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DJ의 좌충우돌 여행기 : 피의 역사가 묻어있는 헬파이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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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DJ의 좌충우돌 여행기 : 피의 역사가 묻어있는 헬파이어 패스~

DJ군 1 975

일어나자마자 방에 널부러진 것들을 배낭에 쑤셔넣고, 체크아웃 수속을 밟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버차지는 면했군.) 체크아웃 후 숙소에 배낭을 맡겨놓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적당히 싼(선풍기는 달린)버스를 잡고 헬파이어 패스로 달리길 2시간, 언덕위로 그 곳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적지라서 그런지, 유적에 도착할쯤에는 날씨가 흐린 상태, 원래 이곳은 싸이욕노이 폭포를 본 후, 가려고 했던 곳이나, 여러가지 사정(이유가 궁금하다면 아홉번째 여행기를 읽어보시길)으로 동굴탐험으로 대체, 그 과정에서 옷과 몸이 그지꼴이 되부려 물의 이름으로 정화(?)한답시고 폭포에서 딩굴거리다 보니 못갔었는데, 이제서야 그 한을 풀기 위해 먼길(?)을 돌아온 것이죠.

피의 역사가 묻어있는 곳, 그래서 지금도 아픈.......헬 파이어 패스


지 난 여행에서 죽음의 철도와 콰이강의 다리를 둘러보며, 그곳에 얽힌 일본이 저지른역사를 알게 되면서 그것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헬파이어패스를 둘러보기로 결정하게 되었죠.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를당한 나라라서 그런지 그들이 관여한 역사는 민감한가 봅니다. (그렇다고 필자가 일본을 무조건 싫어하는 건 아니며, 역사에 관심이 많아 호기심으로 가보게 된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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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헬파이어 패스 이정표

유적은 호주정부에서 지어준 기념관과, 죽음의 철도공사 현장이 보존되어 있는 유적지구로 나뉘는데, 기념관은 나중에 둘러보기로 하고, 유적지구부터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곳곳에는 철도건설에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과, 그들을 추모하는 글들이 올려져 있길래 묵도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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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헬파이어 패스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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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헬파이어 패스의 이정표와, V협곡(저걸 사람의 손으로 팠다고 한다. 아무런 도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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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헬파이어 패스공사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추모비(호주정부지원으로 세워짐)

죽은사람들의 사진과 추모글이 있는 곳은 V자 협곡이었는데, 부근에는 돌이나 도구들을 운반하는데 쓰였을 법한 차와, 끊어진 철로가 있었는데, 이것들은 당시의 상황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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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헬파이어 패스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들..

그렇게 유적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해 소리가 나는쪽을 돌아보니 단체로 관광을 온 한무리의 서양인들이 추모비 앞에서 웃으면서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기를 들이대는데, 그 모습이 은근히 신경을 거슬리게 만듭니다.

뭐 사진을 찍는건 자유지만, 그것을 하기 전 죽은이들을 위해 애도를 표하는게 순서가 아니던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이도 필자보다 많아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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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헬파이어 패스 (죽음의 철도) 공사현장... 당시의 처참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_kaAmo_##]다음으로 기념관에 가서 관련 자료와 역사들을 살펴 보았는데, 비디오룸에는 철로공사의 과정과, 역사 그리고,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영하고 있었는데, 포로들은 24시간 2교대로 일을 했으며, 밤에도 횃불을 피워가면서 손으로 돌을 깨고, 바위에 구멍을 뚫었는데, 여기에 필요한 도구가 지급되지 않아, 손으로 파거나 그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죽어가는 사람이 생겨도, 일본군들은 그들을 예외없이 노동에 동원시켯으며 그런 모습을 본 포로들이 붙인 말이 헬파이어(지옥의 불)였고, 그 곳에 철로을 뚫었다 하여 헬파이어 패스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귓동냥으로 들은거지만, 이 곳의 현장감독을 한국인이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꽈이강의 다리 공사감독도 한국인이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알게되니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던 기이한 형태의 도구가 왜 만들어 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으며, 사람들은 생사에 가로놓이게 되면 얼마나 큰 힘이 생겨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점을 잔인하게 이용한 일본군들도 잔인함도 그렇지만 많은 희생을 치뤄가며 건설된 철로가 전쟁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것에 대해선 비애감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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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칸차나부리 UN군 묘지

칸차나부리로 돌아와 짐을 찾으러 숙소로 걸어가는데, 그 길목에 커다란 묘지가 보이길래 들어가보니 2차 세계대전때 참전한 UN군의 묘지였는데, 잠시 묵도를 하였습니다.

안녕, 칸차나 부리


짐을 찾은후, 터미널로 가서 방콕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출발을 기다릴 무렵,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 세명(아직 파릇파릇하다)이 버스에 오르더니 필자를 보고는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필자가 앉은 자리의 앞과 옆자리를 차지) 가방에서 뭘 꺼내더니(학교에서 교과서로 보이는 영어책) 필자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는데 귀여웠습니다. ^_^

여자친구 있어요?

그 녀들은 필자와 이름, 나이를 주고 받은 후에 여자친구 있어요? 라는 파격적인 질문으로 필자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보통은 '한국 어때요?'라는 식으로 문화로 넘어가는게 보통인데~ 그래도, 어린 학생들에게 여자친구 하나 없다고 하기엔 필자의 이미지가 구겨질까 (이미지도 없는 주제에......) 여자친구 있다고 구라(거짓말)를 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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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 칸차나부리에서의 마지막을 즐겁게 해준 친구와 함께.

그 녀들은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천진난만한 얼굴(?)로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필자의 얼굴에 들이대면서 몰카를 연달아 찍고 나서는 (태국에 핸드폰 카메라가 있는게 놀라울 따름.... 하하.. )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데 사진을 찍을 만한 몰골이 아니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그녀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에 당해내지 못하고 순순히 응(?)해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결과 필자의 머리털은 이상하게 삐죽삐죽 튀어 나와 @#@%@%% (말로 표현 못하겠다.)있는 상태라 사진을 지우자는 말을 해 보지만, 그것이 먹히지 않자 얼굴은 순식간에 홍당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화끈하게 함 가보기로 결심하고 묵직한 카메라를 꺼내 태연하게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니 그녀들은 서로 좋다며 난리법석을 피웁니다.(대체 뭐가 좋은건지..^^;;) 여자애 한명에게 카메라를 부탁하고, 사진을 찍는데 주변으로 부터 느껴지는 태국 사람들의 시선은 찌릿(!) 했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는 소동(?)이 점점 소강상태로 접어들 무렵, 하고 싶은 말이 더 남았는지 영어책을 펼쳐들고 온갖 요상한 질문을 해대는데 외국인이라고 거북함을 느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녀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헬파이어 패스에서 우울 모드가 되어 있었는데, 이내 천진난만(-_-)한 모습으로 변신에 성공하였죠.

중간에 그 여자애들은 내렸는데, 헤어지가가 아쉬운지 잊지말고 연락해 달라며 이메일과 간단한 편지를 써서 건네 주었습니다. 필자도 이메일이 적힌 쪽지와 남아도는 여권사진을 건네 주면서 다음에 다시 볼것을 기약하고 그녀와 작별을 했습니다.

이때 명함같은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쉬움을 달래며 어두운 야경과 음악을 벗삼아 방콕으로 가는 3시간동안 잠을 청합니다.

칸차나부리에선 한국에 있으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은 다 해본 것 같습니다. 길가다가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저녁을 얻어먹기도 하고, 티비에서만 구경하던 생야생 동굴탐험도 해보고, 게임속의 주인공이 되어 걷고 싶었던 철교를 건너보고,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

칸차나부리가 필자에게 선물해준 것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칸차나부리리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여행경로
칸차나부리->버스터미널->싸이욕 노이 -환승-> 헬 파이어패스-> 칸차나부리->UN군 묘지->방콕행 버스
글 : Mr.DJ
1 Comments
맨날2학년 2008.07.31 08:32  
  여자친구 있다고 구라(거짓말)를 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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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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