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단념의 기억의 정원 [스핀오프] 마른어깨의 기억의 재구성
안녕하세요?
마른어깨 입니다.
체력단념의 기억의 정원 [스핀오프] 마른어깨의 기억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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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6년 7월. 장소는 명동입니다.
마른어깨 : 다녀올께. 엄마아빠한테도 전해줘.
단녀미 : 잘다녀와~ 공항에서 한번 더 전화해.
그리고 제발 돈아낀다고 공항에서 자지마-_-..
마른어깨: 내가 직장인인데..설마 그러겠냐...걱정 말고 낼 타이페이에서 보쟈. 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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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짜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네...현재 저 마른어깨는 직장인 4년차 29살 처녀입니다. 다소곳. 사뿐.
나름 곱게 큰 거 같았는데
여행만 나가면 공항노숙이 자연스러워집니다-_-;;
지금까지 노숙해본 공항은
타이페이 공항 이틀....(창카이섹이었는데, 이름이 바뀌었죠)
카오슝 공항 하루...
방콕 수완나품 하루...
등등이 있습니다.
단념이보다 하루 일찍 대만으로 떠난 것은
나름 대만에 대한 지역연구좀 하려고-_-;; 퍼퍽.
사실은요...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나서
혼자 여행 하루 해보고 싶었다는 거.
그거 때문이었어요.
은근 공감할 분들도 많으실텐데....사실 처음엔 맘먹기가 어렵거든요.
내가 원했던 것은
혼자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자유와 경제력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아 물론
혼자라는 건 참 편하지만 외로운 일입지요.
당시에 사용한 일기장 앞면이랍니다.
2 0 0 6 0 7 1 5
첫비행기부터 변태아저씨 옆에 앉았스빈다.
(미안 양군, 당신의 변태조심이란 말을 무시해서 벌을 받은건지도 몰라.)
혼자 온 여자 같으니까
이상하게 자꾸 말을 걸고 몸을 밀착하려고 하심니다.
아 진짜 이런 거 혐오하는데.
화교같은데 한국말은 또 넘나 잘하셔서
코스모폴리탄인 자기 친구들의 동창회에 날 초대하겠다는 이상한 말까지-_-;
아뇨, 제 동생이 내일 아침에 공항에 오기 때문에 전 공항 트랜짓 호텔서 자려고요. 거짓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나 자신을 보고 놀랐습니당....
1. 혼자 여행가는 여자들을 위한 팁: 당신들을 노리는 이상한 사람은 많으니 꼭 주의 ^^.ㅇㅎㅎ
변태아저씨의 레이더망을 간신히 빠져나와 혼자만의 하루를 택했습니다....일단 화장실에서 렌즈 빼고 화장 지우고 세수를 하면서... 추운 창카이섹국제공항에서 다섯시간 정도 소파에 누워 노숙을 하려니 살짝쿵 무서워 졌습니다...그런데 갑자기!
낯익은 한국어: 저, 혹시 폼클 좀 빌려주시겠써여?
마른어깨: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 같은 한국인아가씨닷! 비누가 묻은 얼굴을 살폿 들고...) 네네!!
낯익은 한국어의 그 아가씨와 나는 공항 소파에서 단 둘이 의지하며 잤습니다. 그녀는 다음날 아침 에바를 타고 방콕으로 슝 날아갔습니다.
2. 혼자 여행가는 여자들을 위한 팁: 당신처럼 혼자 온 여자를 공략할 것.
하룻밤의 상대(?)를 보내고 24시간 후의 체력단념과의 조우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혼자 타이베이시내를 활보할 생각에 들떴습니다. 마른어깨의 실수 연발 사건들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1. 공항버스 잘못타서 우리나라 김포공항 같은데로 떨어지고….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하였스빈다.
2. 제일 번화한 타이베이 역 앞에 내려서 꼬르륵거리는 배를 달래주려고 둘러보니 아침 8시에 날 밥먹여줄 곳은 맥도널드밖에 보이지 않았다. 따뜻한 커피와 핫케이크…그러나 이것이 나중에 나를 잡을 줄이야.. 근데 어디부터 가지?
당시엔 한국에 맥모닝이 없어서 신기했죠
3. 가까워서 선택한 비오는 중정기념당과 우산도 없는 마른어깨. 이거 웃긴걸까 운치있는 걸까. 국부 쑨원과 창카이섹. 天下爲公이나 人類進化世界大同 같은 말들은 너무나 공감이 되지만. 그들을 숭앙하는 듯한 거대한 동상과 근위병들. 마른어깨는 조금 걱정스러웠어요.
4, 점심시간이 됬습니다. 빰빠라빰. 백화점 가서 럭셜한 점심을 먹을까 싶어 타이베이에서 가장 높은 101 빌딩으로 갔지요. 마른어깨가 백화점 앞으로 걸어들어가는 순간 음악과 함께 분수쇼가 펼쳐졌어요. 뭐지? 이거 미녀를 위한 서비스인가?-_-;; 그게 아니라 낮 12시 정각이었던 거였습니다.
5. 오후에는 에어컨이 너무 빵빵해서 추운 고궁박물원에 갔다. 아 근데, 관광객수를 규제하지 않아서 너무 붐벼서 감상이 불가능했어요.. 중국의 富야…익히 알았던 것이고. 추운 박물관서 사람에 치여 돌아다니다 보니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고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합니다.
6. 호텔을 잡을까? 예정대로 신베이터우 노천온천에 가볼까? 당연히 정답은 1번이었습니다...그러나 언제나처럼 마른어깨는 매력적인 오답을 -_-;; 고르고 말았지요.
마른어깨의 뇌구조: 언제 또 대만 와보겠어, 비오는 노천온천은 얼마나 운치있겠어, 수영복이랑 목욕가방 챙긴게 아까워...가격도 싸던데 궁시렁궁시렁.
말았어야 했사옵니다. 대만인들이 많이 간다는 그 온천은 저렴하고 운치있긴 했지만 사람도 그만큼 많았지요. 아무래도 제가 현지인과 다르게 생겨서인지 여기저기서 날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좀 의식되서 대충 하고 나가려는 데 돌에 손가락과 오른 발이 긁혔습니다, 앗. 왼발도 살짝 삔 것 같아요. ㅠ.ㅠ
세상에 설상가상으로 피가 나기 시작..... 더 우스운 건 그 온천은 수건을 서비스하지 않았다는 것....... 비는 더 굵게 내리....고.... 대충 샤워를 끝내고 손가락과 오른쪽 발목에서 멈추지 않는 피를 휴지로 동이고, 머리에선 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비를 맞으며 지하철을 탔습니다....근데 이거 뭐 귀신도 아니고.....심지어 내 몰골이 너무 웃겨서 혼자 실실...... 네...스스로의 추한 모습에 취했습니다.
그런 몰골을 해서도
대만 남자에게 헌팅을 당했다는 걸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헌팅대만남: (쉬운 중국어 1시간에 배운 수준) 샤오지에, 어디까지 가세요?"
마른어깨: 타이베이처짠. 벗 아이캔트 스핔 차이니즈 웰.
젖은머리에 다리는 절뚝거리고 화장기 없으며 손가락과 발목에 휴지를 묶은 한국여자.그 용기있고 취향 한번 독특하신 대만남자분은 나보고 필리핀이냐 일본이냐고 물었습니다-_-;
(그 둘의 병렬 선택이 가능한 것일까?ㅋㅋ)
마른어깨: 한궈런.
헌팅대만남: 아이 캔 스픽 한국말. You are very…예쁘다.
마른어깨: (꺅꺅. 나 여기서 통하는거야?) 시에시에
헌팅대만남: (느끼한 미소를 날리며 내린다)
마른어깨: (벙찜) 뭐야, 이게 끝이야??????????
밤 9시에 타이베이 역에 도착했써요. 야시장에 가거나 호텔을 구하러 다니기엔 무리인거 같아서 눈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 갔지요. 가격은 좀 비쌌지만 깨끗해서 자려고 하는데 대만은행이 넘 까다로우셔서 마른어깨의 달러들을 바꿔주질 않았습니다.... 위폐가 많이 나오는 일련번호라나.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자야 했는데...단념이의 노숙하지 말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저는 공항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네...노숙을 이틀 연속 하기로 결심한 것이지요....때는 밤 10시.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담요를 꺼내자 마자
입국장 소파에 쓰러져서 잠들어 버렸지요.
단념아...어디에 있니..............
(단념이는 스탑오버가 아니라 대기자여서 안전한 면세 구역 안에서 카이스트 훈남의 보호를 받으며 자고 있었다는 염장 사연은 그 다음날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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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어깨님이 달랑 메모장에 써놓고 가버리고..
체력단념이 대신 올렸습니다. 하악하악.
단녀미가 만난 카이스트훈남님 얘기는 내일 올릴께요. 크하하
마른어깨님의 스핀오프 재밌으셨나요?ㅋㅋ
많이 리플 달아주셔야 다음번에 또 단념이를 도와줄듯...
그럼 오늘도 컵쿤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