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62일째 끄라비에서~
부끄럽게도 제 사진만 올립니다. 것두 한군데서 찍은 것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메모리 카드의 곤조로 인해...사진이 이거밖에 안남아서요. 인물에 주목하지 마시고...그냥 푸르른 바다와 하늘에만 집중해 주시길~^^;
2008년 2월 25일 여행 62일째
아침에 부스스 눈을 뜨자마자 기대감이 솟아 오른다.
다툼끝에 어렵게 얻은 우리의 방은 아침 부풰가 포함되어 있었고,
지금껏 여행하면서 부풰 주는 숙소에서 묵어본 적이 거의 없기에 오늘은 눈뜨는 순간 밥먹자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뭐...언제는 안그랬냐마는...ㅎㅎ
자고 있는 칭구님을 발로 툭툭 건드려 깨우며,
지금 안 일어나면 나 혼자 먹는다...협박을 한다.
그 어떤 고함에도 잘 깨어나지 않던 칭구님이 부스스 정신을 차리려 애쓰신다.
역시 밥의 위력은 대단하여라.
세수도 안한 채 털레털레 식당으로 내려온다.
그까짓 부풰 해 봤자... 늘 먹던 아침 식사를 그냥 종류별로 모아서 펼쳐논 그 뿐 아니겠느냐? 하던 일말의 의심이 펼쳐진 메뉴를 보는 순간 황홀함으로 바뀌어버렸다.
꺄아... 내가 늘 먹던 것 뿐만 아니라, 아침 식사 메뉴판에 있는 모든 걸 펼쳐논거네!!
오늘은 점심을 안먹어도 될 만큼 먹어주리라.
우선 씨리얼과 요거트로 쓰린 위장 한번 달래 주시고,
늘 먹던 쨈바른 빵으로 메인을 하시며, 더불어 핫 케잌을 피자 조각크기로 서너조각 잡수시고~
한국에서도 안챙겨 먹던 한국식이랍시고 종류별 밥 한번 쑥 훑어준 뒤,
과일로 입가심 날리며, 쥬스와 커피로 마무리.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며, 나의 칭구 한 마디
"역시~ 니가 방을 잘구했어! 장하다!!!"
지금 나 놀려-_-? 어제 우리 방 때문에 싸웠거든-_-?
.......놀리는 거 맞는 거 같다
이 완전 사랑스러운 리조트에서...역시나 뽕을 뽑기 위해, 밥 먹고 재빠르게 수영 한 판 때려주었다.
아~ 진정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수영이리라
오늘따라 물 속에서 내 몸이 자유로히 날아갈 것만 같구나!!
11시 첵 아웃임에도 배째라 12시에 키를 반납하고 배를 타러 나섰다.
들어왔던 선착장에 가서 주변을 서성이니, 끄라비까지 1인당 100밧에 택시배를 태워주겠단다. 올때보다 비싼 가격이라 살짝 망설여 보지만- 바로 출발한다는 말에 성큼 배에 올라탄다.
우리의 배는 다시봐도 멋진 절벽이 아름드리 펼쳐진 망망대해를 달린다.
우리는.....드넓은 바다위를 달리는 꼬리배 위의 자유인!
배를 전세 낸 탓에... 바다를 떠나는 아쉬운 마음에...
진정으로 "미친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아주...미친듯이!!!
(바다를 음미 중 설정)
(뭐가 보이냐!? 설정)
(이거 다 내꺼야!! 설정)
(바다의 묘령의 여인)
하도 사진을 찍어대니까... 운전 아저씨가 여기 한 바퀴 다시 돌아줄까 하고 묻는다.
아...아녜요 아저씨. 우욱. 카메라 가득한 사진들을 보니 멀미하겠어요 이제.
근데 이상하다.
내린 곳이 어제 우리가 배를 탔던 곳이 아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해변을 달리는 도로와 번화하게 솟은 건물들이 펼쳐져 있는 것이...
타운의 번화가 한 가운데 내린 듯한 기분!
...........어제 왜 일루 안온거야!???
육지에 올라 조금 걸으니...그 유명한(?) 끄라비 타운 시내가 바로 나왔다.
보그 백화점도 보이고 그 앞에 시장도 보인다.
여기서 내가 눈 여겨 본 것은 오토바이.
뭐 이렇게 오토바이 매장이 많은겨!?
이 곳은 오토바이로 특화된 곳이 분명하다. 그런데!!
오토바이 한대에 2000밧!?!?
아니 1500밧도!?!?
그렇다면 우리의 Y군은.........그렇게 생 쇼를하고 지불한 돈으로 오토바이를 한대 사고도 남을 수 있었던게 아니더냐!????
아...나중에 이 소식을 반드시 Y군에게 전해주며....
.....놀려먹어야겠다!!! ㅎㅎㅎㅎㅎㅎ
카오산으로 바로 가기 위해...여행자 버스를 타기로 하고 여행사를 찾아본다.
.......뭐 당췌 잘 보이지 않아 헤매고 헤맸지만, 어쨌든 하나 찾아서 4시 반 표를 끊고 시내를 구경다니기로 한다.
끄라비 시내...
참....별거 없는 소도시 읍내구나.
뭔가 특별한 것도, 특별히 할 짓도 없는 타운...
푸하하 그치만 나 이런데 좋아라해. 담에 올땐 여기서 며칠 묵어야겠다!!
칭구님이 가지고 오신 현금 카드가 돈이 뽑히지 않는다.
나와 똑같은 상황 발생!!!
이미 겪어본 뒤라 나는 각종 해결책을 마련하려 하지만...있는 카드가 족족 안되고,
수중에 돈이 대략 2~300불 정도 있는 거 같던데......그냥 지금 있는 현금으로 버텨보지 그래? 하는데도...안절부절이다.
대략 3일 정도만 있으면 한국으로 뜨실 칭구님이시지만-
여까지 와서 지름신이 안올리 만무하다는게 어쩐지 자연스러운 이론!
차선책으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시범적으로 5000밧 정도를 뽑아보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거 안 알려줬으면 칭구님 아주 클나실 뻔 했다.
내가 먼저 방콕을 뜬 이후...혼자 이틀 카오산에 머무시는 동안
아주 그냥 지대로 지름신이 칭구님께 내려오셔설랑, 이곳 저곳 돌아당기다가...누가 맞출까 싶었던 정장도 하나 맞추셨으며, 카오산 길거리에 있는 그림이란 그림은 화가가 더이상 팔게 없다고 할때까지 싹 쓸이를 하셨다 한다. 역시 멋져. 칭구 자격 충분해. 후훗. 그 뿐인가? 이틀 내내 카오산을 떠나지 않고 주변만 뱅뱅 돌다가 하루는 굳은 마음을 먹고... 카오산에서 씨암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그것이 내가 떠난 이후의 칭구님의 행적...
.......그래서 나랑 친하지 싶다. 그 밖에 내가 하던 짓들에 버금가는 각종 삽질들은... 놀랍지도 않다. ㅎㅎ
현금 서비스를 받고, 피자 컴퍼니에서 피자 한판, 샐러드 한두 움큼 먹어주시고 여행사로 돌아가는 길...
아까 배 탈때의 푸르디 푸르러 하늘색은 진짜 하늘의 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그 하늘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사방이 모노톤의 음침 글루미 모드로 변하시더니, 급기야 동남아 특유의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아아...갑자기 왜 이래 하며 역시나 메뚜기 모냥으로 처마 밑을 폴짝폴짝 옮겨다니며 겨우겨우 여행사에 당도 했는데.....
살짝 영어가 많이 짧으신 우리 직원 언니가 우리더러 터미널로 직접 가서 버스를 타란다.
아무래도 여행자가 없어 버스를 운영 못하고, 터미널 버스 표로 바꾸신 듯 하다...
...으윽...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리더러 터미널에 직접 찾아가라고라???
우씨...모니~
15밧 빼준단다...
...아...눼.......... 어떻게 가면 되나요???
그렇게 짐을 들고,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물어서 물어서, 묻다가 친절한 태국 오빠의 안내까지 받아 타게된 썽태우.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이거 터미널까지 가나요? 라고 물어보고 싶은데... 타고 계신 아줌마가 전혀 영어를 못 알아 들으신다. 무대뽀 바디 랭귀지로도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질문... 그냥 기다리면 도착하지 않을까?? 라고 포기하려던 찰나, 불현듯 머릿속에 매직아이처럼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버커서"라는 단어였다.
태국말로 '터미널'로 추정되는 이 말을 내가 우찌 알았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위급상황에 불현듯 현지 단어가 떠오르다니...
아...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다. 나의 알 수 없는 여행 촉수가 기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아마도, 한창 리니지2라는 가상세계에서 놀아날때...몬스터중에 하나의 이름이 버서커 였던게 연상작용으로 뇌리에 박혔던 것 같다--;;)
아줌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시고...
우리는 종점인 터미널까지 왔다.
아직 시간이 남아 역 앞 운치 있는 커피숍에서 카푸치노 한잔을 하며...
나의 여행길을 되돌아 보고, 하루 남은 방콕에서 할일을 정리하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우리가 탈 버스를 추측해 본다.
이거 당췌 모두 태국말로 쓰여있어서...이게 좋은 찬지 나쁜찬지..아님 뜨랑에서 싸뚠가던 한줄에 5개 좌석짜리 보다 나쁜 찬지...알 길이 없는 것이다.
꼬불랑 꼬불랑 그려진 그림같은 태국 문자를 보며 열씨미 추측한, 그리고 결국 우리가 탄 버스는...
화장실도 없고, 자리도 좁으며, 의자는 한뼘 이상 내릴 수 없는...그리고 게다가 내 자리는 천장에서 물까지 새던... 그런 버스였다.
이곳에 올 때 우린 특급 호텔에서 묵었다면, 이곳을 떠날때는...허름한 여인숙에서 하루를 보내며 아니 참으며 가는 느낌.
아...더 이상의 신분 하락은 싫단 말이다.
ㅜ.ㅜ
근데, 이런 버스에도 내 칭구님이 큰 불평을 못하신건...
이 사태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거니와,
하필...내 자리만...물이 새고 있었던 까닭이리라-_-;
나는 30분 마다 한번씩...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잠에서 깨어나, 천장에 고인 물을 닦아줘야 했던 것이다-_-;;
그렇게 버스는 달리고 달려...
우리 동네 같은 그 곳...
시작의 설레임을 함께 했던 그 곳...
그러나 곧 떠남의 아쉬움을 맞이해야 하는 그 곳...
방콕...카오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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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근데 이거 카오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터미널로 가잖아???
....
아...놔~....--;;
새벽에 도착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