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61일째 절벽해변
불량스런 메모리 카드의 영향으로...보여드리고 싶은 사진들을 못 보여드리는게 안타깝네요 ㅜ.ㅜ
2008년 2월 24일 여행 61일째
예전에 M군이 이 멜에다가 꼬 란따 얘기를 어떻게 썼드라...하고 기억해내려 애쓰다가 순간 그가 매우 칭찬한 지역이 있었음이 떠올라버렸다.
대체로...그의 선택과 추천은 상당히 믿음직스러웠고, 대부분의 결과적 감상도 A+이었기에 다음 갈 곳을 정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그가 추천했던 도이쑤텝도, 아유타야도 완전 대만족이지 않았던가!
그담으로 그가 추천했던 곳은 바로...Krabi의 라일레이 비치였다.
그래. 오늘 그기로 가자! 분명 경이로우리만치 엄청나게 멋들어진 풍광과 바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게야!!
하여 서둘러 일어나 9시 배를 타러 나섰다.
그래도 일전에 경험을 한적이 있기에...나름 배 시각도 알고있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알고 있었다. 아 뿌듯해~ 61일만에 베태랑이 된 기분이야!
여지없이 윗층에서 선탠발 날려주시고 계신 외국인 언니 오빠들과 함께 일단 끄라비로 갔다.
일전에도 끄라비에 와서 곧장 봉고차 타고 뜨랑으로 날랐었더랬지... 아니 곧장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나를 처리 못해 난감해 하는 직원들에게 떠넘김을 당하며 갔었더랬지^^;;
일단 끄라비로 왔는데 말야... 라일레는 어떻게 가는겨???
선착장에 도착한 수많은 여행자들은 모두들 목적지가 있고, 또 그 목적지로 향한 교통편도 이미 마련해 놓으신 듯 여유로워보이기 짝이 없다. 나와 칭구님만 어리버리 난감 모드.
혹시나 걸어갈 수 있을까 싶어...일단 선착장 밖을 나가보니...
망망 대해 만큼 망망한 아니 막막한 시골 도로만이 보인다.
다시 들어와 각종 찌라시를 들고 나를 유혹하시는 언니 오빠들에게 달려가 라일레에 대해 물어보니...다시 배타고 들가야하는 선착장까지의 택시비가 상상초월~
나는 그저...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이라며 일단 꽁무니를 뺐다.
보시다시피...모든 이동 및 숙박, 혹은 경로...그리고 이동을 위한 온갖 물음과 결정은 다아 내 몫이었기에, 나의 결정만 기다리며 눈을 반짝이고 있는 나의 칭구님의 얼굴을 보자 순간 막막함에 패닉상태가 될 것만 같다.
일단...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기암절벽도 식후경일지니...밥 부터 먹고 볼까 우리??
솔직히 칭구님의 눈빛이 졸음과 강행군에 취해 그다지 반짝이지도 않았으며,
나름대로의 산전수전 겪은 내가 패닉에 빠질리도 없었으나..
일단 이 비싼 이동 경비는 어떻게 재고를 해봐야만 했다.
선착장 앞에서 밥을 먹고 나자...이런저런 봉고차에 우르르 몰려타던 여행자들도 거진 사라지고,
휑한 주변에 보이는 건 택시타라고 유혹하는 삐끼아저씨와, 전혀 적극적이지 않은 퀵서비스 아저씨들...그리고 이 막막함에 곧이어 짜증까지 보태 주실 것만 같은 뜨거운 햇살뿐이었다.
아저씨 아저씨...우리 선착장까지 오토바이 태워주삼!
그렇게 우리는 택시보다 고작 100밧 싸게 가자고 각각 퀵서비스 아저씨 등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 오토바이 질주는...묵은 피로를 날려버릴 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심지어 시골길 처럼 한가로운 도로에도 기암절벽이 겸손하지만 아름답게 펼쳐져 있음에,
그리고 뜨거운 햇살이 내 살에 닿기도 전에 바람이 먼저 내 뺨을 상쾌하게 스치도록 달려주심에-
갑자기 또 불끈 솟아오르는 생각.
지금 이 순간이 또 너무 좋다!!
(이제는 오토바이 타는데도 여유가 생겨서, 서슴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칭구님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살짝이 속도를 늦춰주신 센스쟁이 기사님)
(나름 뒤에 칭구님이 달려오고 계시다만... 둘 중 어떤 오토바이인 거지?
나의 훤칠한 이마가 너무 눈에 띄므로.....앞으로 오토바이 위에서 사진은 자제해야겠다--;)
달리고 달려, 중간에 기름 넣고 다시 달려서 자그마한 선착장에 도착했다.
한가로히 니나노 하고 있는 직원 아해들이 무성의하게 좀 기다리고 하는데-
순간, 요기도 꼬 사멧 처럼 20명 채워야 가는 겨? 하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
누안팁에서 꼬사멧에 들가기 위해 장장 2시간을 멍하니, 그러나 맘 속으로는 안절부절하며 기다렸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거기에 오토바이에 내리자 바람이 멈춰, 이젠 햇살이 날 잡아먹을 듯이 내 살 위로 내려 앉고 있었다. 옆을 사삭 돌아보니 나의 칭구님도 더위에 살짝 녹아내리고 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대략 30분만에 한 일가족이 다가와, 그렇게 우리는 라일레로 향할 수 있었다.
(바다에도 여지없이 멋드러지게 펼쳐진 절벽들...그리고 아주 자세히 눈알이 빠지도록 쳐다보면..매직아이처럼 보이는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인들~)
(여지없이 좋단다~)
라일레에 배가 닿은 곳...
바닷물 위로 나무들이 흡사 정글 탐험 비됴에서나 봤을 법하게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솟아있고,
그 나무의 가지들이 만들어낸 아치형 터널로 서서히 배가 들어간다.
우와~ 이건 증말 멋지다. 꼭 내가 열대 우림 탐험에 나서서...퀴즈탐험신비의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
잠깐...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주인공은 동물들이자나??? 아니, 손범수 아저씬가???
(....쓰다보니... 이 프로...다들 기억은 하시나요?? 동물들과 이국적인 자연풍광이 어린 저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프로그램인데...)
라일레는... 선착장은 동쪽, 해변은 서쪽에 있다.
그리고 동쪽 숙소들은 그나마 조금 저렴하고, 서쪽 숙소들은...신혼여행으로나 가야한단다.
그래도 일단, 여기 왔으니...해변을 한번 보자.
얼마나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져 있을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선착장에서 대략 도보 5~10분 거리인 해변으로 갔다.
라일레의 해변은 양쪽 옆에 절벽이 멋드러지게 펼쳐져 있지만
물은 대충 꼬 란따와 피피의 중간쯤의 수질을 가지고 있었고... 해변은 그리 크지 않으며...
주변의 편의 시설은 아주 많지는 않았으나- 바닷가에 대략 고급스럽고 넓어 뵈는 리조트들이 자리하고 계셨다.
뭐랄까...찬사를 날리기에는 뭔가 2% 부족하고, 그렇다고 투덜대기에는 절벽이 너무 멋진.
딱...Not Good Not Bad....그 만큼이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기대가 전혀 없었더라면, 조그만 골목을 지나 갑자기 신의 미적 감각이 느껴지는 조화로운 절벽과 해변의 풍광이 갑자기 드러날 때, 어쩌면 까무라칠만큼 놀래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적당히 무덤덤한 느낌의 해변이었다.
그래도 스스로 위로해본다.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
우와 절벽 완전 멋져. 그치그치그치???
.......친구님은 더위에 살짝 짜증이 오르신 듯 하다. 건드리지 말자.
그러나 오늘, 드디어 둘 다 폭발하고 말았다.
서로 많이 참아왔던 것이다...
고작 1주일정도 있는 단기 관광 여행자인 칭구님과, 2달여를 보내 이미 나만의 생활이 익숙해 질 대로 익숙해진 장기 여행자인 나...
나만 믿으라했다고 정말로 눈꼽만큼의 사전 지식 없이 오는 칭구님과, 내가 오래놓고 그런 친구님을 부담스러워하는 나...
내 여행에 방해가 될까봐 어디 가고싶냐 물으면 아무데나 다 좋아 라고 대답하는 칭구님과, 당췌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 몰라서 더욱더 막막해 하는 나...
거기에 결정적으로, 나름 까칠하고, 나름 고집세며, 나름 자존심 세고, 나름 스타일 있어서....그래서 친해 질 수 있었던 두 사람...
그리하여, 요 며칠동안 서로간에 눈치보고, 양보하고, 포기하고, 그러다가 쌓인 감정들이 라일레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발단은 단순했다.
서쪽 해변가를 잠시 구경한 나는 이제 다시 방을 구하기 위해 동쪽으로 가자고 했다.
해변가에 멋진 리조트를 넋놓고 보고 있던 친구님 왈, 그래도 여기 가격이나 한번 물어봐 보자~
....비쌀텐데....하며 그래 까짓거 물어나 보지...하고 리셉션에 들어가 가격표를 얻어왔더랬다.
그 리조트의 가격은 저가 등급 부터 고가 등급까지 있었는데 최저가가 대략 3100밧 (동쪽에 있는 살짝 허름하신 방갈로) 부터 최고가 19000밧 까지의 방들이 있었다.
가격표를 유심히 보던 친구님께서 5000밧 짜리를 가리키며
"야~ 이정도면...정 안되면 묵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5000밧...이면...혼자 있을때의 내...일주일 생활비가 넘는 금액이었다.
나는 뒤도 안보고
"이런데는 신혼 여행으로나 오시지요!?"
라고 툭 던지듯 내뱉었다.
그 순간 발끈 하신 친구님!
"넌 왜 자꾸 그딴 소리하냐? 내가 지금 여행왔지...나중에 갈 곳 물색하러 왔어?"
그리곤, 서로 지지 않고 발끈해버린 두 사람.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어오는 내내 티격태격 하였다.
말이 티격태격이지...사람들이 다 쳐다볼정도로 큰소리를 냈던 것 같다.
물론 둘다 흥분하여 앞 뒤 옆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내 여행 예산과 생활을 얼마나 포기 했는가를 피력하였고,
친구님 또한 그 때문에 눈치 보고 자신 또한 원하는 걸 얼마나 포기 했는가를 역설하였다.
둘 다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끝날만 하면 다시 서로 꼬투리 잡고 신경 건드리고...
노려보고 짜증내고 그 짜증에 더 짜증내고...
실로 오랜만에 누군가와 다퉈본 것 같다.
실로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화를 낸 것 같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싸우다니... 순간, 우리 인연도 참 재밌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보통 나는 화가 날 땐 아무 것도 안하고 스스로 다스려야 하는 성격인지라..
더 이상의 다툼이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이...다툰지 20분만에 들어버렸다.
아무말도 안하고 근처 리조트 리셉션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방을 문의하기 위해 물어보는데- 직원이 자꾸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머리에 스팀 올라오는데 거기에 부채질 하는 느낌이 들어 확 뒤돌아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혼자서 꿍시렁 꿍시렁...
"사람말이 말같지가 않아? 어찌구 저찌구 꿀렁꿀렁....$*# &@"
........잠자코 나를 쳐다보던 친구님...왈
"...저기...니 순서가 아니었던거 같은데..."
............
친한 사이 일 수록 어색한 말을 동반한 화해가 더 쑥스럽다.
그치만 친한 사이 일 수록,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는 화해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우린...그렇게 인상 굳은 채로 방을 구하러 다녔고,
적당한 방을 하나 구하고 나자, 이내 화냈던 자신들이 ...한마디로 쪽팔려지기 시작했다.
괜스레 분위기 어색하니까 첵인 하는 동안 슬며시 매점에서 맥주 한병을 사다 마시며 내게 권하는 칭구님-_-;
저기요...저 맥주는 잘 못 묵거든요?
그럼 쏘주 사줄까?
나름 잊지 못할 다툼 끝에 구한 방은..... 비교적 해변가와 거리는 좀 있지만
솔직히 짐까지 내가 묵은 방 중에서 거진 최상위급이 었다.
입구에서 언덕을 하나 올라가면 리셉션에서는 보이지 않던 잘 꾸며진 정원이 개구리 소리 배경과 함께 쫘악 펼쳐져 있고, 리조트 뒤쪽으로는 아름드리 절벽들이 병풍을 치고 있었다.
독립된 방 하나하나는 각각의 미니 베란다를 가지고 있었고, 방 바로 아랫편에는 절벽을 바라보며 수영을 할 수 있는 작은 수영장이 하나 있었다.
이쁘고 깨끗했다.
그리곤, 싸웠던 사실을 잊어버렸다. 아주 단순스러운 것들...
신난다~ 바다 가자~ 하며 수영복을 입고, 아까 피피에서 나오는 배안에서 습득한 돗자리를 옆구리에 끼고, 피피처럼 물빠질까 두려워 부랴부랴 해변으로 갔다.
다행히 물이 빠져도 피피 만큼 많이 빠지지 않았기에, 서둘러 퐁당!
오늘의 해수욕이 정말 나의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바다 수영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쉽사리 물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겠다. 헤엄치고 물장구 치고, 동동 떠다니고 사진찍고...
라일레 해변은 바닥에 자갈이 무진장 아프기는 했지만-
아...그 넘의 절벽은 정말 값나가는 풍광이었다.
마치 독립된 해변가에서 노는 듯한 느낌, 이 해변 외에 다른 공간은 모두 미지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신비스런 느낌. 수영을 하며 놀면서도 충분히 이런 느낌을 받게 만들어주는 백만불짜리 절벽들이었다.
가끔 스파이더 맨 처럼 신기에 가까운 재주고 90도의 절벽을 오르는 사람을 볼 수도 있다.
콩알만하게 보여서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 사람들...손바닥에서 끈끈이가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길 오를 수 있단 말이오! -_-;;;
라일레에서는 마지막이랍시고, 칭구님께서 각종 싸구려 달력 사진을 잔뜩 찍어주셨는데...
정말 애석하게도 칭구님의 메모리 카드가 읽혀지지 않는다.
적어도...방콕 PC방에서는 그랬는데...
그거 다시 읽혀져서 칭구님께서 어따가 뿌리고 계시진 않겠지-_-?
엽기 사진으로 말이다--;;
그렇게 물장구 치고 놀다가, 바닷가에서 낮잠도 한숨 푸욱 자고..
다시 숙소 와서...수영장 문닫을 때 까지 수영하고 (!!)
밥을 먹으러 , 것도 숙소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배타고, 오토바이 타구, 싸우고, 오지게 수영하구...해서 인지 배가 고플 것만 같다.
뭘 먹으면 좋을까. 뭘 먹으면 해변가에서의 밤을 멋지게 추억 할 수 있을까!
뭘 먹으면 혹시나 눈꼽의 솜털 만큼이라도 남았을 지 모르는 다툼의 찌꺼기를 싸그리 없앨 수 있을까.
오늘도 거나하게 먹고 나니, 오늘 밤은 유흥을 즐겨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까 해변에서 자고 있는데 누가 나를 툭툭 치더니 찌라시 한장을 손에 쥐어줬던 것이다.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에는 라일레에서 최고의 파티를!!
카오산 클럽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라일레 최고의 디제이와 함께하는 신나는 파티!!!
그니까..지금 내가 강릉에 와있는데- 이태원 원정 뜨고온 디제이님께서 나이트에 출동하신다는...그런거지???
오호라...흥미로운데!?!?
이제 그 파티가 열린다는 jungle 뭐시기 bar를 찾아가보자. (Jungle grass bar로 기억하지만...확실치 않다)
파티니까 당연히 바닷가에 있겠지? 하며 서쪽으로 갔더니....여기가 아니란다.
가만보니... 정글 뭐 바로 가는 길목 여기저기에서 찌라시가 우리의 길안내를 하고 있었다.
마치 대학교 축제하면 우리 동아리로 오세요 하며 손가락 모양의 찌라시를 바닥에 붙여놓는 것 처럼...
근데...이 전단을 따라가지...자꾸 음침한 골목으로 가게 된다.
이런 곳에서 파티가 가능은 한 거야? 아니, 이런 곳에 바가 존재 할 수 있는 거야?
아...뒤를 보니... 우리처럼 의심하며 따라오는 서양 얼라들이 한 두 무리씩 따라붙고 있었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가 수 많은 마라토너들을 이끌었듯이... 우리는 party를 향한 선봉대에 있었던 것이다!
길은 이제 골목을 지나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절벽 꼭데기까지 라도 가라는 것인가... 자꾸 산으로 산으로 가고 있었다.
더욱더 음침해진 길을 조금 지나자...왠...너무나 한가로워 보이는, 아니 그 음침함에 일조하는 듯 을씨년 스러워 보이는 리조트 방갈로가 몇개 보이고...
그제서야 아주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드뎌 왔나보다.
우리를 따르던 서양 얼라들은 본인들도 이제 다와서 우리의 안내가 필요하지 않다는 듯 우리를 앞질러서 후루룩 가버리고, 우리는 환한 달이 떠오른 이국적인 밤의 산행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그렇게 느긋하게 당도한 파티 장소...
한쪽에는 사방이 뚫린, 그리고 나무로 지어져서 사람들이 동시에 흔들면 무너질 것 같은 ... 그런 공간에 싸이키 불빛을 휘날리며 각국의 서양 언니 오빠들이 부비부비를 하고 계셨고,
또 다른 한쪽에는 무예타이 링과 의자들이 금방이라도 사람들을 끌어모을 듯한 강력한 포스를 품고 어쩐지 낯설지 않은 민요가락 같은 멜로디를 흥얼대고 있었다.
........
이게 파티구나.
흠음...
..
잠시 앉아서 생각해보자.
나.. 저기가서 흔들래??? 그러다가 한창 술기운과 춤기운에 열기가 올랐을때...우르르 다 같이 뛰어나와 무예타이를 구경하며 신나게 소리를 지르는 거야. 유후~! 어때???
......내려가자...
올라오는 길에 잠시 보았던 절벽 및 조용한 빠로 발걸음을 옮겼다.
살짝 아쉽기도 했다......PARTY 래자너 -_-;; 겉모습이야 어쨌든 파티 래자너~
우리가 발길을 옮긴 바는 잠깐 스쳐 지났을때 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바로 절벽 밑에 자리를 잡아...마치 환타지 만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고,
자리에는 삼각형 베개가 있어 드러누워서 달덩이와 절벽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거기에 솔솔솔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은 술기운과 운치를 한층 배가 시켰으며,
결정적으로 매우 친절하고 Friendly 한 직원들은 이 곳을 뜨지 못하게 만드는데 크게 한 몫하고 있었다.
칵테일 두 잔을 시켜 홀짝 홀짝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 본다.
살짝 늘어진 듯 누워 있는 자리도 좋고...
절벽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바람과 달빛도 좋았다.
한참을 니나노~ 노래하며 늘어진다.
칵텔 한잔~
칵텔 두잔~
니나노~
닐리리야~♪
술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한층 기분이 업된 우리는...
급기야 벽에다가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이곳의 벽에는 각국의 국기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 바에 방문한 한국인으로서는 우리가 처음이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국기를 그려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 있는 것이었다. 아자!
매직을 얻어...빈틈없는 벽의 꼭데기...겨우 자리를 잡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림은 디자이너 이신 칭구님 담당!
살짝 취기 올랐겠다, 더구나 한국인 첨이라고 방갑게 인사하시는 직원들 친절하시겠다~
우리는 신나게 (아니 사실 나만 신나게... 칭구님은 부담 백배 느끼심--;;)
태극기를 그려넣었다. 그리는 과정, 그린 후...신나서 사진찍고 난리도 아니었다만....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리오니
제가 유치원을 워낙 띄엄띄엄 다녀서 그러하오니 부디 너그러히 용서 하시오소서.
태극기를....잘못 그렸습니다 ㅜ.ㅜ
워낙 꼭데기 쪽에 그려 잘 구분을 힘드시겠으나...
혹시나 이 바에 방문하시는 두번째 한국인이 되신다면...
부디 저와 제 칭구의 과오를 용서하시고...
아무도 모르게 수정하여 주시기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ㅜ.ㅜ
(심지어 이름까지 써놨는데...건...지우개로 살짝쿵!^^;;;)
덕분에 이제는 태극기를 완벽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으니, 실수에서 배움이 온다고...
열혈 대한 민국 국민 여러분...노여워하지 마소서.
그렇게 우리의 남부에서의 밤이 절벽 아래의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흘러가고 있었다.
내일 밤 우리는 방콕으로 올라가야 한다.
친구님은 이제 못한 방콕 구경을 하실 것이고...
나는 긴 대장정을 마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너무너무 아쉬운데-
이 밤이, 이 달빛이 너무너무 아쉬운데-
이 아쉬움은 다음 용기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