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남자 둘이 여행한 방콕/코사멧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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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남자 둘이 여행한 방콕/코사멧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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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9시쯤에 눈이 떠졌다. 네다섯시간 정도 잔 것일까? 여행에 대한 다급함이나 여행mate에 대한 조금의 책임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신 못차린 상태지만 눈꼽을 떼고 창문을 젖히고 생존셀카도 한방 찍고,

생존셀카

화장실로 반 기어갔다.

머리를 감는동안 드는 생각이, 아직까진 내가 여행에서 체력이라는 부분을 이슈삼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머리를 감고 흰 수건을 뒤집어쓰고 바깥으로 나와 운봉이형이 누워있는 침대를 쳐다볼 때, thanked again.

he

일어나세요.

정신을 못 차린다.
아홉시반
일어나세요.
사십오분
형.
오십오분
일어나라니깐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다.

아 뭐야..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 하면서.
그러다가 그냥 동네 구경이나 나가야지 싶어 키를 가지고 바깥으로 나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문득 음료가 먹고싶어 주머니를 뒤져보니 15밧이 있다. 이걸로 살 수 있는 음료가 있겠지? 세븐일레븐에 가보자.

걸어서 5분거리인 입구까지 나가야하지만 뭐 나갔다. 동영상까지 찍으며 뚜벅뚜벅 걸어가서 잘 살펴보니 유리병에 담긴 캔 크기만한 펩시가 14밧에 판매하길래 이거다 싶어 집어들어 계산하고 쪽쪽빨며 돌아서 다시 호텔로 걸었다.

다 마셨지만 병이 귀여워 들고 4층까지 올라서 문을 여는데.

역시,
정신을 못차린다.

일어나세요 형 일어나라니깐요.

"몇시냐"
"열한시 다 되가요."
"아...알았어"

그러고도 한 십분 더 자더니 부시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상태가 좀 안좋아보인다. 역시 여행도 여섯시간 이상 숙면을 해야 하는데.

시계를 보니 또 슬슬 짜증이 날까싶어 책을 한권 들고 1층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내려갔다.
체크인 할 때 준 웰컴드링크(딴건 아니고 음료쿠폰)을 하나 들고 cafe de salil 에 가서 물었다.
"이거 쓸 수 있어?"
"이걸로 오렌지주스밖에 안돼"
"어, 좋아. 줘."
"응"

아침마다 피쳐로 갔다놨던 오렌지 주스지만 앉아서 책이나 읽자 싶어서 내려온거라 뭘 주든지 솔직히 상관은 없고 일단 자리에 앉아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가만히 읽다보니 에어컨 바람이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문을 열고나가 테라스에 앉았다.

테라스 앞에 트럭이 한대 서 있는데 안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새소리와 함께 묘한 배경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괜찮네."

책을 읽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더니 트럭기사분보고 뭐라고 뭐라고 한다.
나를 배려해준 것 같은데, 테라스 앞에서 이러지 말고 차 앞으로 빼라고 뭐 이러는 것 같았다. 트럭기사분은 알았다고 하면서 차 시동을 걸고.

"괜찮은데."

이러다가 저러다가 책을 읽고 있는데 운봉이형이 내려왔다.

"미안"
"ㅎㅎㅎ"
"형 저 책 갔다놓고 올게요"
"어 오는길에 선크림이랑, 이 안경좀 내 자리에 다른거 있는걸로 바꿔와라"
"넹"

찾아봐도 안경은 어딨는 지 몰라서 선크림을 가지고 내려오고.
클럽카에 앉아 선크림을 바르며 우리는 출발했다.

시계를 보니 열한시 반이 조금 넘을 무렵, 오늘은 조금 늦게 시작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을꺼야.

10밧을 팁으로 주고 내렸다.
걸어서 수쿰빗 역까지 간 다음에 MRT타고 짜뚜짝시장을 가기로 하고, 건넛길로 건너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길을 건너는데 왠 개들이 이렇게. 태국엔 개들이 왜 이렇게 많지..?

옥상의 개들

길을 걸어걸어 아쏙역을 지나갔는데도 수쿰빗MRT가 보이지 않자, 뭔가 찜찜했다. 어디있는거야 싶고..
주위를 보니 왠 남녀가 종이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살펴보고있는데, 종이에는 영어로 '관광객설문조사' 라고 써 있길래 영어가 좀 되지싶어 물었다.
"수쿰빗역가려는데 어디있어? MRT.".
"아, 저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 돼. 앞에 빨간 지붕 보이지?"
"어."
"거기야."
"오 ㄳ"
"응"
1분만 더 걸어가면 나올 것을, 그래도 물어보는 게 재밌다 후후.
수쿰빗역에 도착했다.
내가 자꾸 MRT MRT 하는데 이게 뭐냐면, 쉽게 생각해서 BTS는 지상철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MRT는 지하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상철이라고 한국의 국철처럼 후진건 아니고 둘다 (우리나라와)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시설이 굉장히 좋다.

아무튼 티케팅을 했다.
여긴 티켓이 대구지하철같이 코인형태의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다. 사용법은, 들어갈 땐 교통카드 찍듯이 찍고 나올땐 넣는거다.
열차 안으로 들어서니 한국보다 조금 좁은 느낌도 들고 사람들이 다 앉아있고 거의 우리만 서있자니 좀 쪽팔리기도 했다.
앞을 보니 한국 여자아이가 태국여자아이와 얘기중이던데, 아는척할까도 싶다가 여행 온 것 같고 지금 여행중인데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아 모른 체 했다.

자리가 나서 얍삽하게 먼저 앉아버리고, 서 있는 운봉이형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운봉이형이 내 위에 뭘 보더니 막 웃는거다. 뭔데요 하고 물으니, 노약자석 안내 그림에 '승려에게 양보' 그림도 있다는 거였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올려 그림을 보니 정말 재미있어 사진으로 남기려고 사진기를 들어 찰칵했다.

'찰칵'

승려 배려

헉 썅;;;;;;;;;;;;;;;;;;;;;;;;;;;; 이 안에서 플래시가 왜 터져;;;;;;;;;;;;;;;
찍고 쪽팔려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형 사람들이 봐요?"
"-_-; 안봐"

뭐 이렇게 쌩쑈를 하다가보니 다 도착해서 내렸다.
와, 내리고 올라서는데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독일스러운 타이포그라피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정돈된 느낌.

타이포그라피

어느 출구로 가야할 지 잘 몰라서 아무데나 막 걸어다니고 있는데 10대인지20대인지 판단이 안되는 이상한 애들이 tv카메라도 없는데 마이크를 들고 버라이어티를 하고 있길래, 뭔가 싶어서 운봉이형과 팔짱을 끼고 구경하고 있었다.

얘네들 웃겨서 떨렸어

구경하고 있는 우리가 신기했는지, 사회를 보던 아이가 나보고 나오란다.
어쩌자는거지 싶다가도 밉보일 건 없어 앞으로 걸어갔다. 왠지 인터뷰가 있을 것 같아 카메라를 운봉이형에게 맡기고.
"형, 이거 동영상 좀 찍어주세요"
"어..?"

나가서니. 나에게 묻는다.
"자, 이름이 뭐죠?"
"그냥 '송'이라고 불러"
"이름이 '그냥 송이라고 불러' 인가요?"
"아놔.... '송'"
"아, 네. 사진 찍어요"

그러니까 어디선가 사진찍는 애가 막 왔다. 그러더니 사진을 찍는다.
포즈한번 취해주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러곤 자리를 피했다-_-;;;;;;;;;;;;;;;;;
여기저기 역 안에서 찝쩍대며 돌아다니는 데, 약간의 축제마냥 이런 저런 이벤트들이 벌어지는 듯 했다. 토요일 프리마켓이 열리는 홍대 놀이터 근쳐와 닮았달까?

와 뭔가 예술같이

나갈 곳을 찾아 나가니 햇볓이 따사롭다. 이러니까 아침에 와야하는데 하면서도 그냥 즐기자는 마음에 걸어가는 사람들 뒤를 종종 쫒아간다.
코너를 돌고나니 뭔가 노점상들이 쫙 펼쳐진게 시장 분위기가 난다. 냄새도 난다. 음식냄새-_- 쾌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피해서 건너편으로 넘어가고, 또 걸었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다시한번 코너를 도니 시장 입구같았다. 사람들이 막 있는게 시장 분위기가 더 난다.
옆에 커튼 가게가 있길래 보니까 살만한데 음 눈만 찍어놓고 들어갔다.
이것저것 막 구경하니까 진짜 재미있다. 뭔가 살만한 것들도 팔고, 이런 걸 왜 팔어? 하는 생각이 드는 물건들도 더러 있고.

카우보이걸


재미는 있다지만 좀 안타까운건 뭔가 구걸컨셉의 사람들도 좀 있었다는 것. 처량하게 춤을 추는 카우보이걸이나, 뭐 그런 사람들. 괜히 쳐다보기 싫어 사진 한두장 찍고는 다시 카메라를 그들에게 돌릴 수 없었다.
좀 좋은 컨셉의 구걸 케이스는 학생들인데, 교복을입고 '이거 지금 학교에서 배워온거야' 하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음악을 연주하는 친구들이었다. 세월네월 자리에앉아 지켜봐주고 싶었는데 운봉이형이 자꾸 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고즈넉이 즐길 수 없었다. 어딜 자꾸 앞으로앞으로 가자고 하는건지 ㅋㅋ carpe diem!!ㅋ

폴로티 사세염
사람들 슬슬 모인다
무너뜨리면 죽어
팔아요 팔아

여기저기 떠돌다 목이 말라 물도 사먹고, 운봉이형은 배가 고파서 닭꼬치도 사먹었다.
닭고치 사먹는 운봉이형 표정이 매끄럽진 못했는데, 이 음식이 후에 대단한 태클을 제공했다는 사실.

운봉이형 배아픔의 원흉


아무튼 자리를 옮겨 뭔가 밥될 것을 찾다가 아까 점 찍어둔 왕새우(이거 한국말로 뭐라고 하던데 난 잘 모르겠다)를 사먹었다.
자리에 앉아서 쩝쩝거리고 먹는데 진짜 맛있었다.

왕새우 까먹기
운봉이형 먹기전에 손 닦기


그리고 일어나 걷다가, 뭔가 이쁜 바닥의 쪼리도 구매하고, 회사 팀원들에게 건넬 비누도 구입했다.
무조건 50밧! 뭐 이렇게 써있길래 보는데 비누가 세개들이도 50밧, 두개들이도 50밧이다.
이게 뭥미 싶어서 물었다,
"아줌마, 이거 세개들이랑 두개들이랑 똑같이 50밧?"
"싸잖아, 싸잖아"
"그래서 같다고? ㅋㅋ"
"ㅋㅋ 싸잖아"
"ㅋㅋ 알았어"
"싸..ㅋㅋ"
어이없었지만 세개들이를 거기 있던 3셋트 모두 구입하고 두개들이짜리 하나 사서 200밧을 내고 11개를 가지고 나왔다.

S라인 마네킹

이래저래 구경하고나니 시간이 많이 지나고 체력이 많이 지나서(??), 그리고 운봉이형이 자꾸 배가 아프다고 그래서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나섰다.
나는 MRT타고 가고싶었는데 운봉이형이 택시 타자고 해서 샛길로 빠져나왔다가 또 얘기가 이래저래 바뀌어서 MRT를 타러 가려는데 역이 어딨는지 몰라 잡히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자고 했다.

여기서 웃긴 일. 길이 막혔다가 뚫렸다가 가고가고 말고 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는 '기름 좀 넣자' 하더니 택시 시동을 꺼버리고 내리는거였다.

"뭥미.. 미터기는 왜 끈데"
"얼마나왔었지?"
"몰라요"
"낚였다 시바"
".........ㅋㅋㅋㅋ"
"아놔~"
"별 일이 다 있네...ㅋㅋㅋ"
"아 나쁜 택시기사한테 걸렸다"
"아...."

기름 채우고있는 동안 우리 끼리 불안해서 이거 뭐지 아 어떠카지 이러고 있는데,
택시기사 돌아와서 시동 켜니.
"어, 미터기 계속 이어지네"
"아, 시동 켜놓으면 계속 돈 나가니까 배려해줄려고 껐나보다. 택시기사 착하구나..."
"짭짤"
"짭짤"

우리끼리 사람 하나를 들었다놨다 하고 짭짤짭짤거리니 우리신세 참 처량하고 옹졸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 그깟해야 사기를 쳐도 만원도 안되는 돈인데. 사람을 마음으로 할퀴고 뜯었으니.

아무튼 늦은 오후가 되어 호텔로 돌아왔다.

점점 지저분해진다

어저께 무슨 이유인지 route66예약을 위해 받았던 san의 연락처를 내가 잊어버렸기에, 오늘은 조금 일찍 (9시전에)가야 된다고 서로 얘기해서,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하고... 남는 시간엔 뭘 할까 하다가 호텔인 나나역 근처 맛있는데서 저녁을 느리게 오랫동안 먹기로 했다. 이 얼마나 넉넉한 스케쥴인가!

운봉이형이 샤워하는 동안 인카운터를 뒤적거리며 맛난 정보가 없나 둘러보고 있었다.
괜찮은 곳을 두어 여기저기 가자는데, 알았다면서 자꾸 배가 아프단다. 왜 배가 아프지.
나도 씻고 나와 이제 옷을 입고 가려는데, 오늘 입으려는 옷이 디게 찝찝해져서 어쩔 수 없이 어제 입은 흰셔츠를 다시 입었다. 쫌 쪽팔리긴 하지만, 설마 오늘 나같이 이틀연짱으로 route66에 오는 친구들이 있겠어? 하는 마음에.

찢어진 청바지 시원하다

이래저래 정리를 하고 바깥으로 나와 밥집을 헤메고 겨우 찾아 들어갔다.
우와 인테리어가 꽤 괜찮네.

멋져

콘돔 컨셉의 밥집인데 음식은 태국음식을 외국인들 입맛에 맞게 부담없이 내어오는 요리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다.
오늘은 왠지 운봉이형이 주문을 주도하고. 나는 된장컨셉으로 사진과 동영상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저런 음식들을 시켰는데 다 맛있다-_-
무슨 게를 삶아서 껍질 째 먹을 수 있는 요리랑, 볶음면같은 요리랑, 또 뭐 암튼 막 시켜서 먹었다. 오랜만에 맛있게 먹는데 운봉이형은 또 배가 아프다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먹기는 많이 먹었다.
먹고나니 후식(?)으로 콘돔을 두개 주네. 남자 둘이서 왔는데...

남자 둘이 밥먹으니 콘돔 두개 주는데...
나오는 길에이것 저것 둘러보고,
민트내놔
safety first.

들어갈 땐 해가 있었는데 나오니까 달이 있다.

맛있었어


어둑어둑해진 밤이 되어 이른시각에 route66에 가는 민망함이 많이 줄었다.

택시를 타고? RCA.
8시반정도가 되었는데 RCA에 도착했다.

OK, LET

route66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자리를 물었는데 거의 없데, 구석 floor 아래에 겨우 자리를 구해 앉았다.
사람은 없었는데 테이블은 거의 다 occupied. 예약했나보다.

route66 예약되어있는 테이블

한 30분 정도 있자니 사람들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음이 완전히 풀어져 왁자지껄 재미있게 놀기 시작했다.
사람이 역시 엄청 많은지, 이상한 친구들이 와서 합석을 요구한다. 그래 마음도 넓어졌으니 와서 놀아라.

괜히 친해졌다.
막 놀고 지지고볶고 난리도 아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잠깐 화장실 간다고 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ROUTE66 EAST SIDE

아무데나 아무렇게 앉아있는데 왠 외국인 여자애 두명이 옆에 앉는다.
이때 괜히 좀 쫄았는데, 이 마음을 무마시켜보자 하는 마음에 먼저 말을 걸었다.
"몇시야?"
"어, 몇시."
"아. 고마워. 어디서 왔어?"
"캐나다. 넌?"
"한국. 알아?"
"어 알아"
"어."
"여행 왔어?"
"어. 여행 왔어, 너도 여행 왔겠네"
"어..."

캐나다 애들이 많이 놀러오네.
뜸해졌다가 이번엔 걔가 다시 말을 건다.
"있잖아 뭐 하나 부탁해도 돼?"
"뭔데?"
"여행 중에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내가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싸인을 여기 연습장에 모으고 있거든, 너도 해줄래?"
"아, 그래? 재밌다. 펜 있어?"
"어 있어, 여기"
"어 연습장 줘봐.(슥슥)"
"싸인 멋있다"
"..."
"여기. 다했어"
"고마워, 이제 우리 가야겠어."
"응 잘가"
"어, 대화 즐거웠어! 하이파이브하자!"
쌩뚱맞게..
짝!
다음애가 또 하이파이브를 요청.
짜.... 빗맞았다-_-
"자, 팔꿈치를 봐바, 내 팔꿈치를 맞추는 느낌으로 하이파이브 하는거야!"
내가 볼땐 너네들 술먹어서 잘 못 맞추는 것 같은데...
"그래! 짝!"
짝!
들어갔다. 꽤 귀여운 애들이네. 생긴것도 행동도.

이래저래 바깥에서 쉬다가 다시 들어가니 계속 난리 났다. 운봉이형은 왠 남자와 잠시 포옹을 하길래 왜요 뭐길래 싶어서 운봉이형한테 물어봤는데
"얘 게이래 ㅎㅎ"
"아 진짜요?ㅎㅎ"

암튼 막 놀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두시에 가까워지자 합석했던 아이들이 간다고 한다.

"응 잘가."
"안녕"

우리도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고 잠깐 화장실에 갔다왔더니 걔네들 중 일부가 또 있고, 운봉이형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운봉이형이 그러기를,
"얘네들이 어디 가서 같이 한잔 하면서 놀자는데"
"엥?"
"가자 뭐 그냥 재밌잖아"
"아..."

피곤하고 별로 안땡기는데.. 푹 자야 내일 일찍 코사멧으로 이동하는데..
"네.. 가요"

그러고 우리는 바깥으로 나왔다.
"우리 어디로 가요?"
"어. 몰라"

걔네들 한테 물었다.
"우리 어디로가?"
"^^"
"춤추러 가?"
"ㅇㅇ"

오.-_- 새벽 두시 넘어서까지 하는 곳을 아나보네.
택시에 타려니 또 무척 피곤했다. 두시도 넘었는데..
"형 저 그냥 집에 가면 안되요?"
"야, 그냥 가 뭐 어때"
"어떤게 아니라..."
어쨌든 택시를 두대로 나누어 탔는데 한 30분을 탔다. 라차다 쪽으로 가는 것 같았다.
무슨 나이트같은데를 갔는데, 앉아있자니 한 10분뒤에 또 나오란다.
"왜?"
"경찰이 왔어"
아, 단속왔네.
술들을 박스에 담더니 테라스로 옮겨준다.
우리끼리 주루룩 모여서 앉았다.

새벽 세시 반, 로컬애들 다섯명과 우리 둘.
생각해보니 이거 재미있는 자리네.
막 별 내용도 없는 얘기 떠들고 그랬다. 대형 스크린에서 박지성경기가 하길래 뭐 그런 얘기 하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내 앞에 게이라는 애가 자꾸 나한테 관심가지고 그래서 찝찝해하고 있는데 애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나를 조금 의심(?)해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게이인지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옷차림 때문인가. 아 썅-_- 아니라고.
이래저래 시간이 네시가 넘어버려, 이제 슬슬 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재미있었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리를 일어섰다.

택시타는 입구까지 나가는데 한명한명 포옹을 해줬다. 그 게이 친구랑은 악수만-_-
그러고보니 얘네들은 개방적이고 순수했다. 처음보는 외국인들이랑 놀자고 하고 이렇게 밤 새도록 떠들고, 놀고.

만약에 나랑 친구들이랑 셋이서 플스방에서 게임을 하는데, 미국인 세명이 와서
"자리가 없는데 위닝 3:3하지 않을래" 라고 물으면 알았다고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을까?
같이 한 다음에, 게임이 재미있었으니 우리 떡볶이 집가서 같이 먹지 않을래. 뭐 이렇게 먼저 얘기 꺼낼 수 있을까?

낮에 택시를 타면서 기름 채우는 택시기사를 한번 들었다놨고, 이런 일들을 하루에 몇 번 겪으면서 나의 마음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을 믿진 못하더라도, 누구나 무조건 무한히 사랑하자.

택시를 탔다. 창문 바깥으로 애들이 손을 흔들고, 게이 친구는 간접키스를 창문에 댄다-_- omg.
다섯시가 다 되어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체크아웃하고 에카마이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고 코사멧으로 어서 이동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침이 오고 있었다.


너무 피곤하여 일단 자야했다.
아마, 침대로 쓰러지는 순간.
아무리 길어봤자 3분이 안되어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방콕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끝이났다.

---------------------------------------------여긴 flickr동영상이 안올라가네요, 동영상을 포함한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도 게재 하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songsl/

그리고 flickr에 좀 더 많은 사진/영상을 올려두었습니다.
http://flickr.com/photos/songsl/sets/72157604770745726/
10 Comments
songsl 2008.05.23 00:51  
  위에 동영상이 안떠서 링크를 따로 겁니다.
<a href=http://www.flickr.com/photos/songsl/2505429700/ target=_blank>http://www.flickr.com/photos/songsl/2505429700/ </a>
얘네들 위 얘기에서 잠깐 인터뷰? 했던 애들인데, 짜뚜짝 지하철 안에서 만난 애들이고요. 얘네 정체 아시는 분 있나요?
Leona 2008.05.23 12:53  
  민주당 사이즈와 공화당 사이즈...차이가 뭘까요;;; 으음;;
나마스테지 2008.05.24 03:51  
  사람을믿진못하더라도누구나무조건무한히사랑하자-여행기최고의멘트...멘토?? ^^
songsl 2008.05.24 16:27  
  Leona//제가 리플을 이해못했네요^^;;
songsl 2008.05.24 16:28  
  나마스테지//나머지도 어서 올리도록 할게요, 여행 즐겁게 하고 계시죠? 추억 많이 만드세요^^
Leona 2008.05.24 17:00  
  사진 중에 민트 대신 콘돔 가져가란 안내문 밑에요...
콘돔박스에 적힌 문구 보고 질문한거에요...ㅎㅎ
songsl 2008.05.24 17:36  
  Leona// 찍을때도 모르고 올릴때도 몰랐던 내용이네요 ㅎ 찍기전에 봤으면 내용물들을 확인 해 보는건데..
사진좋아 2008.05.24 23:56  
  택시 얘기 재미있네요...ㅋㅋㅋ 믿지 못하는 맘에 어딜가나 사람들었다 놨다하는 건 마찬가지 인듯..ㅋㅋㅋ
songsl 2008.05.25 07:45  
  사진좋아// 그러게요. 이런 맘을 점점 줄여야 아름답게 살 수 있을텐데말이죠..ㅎ
하니4 2008.05.2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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