...
그래...가뜩이나 돈도 많이 쓰는데- 여기서 묵을 수는 없겠지.
근처에...바다랑 먼, 아주 저렴해 보이는 방갈로들이 있기는 있더라만...
하지만, 하루만에 신분이 강등될 걸 생각하니 아~ 상상만으로도 불쌍하다.
얼마나 자괴감이 더욱 크게 느껴질까!!


신분 하락!




Y군을 혼자 섬에 버려두고 떠나는 길...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사실...모르겠다.
그래 좀 걱정은 된다만- 이 순간에 왜 조금 놀려먹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지- 아마 어느정도 해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 마인드에서 비롯된 놀부 심뽀이리라~


마지막으로 첵아웃을 앞두고 단체샷을 다시 한번 찍는다.
들오자마자 한방 박았었으니...나갈때도 유종의 미를 거두며 단체샷 한방!

마냥 헤벨레한 우리 셋과 달리 Y군의 얼굴에는 씁슬한 억지 미소가 베어있다.
신분 추락에 대한 근심이요, 상황을 불러온 본인의 과실에 대한 자책이리라...

미안해. 버려놓고 가서.



Kho_chang2.jpg


짐을 바리바리 끌고 내려와 도로에 지나는 차들에 주시한다.
어쩐지 사알짝 미안함에 늑장을 부린터라...당장 썽태우를 잡아야만 했다.
우리처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겨우겨우 썽태우를 잡아 짐을 싣고 올라타, Y군에게 걱정과 위로의 미소를 날린다.

달달...부웅...하는 우람찬 소리를 내며 썽태우가 달기리 시작한다.
우리에게 손을 흔들던 씁슬한 미소의 주인공도 멀어져간다...
혼자...잘 버텨야해...!!
돌아서는 Y군의 어깨가 많이 무거워보인다...
멀어지는 우리의 리조트... 멀어지는 Y군...


별안간 L군이 꽥 비명을 지른다.
........
L군의 배표를 Y군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배를 놓치면, 오늘안에는 섬을 떠날 수 없다.
물론 선착장 가서 표를 사면 될 것이지만- 단순 1차원 아메바스런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던 느긋한 우리들은, 표가 없으면 못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_-;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 썽태우에서 L군이 날름 슈퍼맨처럼 점프를 하여 내리고...멀어지던 Y군을 향해 들입다 뛰었다. 달려...달려...
이 순간에도 나의 긍정 마인드로 인해, 뭐 어떻게든 되겠지..오늘 못가면 낼 가지 하는 느긋한 생각을 하며...L군도 안녕~ 하며 놀려먹고 싶은 주둥이를 꾸욱 눌러야 했다.

다행히 중간에 또 짐을 싣는 여행자가 있어...L군은 표를 받고 헐레벌떡 돌아와 다시 썽태우를 탈 수 있었다. 아~ 꼬창이여~ 끝까지 우리를 가만두지 않으시는 구나... 아니 우리 아해들을!
마지막까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L군.
순간의 뜀박질로 인하여 Y군에 대한 걱정을 싸그리 잊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금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방콕으로 향한다~

다시 카오산.

왔던 곳을 다시 오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장기 여행자의 특권...
그 곳의 변화와...그 동안의 나 자신의 변화를 감상 할 수 있는 것-.
나는 다시 돌아온 카오산에서...낯섬과 익숙함의 묘한 경계선을 본다.


하루하루 거쳐간 것 빼고...이번 여행중에 나는 크게 세번에 카오산을 겪었다.
예전 카오산에 올 때와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는 또 얼마나 달라진걸까?
카오산에 처음 도착했던 여행 초기의 내 모습, 설레임, 그리고 연말의 들뜬 분위기...
남부 여행 이후에 올라와 지독한 감기로 고생하며 일주일을 머물렀던 중반...
그리고...지금... 다시 돌아온 여행 막바지의 내 모습...
나에게 카오산은 여행의 시작점이요, 만남과 헤어짐의 보고요, 언제나 출발이었으며, 언제나 다시 올 수 있는 편안함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서울에 돌아와 글을 쓰는 내게 어쩐지 여행의 전부였던 것만 같은 아련함을 주는 그리움의 그 곳.

다시...카오산에 왔다.


성수기가 약간 지나서인지...카오산도 많이 한가해졌다.
그렇게 잡기 어렵던 숙소들도 빈방이 가득하였고, 거리는 눈에띄게 한적해졌음이 느껴진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언니는 ...행여나 방이 없을까봐 꼬창 가기전에 미리 방을 예약해뒀단다. --;
뭐, 언니로서는 조금 비싼방을 예약해둔 자신의 무지가 안타까웠겠으나, 나는 꽁짜로 비빌 수 있는 방이 있다는 사실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ㅎㅎ 언니~ 나 방 한쪽 구석에, 후렌치후라이에 캐첩 바르듯 살짝 언니한테 묻어갈께~

언니 방에 짐을 풀고, L군 방 잡는 것을 함께 한 뒤, 나의 친구님 방을 잡아주었다.
물론 나는 금전적인 이유로 언니 방에 얹히기로 하지만, 굳이 나의 친구님 방을 같은 건물에 조차 잡지 않은 것은... 뭐랄까 친구님이 오셔서 너무 내게 기댈 생각만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그만큼...나는 친구님의 태국 여행에 대한 무지가 겁이 났던 것이다...
아...나만 믿고 오는 거면 어떻게해??
나의 잘 적응된 익숙함을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난... 내가 스스로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좋단 말이다... 말하자면, 친구님의 가이드를 위해 했던 일을 반복하기엔...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일정이 너무나 아까웠던 것이다. ㅜ.ㅜ
...적어도 부디...가이드북 하나는 챙겨오시길 빌어본다.

그래도 행여나 친구님이 충격받으실까봐...내 딴에는 내가 카오산서 묵었던 숙소중 젤로 비싼 람부뜨리에 씽글룸을...것도 첵 아웃 기다렸다가 잡아주셨다. 후훗 이정도면 숙소때매 실망하진 않겠지!

친구님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어슬렁 어슬렁 카오산을 돌아다녔다.
로띠도 먹고, 망고도 먹고, 삼겹살 꼬치도 먹고, 찰밥도 먹고, 쥬스도 먹고...계속 먹는구나..--;;

하릴없이 노닥 거리는 와중에도 Y군이 사알짝 궁금하여 전화질을 아무리 시도하여도 응답이 없다. 이누므자슥, 그래도 어찌대따 한마디 해줌 어디가 덧나는가! 모두모두 저나기가 있단 마리다~
특히 혼자 남겨두고와서 마음이 영 편치 않을 L군에게 문자질이라도 한번 해주시지는...

L군과 언니는 카오산 거리를 바라보는 좌석에 앉아 맥주 일병씩 하며 노닥거리고,
나느 이제 드디어... 친구님을 모시러 가기로 했다.

굳이...모시러가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 사절.
말했지만 푸켓이 태국에 있는 줄도 몰랐던 인간이니...공항버스 타고 오면 한번에 온다 하는게...씨가 먹힐리가 있다.
하여...나의 공항버스비 왕복 300밧 날렸다 ㅜ.ㅜ
이게...내가 길거리에서 쓰레빠라도 하나 샀으면 하나도 안아까웠을꺼다.
아...진짜 꽁똔 날린다 생각하니 영...아깝기 짝이 없었다. 알지들 않나? 나의 하루 예산--;
하도 아까워 심지어 시내버스 타고 나갈 궁리를 이리저리 했으나...영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거기에..내가 무슨 여기 현지인도 아니고...모시러까지 가야해-_-??
...라고 생각하지만...다시말해 씨도 안맥히니... 잠자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써보자.
마인드 컨트롤 마인드 컨트롤...

대충 입국 심사 하고 나올시간에 맞춰서 게이트 앞에서 기다린다.
혹시나 두달만에 내가 친구님이 너무나 몰라보게 변화하셔서...행여나 몰라볼까봐 작은키를 까치발을 들어가며 이제나 저제나 나올까 오매불망 안절부절하다보니... 자꾸만 앞으로 전진하다가 경찰아저씨한테 따악 제지를 당했다.
아...네...하고 돌아서는데-
아니, 저기 저 젊고 심하게 건장한 서양 애들 세명은 떡하니 나보다더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암말도 안하자나????
지금 나 무시해??????
따지기 보담...슬며시 그 아해들 옆으로 붙어볼까하다가...
사람이 좀 치졸해 보이는 것 같아서...관뒀다.
..........치졸? -_-? 언제부터 내가 고상했지?

드디어 나의 친구님 도착!!!

근데 참으로 희안하다.
이렇게 타지에서 간만에 만나면 진짜진짜 방가워 기쁨을 주체할 수 없거나,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알았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껴안기라도 할 줄 알았다...
근데...이상하게- 그런 생각보다는 마치 엊그제 만났던 사람이 우리 동네에 놀러와 마중 나온 느낌이 들어버렸다. 나는 이 동네 사람, 너는 옆 동네 사람~ 뭐 이렁거.

내겐 2달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여행이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여행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해 버린 걸까?
아니면 내가 계속 돌봐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의 여행의 막바지에...나는 이렇게 심히 걱정되는 친구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밤 11시 5분 도착, 수속 밟고 카오산에 오니 거진 12시 반...
일단 짐을 풀라며...자랑스레 데꼬간 람부뜨리 빌리지의 씽글룸을 본 친구님의 한마디는

"애개? 방이 뭐 이래?"

로띠를 한 조각 입에 쑤셔 넣어주자... 반응은...

"엑..나 딴거 먹을래"

신선한 오렌지 쥬스를 사서 자랑스레 내밀자 역시나...이번 반응도...

"뭐 이거 약먹는 기분이다!?"


나는 재차 상기시켜 줘야 했다.

나는 관광객이 아니요...장기 여행자니...
우린 서로 여행 스타일이 달라요~
나...댁 같은 단기 여행자가 누리고 싶어하는 호사 못누립니다.
그렇게 누렸으면 벌써 한국 돌아가야 했어요~
그러니...내 여행 스타일과 안 맞다 싶으시면 따로 댕기자구요...내가 잘 댕길 수 있게 나의 지식을 전수해 줄 터이니...

"알았어 알았어! 근데 나 씨푸드랑 맥주 먹고 싶어. 어케 안대냐??"




..........
첫 날이니까...봐줬다...
그리하여 바닷가 가서도 잘 안먹었던 씨푸드를...
여지껏 여행 기간 통 틀어 합쳐도 한명도 먹지 않았던 맥주를...
카오산 길바닥에서 , 것도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어그작 어그작 씹었다.
더불어 나의 앞 날들에 대한 걱정도 어그작 어그작 씹히드라...


.....
그치만...아무래도...
나의 칭구님이 한국에 가는 날까지,
혹은 내가 태국을 떠나는 날까지...
빼도 박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팍...든다...




11 Comments
바보뚱땡이 2008.05.24 23:56  
  항상  재밋게  봅니다...항상  신나는  일만  있기를.....

오늘도  화이팅..
카프리스 2008.05.25 01:06  
  ㅋ 신분하락...그 심정 이해가 됩니다...ㅜ.ㅜ
보슬이... 2008.05.25 03:17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
항상배고파 2008.05.25 05:05  
  불꽃바지가 어울림[[고양땀]]
s0lov3 2008.05.25 10:45  
  싸이 페이퍼에도 올리 셨네요~~^^
대단해요!! 이렇게 꾸준히 올려 주시다니!! ^^
고마워요~~
남의 여행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 하네요!!^^
닥터조 2008.05.25 17:31  
  ㅋㅋ 친구때매 신분 상승 하세겠네요.....^^
이상한 나라 2008.05.25 21:09  
  휴...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네요~^^

모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곱빛깔무지개 2008.05.26 13:30  
  Y님.. 무사히 방콕으로 이동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 로띠가 그립네요. 내년 봄에 있을 장기 여행을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늘 감사합니다~ ^^
이상한 나라 2008.05.26 17:56  
  Y군은 곧이어 재등장예정^^;
엘마 2008.05.27 16:21  
  소심녀님 집 컴푸러가 맛이가서 겜방와서 읽고 있어요

근데 찬찬이 읽고보니....

소심녀님 약간 까칠하실것 같어유~맞쥬?
이상한 나라 2008.05.27 16:57  
  원래 소심하면 까칠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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