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앙코르 유적지 첫 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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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앙코르 유적지 첫 날 (1)

랑그레이 10 1584
시엠리업에서 맞는 첫 아침이 밝았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아침도 먹고(바게뜨+마멀레이드+커피+바나나),


게스트 하우스 마당을 잠깐 둘러본 후,

전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해 둔 전세 택시를 타고 앙코르 유적지로 고고! 우리의 기사님은 수줍음이 많고 얌전하신 분. 말 많은 택시 기사들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젠틀한 기사님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앙코르 유적을 돌아보는 삼일 내내 우리는 이 기사분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지만, 정작 이름을 물어볼 생각은 못 했다. 우리가 이렇다. 사실 우리끼리는 이 분을 "오빠"라고 남몰래 불렀었다. ^^;;

유적으로 가는 동안 오빠기사님(ㅋㅋ)이 차창 밖에 보이는 풍경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는데, 가장 많은 설명을 들은 것은 바로 '5 star hotel'... 이건 무슨 호텔인데 오성급이다. 이건 무슨 호텔인데 오성급이다. 라는 얘기를 무척 많이 들은 기억이 난다. 저기...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 우리에게 그런 얘기를 하시면... -_-;;

숙소에서 꽤 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앙코르 유적지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정말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매표소가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40달러를 주고 3일권 입장권을 샀는데, 입장권을 받아든 순간 우리는 셋 다 '푸학~'하고 웃어버렸다. 셋이 얼굴이 똑같이 나온 것이다. -_- 덕분에 입장권을 제시하는 유적지에서(몇몇 유명 유적지에서만 입장권 검사를 한다) 우리는 "너희 세쌍둥이니?"하는 질문을 몇 번 받은적도 있다. 그런 질문을 받은 후 우리는 아마 속으로 서로 불쾌해했것이다 ㅋㅋㅋ

앙코르 유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우리는 그냥 국민코스인 'All about 앙코르와트'에서 제시한 앙코르 유적+똔레삽 3일 코스를 따라서 돌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앙코르 톰. 남문 - 바이욘 - 바푸온 - 삐미아나까스 & 왕궁 - 코끼리 왕 테라스 - 문둥이 왕 테라스 순서로 돌기로 했다. 입장권을 손에 들고 앙코르 톰의 입구인 남문을 입장하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꺄 >.< 바로 이거라궁! 유명한 관광지의 느낌!


남문







난간을 형성하는 54개의 석상 중 왼 편은 선한 신들, 오른 편은 악한 신, 즉 악마들이라고 한다. 이 석상들은 상당수 도난 당하거나 문화재 관리국에 보관돼있고 현재 남은 것은 대부분 모조품이라고... 윽.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좀 깬다 ㅠ_ㅠ



'촌것들 왔냐?'라고 말하고싶은듯한 거만한 포스의 원숭이들.



아래부터는 바이욘. 아무리 앙코르 유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라도, '바이욘의 미소'는 들어본 적이 있다. 바로 저 큰 바위 얼굴들을 '바이욘의 미소'라 부르는데, 같은 얼굴은 하나도 없고 다 다른 형상을 하고있다 한다.


초 허름한 복장의 나. 원피스의 루피 코스프레 아닙니다!


요런 것들을 지나 올라가면...



드디어 바이욘의 미소들이 등장!





바이욘에서 만난 포스 있던 스님. 가만히 앉아계시다가, 관광객이 마구 몰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한 쪽 다리를 올리고 포즈를 취하시더라. '찍어라'라고 말하는듯한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관광객들이 정말로 한참동안 그 스님 사진을 찍고 다시 빠져나가자, 스님은 다시 짝다리를 원상복귀 시키셨다. -_-



앞서 말했듯 난 앙코르 유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므로 그냥 사진만 보여드리는 수밖에... ㅠ_ㅠ 감상하시라.


오올~분위기있어보이는 이양.



갑자기 나타난 무용수들. 압사라 댄스라도 출건가... 싶어 기다렸는데, 한참을 사진만 찍더라 -.-

바이욘 관람을 하다 지쳐 잠시 쉬고있는데, 어떤 꼬맹이가 다가와 엽서를 사라고 한다. 미안하다, 우리는 엽서가 필요없다고 말하며 가지고있던 초콜릿을 줬더니 맛있게 먹는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다시 다가와서 하나 더 있냐고 묻길래 가지고 있는 걸 다 줬더니 역시 무지 맛있게 먹는다.





바이욘 관람은 이것으로 끝. 가이드북에는 이곳에 얽힌 장황한 사연들이 잘 설명돼있는데, 읽고 돌아서자마자 까먹은 나. 장하다.

바이욘 관람 후 이동한 바푸온.

앙코르 유적에 대해 아는 것은 쥐뿔 없어도 이곳이 멋지게 느껴졌던 건, 비단 남아있는 유물들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유적과 더불어 이곳의 분위기를 만드는것은 나무들, 그리고 깨끗하고 푸르렀던 하늘과 공기였던 것 같다. 나무 사이로 유적이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이런 모습들이 참 좋더라^^

계속해서 삐미아나까스. 꺄 >.< 바로 저 하늘이라구!

삐미아나까스에 얽힌 전설. 요건 기억이 난다. 삐미아나까스에는 머리 아홉 개를 가진 정령이 살았다고 하는데, 왕이 왕비나 후궁과 동침을 하려면 반드시 여자로 변신한 뱀의 정령과 사전에 동침을 해야만 하며 만약 그 의무를 게을리 한 채 인간 여성과 동침하면 즉사를 한다는 전설이 있단다. 덕분에 크메르 왕실 혈통에는 신성한 뱀의 피가 흐른다는 믿음이 생겼다나. -_-

귀찮아서 동침 안 하고 말지 -_-


코끼리 테라스로 이동.

아- 이 푸른 하늘!

참고로 난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코끼리 테라스'라는 게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이름인줄로만 알았었다. 근데 직접 와보니... 진짜로 코끼리 조각이 새겨진 테라스였다!




으아 이 코끼리 조각들, 귀여워 죽겠다.




사진 속 옅은 레몬색 남방 입은 총각이 보이시는지? 찍었을때는 저 총각이 같이 찍혔는 줄 몰랐는데, 하여튼 저 사람은 스무살 남짓 된듯한 아이로, 쉬고있는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유적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꽤 열심히 설명을 했던 그. 영어도 잘 했고, 설명도 알아듣기 쉽게 잘 하더라. 헌데 역시... 설명이 끝난 후 우리에게 1달러를 요구했다. 미안하다, 돈을 줄 수 없다 고 했더니 자기는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하는데 돈이 없다고 우리를 설득했다. 가슴이 아팠고, 우리에겐 1달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인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을 주는 건 보기좋은 모양새가 아닌 것 같았다. 돈을 주는 일이 그 청년의 자존심을 더 상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자꾸 들었고. 결국 우린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이후로도 그 일이 자꾸 생각나 마음이 안 좋더라. 영어도 잘 하고 똑똑해보이는 그 청년이 어쩌다 이렇게 길거리로 내몰려 1달러를 구걸하는 신세가 되어야 하는지, 관광지 앙코르 유적이 있는 캄보디아가 아닌, 캄보디아의 암담한 현실을 본 것 같아 마냥 씁쓸했다.

유적지를 다니면서, '서양인들이 유적지 안의 꼬마들에게 길 안내를 잠깐 부탁하고서 1달러씩 주는 일이 빈번하게 보이던데 우리가 너무 인색했던 거였을까',' 아냐, 돈을 주는 건 그 사람들이 일자리를 안 갖고 이런 곳으로 와서 공돈에 가까운 돈을 벌어가게 만드는 나쁜 습성을 부추기는 일이야. 그리고 1달러는 그렇게 잠깐 가이드하고 벌어가기엔 너무 큰 돈이라구', 라는 생각이 대립하면서 내내 혼란스럽더라.



힘드시죠?




이 쏟아지는 햇살 좀 봐! >.<




그리고 문둥이왕 테라스로 이동. 이 테라스를 건립한 자야바르만 7세가 나병 환자였기때문에 문둥이왕 테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이 왕은 본인이 나병 환자였기때문에 앙코르 유적 곳곳에 병원을 건립했다는 설도 있다. 헌데 이 문둥이 왕 테라스를 관람하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문둥이왕이 아니라 나병 왕 테라스로 이름을 바꾸는 게 옳지 않을까' -_-...........


언제 생긴 거미줄일까? 오래된 거미줄일리가 없는데도 왠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이 엄청난 부조들... 유적에 대해 쥐뿔 아는 거 없는 내 눈에도 참 멋지더라.

유적들을 관람하면서 나도, 앙코르 유적을 건립하고자 했던 왕도, 이 유적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이름없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빚을 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날씨 더운 나라에서 이 중노동을 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 것이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리도 없었을 것 아닌가. 게다가 그냥 막노동도 아니라, 이렇게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예술적인 노동에 종사했으니 몸은 몸대로 힘들고 머리에서도 얼마나 쥐가 났을까. 그 살인적인 노동의 결과물을 난 겨우 단돈 40달러에 편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이거 참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그들의 보답받지 못한 노고에 안타까움을 표하고싶다.
10 Comments
가자가자가자 2008.08.08 09:52  
  글로벌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앙코르 지나가는길에 5성급호텔이면 소피텔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소피텔 피자 맛있는데 ..ㅎㅎ 작년에 갔다왔던 곳을 사진으로 다시 처음부터 보니 또 가고보 싶네요...3일 투어시면 앞으로도 여행일기 기다려 봅니다..
zoo 2008.08.08 22:37  
  작년에 저희 가족 저 전통의상팀(?)과 1달러 주고 사진찍었었어요^^ 저희아빠가 찍고 싶어하셔서^^;
랑그레이님 재밌는 글과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sepy 2008.08.09 00:27  
  앙코르 앗트 가고 싶었는 데 시간이 없어서 멋지네요..
랑그레이 2008.08.10 18:50  
  가자가자가자님 / 글로벌 맞습니다^^ 기사님이 언급한 호텔도 소피텔 맞아요. 친구들이랑 "다음엔 돈 벌어서 꼭 소피텔에 묵자"요렇게 결심을 했었어요 ㅠㅠ

zoo님 / 으흐 저 전통의상 분들 춤은 추던가요? 아님 그냥 사진용? ^^;

sepy님 / 저도 유적에 관심이 별로 없는데 가보니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중에 시간 나시면 꼭 가보시길...^^
meiyu 2008.08.14 11:21  
  잘 보고 있어요.
코끼리 테라스는 첨 보는 사진이네요.
랑그레이 2008.08.16 01:37  
  meiyu님 / 재미없는 여행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바람72 2008.09.02 17:10  
  아 또꼴지다..
점점 여행기가 재미나네요,,사진도 멋지고 .
잘보고감니다..행복하세요.
랑그레이 2008.09.04 14:29  
  바람 72님 / 앙코르와트 여행기는 사실 저도 쓰면서 너무 지루해서 올릴까 말까 고민 많이 했었는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앤디 2008.09.15 17:02  
  불상의 표정이나 얼굴생김새가 나라마다 다르던데
이쪽불상은 좀 전투적인 생김새군요^^
랑그레이 2008.10.02 13:35  
  앤디님 /  우와 눈썰미가 좋으신데요.
저는 불상은 다 그냥 똑같은 불상으로만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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